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577화 (576/800)

577회

150일차

생각하지도 못한 강자를 던전에 초대하는 이상, 나는 그에 따른 최소한의 준비가 필요했다.

"이거 새기기 싫으면 들어오지 말던가. 이거 안 새기고 들어오면 우리 군단의 적이다."

"......."

여인은 계속 내가 라임에게 새겨넣은 문장을 보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아무래도 문신의 위치가 위치인데다가, 강자라고 한들 정체불명의 문신에 섣부르게 몸을 맡기는 건 분명 위험한 일이었다.

'그냥 음문일 뿐이지만.'

아무 기능도 없는 타투일 뿐이다. 하지만 여인에게는 어떤 기능이 있을지 모르기에, 당연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 혹시나 세뇌용 문장이면 어쩌지?

- 아니면 몸의 마나를 전부 태워버리는 문장일지도.

- 몸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걸지도 몰라.

여인의 눈동자에 온갖 혼란이 가득해보인다. 나는 여인이 선택을 내릴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고, 여인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해. 대신 그리는 곳은 내가 선택하게 해줘."

"뭐? 아니지. 내가 그려야 하는 곳은 정해져 있-"

"여기."

여인은 웃옷의 가슴팍을 좌우로 열었다. 글고 자신의 쇄골과 가슴골 라인에 삼각형을 그리며 요염하게 미소지었다.

"이왕이면 남들 눈에 더 잘 보이는 곳으로 하면 좋겠지? 그리고 이왕이면 나중에도 남을 수 있게 박아넣어줬으면 좋겠는데."

"뭐? 박아?"

"...아니, 문신 말이야. 생각보다 예쁜 것 같거든. 어때? 어차피 아-무 효과도 없는 거 아니야?"

"...쳇."

역시 개수작은 통하지 않았다. 나는 순순히 엄지를 깨물어 핏방울을 낸 다음, 여인의 쇄골부터 음문을 새겨넣었다. 양 쇄골을 잇는 음문은 목걸이처럼 이어졌고, 나는 엄지로 여인의 가슴골을 푹푹 쑤셔넣었다.

"꺅, 뭐하는 거야?!"

"어레인지. 문신이 매번 같은 거면 재미가 없지."

엄지로 가슴골까지 문신을 내리며 깨달았다. 이 여자, 흔들리는 느낌과 감촉으로 보건데 참젖이다. 최소한 D컵 수준은 되는 가슴에는 거짓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가슴으로 믿어야지.'

뽕을 넣어서 가슴 크기를 숨긴다거나 환상마법으로 허상을 채워넣는 사기 따위는 없었다. 가슴으로 진실을 말하는 자인 만큼, 나는 여인을 한 번 믿어보기로 결정했다.

"오크들이여, 전차를 몰고 인근 민가를 약탈한 뒤, '그곳'으로 귀환하라. 최소 한 명당 서넛은 납치해야 할 것이다."

"""라스."""

내 지시에 오크들은 아무 의문없이 구울전차를 끌고 다른 곳으로 이탈했다. 오크들은 후작령 성밖 마을들을 습격하여 사람들을 납치한 다음, 다시 우리 영토로 돌아갈 것이다. 어떤 특별한 방법을 이용하여, 포트라스 앞에 진을 친 토벌대의 눈에 띄지 않게.

"라임, 하루 휴식을 취하도록 하지. 그곳으로 가자."

"저기, 그곳이라고 자꾸 돌려말하지 말고 나한테 어딘지 좀 알려주지 않을래?"

"그곳이 그곳이지 별다른 의미가 있나. 흐흐, 알았다. 이름을 알려달라는 거지? 아아, 그곳은 차원의 틈이라고 하는 곳이다."

대규모 오크 부대는 들어갔다가는 들킬 수 있는 장소. 하지만 슬라미아들을 제외하면 나, 라임, 그리고 여인만이 드나들기에 딱 적절한 장소. 그리고 여차하면 여인을 신성력으로 가장 빠르게 제압할 수 있는 장소.

"따라와라.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주지."

나는 여인을 데리고 차원의 틈으로 향했다. 슬라미아들은 서로의 몸을 베베 꼬아 드릴처럼 변했고, 우리는 서있던 곳에서부터 땅굴을 파내어 차원의 틈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인간들 상대로 땅굴을 만든다.... 흐흥, 고위급 마도사나 땅의 정령사가 있는 곳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겠는 걸?"

"그건 생각 못했군. 뭔가 좋은 방법이 있나?"

"글쎄? 마기를 지워버린다거나, 아니면 아예 샌드웜같이 엄청 큰 마수를 동원해서 들킬 걸 각오하고 뚫는 방법도 있지. 아니면 노움족을 동원하는 것도 있는데, 노움은 뽑기에는 어어어엄청 확률이 낮아."

"그런 건가."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얻는 정보들은 의외로 쏠쏠했다. 여인은 신이나서 마구잡이로 훈수를 해대기 시작했고, 나는 그녀를 통해 나와는 다른 던전 주인이 어떤 식으로 던전을 운영하는 지 또다른 방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도착했다. 이곳이 나의 '던전'으로 통하는 문, 차원의 틈이다."

"그냥 던전으로 향하는 전이문이잖아."

"뭐든지 의미를 부여하고 이름을 붙이기 나름이지."

나는 라임과 함께 먼저 차원의 틈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여인이 뒤따라오기 전, 나를 맞이하러 나온 메어리에게 소리쳤다.

"숨어!"

"...!!"

메어리는 바로 옆, 드라이어드 의류매장으로 몸을 숨겼다. 메어리가 사라지기 무섭게 여인은 내 뒤를 따라들어왔다.

"흐으읍, 하아. 좋다. 던전의 냄새. ...조금 음란한 냄새도 가득하지만, 이 정도는 나쁘지 않네. 좋아."

두근, 두근. 나는 천천히 여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던전의 시스템이 아른아른 거렸고, 여인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고개를 치켜올렸다.

"그래. 이게 나야."

<마르바스> ★★★★★☆, Lv.100.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할까? 마르바스. 솔로몬 5위 던전의 주인."

"......라스푸틴 <포르네우스>."

5위와 29위. 100레벨과 90레벨. 차이는 명백했으나, 나의 좆은 아직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 충분히 비벼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정체도 밝힌 김에 순순히 얘기해줄게. 나는 말이야, 위대하신 마신으로부터 어떤 걸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았어."

"마신? 그런 존재가 있나?"

"마왕군의 유일신. 어머, 너 진짜 모르는 구나. 그분은 함부로 이름을 불러서는 안 돼."

"......내가 아는 마왕군의 신은 슬라임 밖에 없는데."

여인, 마르바스는 손가락을 튕기며 눈을 찡긋했다. 그제서야 나는 여인이 왜 라임에게, 나의 던전을 조사하겠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너, 혹시 바알 이거냐?"

나는 새끼손가락만 들어 흔들었다. 마르바스는 내가 바알의 이름을 멋대로 언급한 것에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가, 내 제스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듯 눈썹을 찡그렸다.

"......무슨 말이야, 그게."

"그럼 이거는?"

엄지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넣었다 뺐다. 그래도 이해하지 못했다.

손가락으로 고리를 만들어 검지를 넣었다 뺐다. 마르바스의 표정이 조금씩 비틀리기 시작했다.

"어우, 이래도 이해를 못 해? 직접 보여줘야겠구만, 라임아?"

라임은 내 앞에 네 발로 엎드렸다. 나는 로브를 좌우로 벗어, 이미 한껏 달아오른 자지를 라임의 안쪽 깊숙히 찔러넣었다.

"이런 관계냐고 묻는 거 아니냐."

"......."

마르바스는 아무 말 없이 입만 벌린 채 굳어버렸다. 나는 그녀가 당황하건 말건, 본모습으로 돌아간 라임의 뒤에 자세를 잡아 가슴을 끌어당겼다.

"어우씨, 자지에 불나는 줄 알았네."

식량창고 테러를 일으키며 사방으로 터진 미약은 인간들에게만 효과를 보인게 아니다. 나는 한참 전부터 자지가 달아올라서 당장이라도 식히고 싶었고, 라임과 안 한 지 너무나도 오래되었다.

쭈륵.

"일단 한 발 빼는 동안 거기서 구경이나 하셔."

나와 라임은 제법 오랜만에 정사를 나눴다.

* * *

<그 시각, 마르바스 던전 중심부>.

"주인님, 인간 놈들의 반격이 거셉니다!"

"좌익이 붕괴! 이대로 가다가는 성벽을 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부하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던전에 울려퍼진다. 옥좌에 앉아있는 키 작은 소녀는 가만히 눈을 감은 채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소녀의 머리 위에는 여우같은 귀가 쫑긋 돋아나있었다.

"쉿! 마르바스 님께서 지금 전술을 짜고 계신다! 조용히 해!"

"히익!"

"...고블린 부대는 측면으로 우회. 수인족들은 정면에서 적을 상대하라. 샌드웜들은 어떻게 됐지?"

나긋나긋한 마르바스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짜증이 서려있었다. 마치 좋은 시간을 방해받은 것 같은 주인의 목소리에 부하들은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예! 적의 고위급 마도사들에게 발각되었습니다. 그들이 파던 땅굴은 정령사 놈들이...."

"...우리 군단에 슬라임이 얼마나 있지?"

"예? 시체 처리용 3성 슬라임 말고는 없습니다."

"......."

마르바스는 방금 전에 봤던 것을 떠올렸다.

"슬라임들에게 아주 천천히 땅굴을 파먹으며 전진하라고 해. 네가 직접 방향을 지시하고, 은폐마법을 걸어라. 샌드웜들은 다른 루트로 진격시켜서 시선을 끌라고 해."

"......! 알겠습니다, 양동작전이군요!"

마르바스의 부하들은 주인의 지시에 환호성을 질렀다. 마르바스는 다시 옥좌에 몸을 눕히고 눈을 감았다.

퍽, 퍽퍽, 퍽퍽.

분신-영체를 통해 보는 광경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던전 주인인 오크가 부하인 슬라임에게 박는 것도 놀랍기는 했지만, 던전으로 돌아오자마자 남들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고 냅다 자지를 박는 것도 놀랍기는 했지만, 당연하게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개처럼 박히는 슬라임도 놀랍기는 했지만,

[라임아, 네가 먹어치운 인간들로 변신해라. 간식 좀 까먹게.]

[여기사 보지가 좋아, 아니면 모험가 보지가 좋아?]

[둘 다! 먼저 먹은 순서대로 맛보도록 하마.]

무엇보다도 박히고 있는 슬라임이 마왕의 딸이자 마신의 딸이라는, 사실상 바알이 마왕과 통정하던 시절에 낳았던 혈통이라는 것이 마르바스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다.

"......와, 왕과 신의 딸을 상대로 뒷치기를 하네."

마왕과 마신의 혈통-이른바 적자를 아래에 깔고 허리를 흔드는 오크가 있다. 이 사실이 '서클'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면, 아마 <포르네우스>라고 거짓말을 한 <아스타로트>는 서클의 공적이 될 지도 모른다.

'서클 이전의 문제야.'

딸이 오크에게 범해지고 있다는 것을 만약 부모가 안다면 과연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마르바스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옥좌의 등판 홈에 끼워둔 꼬리가 살랑살랑거리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마르바스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이걸 두 분이 모를까?"

한 명은 다름아닌 모든 던전의 주인이고, 다른 한 명은 혈육을 보자마자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신은 전지전능하여 모든 것을 아는 존재인 만큼, 딸이 남자 경험이 있는지 알을 낳았는지 하는 것도 분명히 알 것이다.

"조사...."

다른 누구도 아닌 마르바스에게 그는 일을 맡겼다. <폭식의 군단> 내의 상황과 자신의 위치, 그리고 자신과 마신 바알제붑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면 할수록 톱니바퀴처럼 머리가 맹렬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아아아.

수정구에 불빛이 반짝이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상이 험악한 노인의 갑작스런 등장에 마르바스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가, 갑자기 왜 온 거야?"

"네 년 쪽의 전선이 무너질 것 같아서 내가 힘 좀 썼다. 망할 년, 도대체 영체를 밖으로 빼돌리고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 거지."

"인류 연합 대성벽을 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에 있단 말이냐. 흥."

노인, 아가레스는 콧방귀를 뀌며 마르바스의 앞에 마주섰다. 같은 100레벨, 같은 5성이지만 마르바스와 아가레스 사이에는 5위와 2위라는 명백한 차이가 있었다.

바알이 '승천'한다면 1위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가장 유력한 존재. 그리고 바알의 혈통을 모조리 제거하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했지만, 마왕 솔로몬의 자비로 던전의 주인으로 격하된 지옥의 대공작.

2위, 아가레스. 그가 슬라임의 존재를 알게되면 분명 개수작을 벌일 게 분명했다.

"지금 뭘 하고 있지? 말해라. 네 년의 딴짓 때문에 내 4성 마수들이 무려 50마리나 죽었다."

"......'부관'을 찾고 있었어."

"부관?"

"서클에서 아랫 던전 애들 한 명씩 영입하기로 했잖아. 인류와의 대전쟁에 한 몫 거들라고. 그런데 누구는 말도 꺼내기도 전에 먼저 얌체처럼 군단장을 부관으로 들였지?"

"윽."

아가레스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나 아직 부관 못 찾았어. 지금 기깔난 놈 영입하기 직전이니까 좀 봐줘라."

"...부활값은 청구할 거다, 이 년. 지난 번처럼 떼먹으면 네 던전의 1/3을 얼려버릴 것이다."

아가레스는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고약한 냄새를 흩뿌리고 떠난 아가레스에 마르바스는 다시 의식을 영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뷰르르릇.

마침 타이밍 좋게, 오크는 슬라임의 안에 씨를 뿌렸다. 투명한 몸체는 적나라하게 자궁 속으로 들어가는 정액을 과시했고, 오크는 슬라임 애액과 정액이 번들거리는 자지를 튕기며 윙크했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섹스는 좀 하는데, 너 나랑 동맹맺자. 동맹의 증거는 뭐니뭐니해도 섹스지. 아니냐?]

"......."

마르바스는 연결을 끊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신조차 모독하는 좆이라."

지상에서 떨어져 하늘로 올라가기 직전인 오래된 줄, 바알.

당장 잡을 수 있지만 뱀꼬리가 되는 게 확실한 줄, 아가레스.

...그리고 여기, 리스크는 엄청나게 크지만 성공하면 자신이 '바알'이 될수도 있을 지도 모르는 좆.

바알은, 자신에게 넌지시 힌트를 줬다. 누구의 손을 잡을지.

"씨발, 아가레스 한테 빨려먹힐 바에는...."

마르바스는 좆을 잡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