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35일차 -------------------------
에일라는 내게 여러 의미를 가진 인간이다.
삶을 거의 포기하고 있던 내가 에일라 덕분에 다시 살아갈 의욕을 얻었으며, 폭식왕 파후우가 자서전을 쓴다면 그 첫 페이지를 장식할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내 동정을 떼주었다.
정확히는 내가 포로로 잡은 에일라를 취한 형태였지만, 약 4시간이 지난 시점부터는 에일라도 모든 걸 포기하고 적극적으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사람이 일주일 정도 혼절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분명 있을 수 있는 일이기는 했다.
두근, 두근.
하지만 에일라를 이런 식으로 깨우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대형 알, 임시 명명 '코쿤'을 조심스레 소환진에 올렸다.
두근, 두근.
일단 5성은 확정이다. 하지만 소환 대상인 '????'이 마음에 걸렸다.
'에일라가 아니잖아!'
세글자가 아니다. 메이의 특이한 알에서 메어리가 메이의 기억과 기술을 이어받았 듯, 어쩌면 나와 에일라의 자식이 태어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럼 에일라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나의 동정을 떼어주고 시스템의 문을 열어준 여자는 어떻게 되는 거지?
'딸이면 딸의 속에서 살아가는 거지.'
"환생 가즈아!"
나는 망설임없이 소환을 시도했다.
소환 시설에서 찬란한 무지개빛이 반짝이고,
금색의 별가루가 사방으로 뿌려지며,
그 속에서 라틴계 문장같은 요상한 것들이 떠오르더니,
코쿤이 서서히 좌우로 벗겨졌다.
"......."
에일라(?)는 그 속에서 두 눈을 뜬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체형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르게 짙은 녹색으로 물든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우웅---!!!
"큭?!"
막대한 마력의 분류가 소환진을 덮쳤다. 나는 본능적으로 팔로 시야를 가렸고, 마력이 잠잠해질때까지 기다려야했다.
"......주인."
마력이 흩뿌려진 안개 사이로 그녀가 내 앞으로 걸어왔다. 에일라와 똑 닮은 그녀는 내 피부와 똑같은 진녹색의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름."
"뭐?"
"이름을 지어주세요."
그녀는 내게 이름을 요구했다. 내가 붙이는 이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아는 걸까? 나는 아무 거리낌없이 나신으로 서있는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리에스> ★★★★★
레벨 : 25 / 100
종족 : 인간
나이 : 22세
성별 : 여성
등급 : SR+
출생 : 조디악 왕국 타우러스 남작령
소속 : 쿰처쿠의 던전
직업 : 공주기사
"아."
????은 아무래도 성이나 직업을 의미하는 듯 했다. 에일라는 5성으로 다시 태어났고, 다시 태어난 것을 축복하기 위한 이름을 내게 지어달라고 했다.
"에일라지."
<등록> 대상의 이름을 '에일라지'로 등록합니다.
"아니, 에일라!"
<등록> 대상의 이름을 '아니에일라'로 등록합니다.
"에일라!!"
<등록> 대상의 이름을 '에일라'로 등록합니다.
빡대가리 시스템과 한 차례 씨름을 한 끝에, 나는 그녀에게 다시 '에일라'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에일라는 손을 가슴에 올린 채 한쪽 무릎을 꿇었다.
"파후우 쿰처쿠의 기사, 에일라가 인사를 드립니다."
"어, 그, 그래."
생각해보니 에일라와는 그다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대화라고 해봐야 서로 어떻게 하고싶다고 죽기 전에 맘껏 떡치던 것 밖에 없지.'
덕분에 에일라도 장난 아닌 성욕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서로 죽기 직전이니 원없이 하고가자는 생각에 제정신이 아니기도 했다.
"에일라, 너는 내가 아는 에일라가 맞냐?"
"물론입니다. ......주인이 제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려드릴까요?"
"어."
"옮길 때를 제외하면 자지를 한순간도 빼지 않고 허리를 튕기셨습니다. 입, 아래, 뒤, 모든 구멍이란 구멍은 다 쑤시셨죠."
이 에일라는 내가 아는 에일라가 맞다. 나는 두 팔을 벌려 에일라를 끌어안았다.
"드디어 네가 정신을 차렸구나!"
"...예."
그 수모를 겪는 와중에도 에일라를 챙겨온 보람이 있었다.
5일차. 나는 드디어 에일라를 손에 넣었다.
"흐흐, 그러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이 있지 않느냐?"
"아...그게...."
에일라는 우물쭈물 하는 얼굴로 난색을 표했다. 나는 괜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니 씨발 환생이라며!!'
설마. 그럴 리가 없다. 시스템의 오류일 것이다. 나는 바로 에일라의 허리를 잡고 번쩍 들어올렸다.
"벌써?!"
"허업!"
나는 기합과 함께 나의 검을 에일라에게 꽂았다.
찌지직!
무언가를 강제로 찢고 벌리는 느낌과 함께, 나의 검은 에일라의 검집을 꽉 채우며 들어갔다.
"아, 아으윽.... 예, 예고도 없이...!"
에일라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개를 아래로 내리니, 그 아래에는 붉은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미, 미안...."
이렇게 또 무드 없이 파과를 한 것은 진심으로 미안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인해봐야할 건 남아있었다.
'여기서 씨를 뿌리면 어떻게 되냐고!'
# 예상결과 - 에일라+
?? ????(☆☆☆☆☆☆. 0.25%)
"아."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나는 에일라에게 내 성기를 끼운채, 봉긋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위아래로 울었다.
'사정할 수 있다.'
메어리는 막혔지만 에일라는 뚫려있다. 심지어 6성짜리 무언가의 확률이 남아있다.
'그럼 바로 사정이지.'
나는 에일라의 안에 씨를 뿌렸던 궁극적인 이유를 다시금 상기했다.
<진화> [파후우 쿰처쿠]를 [파후우 ? ???]으로 진화시킵니다.
1) 레벨을 끝까지 올린다. ( 75 / 75 )
2) 서로 각기 다른 존재에게 파종을 하여 번식에 성공한다. ( 2 / 5 )
"흐흐흐."
올랐다. 1에서 2로 올랐다. 환생도 번식에 카운트되는 모양이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이 감사함을 에일라에게 선사하고자 했다.
"아프냐?"
나는 에일라의 손가락으로 장골을 두드렸다. 에일라는 이상한 곳에 성감대가 많았고,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제는 적응됩니다...."
에일라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나는 에일라의 엉덩이를 손으로 받쳐 잡았다.
"그럼 던전 내부의 일원들에게 너를 소개시켜주마."
"......자, 잠깐만! 이러고요?!"
"당연하지."
박으면서 이동하는 건 이미 릴리를 통해 테스트해봤다. 느리기는 했지만 분명히 걸어다닐 수 있었고, 내 걸음에 위아래로 흔들리던 에일라는 내 허벅지에 다리를 걸었다.
"그 때는 둘 다 미쳐서 격하게만 했었지?"
"...모, 모릅니다, 그런거."
에일라는 얼굴을 붉히며 부정했다. 하지만 나는 에일라가 다시 태어나기 전에 어떤 신음을 터뜨렸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흐흐, 오늘 다시 한 번 더 울어봐라. '끄야앙!'하면서 말이야."
"기, 기사는 그렇게 울지 않, 하윽!"
나는 에일라를 끼운 채,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던전의 주요 일원들에게 한 차례 순회공연을 돌며 소개했다.
"어, 드디어 깨어나셨네요?! 반가워요, 전 륜이라고 해요!"
"아.... 반갑다, 나는 에일라 아리에스라고 한다."
에일라는 뒷치기로 박히면서도 절도있는 인사를 보였다.
대단한 것.
* * *
잠시 뒤.
노예 인간들에게 에일라는 나의 것임을 과시하고-중간에 종마 하나가 눈독을 들이길래 바로 하피들을 투입하여 1:5를 하도록 만들었다-, 나는 우리 던전 구성원들 중에서 그나마 바깥 세상의 정세에 밝은 에일라에게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 물었다.
에일라가 깨어나면 가장 묻고 싶었던 건 단 하나.
"너 왜 그 쪼렙으로 기사단 이끌고 들어왔냐?"
"......."
에일라의 레벨은 25. 메이나 촌장보다 훨씬 낮은 레벨이었고, 그건 결코 한 기사단의 대장을 맡을 만한 실력이 아니었다.
"......사기였습니다."
"뭐?"
"귀, 귀족 가문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기사로서 실적을 쌓기 위한.... 흠흠."
"헐."
개인의 실력도 낮은 자가 어떻게 기사가 되어 토벌대를 이끌었는지 그 배경을 드디어 깨달았다.
"너 빽으로 대장 달았구나?"
"그, 그렇게 말씀하시면...."
에일라는 자궁구에 귀두가 닿을 때보다 더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에일라의 배경에 상당히 흥미가 생겼다.
"뭐 귀족 가문의 영애라도 기사로서 활약하고 싶다 그거냐?"
"그런 것도 있지만.... 저희 가문이 왕가의 일원이 될 상황에 놓이는 바람에."
"...아, 그 왕자님?"
갑자기 기운이 팍 사그라들었다. 에일라는 내 눈치를 보며 바삐 변명했다.
"정략결혼이었습니다. 저희 가문은 왕국 내에서도 상당한 입지를 자랑하는 가문! 저희 아버지, 아리에스 변경백께서는 '성검'의 사용자니까요!"
"좆됐네."
어찌 륜보다 더한 사망 플래그가 딸려온 느낌이다.
"제대로 조졌다."
에일라가 기절하고 있었으니 내게 먹히는 와중에 내뱉은 말들은 전부 나를 겁박하는 말인 줄 알았다. 애초에 그 때는 에일라의 여체를 탐하느라 집중하지도 않았다.
에일라 아리에스.
아리에스 백작가의 영애이자 기사.
왕권과는 멀리 떨어져있지만 마법적 재능은 뛰어난 어린 왕자와 약혼을 한 관계.
그리고 아버지는 성검의 사용자.
'걸리면 뒤진다.'
아리에스 변경백이 어느 정도로 강한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3성 75렙으로는 절대 비빌 수 없다는 건 확신한다.
"성검이면 그거 맞지? 시밤쾅! 하면 던전 무너뜨리는 그 성검."
"네. 진짜입니다. 아리에스 가문에 대대적으로 내려오는 신물이기도 하고요."
마왕이 존재하는 만큼, 이 세계에는 '용사'라는 것들이 있다.
나는 비록 마주한 적이 없지만, 아무래도 에일라의 아버지인 아리에스 변경백은 성검을 사용하는 용사가 분명했다.
"너 혹시 이름 바꿀 생각있냐? 계속 에일라로 살다가 네 아버지가 여기 눈치채면 나 모가지 뎅겅인데."
"주인님께서 한 번 에일라로 이름을 정해주셨잖습니까. ...싫습니다. 차라리 한 번 뒤에다가 싸세요. 아버지께 물려받은 성과 주인님께 받은 이름을 버릴 수 없습니다."
에일라는 완강했다. 뒤로 하는 건 짐승같다면서 극도로 혐오하는 주제에, 뒤로 한 번 허락하겠다면서 자신의 이름과 성을 사수하려했다.
"에이, 그래. 될 대로 되라지."
어차피 엘프의 숲과도 싸워야하고, 나중에는 마왕군과도 싸워야한다. 거기에 백작가가 포함된다고 해도 상관 없었다.
그만큼 힘을 기르면 되니까.
'그리고 하나 더.'
내가 진짜로 궁금한 것 하나.
"......혹시 비르고 남작령이 어디에 있는지 아냐?"
내가 터를 잡고 있는 이 땅. 에일라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다가 손뼉을 쳤다.
"생각났습니다. 저희 영지와 완전 반대편에 있는 곳입니다."
"헐."
나는 그러면 던전에서 탈출하면서 왕국의 반대편으로 튕겨나왔단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암만 그래도 왕국의 거리가 알몸에 여자를 낀 오크가 주파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닐텐데.
그리고 내가 이곳까지 온 배경에 대해 생각하기 무색하게, 에일라의 이어진 말에 내 생각은 온전히 하나에 꽂혀버렸다.
"비르고 남작은 불과 1개월 전 사망하였습니다. 독살이라는 설이 있기는 합니다만, 영지는 저와 비슷한 나이의 영애가 물려받았습니다. ...학식이 상당한 미인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츄릅.
군침이 돌았다.
아무래도 이 땅을 정복해야겠다.
"그러려면 너도 6성으로 만들어야겠지? 흐흐, 륜!"
"네-에!"
"벌은 끝이다! 오랜만에 그거 하자, 그거!"
"어, 그거요?! 히히, 네! 알았어요!"
"그거라니, 잠, 꺄악?!"
나는 위로는 륜을 마시고 아래로는 에일라를 다시금 맛보았다.
꺼억.
* * *
사각, 사각.
깃털펜이 나풀나풀거렸다. 집무실로 홀로 남은 비르고 남작은 흘러내린 안경을 치켜올렸다.
"이걸로 세입 정리는 완료...."
남작은 의자에 몸을 눕혔다. 처음에는 이 많은 양을 혼자서 언제 정리하나 싶었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속도가 붙어 빠르게 정리가 되었다.
'사교계에서 파티하고 싶다.'
하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영지를 물려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창 적정 혼기로 평가받는 비르고 남작으로서는 여러모로 신경써야할 곳이 많았다.
'이제 예전처럼 호호 웃으며 살지는 못하겠지.'
드레스를 입고 영애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호시절은 전부 사라져버렸다.
차라리 결혼이라도 일찍 했으면 남자에게 모두 맡기고 가문 내 살림이나 보듬으면 됐지만, 아쉽게도 비르고 남작은 결혼을 하지 못했다.
'지금 결혼하기에는 늦었지.'
나이는 충분하다. 남작가문의 영애라고 한다면 혼기가 아슬아슬했지만, 한 명의 어엿한 남작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나이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는 법이다.
"......."
남작은 한켠에 쌓아둔 편지상자를 꺼내들었다. 지난 한 달간 만나보고 싶다, 영지를 방문하고 싶다, 결혼하자며 추파를 던진 곳만 무려 열 곳이 넘었다.
'인기녀 다 됐네.'
제발 아무 일이 없기를. 남작은 의자에 몸을 눕히며 잠깐의 여유를 즐겼다.
쿵쿵쿵쿵!
절그럭거리는 갑옷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복도를 시끄럽게 달린다. 남작은 몸을 일으켜 안경을 벗었다.
벌컥!
"그에이 경, 아무리 급해도 가문 내에서는-"
"던전입니다!"
빠득.
남작의 손에 잡혀있던 깃털펜이 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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