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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184화 (18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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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 그리고 속사의 잭.

두 명만으로는 불안해서 가는 길 동안은 호위를 붙여야했고, 그 호위로 가장 적절한 이가 둘 있었다.

"너희들에게 맡긴다. 하서스, 네가 통괄을 해라. 키메리에스, 너는 하서스의 말을 대신 전하라."

"...예."

구울 기사와 듀라한. 3성으로 진화한 하서스는 전신갑옷을 입은 기사가 되었고, 키메리에스는 창백한 푸른 피부를 로브로 가리면 인간과 딱히 다를게 없었다. 인간들의 도시에 직접 들어가지는 못해도 가는 길까지 호위를 하기에는 충분했다.

'문제는 저 놈인데.'

메어리야 그렇다 치더라도, 속사의 잭은 언데드 둘이 따라붙는 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어이, 이름이 뭐야?"

"키메리에스."

"...혹시 라스 좋아하냐?"

속사의 잭은 바로 키메리에스에게 껄떡대기 시작했다. 키메리에스는 경멸하는 얼굴로 거리를 벌렸고, 하서스가 손을 뻗으며 속사의 잭을 제지했다.

'과연. 편식해서는 안 되지.'

나는 키메리에스에게도 '가능'을 외치는 속사의 잭을 본받기로 했다. 간살당하고 유니콘이 찔린 게 트라우마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행복한 라스를 하게 되면 라스도 즐거운 것이라고 깨닫게 될 것이다.

"듀라한 머리만 들고 하던 플레이가 그렇게 쩐다던데."

"주인님?"

"그냥 그렇다고."

언제나 륜이 옆에 있으니 나도 모르게 나오는 혼잣말도 쉽게 못하겠다. 그나마 륜은 그런 걸 이해해주니 망정이지, 다른 애들이었으면 바로 어깃장을 놓았을 것이다.

"그 뭐냐. 듀라한이라는 건 머리와 몸이 분리되는 거잖냐. 그러면 조금 플레이의 자유도가 올라가는 거지."

"몸은 내버려두고 머리만 들고 아래를.... 히힛, 재미있겠네요. 아, 그것도 가능하겠어요."

륜은 내게 뒤를 보이며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후배위를 취하고 있더라도, 주인님이랑 얼굴 마주보면서 키스할 수 있는 거 아녜요?"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내가 너를 듀라한으로 만들 것도 아니잖냐."

"저야 그렇죠. 하지만 키메리에스가 조금 안타깝네요. 라스 즐거운 건데...."

"그러니까."

"두 분이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고 계세요?"

준비를 마치고 돌아온 메어리가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라스베가스에서 긁어모은 푼돈을 가방에 한가득 집어넣은 메어리는 완벽한 행상인 차림이 되었다. 펑퍼짐한 검은 로브로 가슴 부분을 가린게 완벽했다.

"잘 어울리네. 인간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만큼 완벽한 변장이다."

"라스베가스에 남은 물건들이 꽤나 많아서요. 그래서 아빠, 륜 엄마. 지금 키메리에스 어떻게 공략할 지 논의하고 있는 거죠?"

"......들켰는 걸."

"안타깝잖아요. 주인님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게."

륜이 기특한 소리를 했다. 듣는 입장에서야 기분이 좋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부하라는 입장에서 좋은거 거지 키메리에스는....

"그렇네. 륜, 고맙다. 오늘도 나는 개안하였다. 똑같은 부하들인데 차별하면 안 되지. 음."

듀라한이라고 버릴쏘냐. 나는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대로, 륜의 제안에 따라 키메리에스를 상대로 어떤 플레이를 할 지 머릿속으로 지혜를 짜냈다.

"그럼 잘 다녀와라, 메어리. 가는 김에 겸사겸사 잘 부탁하고."

"네. 언제든지 드실 수 있도록 잘 만들어 놓을게요. 후훗."

메어리는 씩 웃으며 라스촌 정문에 섰다. 여전히 껄떡대는 속사의 잭은 부리나케 메어리의 옆으로 다가섰고, 두 언데드 또한 호위로 옆에 붙었다.

"잊지마라. 혹시나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쳐. 안드라스가 상공에서 도시를 주시할 거다."

"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아빠는 라스베가스에 준비를 해주세요."

"물론이지."

나는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라스촌 포털 앞, 공사장 인부처럼 챙겨입은 오크 간부들-아더와 형제들을 가리켰다.

"아주 멋지게 건물하나 지어놓으마."

건물에 주로 기거하는 이들은 서큐버스들이 되겠지만.

* * *

남작령에 던전이 생겨나고 도시 하나가 마물들에게 점령당함에 따라, 스피카 성에는 흉흉한 기운이 감돌았다.

졸지에 집을 빼앗기고 거리에 내몰린 자비야뱌의 난민들.

그 자비야바를 탈환하기 위해 나섰다가 사망, 실종된 병사들의 가족들.

그리고 던전의 존재에 대하여 소문을 듣고 시시각각 외부에서 유입되는 이방인들.

평화로웠던 스피카 성에는 혼란이 찾아왔고, 제 때 도망을 치지 못한 기사 그에이는 속이 타들어갈 정도였다.

'젠장, 진작에 도망쳤어야 했는데.'

남작령이 두 번이나 패배한 것도 큰 타격이었지만, 그에이에 대한 평판도 땅에 떨어진 게 그에이로서는 뼈아픈 실책이었다.

'그 미친 오크놈, 분명 남색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프랜시스 사제-기네비어를 납치할 리가 없어.'

가문의 교류가 있기에 당연히 그에이 또한 프랜시스가 기네비어 피스케스, 자신에 준하는 귀족 명문가의 자제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다.

덕분에 비르고 남작은 죽을 상이 되어 영지 곳곳을 다녀야했다. 그에이 또한 남작이 집사를 다짜고짜 죽여버린 바람에, 남작령의 업무를 조금이나마 떠맡아야했다. 이미 패장이라는 낙인이 찍힌 그에이가 다시 지휘봉을 잡기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

'외인들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니까.'

그에이는 창문 밖에 늘어진 줄에 신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모험가나 용병들은 성 안으로 들여야 했지만, 그 틈바구니로 자비야바의 난민들이 난민촌을 벗어나 성 안으로 들어오려는게 문제였다.

'불안감은 이해하지. 또 마물들이 쳐들어올 수 있는데.'

십 수 미터 높이의 벽돌 성벽은 확실히 마물들을 상대함에 있어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이 성벽 안으로 들어오려는 것도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의 수가 너무 많았고, 남작령 내 행정이 전부 마비될 지경이었다.

사락.

모래시계가 전부 다 떨어졌다. 정해놓은 휴식시간이 끝이 났고, 그에이는 문 밖을 향해 호령했다.

"다음!"

끼이익.

관리 초소의 문이 열렸다. 그에이는 로브를 벗고 들어오는 연분홍빛 머리칼의 여인에 침을 꼴깍 삼켰다. 이런 변방 깡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미인이었고, 눈꼬리가 쳐져있는 것이 괜한 이상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 이름은?"

"메어리. 성은 없습니다."

"방문 목적은?"

"건물을 사고, 술을 팔기 위해 왔습니다."

의미심장한 메어리의 목소리에 그에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술을 판다. 그에이의 입장으로서는 상당히 골치아픈 말이었지만, 메어리가 언급한 '건물을 산다'는 말에 마음이 혹했다.

"진짜 술집을 하려는 건 아닐테고...."

"건물을 사면 가게를 만들 겁니다. 숙박이 가능한 시설로. 술이야...뭐 필요한 사람이 있겠죠."

"...메어리 씨. 진심으로 하는 얘기인가?"

그에이는 메어리를 떠보았다. 메어리는 품에서 주머니 하나를 턱하니 꺼내놓았다.

"대로에 있는 큼지막한 건물을 살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뒷골목 으슥한 곳에 건물 하나 있으면 충분합니다."

"노골적이군. 끄응."

그에이는 주머니의 안에 가득한 금화와 은화를 살폈다. 으슥한 골목길의 건물로 치면 한 채는 커녕 두 채는 족히 사고도 남을 만큼의 양이었다.

"...내가 뭐 직업에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굳이 이런 쪽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다른 방법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거야 그렇겠죠. 하지만 제가 술을 팔 건 아닌지라."

"아하, 관리자라 이거지?"

"그런 셈이죠."

그에이는 속이 타서 물을 연거푸 들이켰다. 남작은 절대로 이런 목적으로 방문하는 이를 반기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내쫓을 것이다. 그러면서 건물 대금으로 가져온 이 금화와 은화를 어떤 이유를 들어서든간에 빼앗을 것이다. 귀족모독죄를 덮어 씌운다거나 하는 식으로.

"......흠."

그에이는 금화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다행히 남작은 지금 이런 쪽으로 신경을 쓸만큼 여유가 없다. 즉, 자신이 입만 닫으면 모든게 비밀로 남을 거라는 말이기도 했다.

'안그래도 요즘 쌓였는데.'

가장 최근에 해소한 게 언제더라. 분명 남작에게서 부탁받아 모험가 조합에 의뢰를 하던 날 함께 잠을 잤던 안경 접수원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그 뒤로는 혼자서 해결은 했어도, 시린 옆구리와 침대의 빈 공간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음...."

그에이가 눈으로 메어리를 위아래로 훑었다. 메어리는 노골적인 시선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이미 임자가 있는 몸입니다."

"...그래? 거 아쉽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사님을 실망시켜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여기."

메어리는 로브를 살짝 열어젖혔다. 검은 로브로 가려진 안의 실루엣에 그에이는 속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얼굴만 하더라도 수도에서도 보기 힘든 최상급이건만, 로브 아래에 숨겨둔 마음가짐은 가히 성모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상냥했다.

"여깄습니다."

"아."

그에이는 자신의 앞으로 내밀어진 종이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제법 좋은 재질로 보이는 검은 종이에는 멋드러진 흰 실로 '아발론'이라는 문구가 박혀있었다.

"열어보십시오."

"그, 그래."

그에이는 안주머니에 쏙 들어갈만한 작은 종이를 펼쳤다. 그 안에는 빈칸이 열 개 가량 남아있었고, 한쪽 면은 흰 종이로 비어있었다.

"이건...?"

"예, 그것은 '쿠폰'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희 가게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한 번 방문하실 때마다 하나씩 도장을 찍어드리죠. 그리고 열 번이 전부 채워지면."

메어리가 말한 쿠폰에는 빈 칸이 열 개 있었다. 그리고 종이를 다시 가져간 메어리는 아래의 빈칸에 입술을 맞췄다.

츕.

"한 번. 저희 술집을 찾아주시는 단골 분을 위해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기사님께는 특별히 이걸 바로 드리겠습니다."

"...이건 뇌물인가?"

"어머, 뇌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냥 조금 재미있게 생긴 종이쪼가리일 뿐입니다."

메어리는 쿡쿡 웃으며 다시 로브를 가렸다.

"그래서 허가를 내어주시겠습니까?"

"물론...이라고 하고 싶지만 나도 영주대리로서 일하는 중이다. 성 안의 건물에 관한 거래를, 그것도 그런 목적으로 영업을 한다면 영주님께 구두로라도 허락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야."

"......."

메어리의 눈에 낭패한 기색이 스쳤다. 그에이는 피식 웃으며 쿠폰을 챙겨 안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하지만 영주님께서는 지금 몹시 바쁘시니 내게 이런 궂은 일을 맡기신 것 아니겠나. 후후, 걱정마라. 내가 좋은 건물로 수배할테니."

만약 그에이가 자신의 영지에 이런 거래가 들어온다고 한다면 칼같이 거절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이로서는 이미 마음이 떠난 곳이기도 하고, 본인의 영지도 아니니 나몰라라하고 저질러버렸다. 남작이 후에 이런 사실을 안다고 해도, 과연 그 때까지 남작령이 살아있을지도 의문이었고.

"그런데 말이다. 건물은 산다고 쳐. 그럼 여인들은 어디서 데려올 계획인가?"

"그에 관해서는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다른 도시에서 제 부름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어디서 납치한 노예가 있다거나, 질병을 가진 자라거나, 그런 경우는 전혀 없습니다. 저희도 어중이떠중이를 받을 생각은 없으니까요."

"나름 고급으로 운영하시겠다?"

"하룻밤 술잔을 함께 기울이며 잔을 부딪히는데 은화 한 닢으로는 아까울 뿐입니다.적어도 금화 다섯 닢은 되어야지 않겠습니까?"

"상당히 세군. 경비병들이 네 번만 가도 한달 봉급이 다 털리겠어. 그런데 10번을 채우라니, 그거 좀 그렇지 않은가?"

"저희 상단의 주인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메어리는 헛기침을 하며 근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만큼 돈 쓰기 싫으면 안 오면 그만이다."

"맞는 말이군. 어느 상단이지?"

"......그것은 말씀드리기 어렵군요. 영업 비밀입니다."

"그렇게 당당하게 나오니 오히려 믿음직스럽군. ...크흠. 좋소. 이것은 내가 챙기도록 하지."

그에이는 금화 주머니에 손을 뻗었고, 메어리는 잽싸게 주머니를 다시 챙겼다.

"무슨 짓이지?"

"주인님께서는 공사대금은 완납하는게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메어리는 주머니에서 금화를 1/3만큼 꺼내 들이밀었다.

"영주님께 허가를 받은 입주 허가서, 매매 계약서, 그리고 이후에 저희 상단에서 자유롭게 통과 가능한 통행증까지 발급을 해주셨을 때, 1/3을 다시 드리겠습니다."

"지독하군. 알겠소. 내 미리 준비하지. 그래서 레이디 메어리. 나머지 1/3은 어떻게 지불하겠소?"

"간단합니다."

메어리는 그에이의 가슴 속 쿠폰을 가리켰다.

"서비스 받으러 오시는 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거 최선을 다해서 구해야겠구만."

거래는 성립되었다.

============================ 작품 후기 ============================

환생한 거 말하면 안 되는 거라면 말이죠

꿈속이니까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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