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537화 (536/800)

537회

130일차

버지나니야 비르고.

마왕군에게 점령당한 남작령의 주인.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한동안 소식이 없어 당연히 죽은 줄만 알았던 여인은 살아서 후작가의 기사단에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버지나니야가 어떤 고통을 겪었는 지 기사단을 알 수 있었다.

"너무해...."

몇 안 되는 여기사들은 버지나니야의 몸상태를 확인하고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차마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자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온 몸에 성적 폭행이 가해진 작태에 여기사들은 자신이 당한 것처럼 분노했다.

"꺼, 꺼낼게요."

버지나니야와 안면이 있던 여기사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손을 고간부로 옮겼다. 버지나니야의 음부와 엉덩이에는 안에서 나오는 걸 막으려고 하는 듯한 마개가 박혀있었다.

"으읏...!"

여기사는 물컹거리는 감촉을 참고 마개를 당겼다. 와인의 코르크를 당기는 듯한 감각에 여기사는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혐오감이 넘실거렸다.

뽕!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여기사는 마개를 뽑아냈다. 여기사 수준의 힘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뽑을 수 없을 만큼 안에 강하게 들어가있던 마개는 그 흉악한 형태를 드러냈다.

"우웁."

물고기의 모양과 비슷한 유선형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넓게 퍼지는 마개의 형태에는 어지간한 힘으로는 뽑히도록 두지 않겠다는 악의가 넘실거렸다. 여기사는 자신이 뽑아낸 마개-애널 플래그-를 바닥에 냅다 집어던졌다.

"손 닦고 싶어...으으...."

당장이라도 손에 묻은 끈적한 무언가를 닦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여기사의 뒤에서 다른 기사들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꺄아아아악!!"

"무, 무슨...히익?!"

꿀럭, 꿀럭. 버지나니야의 열린 음부가 뻐끔거리며 무수히 많은 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여기사들은 버지나니야의 속에서 흘러나오는 막대한 양의 뿌옇고 끈적한 것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 이건...."

"여신이시여...!"

마족에게 강간당했다. 인간의 정액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힘든 막대한 양의 정액이 버지나니야의 속에서 흘러내렸다. 차라리 오줌을 지렸다고 생각하고 싶을 정도로, 버지나니야의 아래에 흘러넘치는 오크의 정액은 그녀가 마족에게 얼마나 모진 고문을 당했는지 연상케했다.

"흐흑, 흐으윽...!"

여기사들은 버지나니야의 운명에 눈물을 흘렸다.

마족에게 범해진 여인에게 주어진 운명은 단 하나, 화형. 설령 마족에게 강제로 범해졌다고 한들, 마족의 씨가 뿌려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이유로 여신 교단의 이단심문관들은 금기를 범한 이들을 화형에 처했다.

"남작님 어떡해...!"

"이대로 후작성에 돌아가도 추기경이 있는 이상...."

"화형을 면치 못할 거야."

귀족으로서도, 여자로서도 이미 인생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사들은 하나 둘 여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그, 그런데 말이야. 어차피 남작령 망했잖아."

"선배,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남작님을 우리가 계속 데리고 있으면, 우리 먹을 것도 줄어드는 거 아니야?"

흠칫. 여기사의 말에 다른 기사들의 표정이 굳었다. 안다이할 스스로도 속으로만 삼켰던 잔인한 진실이 그들을 괴롭게 만들었다.

"자, 잘 생각해봐. 어차피 교단에 의해 타죽을 운명이야. ......그, 그러니까."

"우리가 죽여버리거나, 못 본 척 하자고 건의하자?"

"그, 그 정도까지는 말 안했어! 나, 나는 그냥...."

"아무리 그래도 귀족님이에요! ...영지는 빼앗겼지만!"

여기사들은 서로 눈치만 보다가 침묵했다. 서로 속내는 비슷했지만, 차마 누구 하나 말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내가 말씀드려볼게."

"솔로튀르 경?"

"일단 각하께 먼저 상의를 드리는 게 좋겠어. 나 잠시만."

솔로튀르는 홀로 토굴 밖으로 빠져나갔다. 남은 여기사들이 하나 둘 서로의 눈치를 보며, 화장실이나 다른 일로 동굴 밖으로 빠져나갔다.

"저, 저기! 선배님들!"

"퍼트릴, 네가 남작님을 옆에서 보살펴줘."

여기사들 중 가장 짬이 낮은 막내, 퍼트릴이 혼자 토굴에 남게 되었다. 동굴 안에 가득한 밤꽃냄새에 퍼트릴은 머리가 아팠지만, 눈을 질끈 감으며 손을 아래로 뻗었다.

"으으으, 남작님, 죄송합니다...."

한 번 뽑은 손, 다시 한 번 못할 리가 없다. 퍼트릴은 정액으로 질척거리는 고간 아래, 엉덩이 구멍에 박힌 마개를 잡고 곧장 뽑아냈다.

쥬르르륵.

"우웁."

퍼트릴은 마개를 내팽겨치고 뒤로 물러섰다. 설마설마했지만, 설마하던 역겨운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버지나니야의 엉덩이에서도 막대한 양의 정액이 꿀럭거리며 새어나왔다.

"우웨에엑!"

퍼트릴은 고개를 돌려 속을 게워냈다. 여인으로서 당했을 치욕적이며 굴욕적인 걸 상상하니 자연히 속이 메스꺼워졌다. 동굴 바닥에는 퍼트릴이 쏟아낸 것이 한가득 묻어있었다.

쥬륵.

"...어?"

퍼트릴은 자신도 모르게 마개를 만졌던 손으로 인중을 만졌다.

"피...?"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래를 보니, 자신이 게워냈다고 생각했던 것은 음식이 아니라 피였다.

"이, 이건...?"

"여기사 존맛."

"버지나니야...님?"

바닥에 반듯하게 누워있던 버지나니야는 적녹의 눈동자를 반짝이며 혀로 입술을 낼름 삼켰다.

"잘먹겠습니다."

"너는-"

와작.

* * *

<그 시각, 라스마켓 안쪽 비품 창고.>

"크으으, 살 것 같아."

"육포 싹다 챙겨. 있는 애들도 생각해야지."

"거 깐깐하네. 우리가 목숨 걸고 여기 왔는데 이 정도는 괜찮잖아?"

"육포를 챙기라고 했지, 스테이크 챙기라고는 안 했다."

기사들은 작은 불씨에 굳은 스테이크를 데워 잘라 입에 넣었다. 평소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굳은 고기였으나, 안에 미세하게 남은 육즙이 그들의 혀를 굼뜨게 만들었다.

"크흐...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다...크흡."

"선배님, 그거 아십니까? 왜, 소설에서 보면 보통 이건 인육을 갈아넣은 고기-"

"이 개새끼가. 먹는데 초치고 있어, 씨발."

기사들은 먹던 고기를 내려놓고 다시 짐을 챙겼다. 소처럼 생긴 거대한 짐승의 뼈로 보아 짐승을 도축한 고기가 틀림없어보였지만, 괜히 누구 하나가 입을 잘못 놀리는 바람에 입맛은 뚝 떨어지고 말았다.

"챙길 거 다 챙겼지?"

"그래. 속옷부터 시작해서 스타킹, 로브까지 싹다 챙겼다."

"흐흐흐, 마족 놈들. 감히 우리를 상대로 이런 물건을 팔아치우려고 했다니. 값은 치르고 가야겠지?"

기사 하나가 스타킹을 내려 자지를 꺼냈다. 그리고는 비품창고의 벽에 오줌을 싸갈겼다.

"미친 새끼야. 흔적을 남기면 어떡해?!"

"걱정마십쇼. 어차피 저희가 남긴 흔적들 전부 다 사라지게 될 거 아닙니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족 놈들 때문에 개고생한 게 억울해서라도 그냥 못 돌아간다고요."

"...그렇긴 하지. 나도 마족 놈들 앞에 있으면 대가리부터 으깨고 싶으니까. 쯧. 알았다. 빨리 준비해."

기사들은 모두 짐을 챙겼다. 로브 몇 개를 보자기처럼 엮어, 그 안에 온갖 물건을 집어넣고 더플백처럼 만든 그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도둑의 모습이었다.

"흔적을 전부 지울 때가 됐다. 그럼 빨리 돌아가자."

화륵.

기사들은 고기를 구워먹은 화덕에서 횃불을 집어들었다. 자신들이 입었던 땀내나는 스타킹을 벗어, 차가운 땅속에 보관 중이었던 하피의 알을 꺼내 집어넣은 뒤, 횃불을 이용해 스타킹에 불을 붙였다.

"던져!"

기사들은 라스마켓 사방으로 불타는 스타킹을 던졌다. 안에 들어있던 하피알이 땅에 닿은 순간 처참히 깨졌고, 불꽃은 주변 나무 부스러기에 붙어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야, 잘 타네."

기사들은 비릿하게 웃으며 불이 붙지 않은 벽에 일부러 불을 붙였다. 라스마켓이라는 곳 전체를 불태워 없앨 기세로, 그들은 곳곳에 불을 지폈다.

화륵, 화르륵.

어두운 밤하늘에 붉은 화마가 잿더미와 함께 하늘로 솟구쳤다. 기사들은  어둠을 틈타 협곡으로 숨어 사라졌다.

화르르륵.

잠시 뒤.

유니콘을 탄 듀라한들이 급히 라스마켓을 향해 달려왔으나, 이미 라스마켓은 화마에 전소되어 흔적만 남게 되었다.

* * *

<한 시간 뒤, 라스베가스 성벽 위.>

"죽일까, 샤이탄?"

"참으십시오, 주인님."

나는 라스마켓이 전소했다는 소식에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이 망할 후작가의 기사단 놈들은 그냥 물건만 훔쳐가라고 자리를 비워줬더니, 라스마켓 전체를 불태워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튀었다.

"죽이더라도 그냥 죽여서는 안 됩니다. 화형보다 더 고통을 주어 죽여야 합니다."

"크윽, 그래. 그렇지. 까딱 잘못하다가는 그냥 심심하게 목만 날려 죽일 뻔 했다."

분노에 이성을 잠시 잃을 뻔 했다. 모처럼 만들어 둔 라스마켓이 전소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슬퍼할 것을 생각하면 절로 이가 갈린다.

"내가 생각을 잘못했다. 역시 인간들을 상대로 그냥 거래를 트는 건 병신짓이야. 그래, 좆간들을 상대로 신사적으로 나가는 건 의미가 없지."

마왕군이 왜 인류 연합을 상대로 포로조차 만들지 않고 쳐죽였는 지 이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들은 포로 교환을 하겠다며 협상장으로 끌어들인 뒤 뒷통수를 치고 신성력의 결계를 칠 놈들이었다.

"앞으로 모든 거래는 라스의 뜻을 깨우친 자, 추기경 이외에는 하지 않겠다. 역시 우리 군단 스스로 자급자족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정답이야."

"드워프와 드라이어드가 합류한 것으로 목재와 금속이 확보되었습니다. 남은 건 시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우리의 적을 처리해야지. 샤이탄, 아직 소식은 없느냐?"

"던전 밖이라 지연이 조금 있습니다. ...마침 오는 군요."

밤하늘을 펄럭거리는 검은 날개. 나는 두 팔을 벌려 안드라스의 귀환을 환영했다.

"슬라미아들의 배치가 모두 끝났어. 놈들의 수는 정확히 30. 남자 23에 여자가 7이야. 바깥에 나간 놈들이 조금 있는 것 같기는 한데...자세하게는 모르겠어."

"흐흐흐, 마침 잘 됐군. 성비도 딱 알맞은 정도다."

슬라미아들의 배치가 끝났다. 그것은 즉 라임이 모든 공작을 끝내놓았다는 말이기도 했다.

"일단 먼저 내분을 일으켜볼까? 슬라미아들에게 당장 민초미약을 퍼뜨리라고 전하라."

그린엘프의 젖이 함유된 슬라임 점액 발정제가 공중에 뿌려질 것이다.

* * *

으적, 으적.

안다이할과 안서니우스, 그리고 기사들은 한 자리에 모여 육포를 뜯어먹었다. 온수에 적셔 질겅이는 육포는 상황 때문에 그런 건지는 몰라도 제법 맛있었다.

"퍼트릴, 남작 님께서는 괜찮으신가?"

"......우웁."

여기서 퍼트릴은 손으로 입을 막으며 밖으로 나갔다. 질겅이던 육포도 먹다가 남긴 채 바깥으로 향했다.

"...퍼트릴에게 큰 짐을 맡겼군."

"남작님께서 깨어나셔서 조금이라도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버지나니야를 살린 이유는 하나 뿐이었다. 혹시나 적에 관한 귀중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 때문이었다. 남작에게는 아픈 기억이라도 남작령이 어떻게 점령당했는지 알면 후작가에, 나아가서는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옷도 다들 차려입고...이제 좀 사람 사는 것 같군."

마족으로부터 훔친 속옷을 입고, 스타킹과 내복으로 옷을 입고, 위에 로브를 덮어썼다. 덮수룩한 수염이나 관리하지 못한 머리칼을 제외하면 다들 노숙을 시작했을 때와 제법 비슷한 상태였다.

"이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군."

으적. 안다이할이 빵을 한 입 베어문 순간, 남자 기사 여럿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

"크르르."

기사들의 입에서 짐승같은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기사들의 로브 아래에는 무언가가 벌떡 서있었다.

"아, 안서니우스 경. 당장 저들을...."

"끄어어...."

안서니우스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다. 일어서지 않으려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병마에 걸린 사람 같았다.

두근, 두근.

".....흐어억?!"

안다이할은 점점 뜨거워지는 하초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리고 '당했다'고 확신했다.

"이...개자식들...!"

색수병. 후작성을 뒤덮은 질병이 기사들을 덮쳤다. 모두가 잠시 짐승이라도 된다면 차라리 나을까. 안다이할이 몸을 일으켜 벽을 짚고 선 순간.

"어...다들...왜 그래요...?"

"설마...! 각하, 단장님?! 설마 우리를 범하려고?!"

동굴 안쪽에 모인 여기사들은 검을 빼들었다.

"끄어어어억!!"

남자 기사들은 짐승처럼 여기사들을 덮쳤다.

* * *

"샤이탄. 아무리 강력한 결속을 가진 집단이라도 인간인 이상 싸울 수밖에 없는 계기가 하나 있지."

"무엇입니까?"

"성차별이다. 그래, 나는...."

뭉클. 나는 그린엘프의 젖을 거품기로 휘휘 저어 휘핑크림을 만들어냈다. 안에는 슬라임의 점액이 마액과 함께 섞여 미약 성분이 짙게 녹아나있었다.

그린엘프의 젖.

민트초코우유를 섞은 크림에는 아주 특별한 마법이 담겨져있다.

"남자들만 발병하는 역병을 뿌렸다."

숙주, 버지나니야 비르고 라임.

"여자에 굶주린 짐승들이 이성을 잃은 순간, 할 행동은 하나 뿐이지."

덮친다.

"안 덮치면 고자거나."

우리는 적의 공복을 이용해 내분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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