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727화 (723/800)

727회

420일차

룩.

이미 고일대로 고여버린 이들에게 자신을 꾸미는 것만큼 관심이 가는 게 또 없다.

나는 레메게톤 2.0을 통해 신성력을 재화로서 ‘신성 소환’이름의 가챠 도입을 건의했다.

“신성력을 재화로 쓰면 마족들도 본격적으로 여신 교단을 사냥하고자 나설테지.”

라는 생각에 따른 제안으로, 결국 레메게톤 2.0이 도입됨에 따라 마족들은 우후죽순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각지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바탕으로, 그들이 ‘어디’에 본진을 두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이제 남은 인장은 셋.”

분노, 오만, 색욕, 탐욕은 내가 가지고 있다.

남은 인장은 질투, 폭식, 나태.

‘매칭은 안되지만 종족은 알고 있지.’

식물족, 맨드레이크.

타란튤라 인간으로 추정되는 거미 여왕.

그리고 핑크드래곤.

셋 다 마왕의 딸이다. 이들에 대한 정보는 샤이탄으로부터 듣기도 했지만, 여신이 가르쳐준 ‘마왕을 불끈불끈하게 만들어 여신의 성노예로 만드는 미약’의 재료를 바탕으로 알 수 있었다.

“이제 얼추 윤곽이 나왔어.”

나는 각지에서 보이는 마족들의 준동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 어느 지방에서는 어떤 종류의 마족들이 넘쳐나더라. 어느 왕국에 나타난 마족들은 어느 던전에서 튀어나온 놈들이더라.

룩딸을 참지 못하고 신성력을 가진 자들을 사냥하기 위해 직접 지상으로 올라온 덕분에, 나는 놈들이 어디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지 훤히 알게 되었다.

“거미 여왕.”

내가 한창 다른 쪽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 옛 아리에스 변경백이 지키던 백작령을 감히 넘어왔던 탐욕의 군단과 함께 방벽을 두드린 마족들이 있었다.

소수 정예에 가까웠던 탐욕의 군단과 달리, 방벽을 점령하는데 큰 도움을 준 ‘곤충 부대’의 주인은 14위 마족 제파르.

그의 던전은 놀랍게도 대방벽 바로 뒤에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스럽게도 제파르의 던전은 신성교단의 본거지와 바로 산맥 하나를 두고 접하고 있어 우리 쪽으로 넘어오지 않았지만, 제파르가 운용하는 곤충 대부대는 곤충답게 인해전술, 아니 충해전술이 전술의 기본이었다.

“이게 다 벌레라는 말이지?”

“예. 신성교단의 본거지로 넘어가는 산맥에 보이는 곤충마족의 수만 무려 10만이 넘어갑니다. 저들이 모두 정찰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30만...아니 100만 대군도 농담으로 치부할 게 아니란 말이지. 흐흐.”

정원을 훨씬, 아니 압도적으로 초과한 마족의 수는 아마 인장의 힘이 아닐까? 알을 낳는 동물에는 양서류나 조류, 파충류가 대표적이나, 알을 ‘압도적으로 많이 낳는’ 종은 역시 곤충이다.

“아아, 이것이 인구 수 해제 치트인 건가.”

거미 여왕은 아마 초월체일 것이니, 거미 여왕의 딸인 존재가 인장으로서 던전의 정원을 해제시킨 장본인이리라. 아마 솔로몬이 직접 거미 여왕에게 박아서 알을 낳도록 시켰을테지.

세계수에게도 자지를 박은 솔로몬인데, 어디 거미여왕이라고 박지 않았겠는가.

“샤이탄, 기록해둬라. 아리에스 변경백 너머, 황무지의 제파르. 100만 곤충 대군의 주인.”

육로를 통한 진격로는 하나 정해졌다. 나는 다른 곳에서 들어온 목격 정보들을 살피며, 또다른 유력 후보를 찾아냈다.

“맨드레이크하면 식물, 식물하면 또 식충식물이지. 드라이어드같은 나무 정령이 아니라...라플레시아 같은 식충식물에 대한 목격 정보를 찾자. 있지?”

“예. 총 세 곳에서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나와 샤이탄은 지도를 펼쳤다. 두 곳은 우리 라스토피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다른 한 곳은 수인족의 영토를 지나야 했다.

“두 곳은 던전으로 판명되었고, 수인족 영토 너머의 ‘대수림’은 자연적인 지형입니다. 엘프의 숲처럼 숲 전체가 식인식물들의 영역입니다.”

“마르, 아니 바르바토스의 이야기는 없나?”

“그녀의 말에 따르면 딱히 던전이 있다거나 그런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침입자를 모조리 죽여버리는 식물들의 잔학성만 아니면 별 위험도 없고, 사실 그곳을 들어가는 것보다 다른 곳으로 돌아가는 길이 더 빠르니까요.”

“그래? 흠....”

대수림.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인다.

아무런 근거는 없지만, 이쯤되면 던전 하나 쯤은 되게 특이한 던전이 하나 나타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인장의 힘이 있다면?’

인장은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초월하도록 하는 일종의 치트키였다.

시스템 자체를 어시스트하는 보좌관을 한다거나, 한 번 죽으면 끝인 던전 주인의 목숨을 세이브 해준다거나, 직접 던전 주인이 된다거나, 정원을 초과한 병력을 만들어낸다거나, 다양한 종족을 특정 종족으로 바꿔버린다거나.

이제는 던전의 ‘공간’ 자체를 건드릴 수 있는 존재도 나타날 때가 되었다. 나의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아님 말고.’

식물형 마족들이 튀어나오는 곳을 건드려보면 알게 될 것이다. 과연 내 불안한 감대로 대수림에 인장이 있을지, 아니면 평범하게 던전에서 인장이 숨어있을지.

맨드레이크.

찾으면 그 뿌리를 반드시 채썰기로 잘라내리라.

그리고 남은 인장.

이 인장의 위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바알.”

던전 주인 중 최고봉. 샤이탄이 ‘바알 아저씨’라고 부를 정도로 마왕군에 헌신한, 솔로몬이 가장 아끼던 부하.

그리고 내게 수인족의 여왕을 동맹으로 보낸 또다른 장인어른. 엄밀히 따지면 라임의 뿌리라고 할 수 있지만, 귀찮은 과정은 생략하고 그냥 장인어른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왜냐면, 바알 그는 신이니까.

“신도 룩딸은 못 참지.”

서버 1위가 룩딸을 참으면 그게 어디 사람인가? 바알, 그는 지금 전선에 직접 나와서 신규 컨텐츠 파밍에 여념이 없었다.

“벌써부터 SF룩 갖춘거 보소.”

인류연합 최전선.

그곳에는 거신병이 하나 움직이고 있었다.

* * *

쿵!

인류연합 최전선.

그곳에는 높이 40m에 이르는 거대 골렘이 느긋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전신이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든 거인은 척보기에도 흉악한 외형으로, 집채만한 주먹을 휘두르며 인류를 마구 짖이기고 있었다.

퍼---억!

주먹으로 내리친 곳에 있던 병사들은 육편이 되었다. 거대 골렘, 아니 거신이라고 불러야 할 존재는 주변을 훑으며 열심히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여신이시여, 여신이시여...!"

기도를 올리고 있는 여사제가 거신의 눈에 포착되었다. 거대 골렘은 여사제를 향해 손을 뻗었고, 단번에 들어올렸다. 너무나도 빠른 속도라 여사제는 미쳐 대처할 수 없었고, 여사제 주변에서 호위하듯 지키고 있던 기사들은 모조리 튕겨나갔다.

"여신의 힘으로! 여신의 힘으로! 여신의 힘으로!"

여사제는 자신을 움켜쥔 손아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신성력을 일으켰다. 하지만 힘을 사용할 새도 없이, 골렘의 안으로 빨려들어가 팔을 타고흘러 가슴팍으로 흘러들어갔다.

"우우웁!"

골렘의 몸속은 유체, 슬라임이었다. 숨만 쉴 수 있도록 얼굴 주변의 공간만 남겨둔 채, 여사제는 슬라임의 몸속에서 전신이 구속되어 옴싹달싹을 못했다.

쿵, 쿵, 쿵!

거대 슬라임 골렘은 주변을 슥 훑더니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그는 자신의 몸속에 가둔 수십 명의 사제들에 만족한 듯 느긋한 발걸음으로 자신의 둥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용서치 않겠다...바알-----!!"

인류연합 최전선, 용사들의 공허한 울림만이 전장을 가득 채웠다.

* * *

이계의 거신병, SSR.

소위 '갓슬라임'에 가장 어울리는 외형은 바알에게도 쏙 마음에 든 슬라임 전용 스킨이었나보다. 벌써부터 쓰알을 뽑은 것도 그렇지만, 슬라임 신 다운 위용을 뽐내는 스킨도 너무 멋졌다.

외피? 갑옷이 아니다. 그냥 바알의 단단한 피부일 뿐. 그저 슬라임 껍질이 갑옷처럼 보일 뿐이다.

“라임아, 어쩌지. 저거 이길 수 있겠냐?”

“가능.”

라임은 내 자지를 손으로 움켜쥐며 웃었다. 이전보다 훨씬 감정이 풍부해진 그녀는 살살 눈웃음을 치며 내 자지를 쓰다듬었다.

“원래 슬라임은 자식이 부모 잡아먹으면서 크는 거.”

“그거 라인이가 들으면 너 위험한 거 아니냐?”

“괜찮음. 나 라인이한테 안 잡아먹힘.”

라임은 자신의 머리 위를 가리켰다. 나는 그녀의 당당함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라임.

★★★★★.

현재 레벨, 100.

슬라임 오나홀에 불과했던 종족이 이제는 진정한 슬라임 와이프가 되어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저거 먹으면 신이 되는 거임.”

라임은 가볍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나는 그녀의 인도대로 시스템 창을 열었다.

“ <마물진화> 라임 (★★★★★)

# 진화 조건

1) 레벨을 끝까지 올린다 (Lv 100 / 100)

2) 신을 죽인다 ( 0 / 1 )

# 진화 : 슬라임 여신 (★★★★★★) ”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마-신의 짝은 원래 여신이어야 하는 거임.”

“흐흐, 그래. 갓슬라임을 죽이고, 너도 나와 함께 라스토피아에서 영원히 살아가는 거다.”

우리 군단의 새로운 목표.

그것은 바로 나 라스마-신 라스푸틴을 비롯한 우리가 신세계의 신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건방진 놈들부터 참교육을 해야겠지?”

아주 오래전부터 벼르고 있었다. 나는 라임을 안고 포탈을 넘어 전장으로 향했다.

“오셨어?”

어깨에 거대한 도끼를 움켜쥔 붉은 드워프.

넓은 황무지와 광산 일대의 지배자, 로도페리 필리아는 목책 너머 가득한 흙먼지를 가리켰다.

“어떻게 할 거야? 완전 작정하고 쳐들어오는데.”

“간단하지.”

나는 로도페리를 번쩍 들어올렸다. 멀리서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그녀를 이렇게 남들의 앞에서 과시하겠다는 듯 자연스럽게 자지를 쑤셔박으며 들어올렸다.

“으읏, 너, 하응, 아빠 앞에서 하면 죽어...!”

“아빠라니, 이제 곧 엄마가 될 분한테 무슨 말이냐. 흐흐.”

쿠구구궁.

땅에 지진이 울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는 원견의 마법을 통해 수정구에 비친 수많은 무리에 혀를 내둘렀다.

“드워프 여왕님 어서오고.”

알로켄 황야.

우리는 라스토피아에 정면으로 쳐들어온 첫 번째 희생양, 드워프 무리를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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