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831일차 -------------------------
유니콘.
흔히들 말하는 처녀감별사. 때로는 신수(神獸)라고도 불리는 일각수라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세계에서는 마물 쪽에 카테고리가 들어가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유니콘 중에서도 이 놈이 마족이 되었거나.'
마왕을 따르며 마왕이 만든 던전의 주인이 된 자. 그것을 두고 어찌 마족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유니콘-암두시아스가 지금까지 저지른 행위를 생각해보면, 마족보다 더한 짓을 일삼아왔다.
버진 킬러.
처녀임을 감별해야 할 마물을 처녀를 감별하기는 했다. 그 '뿔'을 이용해서. 그리고 그 피해자가 지금 내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오열하고 있었다.
"흑흑, 그래서 저희 듀라한들은...."
암두시아스를 따르던 듀라한-키메리에스는 그간의 노고를 힘겹게 털어놓았다.
인간 시절에는 억울하게 간살을 당해 원념이 남아 듀라한이 되었고,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이들을 모아 강해지고자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암두시아스가 포털을 열더니 쳐들어왔고, 마구잡이로 날뛰는 바람에 부하들이 진짜로 죽을 것 같아서 키메리에스는 항복했다.
"그, 처녀를 확인한다면서 뿔로 그곳을...!"
키메리에스의 죽은 동태같은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그 분노가 향하는 방향은 당연히 암두시아스였고, 키메리에스의 분노는 사방으로 전염되었다.
"얘는 지금 이런 상황인데, 저거 어떻게 하면 좋지?"
"죽이자."
"죽이죠."
"어떻게 목을 꺾어버릴까, 아니면 피를 뽑아낼까?"
부하들은 바로 암두시아스를 향해 무기를 겨눴다. 같은 여성이라 그런지 특히 더 분노를 하고 있었다.
"너는 뭐 할 말 없냐?"
"......."
암두시아스는 현재 땅에 뿔이 박힌 채 전신이 뒤집혀있었다. 아이들이 타고노는 망아지 인형이 180도 뒤집힌 것처럼, 암두시아스는 배를 천장을 향한 채 가만히 땅에 뿔이 박혀있었다. 텐타클 드라실이 땅에서 뻗은 뿌리로 암두시아스의 허리를 휘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조였다.
"음...."
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처녀에 미친 유니콘을 부하로 들여 병아리감별사 역할을 부여하느냐, 아니면 아마조네스 기질을 보이는 여성 듀라한 무리를 부하로 들이느냐.
'둘 다는 무리일 것 같은데.'
단일 개체로 강한 유니콘, 암두시아스.
레벨은 53이며, 등급은 ★★★☆. 부하로 영입하여 조건을 확인하였을 때 진화가 가능할 경우, 금방 4성으로 진화시킬 수 있는 고급 전력이다.
본인은 약하지만 부하들을 이끌어 본 경험을 가진 듀라한, 키메리에스.
레벨은 암두시아스와 대칭되듯 35이며 등급은 고작 ★★★. 언데드라는 점에서 충분히 메리트가 있었지만, 이미 하서스와 라스투자드의 쌍두마차가 선두에서 언데드 부대를 잘 이끌고 있다. 여자라는 걸 제외하면 플라우로스보다 훨씬 못한 존재였다.
'질이냐, 양이냐.'
수는 키메리에스 쪽이 훨씬 많지만 암두시아스는 키메리에스의 세력을 혼자서 쓸어버린 전력이 있다. 처녀를 상대로 미친 것만 아니라면 영입할 의향도 있었다. 진짜 순결과 정절을 중시하는 놈이라면, 수컷이든 암컷이든 륜을 태울 전용마로 삼을 생각이었으니까.
"근데 암컷...."
차라리 수컷이 처녀에 미친 거라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암컷이 처녀를 상대로 자기 뿔을 찔러 처녀를 앗아가는 건 아무리 마족이 된 나로서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아, 이것이 여적여라고 하는 것인가."
나는 텐타클 드라실에게 지시를 내려 혹시나 싶어서 확인을 해봤다.
푸---욱!!
혹시나는 역시나. 암두시아스는 경험자였고, 나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 유니콘은 남자들의 적이다.
"죽일까...."
"왜? 말이랑은 하기 좀 그래? 재미있는데...."
"그레모리야, 내가 넌 줄 아냐? 암만 그래도 그렇지 저러고 있는 걸 어떻게 박아. 그보다 너 유니콘 능욕 플레이 못하게 되서 어쩌냐?"
"......다, 다음 기회에? 나, 나 진짜 해보고 싶단 말이야...!"
그레모리의 위시 리스트.
순결을 중시하는 동정 유니콘이 걸레나 다름없는 자신을 상대로 발정나서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뒤에서 박는다는, 나로서는 그레모리와 하는 행위에 대해 조금 생각하게 만드는 이상성벽에 치가 떨렸다.
'근데 지가 딱 한 번만 하고 싶다는 걸 어떻게 하겠어.'
그레모리는 내 팔을 제 가슴 사이에 끼우며 앙탈을 부렸다. 다른 부하들이 경멸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도-심지어 샤이탄 마저도-, 그를 깔끔히 무시하고 내게 아양을 떨었다.
"내 일생일대의 소원이라고. 내가 진짜 살면서 딱 한 번은 발정난 동정 유니콘이랑 플레이 하고 싶었단 말이야. 분신으로 할 거니까, 응?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앞으로 너 말고 다른 남자 쳐다도 안 볼게. 분신으로라도. 대신 네가 명령만 내리면...."
"하여튼 이 년도 정상은 아니야."
나는 그레모리의 엉덩이를 '팡팡'하고 두드리며 떨어뜨렸다.
"진짜 내가 명령만 내리면 아무 남자한테나 다리 벌릴 거냐?"
"네가 명령만 내리면. 분신이지?"
"본체로 하라고 한다면?"
"......보, 본체로 다른 남자랑 한다고 하면 너 나 버릴 거잖아!"
"눈치 빠르네...."
그레모리의 이상성벽은 나도 때때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그레모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그런 이상 성벽에 따른 플레이는 분신으로만 하는 걸로 합의를 보았다.
"......생각은 해볼게. 생각은. 아직 허락 한 거 아니다."
하드 플레이를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그냥 하드한 존재였다.
"하여튼 이 년도 저 년도 정상은 아니군. 특히 마족 암컷들이 더해."
나는 암두시아스의 좌우로 벌려진 사지를 가리켰다. 양쪽에서 텐타클 드라실의 줄기가 사지를 잡아당기고 있는 바람에, 암두시아스의 하반신은 훤히 드러나게 되었다.
찌걱, 찌걱.
암두시아스는 말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고간의 형태는 인간의 것을 쏙 닮아있었다. 그리고 그 안을 텐타클 드라실의 촉수 가지가 푹푹 쑤시고 있었다.
내가 하는게 아니라, 텐타클 드라실이 하고 있었다.
'아무리 나라도 이건 불가능.'
...사실 가능할 것 같기는 하다.
이미 나무 뿌리에까지 박은 이상, 유니콘 암컷이라고 안될게 무엇 있겠는가. 눈 딱 감고 박기만 한다면 끝날 일이다.
'그래도 남들 보는 앞에서는 불가능.'
하지만 나의 명예 때문이라도 박았다는게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텐타클 드라실은 내게 뿌리를 들이밀며 감각 연동을 제안했지만, 나는 그레모리를 향한 경멸의 시선을 생각하며 욕구를 참아냈다.
'아무리 나라도 먹을 건 걸러야지.'
텐타클 드라실 때야 그레모리를 상대로 했던 능욕 플레이 덕분에 그레모리의 강력한 지지를 얻어 내가 뿌리에 박는데 거리낌이 없었지만, 지금 유니콘을 상대로 하게 된다면 민심이 깎여나갈 미래가 훤하게 보였다.
- 주인님, 말박이세요?
- 아무리 그래도 유니콘 거기다가 박는 건 조금....
- 환멸했습니다, 주인님. 아버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에일라 상대로 박았다가 인간박이로 몰렸을 때 동지들과 동료들이 내게 모멸감을 내비치던 때가 떠올랐다.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이건 나도 안되겠다."
나는 속으로 눈물을 머금고 손사레를 쳤다. 부하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소를 잃고 대를 지켰다. 륜이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베시시 웃었다.
"주인님. 남녀노소면 누구든 라스할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아, 그렇구나. 륜은 내 속내를 읽고 나를 지지해주는구나. 기특한 마음에 당장에라도 입안에 한가득 부어주고 싶었지만, 나는 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걸로 그 마음을 대신 전했다.
"그래. 라스는 남녀노소 가능하지. 하지만 최소한 인간형은 갖춰야 할 거 아니냐. 표범 수인인 아무르는 그래도 어느정도 몸을...."
파---앗!!
암두시아스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내 말을 듣기라도 한 건지, 유니콘으로서의 몸이 서서히 줄어들어 사람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
여전히 사지는 가지에 붙잡혀있었지만, 유니콘은 륜을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처럼 작은 체구로 나를 향해 허리를 들썩이고 있었다.
정수리에는 안테나마냥 노란 뿔드릴이 달려있었고, 선홍색 음부에는 내 아랫도리 모양과 똑같은 돌기가 찌걱거리며 드나들고 있었다.
"이러면 가능이지."
"주인님, 방금까지 말이었는데요."
"지도 제정신이면 하다가 말로 변하지는 않을 거 아니냐. 그치?"
끄덕끄덕. 암두시아스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입을 닥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말을 아끼고 있는 건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너 말할 수 있냐?"
"...예."
암두시아스의 목소리는 예상외로 청명했다. 신음을 참는 듯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남의 처녀나 앗아갈 줄 알았지, 설마 자신이 이렇게 당할 거라고 예상이나 했겠는가.
"얘 그냥 이대로 영입할까? 처녀 건드리지 않겠다는 약속 받아내면 되잖아."
"그리고 주인님이 이상태로 한 번 드시고요?"
"맛만 보는 거지, 맛만."
"강자시여...!!"
이번에는 키메리에스가 엎드리며 나를 향해 절규했다. 중간에 말이 끊어진게 조금 화가나기는 했지만, 키메리에스의 심정은 십분 이해가 갔다.
"저 마물은 여인의 처녀를 앗아가는 마물입니다! 인간이든 마물이든 가리지 않을 것이란 말입니다!!"
"나도 딱히 다를 게 없는데? 여기있는 여자들 다 내 거라서. 심지어 던전 밖에도 넘쳐나지. 근데 너 말투가 좀 그렇다? 왜 눈을 그렇게 떠?"
"......."
키메리에스는 깊은 배신감을 느낀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
마을 처녀가 듀라한이 되었으면서 인간 감수성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지만, 나는 포르네우스 던전에서 3년을 구르며 그 인간성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곧장 모가지를 뜯어버리지 않은 것 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있다.
"질문. 듀라한은 인간 시절이랑 안쪽 느낌이 똑같냐?"
"......."
키메리에스는 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래서 키메리에스의 앞에 쪼그려앉아, 내가 직접 키메리에스의 머리통을 잡아 들어올렸다. 몸통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자세였다.
"안쪽 조이는게 인간 시절이랑 똑같냐고."
"......그런 건 저도 모릅니다."
키메리에스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간살당한 여인의 입장에서 내 말은 키메리에스를 모욕하는 언사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라스는 중요한 걸.'
2D 야겜 속성이라면 그냥 박아도 아무 문제 없지만, 쓸데없이 현실감을 갖추게 한다며 '시체니까 실은 안에 구더기가 들끓음'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박을 엄두조차 낼 수 없다.
'그렇다고 저거한테 박자니....'
"아, 하으, 흐아앙!!"
유니콘은 성대하게 가버렸다. 그리고 절정을 느끼자마자 하얀 빛무리를 뿜어내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한쪽은 말박이, 다른 한쪽은 시체박이라.'
어느쪽을 박든 그건 내 존엄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무 암컷이나 다 먹고 다니면, 륜이나 다른 여인들에 대해서도 존엄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 주인님은 구멍만 있으면 박는 그런 분이세요?
- 저희도 저것들이랑 같은 수준이었던 겁니까?
- 환멸했습니다. 주인님 군사 그만둡니다. 아버님께 이르겠습니다.
때로는 불가능을 외칠 줄 알아야 할 때도 있는 법. 물론 그렇다고 내가 저들을 그냥 둘 생각은 없다.
"일단 듀라한 무리들은 영입."
"오오...!!"
키메리에스는 내게 붙잡힌 채 활짝 웃었다. 고개를 꺾지 못해 직접 머리를 들고 움직이는게 영 보기가 그랬지만, 나는 한손으로 키메리에스를 잡고 다른손으로 키메리에스의 입을 휘저었다.
"우웁?!"
키메리에스는 순식간에 입안을 범한 내 손길에 깜짝 놀랐다. 시퍼렇고 창백한 피부, 썩은 동태 눈깔만 아니라면 키메리에스는 뭇 많은 남성들을 홀렸을 법한 미인이었다.
찌걱, 찌걱.
그리고 입 안의 감촉은 다른 인간 여인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단지 그 안이 겨울철 냉골마냥 서늘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나는 키메리에스의 혀를 손가락으로 쓰는 것을 끝으로 입에서 손을 빼냈다.
"니들 파트너는 하이구울들이다."
"하아, 하아. ......예?"
"언데드끼리 잘 놀아보라 이거지. 하서------스!!"
절그럭, 절그럭.
내 외침에 하서스가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특별한 임무가 없는 이상 하서스는 던전 안에서 항상 내가 부를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고, 지금도 금방 나타나 내 앞에 부복했다.
"쟤들은 너희들이 관리해라. 구울 부대와 듀라한 부대는 언데드 부대로 함께 편성한다."
키메리에스는 멍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키메리에스의 이마를 손으로 툭툭 누르며 엄지로 하서스를 가리켰다.
"혹시나 라스하고 싶어지면 얘기해라. 수많은 오크들과 인간, 안드라스 중에 시체박이가 하나 정도는 있겠지."
"그, 그게 무슨...."
"우리 군단에 온 걸 환영한다. 행복한 라스 생활 되어라."
나는 키메리에스의 머리통을 하서스에게 집어던졌다. 하서스는 섬세한 손길로 키메리에스의 머리통을 받았고, 하이구울 부대를 움직여 듀라한들을 일으켜 세웠다. 그들은 대장의 영향이라도 받은 건지 듀라한 여인들을 에스코트 하고 있었다.
"씁."
아쉽게도 둘 다 언데드라서 그런지 파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래서야 순수하게 즐기기 위한 라스밖에 할 수 없지 않을까.
"뭐...그건 앞으로 저 놈들 하기 나름이고."
나는 유니콘, 암두시아스에게 다가가 목을 짓밟았다.
"네가 우리 던전의 일원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네 능력을 증명하는 것밖에 없다."
"푸르르.... 기, 기회를...."
"그래. 기회다."
나는 내 옆에서 싱긋 웃고있는 하이엘프를 가리켰다.
"뿔을 사용하지 않고, 이 아이가 처녀인지 아닌지 알아맞춰보거라."
과연 유니콘은 무슨 대답을 할 것인가.
============================ 작품 후기 ============================
그레모리가 왜 저러냐고요?
......
원래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