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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153화 (15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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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는 혼전이었다. 목책 사이와 평야 일대에서 동시에 전투가 이루어졌고, 토벌군은 마왕군-을 사칭한 분노의 군단 마물들과 직접 맞딱뜨렸다.

남쪽의 오크.

동쪽의 언데드, 까마귀 마인.

그리고 병사들의 머리 위로 퍼부어지는 화살비.

도합 세 방향으로 협공을 당하는 형국이었고, 전선을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다. 숫적 우위는 토벌군에게 있건만, 하나하나가 강한 라스군의 마물들은 집요하게 인간들의 전력을 깎아먹고 있었다.

"우오오오!!"

오크들이 병장기들을 들고 힘으로 전열의 병사들을 타격했다. 오크들은 별다른 기교없이 오직 힘으로만 전열을 때려부셨고, 인간들의 장비는 하나 둘 파괴되기 시작했다.

"으아악!"

결국 빈 손이 된 병사는 무기가 부러진 오크를 상대로 맨몸 힘겨루기를 하게 되었다. 오크는 주먹을 들어올려 병사의 안면에 스트레이트를 넣었고, 병사는 코뼈가 부러진 채 기절했다.

"꺄하하하!"

공중을 날아다니는 하피 엔젤들은 토벌군의 상공을 날며 물건들을 마구잡이로 집어던졌다. 대부분이 부서진 집의 파편들이었고, 하늘에서는 날카로운 나무 조각들의 비가 내렸다. 갑옷에 부딪히는 건 그나마 참을 수 있었지만, 피부에 떨어질 때는 벌에 쏘이는 것처럼 따끔거렸다.

"전부 죽이라스!!"

까마귀 마인들은 지상에서 손톱을 휘두르며 병사들을 할퀴었다. 병사들은 손톱을 휘두르는 까마귀 마인들을 비웃으며 검을 맞부딪혔다.

카앙!

병사들은 당황했다. 손톱이 잘려나가기는 커녕, 오히려 철검이 반탄력에 튕겨나가듯 날아갈 뻔 했다. 까마귀 마인들의 잘 벼려진 손톱은 어지간한 강철보다 더 단단했다. 그리고 손톱의 끝은 송곳보다도 날카로웠다.

푸욱!

병사들의 목에 손톱이 박혔다. 그리고 까마귀 마인의 틈바구니에 있던 구울들이 병사의 하반신을 덮쳤다.

콰득!

"으아악!!"

까마귀 마인이 병사 하나를 제압하면 구울 두 마리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병사의 노출된 피부에 이빨을 박아넣었다. 병사는 괴로워하며 몸부림을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라스군의 기세는 가히 파죽지세였다. 목책의 오크들은 서서히 목책 너머로 병사들을 밀고 넘어오기 시작했고, 구울과 까마귀 마인들이 동쪽에서 난리를 치니 자연스레 병사들은 서북쪽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강을 등지고 선 곳으로 밀려나갈 뻔 했다.

하지만 병사들은 후퇴할 수 없었다. 후퇴 명령을 내려야 할 두 기사는 지금 프란시스 사제를 지키기 위해 온 정신을 전투에 쏟아야 했다.

"끄오오오!!"

로브의 오크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며 철퇴를 휘둘렀다. 그에이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라운드 실드로 철퇴를 막아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방패 자체가 박살이났다. 그에이는 도저히 혼자힘으로는 감당해낼 수 없음을 깨달았다.

"파이즈 경!"

"죽어라, 이 괴물아!"

기사 파이즈가 자신의 파이크를 내질렀다. 오크는 허리를 비틀며 파이크의 창날을 피했다. 하지만 허리라고 할 수 있는 면적 자체가 넓어, 파이크의 끝이 결국 오크의 옆구리를 찔렀다.

푸욱-!

"뭣?!"

파이크는 오크의 로브를 찌르고 미끄러졌다. 분명 뱃살을 찌른 감각이 있건만, 창은 로브에 구멍만 냈을 뿐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멍청한 놈!"

오크는 파이즈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파이즈가 뭔가 반항할 틈도 없이, 오크는 철퇴의 그나마 날카로운 끝부분을 파이즈의 턱 아래로 찔러올렸다.

퍼억!

"끄아아악!!"

파이즈는 턱 아래의 열기에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철퇴의 끝이 턱뼈를 때린 것도 고통스러웠지만, 무엇보다도 멱살을 움켜쥔 오크의 손아귀 힘에 피부가 뽑혀나가는 것 같았다. 파이즈는 눈앞이 아뜩해졌다.

"이, 개...!"

창을 놓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도망쳐야한다. 파이즈가 마나를 끌어올리며 오크에게서 물러서려던 순간.

피융.

어디선가 날아온 바람 화살이 파이즈의 목을 꿰뚫었다. 오크에 의해 멱살이 잡힌 파이즈는 그대로 축 늘어졌다. 오크는 파이즈의 머리에 불을 붙이고 전방, 프란시스 사제가 있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비켜, 비켜, 비켜---!!"

오크는 파이즈의 시체를 벙커삼아 내달렸다. 프란시스를 지키기 위해 모인 모험가들이 급히 화살을 쏘았지만, 그 모든 화살은 파이즈의 등에 꽂힐 뿐 오크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천벌받을 자식!"

"여신이시여, 마물을 쓰러뜨릴 힘을!!"

모험가들이 하나 둘 여신에게 성호를 그리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들의 무기에는 은빛의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여신의 가호를 받는 모험가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서걱, 서걱!

그들이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오크의 무기는 잘려나가고, 까마귀 마인의 손톱이 잘려나갔다. 궁수들이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니 하피 엔젤의 날개가 정확히 꿰뚫려 땅으로 고꾸라졌다.

여신의 가호에 따라 토벌군은 강해졌다. 그에이는 조금씩 줄어드는 마물들의 수에 쾌재를 불렀다.

'역시 이 싸움은 우리의 승리-'

"느가아아아아-----!!"

오크가 하늘을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불타는 파이즈의 시체를 높이 들어올려 철퇴로 퍽퍽 때리는 행위에 그에이는 복장이 뒤집혔다. 기사의 시체를 북처럼 사용하는 오크의 잔혹한 행위는 눈뜨고 볼 수 없었다.

퍽, 퍽퍽퍽!

하지만 파이즈가 곤죽이 될 수록, 오크의 문신에서 붉은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붉은 빛은 라스군의 마물들에게 깃들어, 얼굴에 워페인트를 그린 것 마냥 자리를 잡았다.

"우리의 분노를 받아라!"

"우리의 분노를 받아라스!"

무기가 잘린 오크들은 손으로 칼날을 잡고 분질러버렸다. 손톱이 잘린 까마귀 마인은 손톱보다도 단단한 부리로 병사의 눈알을 쪼아버렸다. 오크가 전장 한 가운데에서 내지른 포효에 라스군의 마물들이 흥분하여 더욱 강한 힘을 내기 시작했다.

"크윽...!"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피해가 너무나도 무지막지했다. 마물 상대의 전문가들인 모험가들이 큰 활약을 해주고는 있지만, 공중의 하피 엔젤들 때문에 모험가들은 다른 병사들을 돕지 못했다.

"뒈져라, 이 작은 인간 놈들아!!"

하피 엔젤 두 마리가 화살을 피해 날개를 접었다. 맹금류가 먹잇감을 낚아채듯, 두 마리는 동시에 모험가의 어깨 갑옷을 발톱으로 붙잡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본래라면 힘이 부족했겠으나, 오라의 힘으로 강해진 하피들은 거뜬히 모험가를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놓아라, 이 괴물들아!"

"그래!"

툭. 하피 엔젤들은 목책 보다 더 높은 곳에서 모험가를 놓았다. 핼쓱해진 모험가는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고, 하필이면 머리부터 떨어져 목이 뒤틀렸다. 그런 모험가나 병사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기사님!!"

모험가들이 비명을 질렀다. 기절한 사제 프란시스를 향해 다가가는 오크의 마수는 멈출 줄 몰랐다. 그에이는 어디서 이런 마물들이 튀어나왔나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도 프란시스는 지켜야 했다. 단순히 사제라고 부를 수 없는 그의 신분은 기사로서도 귀족으로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존재였다.

"으아아아, 더럽게 막아대는구나! 그럼 어디 이것도 막나 보자!"

철퇴를 휘두르던 오크는 철퇴를 바닥에 내팽겨치며 소리쳤다.

"그레모리-----!!"

푸드드득.

하늘을 날아다니던 하피 엔젤들이 일제히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그에이는 오크가 소리지르기 무섭게 망루 위에서 만들어지는 거대한 마법진에 피를 토하듯 소리쳤다.

그레모리. 56위 던전의 지배자인 7서클 원소술사 마족.

"모두 피해!!"

그에이의 호통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제 프란시스 주변에 모인 모험가들을 향해 집채만한 화염구가 발사되었다. 모험가들은 혼비백산하며 도망쳤고, 프란시스를 업고 도망쳤던 여자 모험가만이 헛웃음을 지으며 프란시스의 위에 기절했다. 망루에 오른 적발 마녀는 입꼬리를 비틀며 지팡이를 내려쳤다.

"플레임!!"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화염구는 정확히 프란시스를 향해 날아갔다. 이대로 화염구가 떨어지면 둘 다 불에 타죽을게 자명했다.

누군가는 둘을, 최소한 프란시스는 구하러 가야했다. 그에이는 그럴만한 능력도 있었고 거리도 가까웠지만, 선뜻 나설 수 없었다.

'만약에 나섰다가 저격이라도 당한다면? 지켜야하긴 하지만 목숨까지 걸면서 지켜야 하는가? 아무리 그라도?'

그에이가 망설이는 사이, 검은 그림자가 화염구 아래로 달려가 모험가와 프란시스를 낚아챘다.

"으휴오오옷!!"

"뭣--"

프란시스를 챙긴 자는 미친 오크였다. 돼지 오크는 양 허리에 두 명의 인간을 들고 부리나케 달렸다. 곧 프란시스가 있던 바닥에 화염구가 닿으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익스플로젼>!!"

□□□□□□□!!

하늘 높이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았다. 그에이는 멀리 떨어져있음에도 열기가 전해지는 화끈함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7서클 마법사가 펼친 폭발 마법에 잠시 정신이 팔렸고, 그에이는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렸다.

"으하하하하! 드디어 잡았다, 이 미꾸라지 같은 새끼들!!"

오크는 등 전체가 그을린 상태로 활짝 웃었다. 그는 폭발의 여파에서 프란시스를 지켜냈다.

"아, 아아, 아아아...."

반대쪽 손에 들고 있던 여자 모험가는 폭발을 그대로 뒤집어 쓴 채 눈을 까뒤집었다. 오크는 폭발에 구워진 여자 모험가를 바닥에 집어던진 뒤, 기절한 프란시스를 챙겨 몸을 돌렸다.

"전군, 라스베가스로 돌아간다!! 후퇴!!"

비만 오크는 아무 망설임없이 프란시스를 납치하여 도시 안으로 달렸다. 오크들과 까마귀 마인들이 우루루 무너진 목책의 구멍으로 달려갔고, 하피 엔젤들이 일부 마물들을 잡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뭐야...?"

조금만 더 공세를 유지했으면 토벌군은 전멸을 각오해야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마법사의 존재는 위험했고, 숫적 우위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크는 진격 명령을 내리기는 커녕 프란시스만 챙겨 달아나는 기행을 보였다.

심지어 목책 위의 발판에서 포로 여인은 능욕했던 오크가 여자를 버리고 프란시스만 챙긴 모습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도대체 왜?"

그에이는 멍하니 도망가는 라스군의 뒷모습을 보며 허탈하게 검을 떨어뜨렸다. 토벌군은 승리아닌 승리를 거두었고, 300여명이 넘는 사상자와 사제 프란시스를 납치당하고 말았다.

그에 비해 적들은 아무리 세어봐야 고작 100마리 정도. 그에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고오오--

을씨년스러운 강바람이 그에이의 등골을 스쳤다. 망루 위의 오크 궁수들은 혼란에 빠진 인간 병사들을 비웃듯 활까지 내렸다. 그에이는 굴욕감에 입술을 깨물었다.

"...본진으로 일시 귀환한다. 전군, 귀환!!"

그에이는 사기가 땅에 떨어진 병사들을 이끌고 본진으로 후퇴해야만 했다.

* * *

제법 반반한 여자 모험가를 거르고 사제 프란시스를 챙겼다. 하도 옆에서 따라다니던 모험가가 '프란시스 님'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사제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프란시스는 미약으로 인한 과호흡으로 기절한 듯 했다.

"주인님, 혹시 뭔가 성적 취향이 변하신 건 아니시죠?"

"주인님 남색이야?"

륜과 안드라스가 별 이상한 말을 내뱉으며 나의 성정체성을 의심했다. 누구보다도 라스를 사랑하지만 나는 동성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극구 사양이었다.

"나는 남색이 아니다. 다만."

나는 진지한 얼굴로 그들에게 단언했다.

"백합 2P에 내가 난입하는 건 얼마든지 환영이다."

"차라리 그러면 다행입니다. 여자처럼 생겨서 혹시나 했습니다."

에일라까지 나서서 나를 의심했다. 결국 나는 내가 왜 프란시스를 쫓아 라스베가스 북쪽까지 달려왔는지 설명해야만 했다.

"이 놈, 트랄의 행방을 알고 있다."

"트랄이 누구예요?"

"등신 같지만 착한 새끼. 나보다 존나 쎈 오크. 내 생명의 은인. 내 영혼의 파트너. 내 유일한 형제."

왠지 뒤로 갈수록 내 바람이 되어버려서  괜히 쑥쓰러워졌다. 나는 급히 화제를 바꾸어 밧줄로 구속된 프란시스를 가리켰다.

"그래서 그런 내 친구에 대한 정보를 실토하게 해야하는데, 뭔가 좋은 방법 있을까?"

"...아빠, 크흠. 군단장님!"

랜슬롯이 눈을 반짝이며 손을 들었다.

"제게 좋은 계획이 있습니다!"

"......."

저거 내가 포르네우스 상대로 야바위 칠 때 그 표정인데. 만약 진짜로 유전자값을 한다면 나는 프란시스를 랜슬롯에게 잡아먹히도록 유도하는 꼴이었다.

나야 에일라를 상대로 정보를 뽑아냈지만, 과연 랜슬롯은 잘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그냥 과도한 망상을 하는게 아닐까? 그냥 때리는 것 같은 폭력을 써서 정보를 캐낼 수 있지 않은가.

"...제가 하면 안 될까요?"

랜슬롯은 쭈뼛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피부만 녹색인 예쁜 딸이 애교를 부리니 절로 마음이 녹아내렸다. 나는 에일라의 등을 두드렸다.

"에일라, 네가 옆에서 잘 지켜봐다오. 랜슬롯, 절대로 죽여서는 안 된다. 알았지?"

"물론이죠! 히힛."

랜슬롯은 군침을 흘리며 프란시스를 들고 골목 으슥한 곳으로 사라졌다. 얼굴만 보면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다.

"흐히히, 잘먹겠습니당~."

"......."

설마. 아니겠...지?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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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프 18 3단계, 잭팟 18 3단계가 되었습니다.

10.26(토)에 전편 무료 보기 이벤트가 있습니다.

아울러 이벤트용 딱지도 받았습니다. 최대한 많은 분들께 나눠드리고 싶기는 하지만 그랬다가는 작가가 글 쓸 시간이 없으니 선착순으로 끊겠습니다.

이벤트는 메우 간단하라스.

댓글로 선착순 50분께 50딱지 보내드리는 이벤트라스.

조아라에 감사하라스.

10.12. 09:00,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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