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931일차 -------------------------
내가 전력을 다해도 찢어내지 못했던, 륜도 찢어지기를 바라는 처녀막은 여전히 륜이 '처녀'라고 주장하고 있다. 륜은 여전히 하이엘프로서 4성 진화 조건으로 처녀성을 만족하고 있으며, 솔로몬의 시스템은 륜을 처녀로 판정했다.
하지만 과연 처녀감별사, 유니콘이라면 어떨까? 륜은 당당히 유니콘의 앞에 섰다. 다른 부하들도 궁금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스읍, 스읍."
인간형이 된 암두시아스는 륜의 고간 아래에 코를 박고 몇 차례 숨을 들이마셨다. 행여나 뿔로 찌를까봐 나는 암두시아스의 뿔을 손으로 잡고 있었고, 암두시아스는 살아남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감별해내야 했다.
"이, 이 엘프는...."
암두시아스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으려했다.
"처, 처녀가 아니에요! 남자 냄새가 진하게 나는 걸요! 매일매일 해대는 걸레같은, 아얏!"
나는 암두시아스의 뿔을 꺾어버릴 것처럼 비틀었다.
"누가 그런 망발을 하느냐. 흐흐, 아무래도 네 감별 능력은 쓸모가 없는 것 같군."
"아, 아니에요! 분명히 처녀가 아니라고요! 남자 냄새가 저렇게 진하게 나는데 어떻게 처녀겠어요!!"
암두시아스는 자신의 감별 능력을 부정당한 것에 격하게 반기를 들었다. 모처럼 기회이니 나는 두 번의 기회를 더 주기로 했다.
"흐흐, 그레모리. 이쪽으로 와봐."
"......시, 싫은데?"
아까전까지 말에게 박히고 싶니 당당하게 제 이상성욕을 언급하던 탕녀는 어디로 사라지고, 어느 귀족가 여식 뺨치는 요조숙녀가 나타났다. 그레모리는 다른 부하들과 달리 암두시아스에게서 확연히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아하.'
나는 왜 거리를 슬금슬금 떨어뜨리는지 직감했다.
"너 혹시 쫄았냐?"
"조, 쫄기는 누가 쫄았다고 그래?!"
"쫄았네. 얘가 무슨 말을 할까봐 무서워서 그런 거지? 흐흐흐, 이해한다."
그레모리는 억울한 듯 콧방귀를 뀌었으나 선뜻 다가오지는 못했다. 륜을 상대로 조금 심한 말을 했으니, 그레모리는 가히 우리 던전에서 끝판왕-여자 파후우라고 할 수 있을만큼 성욕의 화신이었다.
"흐흐, 그래. 솔로몬의 시스템은 절대적이지."
"아빠, 그러면 제가 한 번 해볼게요."
메어리가 손을 번쩍 들고 나섰다. 자원자는 반갑지만 나는 괜히 불편해졌다.
"메어리야, 꼭 해봐야겠니?"
"네. 시스템의 이상을 파악하기 위한 검증이라고요. 해주실 거죠?"
"......뒷 일은 나는 모른다."
괜히 못하게 막으면 그게 더 귀찮아 질 뿐이었다. 나는 몸을 돌려버렸고, 암두시아스는 메어리의 치마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처녀!"
"후우."
나는 괜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여러모로 슬퍼질 뻔 했지만 다행히 메어리는 아직 순수했다.
"시스템은 이상이 없는 것 같은데.... 스승님, 그럼 어느쪽이 맞는 걸까요?"
"글쎄. 냄새로 판별하는 거잖아. 남자 손을 탔는지 안탔는지 그걸 판단하는 거 아닐까?"
시스템이 신체 조건의 유무라고 판단한다면, 유니콘은 행위 그 자체에 대하여 판정을 하는 모양이었다. 쓸데없는 지식이 하나 늘었다. 유니콘의 습성은 분명 우리 군단에 있어서 도움이 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렇다고 해서 아무 유니콘이나 들일 것인가? 처녀를 확인한답시고 강제로 처녀를 앗아가는 저 버진 킬러를?
"아아, 이것을 두고 계륵이라고 하는 것인가."
"뭔 소리야?"
"먹기는 싫은데 남주기는 아깝다 이거지. 쯧."
그래도 암두시아스를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내가 고민하던 순간.
"저, 저는 누가 처녀인지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응, 나 편식 안 해."
"이, 이 자리에 있는 처녀가 누가 있는지도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제, 제발 살려주세요!!"
암두시아스는 격하게 손을 파리처럼 빌며 내게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했다. 뿔이 잡히고 아래가 한 번 다른 것도 아닌 촉수 가지에 박혔음에도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게 안쓰러워보였다.
'나도 예전에 이런 때가 있었지.'
포르네우스 아래에서 살아보겠다고 온갖 발악을 하던 때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일단 인간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것에 측은지심이 생겼다. 적어도 창백한 시체나 다름없는 듀라한 키메리에스보다는, 변신한 순간 만큼은 머리의 뿔을 제외하고 인간과 하등 다를 것이 없는 암두시아스가 훨씬 더 박음직-아니 먹음직스러웠다.
"뭐...처녀가 누군지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딱히 관심 없는데."
"하, 한 명 더 있어요!!"
"뭐...라고...."
"읏."
나는 재빨리 주변을 훑었다. 나, 그레모리, 메어리, 샤이탄, 륜, 루나, 라스투자드, 천장의 라임. 메어리가 이미 처녀로 판정을 받았으니, 남은 것은....
"설마 라스투자드, 네 녀석?!"
[군주시여?]
라스투자드는 얼척없다는 듯 팔을 으쓱거렸다. 구울이니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삐쩍 말랐지만, 그의 체구는 분명히 남자의 것이었다.
"미안하다. 쟤가 처녀라는게 믿을 수가 없어서 말이지."
"......."
모두의 눈길이 샤이탄을 향해 돌아갔다. 딱히 내가 부하들을 상대로 하는 걸 숨기지 않으니, 모두가 당연히 서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히 소거법에 의거하여, 아직 나와 하지 않은 존재의 정체성에 대해 우리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주인님."
샤이탄은 콧방귀를 뀌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서, 서큐버스가 처녀라니요.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마왕 딸내미 건드리는 간 큰 또라이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데."
"......."
샤이탄은 침묵했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자연히 우리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고, 어느새 침대에서 일어난 루나가 샤이탄의 뒤를 붙잡았다.
"어, 어느새?!"
"후후, 배는 부풀었어도 이 정도 움직임은 충분하지."
샤이탄은 정확히 루나에게 제압당해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암두시아스의 뿔을 잡아 끌어 샤이탄의 앞에 들이밀었다.
"이, 이익?!"
샤이탄은 날개를 격렬히 파닥거리며 암두시아스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다. 이미 그 행동만으로 정체가 탄로났지만, 나는 시스템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하여 암두시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킁킁, 입에는 미세하게 남자 냄새가 진하게 베여있지만...."
내가 쥐고 있던 암두시아스의 뿔이 은색으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맞아요!"
"와오."
샤이탄은 얼굴이 시뻘게진 채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새삼 샤이탄이 우리 던전에 와서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던 것이 기억에 선했다.
"어이, 샤 마담. 나한테 뭐 할 말 없냐?"
"......"
"이게 바로 경력있는 신입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흐흐, 서큐버스가 처녀? 푸흡, 크흐흐."
나는 암두시아스의 뿔을 저 멀리 집어던지고 샤이탄을 와락 끌어안았다. 깜짝 놀라 두 눈을 뜬 샤이탄은 식겁하며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주, 주인님. 숨길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서큐버스가 처녀라고 하면 주인님께서 몹시 실망하실까봐...."
"아닌데? 존나 꼴리는데?"
"녜?"
샤이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는 그 모습마저 귀엽고 깜찍해서 당장이라도 침대에 다이빙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지.'
내가 샤이탄을 언제든지 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다.
샤이탄 스스로 다리를 벌리고 내게 박히기를 애원하게 만드는 것.
'다른 여자였으면 그냥 먹었지.'
하지만 마왕의 딸, 거기에 인장이라는 것이 내가 섣불리 샤이탄을 건드리지 못하게 만든 이유였다. 나야 그 무엇보다 내 공구에 자신감이 있지만, 트랄이 나보다 싸움 실력이 좋듯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나보다 더 강한 연장을 가진 존재가 있을 터.
단순히 육체적 쾌락만 제공한다면 샤이탄은 홀라당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샤이탄이 내게 스스로 몸과 마음을 바치게 된다면 설령 내가 걱정하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 인장과 몸은 빼앗길 지언정...이 마음만은 주인님의 것입니다.
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아니면 나를 반대하는 솔로몬의 앞에서 당당하게 '이 사람이 아니면 저는 죽어버릴 겁니다!'처럼 맞서게 하거나.
그런데 그런 내 다짐이 슬슬 한계에 봉착했다.
"처녀라.... 아주 경험있는 척은 다 하고 다녔어. 그치?"
"...송구합니다."
"아냐, 아냐. 송구할 일이 아니야. 나는 얼마든지 이해해. 사람이 살다보면 자기 치부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하나 둘은 있을 수 있지 않냐. 안 그래? 그러니까 샤이탄, 너는 아무 걱정하지 마라."
나는 샤이탄을 꼭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였다. 내 앞에 딱 달라붙은 샤이탄의 포근함이 내 아랫도리를 화나게 만들었다.
"네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사용해도 좋다. 흐흐흐."
"......예."
샤이탄은 엄지로 내 앞섶을 쓸며 도장을 찍었다. 내가 암두시아스를 상대로 공개적인 장소에서 박는 걸 꺼려했듯, 샤이탄도 남들이 있는 장소에서 박히는 걸 꺼려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서큐버스가 처녀라.'
과연 진짜일까? 혀놀림이라거나 손을 쓰는게 진짜 '마담'이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빼어났는데. 하지만 유니콘이 처녀라고 판정했으니 나는 그를 믿을 수 밖에 없다. 비록 륜에 관해서는 오진을 내렸다고 하지만, 그건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오진이었다.
'하나씩 알아가면 되지.'
어떻게 가르쳐갈까 절로 웃음이 나왔다. 직접 해보지는 못했어도 온갖 영상을 통해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샤이탄을 상대로 어떻게 플레이를 이어나갈지 벌써 라스 루틴까지 짜고 있었다.
"샤이탄. 우선 네게는 휴식이 필요한 것 같구나. 막사를 내어줄 터이니 가서 쉬어라. 오늘은 수고했다."
"...네."
샤이탄은 부끄러워하며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루나가 샤이탄을 가리키며 따라붙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시?'
'오냐.'
루나는 눈치가 정말로 빨랐다. 샤이탄을 챙겨줌과 동시에 샤이탄이 행여나 돌발행동을 하지 않도록 미연에 차단하려는 사려깊은 행동에 절로 내 아랫도리가 불끈거렸다.
"흐흐, 행복해 미칠 것 같군."
여기를 둘러봐도 저기를 둘러봐도 모두 내 분신을 즐겁게 해줄 이들 뿐이다. 한 명당 두 시간씩 돌려도 24시간 내내 침대가 돌아가겠다 싶을 정도였다.
"그래. 오랫동안 기다렸구나, 암두시아스."
"......."
암두시아스는 눈치껏 조용히 입을 닥치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눈치좋고 능력좋고 몸매좋은 삼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는 만큼, 여러모로 버리기에는 아까운 존재였다.
"너는 충분히 네 능력을 입증했다. 부하로 영입하면 충분한 가치가 있는 존재가 될 터."
암두시아스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암두시아스의 뿔을 살살 손으로 쓰다듬었다.
"암두시아스. 너는 내 군단의 부하로서 충성을 맹세하겠느냐?"
아직까지 나와 암두시아스 사이의 쟁탈전은 계속되고 있었다. 암두시아스가 완전히 패배를 시인하지 않으면, 우리는 며칠이 지나 역공을 펼치며 던전을 짓밟고 나서야 완전한 승리를 얻어낼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바쁘다. 몹시 바쁜 몸이야. 어찌할 것이냐. 패배를 시인할테냐?"
"......목숨만 살려주신다면,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암두시아스는 조건을 내걸었다. 조금 짜증이 일기는 했지만, 목숨을 살려주는 것 정도야 별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래, 살려주마. 환영한다. 암두시아스. 네가 정녕 내게 충성을 맹세한다면."
나는 바지를 내리고 로브 앞섶을 좌우로 펼쳤다. 분기탱천한 나의 뿔드릴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고, 나는 암두시아스의 뿔을 두 손으로 잡고 고개를 내 물건 앞에 놓았다.
"입술을 맞춰라. 그것으로 너의 충성을 받아들이마."
"......."
암두시아스의 눈빛에 망설임이 스쳤다. 내가 조금만 손을 놓아도 뿔싸움을 해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암두시아스의 눈에는 흉흉한 기색이 엿보였다.
"......쪽."
하지만 결국 굴욕감보다 생존본능이 더 우선했다. 암두시아스는 결국 내 귀두에 입술도장을 찍었고, 63위와 67위간의 쟁탈전은 63위 측이 압도적인 수성 능력을 보여 무사히 승리한 것으로 끝났다.
"흐흐. 그럼 이걸로 끝이군. 이제 네가 무엇을 해야되겠느냐?"
"......하움."
암두시아스는 내 귀두를 입술로 물었다. 기특한 행동이었고, 응당 해야할 일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암두시아스가 물어야 할 것은 내 물건이 아니었다.
"유니콘은 확실히 좋은 마물이군. 유니콘 부대를 만들어 기병대를 만들어도 될 것 같구나."
나는 암두시아스의 뿔을 밀어 입속에 들어간 내 물건을 빼냈다. 인간보다 훨씬 뜨거웠지만, 나는 암두시아스와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레모리!!"
"응!"
척하면 척. 나는 암두시아스의 뿔을 그레모리에게 인계했다. 그레모리는 희희덕거리며 뿔을 붙잡았다. 나와 그레모리는 시스템을 만지작거리며 서로의 정보를 확인했다.
"나 딱 하나 해당되는 거 있는데, 너는 있냐?"
"잠시만.... 아, 없어. 될 줄 았았는데 안 되네."
"저, 저기, 무슨...."
"아. 별 거 아니야."
나는 플라우로스 던전으로 통하는 포털을 가리켰다.
"목숨은 살려드릴게. 대신 네가 살아갈 곳은 목장의 마굿간이다."
나는 유니콘을 배달했다.
<파종>
<플레어 판테라 x 유니콘>
#예상결과 : 플라우로스x암두시아스
플레어 판테라 (☆☆, 40%)
유니콘 (☆☆~☆☆☆, 40%)
??? (☆☆☆, 20%) - 신종
쟁탈전은 우리의 승리로 끝났고, 암두시아스의 위에는 플라우로스가 올라탔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군단장님!"
"오냐. 꼭 낳게 해라스."
"나중에 신종 나오면 그거 먹어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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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쓰던 게 있어서 마저 올리고요,
샤이탄은 다음 화에/
포르네우스가 안나와서 아쉽네요.
시무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