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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67화 (367/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6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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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이 되었다.

쿠웅, 쿵.

무거운 돌덩이가 나무 울타리를 때린다. 분노의 군단이 그간 열심히 만들어놓은 외성벽 역할의 울타리는 인간들이 날린 돌덩이에 무참하게 풍비박산났다.

"뚫렸군."

바위 성벽에 올라있던 에일라는 전황을 살피며 혀를 찼다. 약 삼백 정도 인원이 다함께 진격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울타리를 무너뜨리자, 인간들은 아주 천천히 방패를 세우고 울타리의 잔해를 밟고 오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대피는?"

"모두 라스베가스 안으로 들어왔라스."

"잘했다. 성 밖에 사는 이들이라도 주인님의 백성들이니 멋대로 죽일 수는 없지."

기존 포로들 중 일부는 라스베가스 외성에서 살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새벽부터 짐을 싸서 라스베가스 안으로 들어왔고, 외성과 내성 사이의 판자촌은 투석기로 날아온 돌덩이에 무참히 파괴되고 말았다.

"역시 주인님의 혜안은 다르군. 적이 외성을 부수느라 시간을 엄청나게 허비했어."

애초에 부서질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놓은 울타리와 판자촌은 그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 울타리를 넘어온 적 병사들은 박살난 판잣집들에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행여나 우리가 날린 돌덩이로 사람이 죽은 건 아닐까?

우, 우선 잔해를 샅샅이 뒤져라! 사람이 있는지 찾아!!

"이런."

멀리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에일라는 급히 몸을 숨겼다. 적의 총대장인 레비즈 안 성기사단장은 직접 판자촌의 잔해를 뒤지며 혹시나 모를 생존자를 찾기 시작했다.

"동경하던 자였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어."

에일라는 운명과도 같은 만남에 실소가 흘렀다. 기사단을 이끄는 여기사의 로망을 알려준 이가 바로 레비즈이며, 에일라가 귀족 영애가 아닌 여기사가 되기를 동경하게 해준 이도 레비즈였다.

"미안합니다, 레비즈 경."

에일라는 망루의 목책 사이 틈으로 레비즈를 훑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당신을 바쳐서 주인님의 총애를 받겠습니다. 후후, 후후후."

"무섭라스."

에일라의 귀기어린 웃음에 옆에 있던 안드라스는 몸서리를 쳤다.

"그런데 대장. 저것들 그냥 이대로 두면 바위성벽까지 두드릴텐데 괜찮은 거라스?"

"당연히 안 괜찮지."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된 토벌대는 곧장 라스베가스를 본격적으로 토벌하려고 들 것이다. 이미 분노로 눈이 돌아가기도 했으며, 안에 인질들이 있음에도 막무가내로 돌덩이를 날릴 가능성도 있었다.

"마물과 통정한 자는 금기를 범한 자. 레비즈 경이나 사제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차라리 투석기로 날린 돌이나 마법에 맞아 죽는게 그들을 구원할 수 있는 길이라면서."

"죽음은 구원이 될 수 없는 거라스."

"그렇지만 여신교의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자가 태반이지. 걱정마라. 지금은 밤이다. 인간들은 잠들 시간이지."

에일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토벌대의 병사들은 일부만 남기고 뒤로 철수했다. 중간중간 교대로 휴식을 취했다고는 하지만, 인간인 이상 전력의 보존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수면은 반드시 필요했다.

"지금 시각은?"

"막 자정을 넘긴 것 같다라스."

"좋다. 그럼 이제 반격의 서막을 올릴 때가 되었...으윽."

에일라는 막 몸을 일으키려다 순간적으로 휘청거렸다. 에일라를 돕기 위해 손을 뻗으려던 안드라스도 손이 굼떴다.

"이, 이게 〈정원초과〉인가...!"

"몸이 갑자기 무거워졌...다시 가벼워졌라스."

"안드라스. 안드라스들에게 알려 작전을 준비하라."

너나 할 것 없이 던전의 모든 존재들이 순간적으로 몸이 무거워졌다가 가벼워지기를 반복. 에일라는 작전 〈아다 폭격기〉의 단계가 어느덧 2단계에 돌입했음을 깨닫고 안드라스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진격 준비를...크윽."

몸을 일으키려던 에일라는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인 건 에일라 뿐만 아니라 라스베가스에 있던 모든 군단병들이 마찬가지였다.

"우리도 이제...반격을 준비한다...!"

밤은 마족의, 군단의 시간이다.

* * *

퍽, 퍽퍽, 퍽퍽.

얼마나 많이 박혔을까. 밖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사람들은 나를 구하러 오는 걸까, 아니면 자신과 마찬가지로 마물들에게 잡혀 범해지고 있는 걸까.

"흐응, 나 주거.... 하아."

미르프는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자신의 위에 올라타 신나게 허리를 놀리던 듀라한과 유니콘은 이미 진작에 사라졌고, 이제는 하피 하나가 나타나 미르프의 위에서 날개를 펄럭이며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인간...좀 크네? 오크님들이랑 비교해도...비슷, 흐응."

하피는 미르프와 던전의 마물들의 남성기를 비교하며 혀를 할짝였다.

"던전에서 마물에게 씨를 뿌리면 알을 낳는 거 알지? 흐흥, 너는 지금 마물을 늘리는 거야, 흐끅."

쿵쿵쿵쿵.

하피는 본격적으로 하반신을 아래로 찧기 시작했다. 무릎과 팔꿈치 아래 부분은 조류의 그것일 지언정, 미르프의 정면에 들어오는 모습과 성기에서 느껴지는 쫄깃한 자극은 여인의 것이었다.

"어때, 내 안? 나 방금 알 낳고 와서 지금 엄청 따뜻할텐데."

그것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분명 다른 남자의 위에 올라타서 알까지 낳고 온 하피가 이번에는 자신의 씨를 탐하기 위해 직접 올라타버렸다.

"크허억!!"

미르프는 오늘도 벌써 몇 번을 쌓는지 모를 정도로 많은 사정을 했다. 하지만 마물들은 미르프가 체력을 회복할 틈도 없이 돌아가면서 미르프를 범했다.

듀라한, 유니콘, 안드라스, 하피. 하루에 네 명이나 되는 여성기를 맞이한 미르프는 상대가 마물만 아니었다면 천국에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찌걱, 찌걱.

아니다. 저들은 지옥에서 온 사신들이다. 미르프는 자지가 터질듯한 감각에도 저항할 수 없었다. 저들은 진짜로 자신을 '복상사'로 죽일듯이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흐히이익!!!"

옆방에서 익숙한 목소리의 남자가 괴상한 비명을 질렀다. 고통과 쾌락이 3:7 정도로 섞인 단말마였다. 미르프의 위에 올라타있던 하피는 눈을 반짝이며 상체를 숙였다.

"또 한 명 여신 곁으로 가버렸네? 흐흐, 너도 이제 한계인 것 같아."

하피는 날카로운 이로 미르프의 입에 묶인 볼개그를 꺼냈다. 미르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하피에게 애원했다.

"쉬, 쉬게 해 줘...."

"쉰다니?"

하피는 미르프와 몸을 딱 붙이며 요염히 웃었다. 찰랑거리는 금발이 보드라운 깃털처럼 미르프의 볼을 쓸었다.

"쉬고 싶구나? 그래, 인간인 이상 쉬는 게 필요하지. 그러면...."

찌걱. 하피는 미르프의 가슴에 자신의 젖을 부비적거리며, 혀로 미르프의 입술위를 훑었다.

"키스하면서 안에 임신 씨뿌리기 해주면 쉬게 해줄게, 인간. 꺄르르!"

"......."

미르프는 눈을 감아버렸다.

의식을 잃기 전, 그가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흐아, 하아, 인간...적극적인 거 좋아.... 나 알낳게 임신시켜줘...."

미르프에게 있어서, 하피가 제일 맛있었다는 것. 그걸 끝으로 미르프는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 * *

"주인님. 정원 초과입니다."

"아 씨, 또 넘쳤어? 어디 남는 곳 없냐?"

"본진 만원, 할파스 만원, 플라우로스 만원, 그레모리 만원이에요. 이제 남은 곳은 알로켄 던전 뿐이에요."

"젠장. 이제 끝이군."

나는 부하 목록에 무수히 많이 늘어난 구울에 뿌듯함과 아쉬움이 동시에 들었다. 내 던전에서 소환하여 다른 던전에서 정원이 초과될 때까지 마석을 통한 소환을 반복했지만, 마음같아서는 더 소환하고 싶은 게 사실이었다.

"일반 구울이랑 하이 구울 전부다 포함하면 족히 200은 훌쩍 넘을 것 같은데."

"심지어 할파스 던전은 정원이 넘었는데도 더 늘리셨죠."

"어쩔 수 없잖냐. 일단 소환은 했는 걸. 언데드들 지금 알로켄 전선에 가있는데 걔들 데려와서 합성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신명나게 마석으로 가챠를 질렀고, 약 200여명에 이르는 구울 부대가 한 자리에 모였다. 내 던전의 최대 정원이 적어서 10명 단위로 포털을 타고 넘어가는 중이었다.

라스베가스로. 그리고 스피카 성으로.

"흐흐, 역시 솔로몬이다. 구울만 주구장창 요청해도 이렇게 하나도 빠짐없이 보내주다니."

불과 한 시간. 나는 한 시간만에 구울 병력을 무려 200이나 늘렸다. 덕분에 차곡차곡 모아왔던  최하급 마석과 하급 마석을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다 써버렸지만, 구울 200명을 통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따면 아무 문제 없다.

"지금 자정 넘었지? 아까 일퀘 클리어되던데."

"예. 슬슬 시작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본진을 잘부탁한다. 루나, 샤이탄."

"그래. 륜, 우리 주인 잘 부탁해."

"부디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루나는 륜의 귀를 붙잡고 이마를 맞댔다. 샤이탄 또한 륜과 손을 맞잡으며 기도했다.

"걱정마세요. 주인님은 제가 지킬테니까. 안 죽고."

"...그래. 다쳐도 내가 그냥 다칠 테니까, 절대로 목숨 던지거나 하지 마라. 다치면 침대에서 요양 좀 하게."

나는 스페셜 액스, 색스를 들어올렸다. 묵직한 무게감이 꼭 내 물건처럼 단단해서 잡는 손맛이 상당했다.

"다녀오마. 가자, 륜."

"네!"

나와 륜은 무기를 챙겨 포털을 넘었다. 여러 멀티 던전으로 뿌려놓은 구울들이 계속 본진의 허브로 몰려오느라 몸은 무거웠지만, 그래도 잠깐의 고통을 견뎌내고 도착한 라스베가스는 공기마저 상쾌할 정도였다.

"옥천 허브인 줄 알았네. 젠장, 남작령 먹고 당분간은 던전 관리 좀 해야겠어."

"던전에 있는 부인들 관리요?"

"그것도 있기는 하지만, 일단 제일 급한 건 던전 정원이다. 무엇보다도 던전의 등급."

그레모리의 던전조차 C급이건만, 나는 아직도 D급에서 머물고 있다. 부족한 정원을 멀티 던전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해왔지만, 막상 허브 역할을 하는 본진에서 흐름이 막히니 군단 전체 전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되는 건 문제가 있었다.

'C급으로 늘리면 층이 하나 더 늘어나겠지.'

예전에 그레모리가 그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C급으로 늘리면 던전 특성인가 뭔가 하는 걸 선택할 수 있다고. 그레모리는 그걸 300명 정원을 늘리는 걸 선택했으니, 나도 그걸 선택하기로 잠정적으로 마음먹었다.

'등급 올리는 동안 던전을 못 쓰니까 그게 문제지.'

던전의 시스템이 전부 던전 개발에 사용된다. 즉, 그동안 포털 전체가 막히는 셈이나 마찬가지. 던전 등급을 높이려면 최소한의 안전은 확보해야 했다.

"오셨습니까...."

에일라의 갑옷은 군데군데 흙먼지가 묻어있었다. 무거운 갑옷까지 두르고 있으니 몸이 무거워져서 조금 구른 것 같았다. 나는 에일라에게 다가가 흙먼지를 손수 털며 물었다.

"고생했다. 준비는 다 끝났나?"

"물론입니다. 모든 병사들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

에일라의 등 뒤로 무수히 많은 병사들이 종족별로 도열해있었다.

중무장한 오크 전사 100.

깃털 갑옷을 입은 성인 안드라스 120.

검은 로브를 걸친 하피 종 180.

거기에 내가 급히 소환한 구울 종 200.

기존에 보관하고 있던 알들을 급히 부화시키고, 그레모리가 안정적으로 전투에 집중할 수 있게 후방에 있던 병사들까지 싹다 동원하고, 마왕군에서 긴급조달로 200명의 구울 병사들까지 소환했다.

도합 700명.

최소 수비 병력을 제외하고 사실상 우리 군단의 모든 병사들을 총동원한 병력으로, 제 2차 라스터콜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올인전략은 역시 치즈러시지.'

태생이 전사인 오크라면 몰라도, 안드라스와 하피 중 절반은 목장에서 동원한 병력들이다. 알만 낳느라 전투력은 다소 낮을 지 몰라도, 태생이 마족인 만큼 일반 성인 남성보다는 훨씬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현지에 있는 요정, 서큐버스, 슬라임 부대까지 포함하면 족히 750은 되겠군. 이러다 포털 터지는 게 아닐까 몰라."

"샤이탄이 천천히 넘어가면 된다고 했어요! 어...분 당 5명?"

"700명이 넘어가려면 꼬박 두시간은 넘게 걸리겠군. 에일라, 작전 결행은 새벽 네 시다. 알아두도록. 이제 그만 들어가서 쉬어도 좋다. 지금부터는 마물들의 시간이니."

인간들이 가장 깊은 잠에 빠져있을 시각, 새벽 4시.

남작령을 지휘해야 할 남작은 우리의 손에 떨어졌다.

따라서, 적의 본진은 완벽한 무방비.

"저항하는 자는 모조리 도륙할 것이며,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포로로 만들 것이다."

나는 광장에 모인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지금부터 스피카 성에 대한 포위 섬멸을 실시하겠다!!!"

올인 치즈러시 본진드랍.

"모르면 당해야지. 흐흐."

분노의 군단이 열심히 포털을 오다니는 사이.

그 누구도 라스베가스 한 켠에 놓인 나무상자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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