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621화 (617/800)

621회

178일차

"너무 일찍왔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을 것 같은데."

사흘 거리를 하루만에 왔다는 것은 곧 우리가 이틀을 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원래 계획과 맞아떨어지려면 우리는 이틀을 이곳에서 가만히 있어도 되는 셈이다.

"그래도 역시 좀 더 빨리 가는게 낫겠지?"

"물론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시각에 저희가 등장한다면, 분명 인간 놈들의 허를 찌를 수 있을 겁니다."

굳이 가만히 앉아서 떡만 치고 있는 것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는 했지만, 나는 하루동안 남은 기간을 줄일 획기적인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모두 바퀴를 만들어라! 그리고 통나무를 끈으로 이어라!”

분노의 군단 병사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나무를 베었다. 근처의 숲을 싸그리 털어 나무를 모았고, 최대한 비슷한 크기로 맞춰 예쁘게 다듬었다. 천오백의 구울들은 나무를 손으로 할퀴어 합판을 가져왔고, 그린엘프들은 손재주를 이용해 통나무를 묶었다.

“이 많은 통나무를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여기서 요새를 만들 생각이신가요?”

“아니. 내부를 비워 무게를 가볍게 한 다음, 하나로 묶을 것이다. 슬라임들에게 나무의 안을 파먹으라고 해.”

“묶는다고요? 덩쿨나무 줄기는 조금 약할 것 같은데요?”

“그린엘프 머리칼이 있잖아. 엘프 머리칼이 또 단단한 노끈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지 않느냐?”

통나무를 엮을 단단한 끈이 필요했고, 그린엘프들은 인당 1m 가까이 되는 녹색의 머리카락을 흔쾌히 한움큼 잘라냈다. 푹 삶은 스파게티 면보다 더 보드라운 것이 단단하기는 밧줄보다도 더 단단했다.

“히익! 여자의 머리카락을 뜯어내려고 하다니, 아무리 군단장님이라도 이건 너무하세요!”

“너희들의 몸에 흐르는 오크의 피를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전부 불타버려도 일주일이면 다시 원래 머리만큼 자랄 것이다. 바리깡으로 밀어버리기 전에 순순히 한 움큼 내놓아라.”

“내 머리….”

“오크한테 질싸받으면 더 빨리 자란다.”

“저, 원래 단발이었어요.”

서걱, 서걱. 그린엘프들은 아주 순순히, 협조적으로 머리칼을 잘라 속 빈 통나무를 엮는데 큰 도움을 줬다. 길이가 짧다 싶으면 머리칼과 머리칼끼리 매듭을 묶어 통나무를 이었다.

"완벽해!"

덕분에 우리는 차체의 아래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린엘프 50명 정도 탈 정도로 공간을 만들어. 그 다음에는 아래에 바퀴를 단다. 아아, 이것은 관광버스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통나무 위에 의자를 만들어 붙였다. 그냥 통나무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한쪽만 평평하게 만들어 끼워넣은 것이지만, 엉덩이를 붙이고 가기에는 충분한 크기였다.

“바퀴와 프레임은 비교적 단단하게 해야지. 구울들한테 준 것들있지? 창으로 가져온 걸 축으로 쓴다.”

“네? 그러면 쉽게 망가지지 않을까요?”

“스타킹 벗어! 그리고 감아! 그러면 해결 돼!”

“라스!”

우리는 프레임이 될 창을 스타킹으로 이었다. 창은 쓰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무기야 적에게서 빼앗아 쓰면 되는 일이다. 어차피 구울들이 앞에서 휘두를 창이라 딱히 없어도 될만한 것이었다.

“역시 완벽하군!”

나는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관광버스를 한 대 만들어냈다. 속이 빈 통나무 엮음 위에 또 속 빈 통나무를 붙이고, 차축이 될 바퀴를 아래에 놓았다. 이대로 강물 위에 올리면 그냥 좀 넓은 땟목 수준이었지만, 바퀴가 달려있다는 것이 포인트였다.

“주인님, 이거 굴러가는 거 맞아요?”

“동력원은? 그냥 차축 위에 올려놓기만 한다고 굴러가는게 아니잖아. 엘프들이 아무리 가벼워도 젖무게가 보통이니?”

“그 말이 맞다. 그러니까 바퀴가 굴러갈만한 힘이 필요하지.”

차체라고 할만한 통나무와 바퀴의 무게만 거의 500kg에 가깝다. 그리고 그 위에 앉아서 갈 그린엘프의 무게만 인당 60kg라고 잡아도, 한 버스에 50명이 타고 있으니 3000kg으로 3톤-

“그린엘프 무게 그 정도까지 아니에요!!”

...2.5톤, 아니 2톤 정도 되는 무게까지 합하면 어지간한 동력원으로는 움직이는 게 불가능해보일 정도였다.

“안 되면 되게하라. 내 사전에 불가능이라는 건 없다.”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마법의 힘과 사랑의 힘, 그리고 기적의 신성력으로 해결하면 그만이다.

구실만 갖춰놓으면 나머지는 적당히 끼워맞추기만 하면 끝.

“72중대, 72중대 중대장 어디있나!”

“중대장 안드로말리우스, 여기있습니다! 라스!”

72위 던전 주인 안드로말리우스는 나의 앞에 한걸음에 달려나와 차렷 자세를 잡았다. 그의 아래에 딸려있는 300명의 그린엘프는 50명씩 소대로 분류되었고, 나는 우리 군단의 소대 단위에 맞추어 버스를 제작했다.

“72중대 1소대, 당장 버스위에 탄다! 실시!”

“실시! 해당 소대는 군단장님의 명령을 신속히 이행한다!”

그린엘프들은 일사분란하게 통나무 의자 위에 앉았다. 5열 종대로 10명이 앉은 버스는 차축이 살짝 내려앉기는 했다.

“이러고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별 거 없다. 이제 여기서 섹스만 하면 끝이다.”

“...예?”

“어허, 예라니. 군대에서는...크흠. 너는 여기 뒤로 와서 자세를 잡아라. 누구 중대장을 위해 다리를 벌릴 그린엘프 병사 없나!”

1소대의 그린엘프들은 무려 18명이나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나는 남들의 앞에서 모범을 보일 수 있다는 그린엘프의 수가 많은 것에 감개무량했다.

“좋은 자세로다! 타에 모범이 되는 훌륭한 자세야! 이왕이면 후배위 자세로 있거라."

"이, 이렇게요?"

"그래. 안드로말리우스 너는 가서 뒤에서 박아라. 마검을 쥐고."

안드로말리우스는 미심쩍은 얼굴로 그린엘프의 뒤에서 자지를 박았다. 나는 그가 자지를 박자마자 나의 할레오 색스를 땅에 박았다.

탕!

내가 손으로 할레오 색스의 도끼날을 치자마자 마검이 거칠게 공명하기 시작했다. 안드로말리우스와 그가 박은 그린엘프의 몸에서 붉은 문신이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그들에게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성욕에 박자를 더했다.

"라스가 곧 힘이 되리라!"

둥, 두둥!

"성욕의 활력화!"

나의 오라는 그들의 활력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활력은 동시에 마검에 깃들었다.

"생명력 전환! 활력을 마력으로!"

고고고고.

마검에서 서서히 붉은 기류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차체가 앞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오, 오오오!!"

50명을 태운 통나무 버스가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능성은 확인했으니, 이제 나머지는 본격적으로 계획을 세울 때.

"이 정도면 충분하다. 모두 준비해!"

역시, 라스는 답을 알고 있다.

* * *

"적의 움직임은 멈췄습니다. 한동안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이동할 것 같습니다."

요새에 호출된 마탑주, 메리지는 한 때 동료이자 지인인 오르드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한창 적의 군세를 파악하고 있던 오르드는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앉았다.

"이제 좀 살 것 같군. 너무 급하게 달려오느라 괜히 여기까지 오는 줄 알았잖아. 앉아, 얘."

"...왕자님 보시면  교육에 안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지금 왕자님 자고 있을 시간인데 뭐 어때?"

오르드는 담배를 들어올리며 킥킥 웃었다. 메리지는 오르드로부터 담배를 한 대 받은 뒤, 파이어볼 마법을 이용해 담뱃불을 붙였다.

"이야, 역시 8서클 대마법사!"

"소드마스터가 뭐래. 흥."

서로 비슷한 경지에 있는 두 여인은 서로를 향해 금칠하며 맞담배를 태웠다. 어린 시절 아카데미 시절부터 함께 지내온 둘은 친구이자 전우이며 라이벌이었다. 이제는 서로 같이 혼인시장에서 도매급으로 묶여도 팔리지 않을 나이가 되었지만.

"아무래도 엘프들 말이야, 오크들에게 당한 게 맞는 것 같지?"

"물론. 그게 아니면 엘프들이 저렇게 오크들을 따를 리가 없잖아."

"후우, 머리 아프네. 엘프들을 죽이기에도 난감하고."

"그래도 죽여야 해. 안 그러면 우리가 죽어."

두 여자는 담배 연기 속에서 가운데 펼쳐진 지도를 이리저리 살피며 병력을 움직였다. 적이 요새 앞에 도착했을 때를 가정한 움직임은 상당히 정교하고 짜임새있었고, 대부분의 모의전은 인류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아무리 봐도 우리가 이길 것 같은데 마왕군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걸 알면 우리가 여기서 이러고 있었겠어?"

"그건 그렇네. 하, 피곤하다. 갑자기 왜 후방에 마왕군 같은게 나타나가지고."

본디 오르드와 메리지는 인류 연합 최전선에서 싸우던 역전의 용사들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레오 후작령이 마왕군에 전복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발함에 따라, 왕국 최강의 검사와 최강의 마법사가 후방으로 달려와야만 했다.

왕국 후계자 서열 3위인 앤티알 왕자를 보필하여, 후작령에서 왕도로 진격해올 것만 같은 마왕군을 토벌하라. 그게 두 여인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레오 후작령이면 그, 왜. 이므신할 걔도 있었다고 하지 않았어?"

"자기 힘을 숨기는 애들이 무력하게 당하는 게 어디 하루이틀이야?"

"그건 맞네. 끙, 성검 사용자인 걸 알았으면 좀 더 잘 대해줄 걸 그랬나."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이므신할은 성검 레오의 사용자인 걸 최전선에서 말하지 않았다.

만약 알았더라면 오르드가 검술을 좀 더 가르쳐줬을텐데, 유감스럽게도 이므신할의 소식은 레굴루스 후작성을 폐쇄했다는 것 이후로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결국 3군단이 알고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다. 사실상 미지의 적을 상대한다는 것 말고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고, 사실상 3군단의 실세라고 해도 마찬가지인 두 여인은 자연스레 불안감이 들었다.

"후우."

"하아."

그나마 잠시 서로 맞담배를 태우는 것이 둘의 유일한 낙. 아직까지 짝을 만나지 못한 여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싸움이 끝나면, 남자 하나 물어서 결혼하자.""

능력있고, 돈있고, 집있고, 작위있고, 몸매되고, 남자만 없다. 두 여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야, 그래도 마법사가 더 빨리 될 것 같지 않아?"

"뭐래. 검사가 더 빠르거든?"

티격태격하며 웃는 사이, 지도의 붉은 점들이 순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야...? 메리지, 사역마는?!"

"한참전에 모두 공중에서 요격당했어! 지금 다시 보내야 해!"

구구구구.

붉은 점은 일렬이 되어 일직선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 속도는, 가히 군마가 달리는 속도에 준할 정도였다.

* * *

키에에엑!!

목에 목줄이 채워진 구울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릴 준비를 마쳤다. 하늘에는 흑익룡들이 브레스를 뿜어내려고 하느라 숨을 참고 있었다. 우리의 임시 주둔지에는 관광버스 스타일로 마개조된 목제 전차가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라스푸틴! 라스푸틴 아스타로트!"

나는 옆에서 나를 연호하는 그린엘프들을 눈으로 흘겼다. 젖통을 내어놓은 채 오크 전사들에게 뒷치기 자세로 누워있는 그린엘프들은 내 시선에 화들짝 놀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날 보셨어! 나를 보셨다고!"

"네 젖통을 보신 거야!"

"아냐, 날 선택하셨어! 나를 라스토피아로 데려가 주실 거야!"

나는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린엘프들은 내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 자체에 몹시 황송한 얼굴로 나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리세트입니다! 당신의 은총으로 이렇게 그린엘프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명령대로, 군단의 적인 인간들의 머리에 화살을 꽂아넣겠습니다1"

"아니, 자지를 보지에 박아라. 인간들에게 쾌락의 죽음을 선사하라. 그러면 내가 너를 라스토피아로 인도하겠다."

라스토피아를 언급하자 리세트의 눈에 갈망이 보였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미래의 라스토피아 왕국을 생각하는 그녀를 위해 나는 그녀의 얼굴에 대고 사정했다.

뷰르르릇.

"너는 떡상향에서 영원히 빛날 것이다."

"아......!"

나는 그린엘프들을 지나쳐 나의 '차'로 올라갔다. 다른 곳과는 달리 골렘들이 직접 몸을 말아 바퀴가 된 나의 차체는 다른 전차들보다 더욱 높은 곳에 있었다.

"모든 오크들이여, 엘프의 보지에 자지를 박아라."

"도킹하라-----!!"

내 명령이 우렁찬 함성으로 울려퍼졌고, 중대장을 비롯하여 소대장급 오크 전사들이 모두 그린엘프의 뒤에 물건을 박았다. 나 또한 나와 가장 합이 잘 맞는 륜의 보지에 자지를 끼워넣었다.

위이잉.

륜의 안에 자지를 찔러넣자마자 나의 몸을 중심으로 붉은 오라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전속 행군을 했던 것처럼 군단 전체에 붉은 오라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앙!!

소대별 전차마다 네 명씩 배치된 그린엘프들이 하나 둘 교성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흘린 비음은 오크의 정욕을 더욱 불태웠고, 전차 후미에 놓인 마검에 깃들어 붉은 기류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뷰릇, 뷰릇뷰릇.

"너희들의 성욕은 모두 마검에 응집되어, 에너지로 방출될 것이다."

샤이탄의 성마법, 내가 할레오와 낳은 마검의 특징, 오라의 발현, 오크와 엘프의 궁합과 결합.

성욕을 활력으로 바꾸고, 활력을 마검이 갈취하여 에너지로서 방출하는 떡순환.

"모두 달릴 준비를 하라."

구울들이 앞에서 네 발로 달리며 입으로 전차를 끌려고 한다.

하늘에 날아다니는 흑익룡들이 앞으로 길게 브레스를 뿜어 고랑을 만들고, 그 홈에 바퀴가 들어가 일직선으로 달릴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전차는 레일 위를 달릴 뿐.

그 모든 것이 한데 어우려져, 우리는 차 위에서 섹스를 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었다.

"모두, 피스톤 운동 개시!!"

쿵떡거리는 소리와 함께, 전 군단의 전차들이 붉은 기류를 뿌리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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