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9회
107일차
“그러면 주인님께서는 조건없이 진화를 하게 되는 겁니까?”
“그래. 레벨만 달성하면 바로 진화를 할 수 있게 바뀌었다.
나는 에스투와 만난 이야기를 둘에게 풀었다. 샤이탄은 에스투가 잠시 다녀갔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와! 그럼 주인님 미래 모습이 당겨지는 셈이네요?”
“그렇지. 진화 매커니즘이 대충 그런 느낌이니.”
나는 에스투와의 대화를 통해 진화 캐머니즘을 깨달았다.
“수많은 미래의 가능성을 현재의 나에게 당겨오는 것이지.”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는 비결은 솔로몬의 시스템을 이용한 시간마법으로, ‘미래의 자신’을 덮어쓰기 하는 방식으로 추정하고 있다.
“라임의 경우로 치면 그냥 평범한 슬라임에서 슬라미아까지 진화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나에 의해 슬라홀을 거쳐 지금은 슬라브돌이 되었지.”
“그 방향성을 정하는 것이 ‘조건’이라는 말씀이군요.”
“그래. 진화에 따라 급격하게 강해지는 비결이 거기에 있는 셈이지.”
그저 나의 추측일 뿐이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흐흐흐, 드디어 나도 5성으로 진화할 수 있는 것이다. 진화하고 나면 이제 더욱더 강해지겠지.”
근력도, 정력도, 체력도 모두 강해질 것이다. 없던 모근도 다시 자라나게 될 것이다.
“진화하면 처녀막도 다시 재생되는데 설마 그게 불가능할까! 흐하하.”
“네? 그러면 미래의 자신 덮어쓰기가 불가능한 거 아녜요?”
“륜아. 구체적이고 자세한 건 추후 솔로몬에게 물어보자꾸나.”
오늘도 메어리가 솔로몬을 만나면 제출할 질문노트에 의문이 한 줄 더 늘어났다. 나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내 던전의 소환시설로 향했다.
“...앗차.”
진화에 정신이 팔려 이미 선객이 있다는 걸 잊어버렸다. 나는 소환시설에 자리를 잡은 코쿤에 잠시 못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합성 취소하고 다시 하면 안되겠지?”
“알은 무조건 사라질 겁니다.”
“주인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씁. 그래. 알도 생명이니까.”
나의 진화가 아무리 급하다고 한들 한 생명을 일부러 죽이면서까지 할 짓은 아니었다. 요정의 엘프 합성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12시간.
이제 한나절 정도 뒤면 요정이 어떤 존재로 다시 태어날 지 알게 될 것이다. 던전 곳곳에 파견된 요정들이 환생하는 사이, 우리 던전에 배정된 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른 던전으로 보내면 그만.
소환시설에 여유가 있었다면 괜찮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소환시설은 던전 당 하나 뿐이다.
“이럴 때는 아스타로트 던전을 없애버린 게 아쉽군.”
나는 아스타로트 던전을 가지며 아스타로트 던전을 폐기해버렸다.
니프엘라를 비롯한 크림엘프와 오크들이 현재 던전이 있던 곳을 조사 중이나, 아마도 지상 1층에서 인간들이 이미 쓸어버리고 간 흔적 말고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던전이 아예 증발함에 따라, 지하 1층 이하가 사라져버렸다. 입구와 연결된 지상 1층을 제외하고는 영영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다.
“나중에 거기에 던전을 차리는 놈이 있다면….”
“던전 등급 올리고 지하 1층을 개방하게 되겠죠. 주인님께서 이곳의 구역을 하나하나 넓혀나가시는 것 처럼.”
“흐흐. 누가 던전의 주인이 될 지 참 궁금하군.”
누구든 관계없다. 나는 이미 아스타로트 던전의 핵심을 손에 넣었으니까.
“슬슬 시간이 됐으니까 조교실 잠깐 들리도록 하지. 아 참, 륜. 부탁을 하나 하마.”
“뭔데요?”
“코스프레에게서 ‘그 것’을 받아오도록 하거라. 내가 그에게 맡겨놓은 최신작.”
“......설마 그걸 아스모딘에게 입히실 생각이세요?”
“물론.”
나는 아스모딘이 입을 옷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진짜 색욕이라면 못 입을 이유도 없지.”
나는 륜을 라스베가스로 보낸 뒤, 샤이탄과 함께 조교실로 향했다.
***
<그 시각, 후작령 외곽 기사단 임시 숙영지.>
까악, 까악.
해가 떨어지고 늦은 밤이 되었다. 기사단은 눈이 닿지 않는 숲에 진을 펼쳤고, 병력이 나뉘어 각자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다.
“각하, 각하께서 이런 일은….”
“장작 주워오는 정도까지는 할 수 있다. ...콜록.”
안다이할은 늦은 밤의 추위에 몸을 떨었다.
레굴루스 성으로부터 몸을 돌려 도망치느라 흘린 땀은 온몸을 적셨고, 오늘따라 밤공기는 유달리 차가웠다. 마나를 쓸 수 있는 기사들과 달리, 안다이할은 평균보다 훨씬 못한 약골에 불과했다.
“각하, 역시 입으시는게….”
“아니. 죽어도 싫다. 자네는 내가 저걸 입는 걸 보고싶은 건가?”
안다이할은 한켠에 놓인 스타킹 박스를 가리켰다.
확실히 보온성 하나는 인정할만 했으나, 하필 죄다 여성용으로 제작된 물건들이었다. 누가봐도 밤일을 위해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네. 자네는 걱정말, 쿨럭.”
“일단 로브라도 덮으시지요.”
“자네들의 충성은 고마우나,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파. 그냥...이대로 있도록 하지.”
까악, 까악.
밤공기는 점점 차가워지고, 안다이할의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할 때.
다그닥, 다그닥. 숲속을 가로지르는 말발굽 소리에 기사들은 검을 빼들었다. 어둠속에서 나온 기사는 다행히 기사단의 기사였다.
“각하…!”
기사는 안다이할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후작께서는 구금되셨습니다. 영지민들이 격한 반발을 했으나...성기사단에 의해 잡혔습니다. 마왕군의 내통자라며….”
“이 놈들은 미친건가?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게….”
기사는 일그러진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퀘르벨스 추기경이 순간이동 마법으로 레굴루스 성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안다이할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
“오랜만에 만납니다, 형제님.”
“벌써 오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후작가의 집무실. 후작가와 전혀 관계가 없는 두 남자가 늦은 밤 만나 악수를 나눴다.
성기사단의 부단장, 바이스 엑슈얼.
그리고 여신교단의 추기경, <퀘르벨스>.
후작에게 마왕군의 내통자라며 후작을 구금한 자와 오명을 뒤집어 씌운 장본인 자는 남들의 눈을 피해 다른 곳도 아닌 후작의 집무실에서 만난 것이다.
"후작은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별실에 구금되어있습니다. 입이 무거운 기사들이 앞을 지키고 있으니 염려는 안 하셔도 됩니다."
"잘 하셨습니다, 형제님. 여신께서도 형제님의 노고에 웃으실 겁니다."
추기경은 성호를 그리며 기도를 올렸다. 그의 기도는 너무나도 경건하여 없던 신앙심도 생길 지경이었다.
"그런데 추기경 예하, 이제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어찌한다고 함은…?"
"주민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광장에 모여 대규모로 저희를 규탄할 것 같습니다."
"저런. 인류를 위해 애쓰는 저희 여신교단을 의심한다는 겁니까? 저런, 천벌을 받아도 시원찮을…."
추기경은 혀를 차며 차를 홀짝였다. 둘이 먹고 마시는 다과마저도 후작가의 주방에서 가져온 물건들이었다.
"여신교를 믿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지 알아야겠군요. 형제님, 내일 제가 일러주는 대로 하십시오. 준비는 이미 끝났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글쎄요...레비즈 단장도 없으니, 조금 신앙심 깊게 행동을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추기경의 능청맞은 웃음에 바이스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오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남작령이 점령당했을 때의 상황을 조금 들었습니다. 자...이렇게 하지요."
추기경은 테이블 위에 깃털펜을 끄적이며 낮게 웃었다.
"후작은 마왕군의 끄나풀로 지하에서 흑마법을 연구…. 성기사단이 이를 눈치채고 달려갔지만 이미 상황은 늦은 거죠. 저런. 폭주하는 괴물이 광장에 모인 주민들을 습격하는 겁니다. 성기사단으로서는 눈뜨고 볼 수 없으니, 괴물을 죽여야하지 않겠습니까?"
"역시 예하는 대단하십니다."
"그냥 생각을 좀 해봤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미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셨지 않습니까?"
씨익. 두 남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이미 추기경과 성기사단이 해온 '마물정화'는 지난 수 년간 20곳 이상의 영지를 마왕군의 손에서 구원했다. 추기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성기사단의 임무가 무엇입니까? 마물이 있는 곳에 가서 싸우는 것. 마왕군과 내통한 이들을 제거하는 것. 당연히 성기사단이 가는 곳에는 마왕군이 있어야죠."
"예. 당연하지요. 흐흐."
"여신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 이단 놈들은 저희를 음해합니다. 성기사단이 마물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게 아니라, 마물이 성기사단이 있는 곳에 나타난다고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말이지요."
"그야…."
추기경은 자신의 로브 안에서 양피지를 하나 꺼내들었다. 불길한 핏빛 리본이 묶인 양피지는 마탑에서 판매하는 '스크롤'과 형태가 비슷했다.
"없던 마물도 만들어내는-"
"바이스 엑슈얼 성기사단 부단장."
인자한 목소리. 살짝 올라간 입꼬리. 하지만 웃지 않는 눈. 바이스의 몸이 굳었다.
"세상에 마왕군도 아니고 어찌 없던 마물도 만들어낸단 말입니까?"
"그, 그렇죠. 그렇습니다, 예하."
"내일을 잘 준비하세요. 이번에는 튼실한 놈으로 준비했으니까. 후후,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교단의 동방박사들이 간신히 알아낸 마물이니까요."
“어떤 마물입니까? 여신께서 어떤 예언을 전해주신 겁니까?”
퀘르벨스는 컵을 들어올리며 싱긋 미소지었다.
“이 근방에서 사로잡혀...세상을 돌고 돌아 후작가에서 몰래 기르고 있던 네 발 달린 짐승형 마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 후후. 저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도저히 이런 곳에서 나타날 리 없는 마물이...후작가의 성에서 뛰쳐나온다면.”
후루룩.
추기경은 차를 들이키며 달을 향해 기도했다.
“아아, 여신이시여. 부디 저희를 굽어살피소서.”
***
“흐아앙! 여신 곁으로 가버려어어엇!!”
...내가 도착하자마자 들은 건 아스모딘의 격한 신음이었다. 아니, 격하다고 보기에는 뭔가 장난기스러운 느낌이 더 강했다.
“허억, 허억.”
옆에 있던 루시펠은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했다. 상당히 힘들어하는게 눈에 보였다.
평소라면 저 헐떡임은 분명 촉수 자지에 박히는 신음일테지만, 지금 루시펠은 마라톤을 하고 온 것 마냥 체력적으로 힘들어했다.
“루시펠?”
“주인님! ...죄송해요! 저, 저….”
루시펠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전신이 땀에 절은 채, 나를 올려다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저 진짜 못 하겠어요…흐어엉!”
루시펠은 내 자지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하필 고환에 볼을 대고 울어대는 통에 나는 색다른 자극인 줄만 알았으나, 루시펠은 진심으로 억울함에 통곡했다.
“상급, 흐끅, 상급마석 낳을 때보다도 더 노력했는데에에!! 노력으로도 안 된다고요…! 조교실에서 이주일 동안 쉬지도 않고 괴롭혔는데…!!”
“진정해라, 루시펠.”
“주인님! 제가 잘못한 거 아니죠?! 제 조교는 틀리지 않았죠?! 그럴 리가 없어요! 분명 주인님께서 저한테 해주신 걸 그대로 적용했단 말이에요!”
“...그, 그래.”
나는 루시펠을 간신히 내 자지에서 떨어뜨렸다. 평소의 무기력하지만 차가운 듯한 인상은 어디로가고, 곡소리를 내며 펑펑 울어제끼는 루시펠은 조금 꼴렸다.
“너는 잘못하지 않았다.”
“그쵸?! 제가 잘못한 건...어, 그런데 왜 박으시는 거죠?”
“우는 루시펠이 꼴려서.”
찌걱, 찌걱.
나는 루시펠의 몸을 돌려 개처럼 엎드리게 만들었다. 루시펠은 내 발걸음에 맞게 네발로 기어가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무능해서...죄송해요! 흐끅!”
“네가 무능한 게 아니다. 상대가 전부 미친 년들이라서 그래.”
첫 상대는 독종 레비즈.
사지가 전부 사라졌음에도, 뿌리 안에 박혀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몸이 되었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나에 대한 적의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제 그저 알낳는 기계로만 생각하기로 했기에 딱히 무섭지도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 상대가 바로...아스모딘.
“흐아아앙! 촉수 자지 굉장해요오오! 아으, 으아앙! 가, 가버려어어엇!!”
“루시펠아. 너의 노오오력은 분명 대단했다.”
나는 루시펠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그녀를 위로했다.
“하지만 노력하는 자는 천재를 이길 수 없지. 그리고...천재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흐끅, 흐아아앙!!”
“아흐, 크흥, 아아앙!”
아스모딘은 내가 들어오자마자 웃으며 더욱 큰 소리를 내며 신음을 냈다. 전신이 촉수 자지에 휘감겨 있으면서도 그녀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샤이탄. 서큐버스인 네가 왜 색욕이 아닌지 이제 알겠다.”
“아흠, 자지 너무 커어어! 근데 역시 원판보다는 못하다...하아.”
주륵.
아스모딘의 보지에서 촉수자지가 빠져나왔다. 어찌나 조여댔는지 촉수가 비틀리고 뭉게져 있었다.
"하아...군단장님."
아스모딘은 나를 보며 두 다리를 벌렸다. 뻐끔거리는 분홍빛 음부가 나를 향해 조갯살을 팔랑거리며 환영하고 있었다.
"제가 마석 드릴테니까 거기말고 여기에 박아주실래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