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529화 (528/800)

529회

128일차

미르망에 대한 파종은 성공적이었다.

<굴복> 위대한 자의 씨를 받아 가문을 부흥시켜러던 생각은 정액에 듬뿍 절여지고 말았습니다. 고귀한 피를 이어받아 우수한 천재를 낳으려고 했던 속내는 수단과 목적이 바뀌어버렸습니다. 이제 미르망은 출산의 쾌감을 위해 강한 수컷의 씨를 받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 아항, 하윽, 주겨, 주겨버릴 거야앙.... 내, 내 자식이 언젠가 너를 파멸시킬 거햐아...."

루시펠, 아스모딘, 레비즈와는 달리 속내는 성욕에 패배한 미르망에 대한 느낌은 몹시 신선했다.

"크흐, 자꾸 저런 말을 하니까 새삼스럽지만 더 발깃하는구나."

"흐음, 왜 그러시죠?"

"내가 다른 남자의 여자를 빼앗았다는 걸 자꾸만 상기시키게 해줘서. 아, 어쩌면 일부러 나를 즐겁게 만들려고 그런 말을 하는 건가, 미르망?"

"아, 아니야...!"

미르망의 입꼬리는 연신 씰룩거렸다. 나는 그녀의 볼을 촉수 자지로 꾹꾹 눌렀다. 미르망의 표정이 굳고, 전신이 긴장한 듯 근육이 수축되었다.

"흐흐, 나의 좆을 그대로 똑같이 만든 촉수 자지다. 내가 좆이 조금 바쁘니, 앞으로는 이걸로 씨를 뿌려주도록 하마."

"......하."

미르망은 갑자기 정색하며 코웃음을 쳤다.

"척봐도 작아보이는데 무슨 똑같이...."

"......."

"......아, 안 돼! 촉수는 싫어어어!"

"......생각해보니 플라우로스의 촉수 자지, 4성 일 때 스캐닝하고 다시 확인 안 했지?"

나조차도 잊고있었던 것을 어떻게 척 보고 눈치챘을까. 나는 내 눈치를 살살 보는 미르망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사실은 내 자지에 직접 박히고 싶어서 그런 거냐...? 응?"

"......."

미르망은 눈을 질끈 감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옆에 샤이탄을 비롯한 다른 이들이 있어 제대로 대답을 하기 어려워했지만, 이런 반응 하나하나가 나를 계속 발깃하게 만들었다.

"흐흐흐. 근데 미르망이여, 저기 선배들이 보이지 않느냐?"

나는 미르망의 얼굴을 잡고 옆으로 돌렸다.

"산란 공장 4호기가 너다, 미르망."

"하아, 하아. 아스모딘, 한 수만 물려주면 안 돼?"

"시끄러워, 언니. 벌써 무르기만 여섯 번이야."

루시펠과 아스모딘. 마왕의 두 딸은 체스판을 가운데 두고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둘이 앉은 의자 아래에는 기다란 촉수가 둘의 아래에 박혀, 마치 생명선처럼 마액을 공급하고 있었다.

"아잉, 한 수만 물려주라. 응?"

"시끄러워. 지금 주인님도 옆에 계신데 어디서 나한테 애교질...으윽."

아스모딘이 말을 옮기려고 하다가 손이 미끄러졌다. 미르망이 그랬던 것처럼 배가 볼록 튀어나왔고, 루시펠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꺄아아! 5분! 자, 이걸로 체크! 빨리 둬!"

"비겁한...! 마석 낳으면 두고봐.... 빨리 두라고!!"

아스모딘은 배를 잡으며 말을 옮겼다. 산란 직전의 쾌락으로 인해 벌어진 실수를 루시펠은 놓치지 않았다.

"보시다시피 내가 워낙 바빠서 직접 질싸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저렇게 촉수자지를 하나씩 질속에 집어넣고 생활하고 있지."

"아, 아아...."

"저래도 안에 파종은 가능하거든. 마족들은 다들 받아들이는데, 역시 인간들은 촉수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더라? 봐라."

나는 이번에는 또다른 산란 공장을 가리켰다. 체스를 두며 유유자적 평화로운 두 마왕의 딸과는 달리, 사지도 없이 플라우로스의 촉수에 전신이 휘감긴 하프 드래곤은 의지가 사라진 것마냥 아무 반응이 없었다.

뿅.

알을 낳는데도 반응이 없었다.

"마녀 레비즈. 엘프들을 보빔강간한 죄로, 우리 군단에서 저렇게 벌을 받고 있지. 저 년에게 있어서 산란은 곧 체벌이다. 쾌감을 지워버렸거든."

"에...?"

"출산의 고통이 왜 쾌감으로 느껴지는 지 아느냐? 다 나의 권능 덕분이다. 네가 6시간마다 낳는 알 또한 진짜 아이를 낳는 것처럼 아프게 느껴지게 할 수 있지."

그건 불가능하다. 파종에 의한 산란은 시스템으로 일어나기에, 산란의 쾌감을 고통으로 바꾸는 건 성마법으로도 불가능하다.

"그, 그건 싫어! 싫어요! 아, 아픈 건 바라지 않는다고요...!"

"흐흐, 급하니까 바로 본심이 튀어나오는구나. 심지어 존대까지 해? 무서운 게지? 막상 아이를 낳으려고 해보니까. 미쳐버릴 것 같은 쾌감이...실은 모두 고통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하지만 그걸 모르는 미르망은 공포에 제대로 겁을 먹었다. 나는 미르망의 머리를 촉수 자지로 쓰다듬었다. 그녀의 청록빛 머리칼에 촉수 자지가 뿜어낸 점액이 한가득 흘러나왔다.

"촉수 자지가 싫으냐?"

"그, 그건...."

"촉수 자지가 싫다면 선택권은 하나 뿐이다. 나를 주인으로 섬기되, 너는 내가 바랄 때 다리를 벌리는  여자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몸만 나의 자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도 나를 바라게 해야했다. 자지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라스푸틴>이라는 남자에게 굴복하여 군단의 일원이 되어야만 했다.

'그냥 레비즈처럼 알공장으로 만들기에는 아까운 여자다.'

눈썰미와 성욕 하나만으로 플라우로스의 촉수 자지와 내 진짜 좆을 구별해낸 여자다. 미르망이 단지 나를 섹스 파트너 정도가 아니라, 평생동안 섬기고 따를 주인이자 지아비로 만들어야만했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미르망을 정복했다고 할 수 있다.

"단, 내게 질싸를 바란다면 내가 그런 생각이 들게 해야할 것이다. 루시펠, 아스모딘! 내가 너희들에게 넣어준 지 얼마나 지났지?"

"사흘 지났어요~"

"...나흘입니다."

"음. 벌써 그만큼 되었나? 크흐흐, 우리 던전에서 이틀이면 제법 오래 지난 셈이지. 어떠냐?"

"......이틀에 한 번이면 충분한 편 아니에요?"

미르망은 정색한 얼굴로 내게 반문했다. 그녀의 눈은 은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아무리 던전이라고 해도 무슨 짐승 교미촌도 아니고.... 나흘 동안 한 번 했다고 그게 굶주렸다고 할만큼 오래 지난 건가요? 나는 네 달이나 독수공방하면서 참았는데?"

"그, 그건 말이지."

"아무리 주변에 여자가 많다고 한들, 하루에 12번 쌀 수 있다고 12번 다 싸는 건 아니잖아요. 설마 매일같이 12명 돌려먹어요? 아니면 누구 날짜 정해놓고 하루에 세 번씩 넣어준다거나?"

"그, 그건."

어떻게 알았지.

"저도 귀족이니까 삼처사첩 들이는 거 딱히 이상하다고는 생각 안 하는데...설마 매일같이 섹스하는 건 아니죠? 지금 여섯 시간마다 알을 낳는다고, 설마 여섯시간마다 안에 싸러 오실 건...아니시죠...? 네? 왜 대답이 없어요...?"

"......."

하루라도 섹스를 거르면 귀두에서 가시가 돋아날 정도로 하고 있다. 아침펠라를 받고 일어나면 이동 중에도 섹스를 하고, 심지어 꿈속에서도 인간 플레이로 만끽하고 일어난다.

"...하아. 설마설마했는데."

미르망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눈에 서려있던 은빛의 기운이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갔다. 우리 군단의 실체를 어느정도 파악한 그녀는 잠시 현자타임이 온 것 같았다.

"...알았어요. 당신의 것이 될게요. 당신의 자식은 얼마든지 낳아줄테니까...대신 그이의 자식만큼은 낳게 해주세요."

"그건 전남편에 대한 의리인가?"

"그렇다기보다는.... 아무튼 부탁해요. 그리고...당신의 것이 된다고 하면, 이 촉수들을 피할 수 있는 건가요?"

미르망의 얼굴과 표정은 너무나도 절박해보였다. 본심은 아닌 듯 했지만, 내 장단에 맞춰주는 한이 있더라도 촉수만큼은 피하고 싶은 심정이 절실해보였다.

"촉수가 싫나?"

"네. 싫어요. 저거에 당하느니 차라리 당신에게 뒷구멍까지 범해지고 간살당할래요."

"왜, 왜 그렇게 정색하는 거지?"

"그야 당연하죠. ...사람이 마족도 아니고 촉수를 좋아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니에요?"

"......."

그런 건가. 촉수에 대한 마족과 인간의 감수성은 다른 건가. 미르망의 지적에 나는 침묵했다.

"플라우로스...귀엽다고...."

뀨이잉.

플라우로스의 촉수 자지 전체가 축 늘어졌다. 그에 따라 다른 공장들에 박혀있던 촉수 자지도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아, 뭐야. 장난해?"

"남들 즐기고 있는데 지금 뭐하는 거죠?"

루시펠과 아스모딘이 발기가 풀린 촉수를 뽑아 성큼성큼 달려왔다. 허벅지에 흐르는 마액도 신경쓰지 않는 둘은 미르망의 몸을 번쩍 들어올렸다.

"용사라고 조금 봐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어요. 주인님, 촉수의 위대함을!"

"앞이랑 뒤랑 입이랑 세 구멍 동시에 촉수자지로 쑤셔버리죠!"

"아니, 그래도 본인이 좀 꺼려하는데...."

"언제는 뭐 저희한테 물어보고 자지 때려박으셨어요?!"

"예고도 없이 보지에 촉수자지 두 개씩 찔러넣으셨으면서! 이제 촉수 안 쓰실 거예요?!"

"그, 그건 아니지만...."

"주인님. 진정하시죠.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샤이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재에 나섰다.

"주인님께서는 미르망의 촉수아다를 때고 싶은 생각이 없으신 거죠? 하지만 산란의 효율을 위해서라면 플라우로스의 도움이 필수적이고. 본인이 바란다면 모를까, 강제로 집어넣기는 조금 그렇고."

"그, 그렇지."

기껏 잡은 물고기가 촉수 때문에 어장을 탈출하려고 한다? 라스의 방까지 데려가 굴복시킨 것이 말짱 도로묵이 될 수 있었다.

"그러면 일단 미르망을 꿈속에서 촉수 맛을 보게 하시죠."

"...역시 샤이탄이다. 천재로구나!"

"그리고 반응을 살펴보는 건 어떻습니까? 정말로 촉수를 싫어하는 건지, 아니면...."

샤이탄은 미르망의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촉수 자지가 진짜 자지가 아니라서, 지금 주인님께서 직접 박아달라고 은근슬쩍 시위를 벌이고 있는 건지. 꿈으로 알아보시죠."

"오호."

"아, 아니. 잠시만, 잠시만요. 꿈이요? 에이, 설마. 아니, 그쪽 설마-"

"네. 저는 서큐버스입니다."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한참 남아있었지만, 미르망의 진의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다같이 자자! 레비즈도 데려와!"

"싫어어어어어어어!!"

나와 인장공주들은 미르망과 레비즈를 양옆에 재워둔 뒤, 촉수 괴물이 되어 그들을 꿈속에서 마음껏 유린했다.

* * *

<그 시각, 레오 후작령 레굴루스 성 추기경 별실.>

"색수병이...마족들의 소행이라고 말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추기경은 눈앞의 서신에 머리가 아파졌다. 이므신할의 정갈한 필체로 적힌 편지에는 색수병을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은 전부 배후가 마족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근거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서큐버스 하나를 잡았다고 합니다. 남작령을 점령한 마왕군의 끄나풀이라는 게 이므신할 님의 의견입니다."

"끙."

모든 일에는 실수가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건 마족 또한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성기사단이 몰래 서포트를 한다고 한들, 성검의 용사에게 들켰다면 발뺌할 방법이 도저히 없었다.

색수병의 발병에 대해 마족이 한 짓이 아니라는 걸 성기사단이 증명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색수병은 진짜로 마족이 퍼뜨린 것이고, 서큐버스는 갑자기 나타난 존재가 아니라 마족-분노의 군단에 소속된 부하이기 때문이었다.

"이건 저희에 대한 압박이 분명합니다, 예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고트다이할 후작에 대해서 저희가 벌인 공작을 알고 있을 겁니다. 당연히 저희를 의심하겠죠. ...흠, 하지만 서신을 보냈다라."

추기경은 몸을 힙겹게 일으켰다. 색수병 발병자들에 대해서 고해정사실에서 기도를 드리느라 그의 눈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아있었다.

"제가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예하, 잘못하다가는...?"

"이므신할 님도 분명 뭔가 생각이 있으셔서 부른 걸 겁니다. 예. 이 병을 마족이 퍼뜨린 병이라고 공표하는 순간, 인류연합의 상황은 전례없이 악화될 게 뻔합니다."

신성력으로 치료하지 못하는 병을 마왕군이 퍼뜨린다? 교단의 위세가 땅에 떨어질 게 분명했다.

"끙, 이거 외통수로군요."

추기경으로서는 바라마지 않는 이상적인 상황이었으나, 그랬다가는 비밀동맹이나 마찬가지인 분노의 군단에 피해가 갈 가능성이 높았다. 색수병을 퍼뜨린 근원을 제거하자는 의견이 팽배해지는 순간, 성기사단은 분노의 군단을 상대로 검을 들어올려야 할 지도 몰랐다.

저벅, 저벅.

추기경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후작의 집무실로 향한 그는 조심스레 방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왔다.

"각하, 서신은 잘 받았-"

새근, 새근.

흔들의자에 앉은 이므신할은 조용히 자고 있었다. 추기경은 최대한 소리를 죽여 이므신할의 근처로 다가갔다.

"......허."

"쉬, 쉬잇...!"

흔들의자의 옆에는 목에 신성력의 목줄이 묶인 서큐버스 하나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이마에 땀이 몽글몽글 맺힌 서큐버스는 추기경을 향해 복화술로 소리를 질렀다.

[저를 죽여주세요! 이 미친 년이 저보고 계속 꿈을 꾸게 만들라고 강요해요! 흑흑, 던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흠. 붙잡힌 서큐버스에게 강제로 음몽을 꾸게 만든다라...."

추기경은 잠시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앉았다.

"이 또한 여신의 뜻. 형제님, 당신의 계획은 성공했습니다."

"아, 하아...촉슈...."

움찔거리며 비음을 흘리는 이므신할을 외면한 채, 추기경은 방 안의 소음이 새어나가지 않게 기도문을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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