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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218화 (218/800)

# 218

<-- 43일차 -->

꿈 속 세계는 낙후된 현실에 비해 현대 문명의 발달된 시설을 즐길 수 있어 다소 편한 부분이 없잖아 있다. 나는 그걸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고, 사이단 또한 꿈속에서 그걸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이탄아, 너 이런 것도 좋아하냐?"

"후후, 좋으시지 않으십니까?"

사이단, 아니 샤이탄은 나와 한 욕조에서 서로 마주보며 물속에서 내 자지를 발로 위로했다. 좋기야 하다만, 자꾸 이런 식으로 현대를 생각하게 하면 현실이 불편했다.

"욕조의 물속에서 하는 플레이, 주인님도 분명 좋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꿈속에서만 하고 현실에서는 못하지 않느냐."

"그럼 그런 시설을 만들면 되지요. 강철로 된 상자를 만들어, 그 안에 물을 받은 다음 아래에 플레어 판테라들이 불을 뿜게 만드는 겁니다."

"...그건 그냥 오크탕 아니냐?"

"그렇군요. 그러면 수육이 되겠군요."

"너 이 년이."

내가 샤이탄의 발을 잡자 샤이탄은 난처한 얼굴로 몸을 비틀었다. 그게 꼭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아, 나는 샤이탄의 발과 함께 몸을 잡아당기는 것으로 벌을 내렸다.

"나만 육수 뽑는 줄 아냐? 라벤더 허브도 같이 들어가는 거다."

나는 다짜고짜 샤이탄을 내 페니스로 찔렀다. 따뜻한 물속에서 넣으니 또 느낌이 새로웠다. 현실에서도 이럴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온천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좋구나. 아발론에도 이런 시설을 만들어둬야겠다. 지금 잘 되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후발대로 출발한 서큐버스들이 지하 통로를 통해 지하로 진입했습니다. 마법으로 공간을 구축하고 있을테죠."

라임과 슬라임 드래곤들이 땅을 파서 공간을 마련하면, 미리 대기하고 있던 서큐버스들이 빈 공간에다가 마력으로 지하의 시설을 구축하는 방식이었다. 졸지에 서큐버스들이 건설업자가 되게 생겼지만, 그들은 다행히 마담의-샤이탄의 명령을 무조건 들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지하 포털이 갖춰지면 원격 통신 장비도 갖춰놓을 생각입니다. 그리하면 즉각적으로 대처가 가능하겠죠.

"

"걸렸을 때를 대비해서 포털로 도망치거나, 아니면 지하 통로로 도망치거나. 양자택일을 할 수 있겠군."

만약 발각된다면 건물 자체를 무너뜨려야 할테지만, 그러면 그에이 놈이 위험해진다. 조만간 그에게도 뭔가 조치를 취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흐, 좋군. 좋아. 아발론 프로젝트는 제대로 첫삽을 떴군. 아-주 좋아."

"나머지는, 하아,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나는 샤이탄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샤이탄의 뱃속 가득한 내 자지에서 정기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지만, 다른 이의 눈치를 보지않고 샤이탄을 맛볼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데 이단 씨."

"네, 하앙, 주인님...."

"이단 씨 내가 주문한 꿈 플레이는 웨딩드레스 플레이였던 것 같은데?"

"......."

샤이탄은 우물쭈물하며 내 귀에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 그건 현실에서...."

"좋아.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나는 한 손은 샤이탄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다른 손으로는 샤이탄의 얼굴을 내 쪽으로 돌렸다.

"현실에서는 여신교의 신전에서 합동으로 결혼식 올리고, 여기서는 예식장 잡고 둘이서 행진하는 거다. 어때?"

"......최고의 결혼식이 되겠군요."

샤이탄은 내 목에 팔을 걸며, 눈을 감고 조용히 얼굴을 가까이했다.

츕.

진한 라벤더 향이 내 전신을 휘감았고, 나는 행복과 함께 잠에서 서서히 깨어났다.

* * *

아침이 되었다.

스피카 성의 화제는 여전히 새로이 방문한 바니걸 집단이었고, 밤사이 돈 소문 때문에 더욱 더 이목이 집중되었다.

- 한 쪽 건물에는 잡화점이 생기고, 다른 쪽 건물에는 여관이 생긴다더라.

- 잡화점에는 자기네 상단에서만 파는 물건이 있다더라. 그 스타킹인가 뭔가 하는 것도 판다더라.

- 여관은 1층은 주점으로 하고 2층에서 잘 수 있다더라. 바니걸들 마음을 사로잡으면 바니걸들이 어디 좋은 곳으로 초대한다더라.

아직 오픈도 하지 않았지만 소문이 무성했고, 사람들은 상점이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기사 그에이까지 경비를 이끌고 나설 정도로 스피카 성의 사람들은 허름한 뒷골목의 근처로 모여들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안에서는 검은 제복 차림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인은 여전히 스타킹을 신고 있었지만, 짧은 치마에 웃옷은 여신교의 사제보다 더 정숙한 수트 차림이었다.

"어, 저 여자...?"

사람들 중 하나가 여인의 외모를 보고 기시감을 느꼈다. 그에 막 명패를 뒤집으려던 여인은 자신을 보고 삿대질하는 남자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저, 저저!"

"아는 사람이여?"

"어제 바니걸?!"

"뭐여?!"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아침부터 바니걸을 보겠다고 모여든 이들은 실망했지만, 동시에 제복 차림을 한 여인의 모습에 군침이 넘어갔다.

"과연, 그런건가."

안경을 쓴 청년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전에는 정숙한 여인을 표방하지만, 밤부터 술과 함께 시작되는 뜨거운 밤에는 토끼가 되는.... 상단주가 누구인지 몰라도 상재 하나는 엄청나게 좋군."

청년은 당당한 걸음으로 잡화점 건물의 앞에 다가섰다. 그 누구도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지만, 그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어머, 어서오세요. 저희 'RS24'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손님께서는 1호 손님으로서...."

문앞에 서있던 여인은 옆에 놓아둔 상자를 집어들어 청년에게 내밀었다.

"오픈 기념 선물입니다. 가지시면 되어요."

"이건 무엇입니까?"

"아, 그거요?"

여인은 청년의 귀에 속삭였다.

"남성용 속옷이랍니다."

"......크흠."

청년은 작은 상자를 품안에 집어넣었다. 점원 여인은 키득거리며 문을 열었다. 청년은 여인의 가슴팍에 걸린 명찰, 〈요정-티나〉라는 이름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밤이 되면 발정난 토끼가 되는 건가...?'

"안쪽에 바구니가 있습니다. 쭉 둘러보시죠."

요정 티나는 청년을 건물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청년은 구역별로 나뉘어진 물품 매대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단순히 물건을 늘어놓은 걸로 끝날 줄 알았던 잡화점은 생각보다 각양각색의 물품들이 깔끔하게 놓여있었다.

"이건 도대체....아, 아니, 아니지."

청년은 음식 재료를 둔 곳을 빠르게 지나쳤다. 그가 찾는 것은 오로지 하나.

'스타킹.'

그 문제의 물건. 다른 이들이 들어와 쓸어가기 전에 빨리 챙겨야 했다. 마침 스타킹은 자신이 받은 상자와 마찬가지로 딱딱한 종이 상자에 들어있었고, 겉에는 무슨 수를 썼는지 스타킹을 신은 여인의 그림이 똑같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도대체...?"

청년은 스타킹 상자를 들어올렸다. 아래쪽에는 구멍이 뚫려있어, 돌돌 말린 스타킹이 한 눈에 보였다.

'이거 누가 훔쳐가지는 않으려나?'

청년의 마음속에 삿된 생각이 든 순간, 청년은 자신을 쳐다보는 다른 요정 점원의 눈빛에 주눅이 들었다. 요정들은 곳곳에서 가판대를 지키고 있었다.

"......음."

청년은 스타킹 상자를 두 개 들어올렸다. 가격은 1골드. 의복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지만 작은 팻말로 물건의 가격을 적어놓은 것이 청년의 마음에 쏙 들었다. 한 상자에 여러개가 들었으니 개당 가격은 조금 비싼 셔츠 한 벌 정도의 가격이었다.

'근데 아래에 뭔가 적혀있는데.'

- 오픈 기념 특별 할인 중!

# 1인당 1일 2상자까지 구매 가능!

# 2상자를 함께 구매시 20% 할인!

- 모험가 대상 특별 서비스!

# 하급 마석 15개로도 구매가 가능합니다!

# 중급 이상 구매 시 점장을 찾아주세요!

"......워후."

압도적인 출혈 서비스에, 청년은 본능적으로 한 상자를 더 집어들었다. 청년은 귀신에 홀린 것 마냥 두 상자를 들고 가판대에 올려놓았다. 가판대에 선 분홍 머리 여인은 싱긋 미소지으며 청년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할인하여 1골드 60실버 입니다. 계산하시겠습니까?"

"아, 예, 예."

청년은 2골드를 내어놓았고, 여인은 기다렸다는 듯 40실버를 거슬러주었다. 왠지 40실버 만큼 이득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뭔가 손해를 보는 기분도 동시에 들었다.

'이거, 마석으로 구매하는 게 훨씬 이득 아닌가?'

하급 마석 15개? 있는 경우가 드물어서 그렇지, 가지고 있다면 1골드 보다 못할 것이다.

"저기요."

"네, 말씀하시지요."

여인은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있었다.

"마석으로도 진짜 구매가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저희 상단에서는 마석을 매입하여 마탑에 납품하고 있답니다. 마왕군을 쓰러뜨리는데에 쓰이겠죠. 호호."

"......."

청년은 스스로를 세뇌했다. 스타킹을 구매하는 것으로 인류 평화에 공헌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합리적인 소비란 말인가.

'엄마가 예전에 마석 챙겨놓았던 것 같은데.'

"그, 그럼 안녕히계세요!"

"잠시만요, 손님."

분홍 머리 여인은 청년에게 얇은 종이 한 장을 건냈다. 자신이 산 물품과 낸 돈, 그리고 거스름돈과 날짜와 시간, 그리고 여인의 이름-'메어리'까지 적힌 종이였다. 어느새 이런 걸 적었나 싶을 정도로 메어리의 동작은 신속정확했다.

"이게 뭡니까?"

"아아, 이건 영수증이라고 하는 겁니다. ...후훗!"

"영수증...?"

"구매 후 제품 불량 시, 일주일 내에 영수증을 지참하여 가져오시면 환불해드리겠습니다. 꼭, 꼭 영수증을 가져오셔야 해요? 안 그러면 교환, 환불은 불가능합니다."

"뭣...."

청년은 본능적으로 영수증을 쑤셔넣었다. 그리고 품안의 스타킹, 그리고 선물로 받은 속옷을 챙겨 부리나케 건물을 빠져나왔다.

'집에 마석이 몇 개 있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골드보다 마석으로 구매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청년은 막 들어온 2,3호 손님을 밀치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어머, 손님. 구매는...?"

"마석 가져올게요!"

"그런 거라면. 우후훗."

요정은 청년을 향해 손을 흔들며 그를 떠나보냈다. 청년은 곧장 집으로 달렸다.

"어디갔다왔니?"

"엄마, 하급 마석 얼마나 가지고 있어요?!"

"나중에 모아서 레오 후작령에 가서 마탑에 납품하려고 한 100개 정도 모아놨는데...왜?"

"엄마, 이거, 이거!"

청년은 스타킹을 꺼내며, 자신이 잡화점에서 겪은 일에 대해 상세히 읊었다. 청년의 모친은 스타킹 상자를 받아들고, 조용히 스타킹 하나를 꺼냈다.

"...이것 때문에 내가 네게 아카데미 교재를 사라고 한 2골드를 사용했다?"

"그, 그건?! 자, 잠깐만요, 엄마!"

청년의 모친은 바로 스타킹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이딴 쓰레기같은 파렴치한 것 때문에 피같은 2골드를?!!"

쭈우우욱.

청년의 모친은 스타킹을 좌우로 비틀었다. 하지만 스타킹은 찢어지지 않았다.

"......이딴, 이딴!!"

쭈우우욱.

청년의 모친이 아무리 스타킹을 찢어버리려 해도 스타킹은 찢어지지 않았다. 어지간한 가죽보다도 더 질기고 단단하면서도 얇은 재질의 스타킹에 청년 모친은 얼굴을 씩씩 붉혔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다 잘라버려야지!"

"어, 엄마!"

스윽.

날카로운 단검은 스타킹을 잘라버리기는 커녕 스칠 뿐이었다. 그에 청년 모친은 표정이 굳었다.

"얘, 얘. 이거 당장 잡아보렴, 어서!"

"이렇게...?"

청년은 스타킹을 길게 잡고 늘어뜨렸다. 청년 모친은 단검을 들고 스타킹을 향해-

"하앗-!"

내리쳤다. 하지만 스타킹은 잘리지 않았고, 단검은 미끄러져 오히려 청년 모친이 단검에 베일 뻔 했다.

"이, 이런 미친...! 무슨 방어력이...!"

종이만큼 얇은 물건이 단검을 그어도 베이지 않는다. 청년 모친은 모험가인 만큼 스타킹의 유용성에 대해 금방 깨달았다.

"이너아머...."

"예?"

"너, 너 마석 몇 개라고 했어?!"

"하급 15개...."

"집보고 있어!!"

모친은 창고에 처박아둔 하급 마석 15개를 챙겨 집을 떠났다. 청년은 뒤쫓아갈 새도 없이 달려나간 모친을 향해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2개니까 30개인데...."

할인하면 더 적겠지만 이미 모친은 떠났다. 청년은 바닥에 떨어진 스타킹 상자를 집어들었다.

"이건 도대체...응?"

청년은 뒷면을 확인했다. 그리고 기울어진 글씨체로 멋드러지게 적힌 글귀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진정한 방어구는 노출도에 비례한다...?"

청년은 아무리 늘리고 칼로 베어도 손상이 없는-그저 실 한 올이 삐져나오는 정도로 끝나는 스타킹의 단단함에 침을 꼴깍 삼켰다.

모친은 이너아머라고 얘기했다. 만약 이것을 갑옷 아래에 받쳐입는다면 자잘한 공격은 2중으로 막아낼 수 있을 것이며-오히려 스타킹만으로도 갑옷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친 거 아니야...?"

여자친구에게 입혀보고 싶다는 청년의 욕망과 쓸데없는 물건을 사왔다는 모친의 분노, 그리고 모험가로서의 경험이 하나로 섞이게 되니 그들은 스타킹의 새로운 용처를 발견해냈다.

"진짜 갑옷...이라고?"

바야흐로, 대 '스타킹 아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아, 여기는 찢어지네?"

청년은 고간만 손쉽게 구멍이 뚫리는 스타킹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역시 떡치려고 만든 거 맞잖아!"

청년은 급히 고간부위가 찢어진 스타킹을 숨겼다.

"......이거 환불은 못 하겠네."

영수증이라는 것이 있어도, 부끄러워서 어떻게 환불을 할 수 있을까. 청년은 눈물을 삼켰다.

========== 작품 후기 ==========

알아둬도 쓸데없는 라스 설정.

안드라스의 깃털을 실로 뽑아서 만든 옷들은 가죽갑옷보다는 단단하고 강철갑옷보다는 방어력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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