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74일차 -------------------------
나는 던전으로 귀환했다.
구울들은 상당한 양의 목재를 쌓았고, 슬라임들은 포로가 도망치지 않게 천장에서 정찰병의 역할을 잘 해주고 있었다.
"오셨어요?!"
"그래."
나는 메이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륜을 끌어안았다. 륜은 내게 안기자마자 바로 로브를 들어올리려 했으나, 나는 륜의 손을 잡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늘 오후는 느긋하게 먹고 마시자."
"네...?"
"아주 재미있는 광경을 보려고 하거든."
나는 발정난 륜을 진정시킨 뒤, 메이를 다시 감옥에 집어넣었다.
"자, 잠깐만...! 저 설마 이게 제 방인, 흡?!"
메이는 다리를 떨다가 힘이 빠진 듯 주저앉았다. 륜은 메이를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나를 향해 눈을 흘겼다.
"주인님...?"
"재미있는 광경이라고 했지?"
메이는 배를 부여잡고 숨을 헉헉거리고 있었다. 몹시 혼란스러워하는 눈치였고, 나는 감옥의 자물쇠를 한 번 더 확실하게 채운 뒤 감옥 앞에 앉았다.
"부하가 되겠다고 했지."
"아, 아아...?"
메이는 부풀어오르는 배에 사색이 되었다. 이미 한 번 아이를 낳아본 경험이 있는 만큼, 자신의 배에 생긴 기이한 현상이 어떤 상태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너는 네 역할을 했다."
과연 어떤 존재가 태어날 것인가. 오크여도 좋고, 하프 오크여도 좋고, 인간이라면 더더욱 좋다.
"소환할 수 있는 존재가 늘어나는 건 얼마든지 환영이거든."
나는 손을 뻗어 메이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짝!
메이는 손을 휘둘러 내 손을 뿌리쳤다. 아랫입술을 너무 과하게 깨물어 피까지 입에서 흘리고 있는 메이의 눈동자에는 증오와 분노가 서려있었다.
"이, 이 개새끼야!!"
"칭찬 고맙군."
"이 미친 새끼! 어떻게, 어떻게 내 안에, 우웁!!"
메이는 입을 막고 헛구역질을 했다. 적어도 마을을 다녀오며 내 품에 안겨 두 시간 동안 흔들리며 얻은 멀미는 아니었다.
분명히 입덧이었다.
"륜아, 우리 내기 하나 할까?"
"어떤 내기요?"
"알이 나올지, 아니면 애가 나올지."
인간 남자와 하피의 조합에서는 알이 나왔다. 그렇다면 오크 남자와 인간 여자의 조합은 과연 어떤 형태로 태어날 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진짜 아이라도 낳으면 탯줄 잘라야할텐데."
"그게 뭐예요?"
"아아, 그것은 아이에게 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기관으로...."
"아아악?! 아아악!!"
메이는 자신의 배를 주먹으로 치며 절규했다. 나는 아차 싶은 마음에 감옥으로 들어가 메이의 팔을 붙잡았다.
"어이쿠, 그렇게는 안 되지. 하서스!"
나는 공동 너머로 하서스를 호출했다. 불과 5분이 되기도 전에 하서스는 부리나케 달려왔고, 나는 끊임없이 반항하는 메이의 팔을 하서스에게 넘겼다.
"구속해라."
크륵.
하서스는 메이의 뒤에서 긴 팔을 이용해 메이의 관절에 팔을 끼워넣어 비틀었다.
"아으, 흐아악!!"
순식간에 팔이 제압된 메이는 다리를 앞뒤로 휘저었다. 그게 꼭 배를 걷어차려는 것 같아 마음이 좀 그랬다.
"라임있냐?"
꾸르륵.
"일단 목까지 감싸볼래? 먹지는 말고."
나는 행여나 라임이 메이을 먹어치울까 두려웠다. 하서스가 뒤를 잡고, 라임이 몸을 크게 벌려 아래에서부터 메이를 마네킹처럼 감싸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내가, 내가 괴물의 아이를, 아아악!!"
"입도 마스크씌워라."
라임은 꾸멀꾸멀 메이의 몸을 타고 기어올라가더니, 마지막에는 메이의 입을 점액으로 틀어막았다. 메이는 팔만 밖으로 빠져나온 채 슬라임에게 갇혔다.
"륜. 그걸 데려와."
"네."
륜은 쪼르르 막사로 달려갔다. 나는 라임의 아래에 빠르게 맥동하는 메이의 배 위에 손을 올렸다.
'그래도 나보다는 크네.'
임산부의 배가 나보다 크다는 것을 과연 위안으로 삼아야 할 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 당장의 내 배가 메이보다 작다는 것에 아주 조금 만족했다.
'나이 먹으면 아랫배 처지기 십상이니까 그냥 그렇게 생각해야지.'
제발 내가 뿌린 씨에서 태어날 아이들은 비만이 아니기를. 이 저주받은 유전자가 내 대에서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던 도중, 륜이 내가 지시한 것을 데려왔다.
"허, 허으, 허억."
털썩.
촌장은 그 사이에 피골이 상접해있었다. 얼마나 기가 빨렸는지 그의 성기는 괴사할 것 처럼 쪼그라들어 있었다.
"오호호...."
하피(★)와 하피 엔젤이 요염히 웃으며 다가왔다. 그 뒤에는 다른 하피 네 명도 함께 있었다.
"잘했다. 내 명령대로 아주 쥐어짰구나."
"이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지. 한 명씩 다 돌아가면서 했어. 덕분에...."
하피는 하피 엔젤의 배를 날개로 쓰다듬었다. 서로가 서로 깃털로 잘록한 배를 쓰다듬었고, 나는 시스템을 통해 그들에게 뿌려진 씨가 순차적인 시간을 그리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촌장은 6번을 넘게 사정한 것이다. 그리고 그 때마다 한 번씩 새로운 하피와 관계를 맺었고.
"응? 그러면 이전에 애들은?"
"알 말하는 거야? 다 챙겨놨지."
하피는 2세대 아이들이 낳은 알들을 내게 건넸다. 하피 엔젤과 하피 두 마리가 낳은 알들은 전부 1성으로 추정되었고, 나는 그걸 새벽에 거둔 알 옆에 조심스레 놓았다.
"흐어어...."
촌장은 침을 질질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를 올려다보며 힘겹게 말했다.
"죽...여.....줘......"
"니들 도대체 얼마나 쥐어짠 거야?"
나는 촌장의 입에서 죽여달라는 말이 나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하피들은 저마다 꺄르르 거리며 촌장을 비웃었다.
"글쎄요? 한 명당 세 번? 그 정도는 받은 것 같은데?"
"나중가서는 찔끔찔끔 나오느라 애를 먹었다고요. 덕분에 애가 생겼지만. 깔깔깔!"
"주인, 나중에 그거 하자. 우리 낳고 다같이 한 번씩 하는 거야. 응?"
"...니들은 니들 남편 있잖아. 절로 가."
나는 던전의 주인을 상대로 하극상을 벌이려는 하피들을 물렸다.
"나한테는 륜이 있으니까 괜찮아."
"에이, 엘프 님은 아랫입으로 못 하잖아."
"하, 할 수 있거든요...!"
뒤에서 잠자코 있던 륜이 로브를 꽉 쥐며 허세를 부렸다. 나는 륜을 번쩍 들어올려 내 어깨 위에 올렸다.
"그건 나중에. 지금은 이제 구경이나 하자고. 라임아."
찌걱, 찌걱. 라임은 내 지시에 따라 서서히 하반신을 덮어씌웠던 몸을 상반신으로 밀어올렸다. 메이의 부푼 배가 고스란히 밖으로 드러났다.
"아, 안 돼...!"
"어......뭐...?"
촌장은 메이를 보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인간이 고작 수 시간만에 저렇게 배가 부풀 수 있다는 말인가.
"설마."
"그래."
나는 메이를 향해 성기를 한 번 툭 쳤다.
"자는 사이에 한 번 했다. 흐흐흐."
"어, 어떻게...! 분명 흔적이 남았을텐데!"
"네 가슴을 감싼 아이가 청소했지. 크흐흐."
라임은 흔적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청소했다. 나 또한 메이가 혼절 중인 틈을 노려 깔끔하게 씨만 뿌렸다.
"아.... 내가 지금까지 말 안했던가?"
"말 안했어!"
"그럼 미안. 크흠흠."
진짜로 말은 하지 않았다.
"야, 약속이 틀리잖아!"
"내가 무슨 약속을 했다고."
"앞에다가 하지 않겠, 히익?!"
꿈틀. 무언가가 메이의 안에서 크게 움직였다. 메이는 태동에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아, 아니야.... 이건 꿈이야...! 내가 마물을...?!"
"큭, 망할 년."
촌장은 기어가는 목소리로 메이를 비웃었다.
"나한테는...씨발.... 하피한테 쌌다고 온갖 지랄을 다 했으면서...."
"아니야! 이건 내가 원해서 한 게 아니라고!"
"씨발 나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었어!!"
"닥쳐, 이 개새끼야! 지금 내 상황이랑 너랑 같아?!"
촌장과 메이는 서로를 욕하며 으르렁거렸다. 어차피 똑같은 놈들이 서로 제 얼굴에 침뱉는 격이라 나는 그저 우스웠고, 심지어 륜조차도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 아으.... 흐으윽?!"
메이의 두 발이 꼿꼿히 섰다. 하피들에게도 보인 것처럼 메이는 절정에 달해 있었고, 나는 메이의 앞으로 다가가 두 다리를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아, 하으, 흐아악!"
메이는 고개를 세차게 꺾으며 눈을 까뒤집었다. 하서스가 팔을 내리며 메이의 몸을 낮춘 순간, 메이의 균열이 좌우로 벌려지기 시작했다.
"륜아! 나는 알에 건다!"
"음.... 저는 다른 거요!"
"...치사한데."
찌걱.
메이가 몸을 크게 떨자, 음부에서 매끄러운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하피들의 알과는 확연히 다른, 알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이상한 타원형의 물건이었다.
찌걱, 찌걱, 퐁.
"......이것도 알인가?"
"미묘하네요."
나는 밑에서 알을 받아냈고, 메이는 고개를 푹 떨궜다. 하서스가 뒤에서 잡아주지 않았다면 분명 앞으로 고꾸라졌을 것이다.
"하아, 하아...."
메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침을 질질 흘렸다. 한껏 부풀어있던 배도 거짓말같이 훅 꺼져서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갔다.
"......."
촌장의 눈은 메이가 낳은 알에 고정되어 있었다. 나는 알을 옆구리에 챙긴 뒤, 메이의 머리칼을 붙잡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축하한다. 이걸로 너는 진정한 우리 던전의 일원이야."
"하, 하하, 하아...."
메이는 입꼬리를 파르르 떨며 웃었다.
"이, 이런 거라고 말씀을, 흐아아.... 해주셨으면, 히익, 얼마든 지, 흐으."
쪼르르르.
메이의 아래에서 짓누런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너무나도 심하게 가버린 탓에 메이는 그만 지려버리고 말았다.
"음.... 그럼 또 낳아주겠나?"
"어, 얼마든지요, 흐히...."
"고맙군. 근데 미안."
나는 메이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륜의 눈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미안하지만 너는 우리 던전에서 함께 할 수가 없어."
"그게 무슨."
"딸을 만나고 싶지 않아?"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슴을 둘러싸고 있던 라임이 메이를 전부 감쌌다. 라임은 메이의 위해 덧붙인 찰흙인형마냥 형태를 다잡았다.
메이는 라임의 몸속에서 무언가 크게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메이의 목소리는 라임의 몸 속에서 공허히 메아리 칠 뿐이었다.
"메이."
나는 메이를 향해 엄지를 들어올렸다.
"너는 던전의 일원이 됐어. ...라임의 가슴으로 말이지."
쯔어억.
라임은 몸을 움직여 촌장의 위까지 걸었다. 안에 갇힌 메이는 영혼이 나간 상태로 라임이 움직이는 대로 걸을 수 밖에 없었고, 라임은 촌장의 남성기 위에서 멈췄다.
"흐흐, 죽기 전인데도 서는 거 봐라...."
촌장은 자조하며 눈을 감았다. 라임은 메이의 음부만 열어젖혔고, 어느정도 딱딱해진 촌장의 성기가 메이의 안을 찔러넣었다.
찌걱.
서로 서로 마물과 한 번씩 이종간을 한 성기가 드디어 인간끼리 마주했다. 둘은 이틀 전 침대 위에서 정을 통했던 기억을 되감으며, 자신들이 현재 놓인 상황을 잊어버리고자 했다.
꾸물꾸물.
라임의 몸이 얇게 퍼져나가 촌장까지 집어삼켰다. 촌장은 라임에게 먹히는 상태에서 마지막 영혼을 불살라, 메이의 안에 들어간 성기를 움직였다.
찌걱, 찌걱.
붉은 슬라임의 속에서, 둘은 생에 마지막 정사를 나누었다.
* * *
레벨 55의 ★★★ 마법사.
그리고 레벨 41의 ★★★☆ 사냥꾼.
두 명의 고렙 인간을 먹어치운 라임은 진화의 두 조건을 모두 만족했다.
레벨. 35레벨이 되었다.
특정 개체의 섭취. 여자 사냥꾼 9명을 먹어치웠고, 마지막으로 메이를 먹음으로써 횟수를 채웠다.
<부하진화> [라임]의 진화가 가능합니다.
# 슬라홀
"3성짜리 만들기 쉽네."
슬라홀 다음에는 또 어떤 마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장 진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그보다 이게 더 궁금하단 말이지.'
메이가 낳고 떠난 이 알 비스무리한 무언가. 나와 륜은 한참동안 이것이 알인지 아닌지를 두고 갑론을박하다가, 결국 그냥 서로 이긴걸로 하고 소환진에 올리기로 했다.
Lv.2 의 소환 시설.
오늘 처음 소환하는 것으로, 드디어 나는 오늘의 첫 소환을 시도했다.
"후우, 후우."
소환을 누르는 내 손 위에 두 손이 포개어졌다.
하나는 언제나 영험한 기운을 가진 륜의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저 알의 주인이기도 한 메이를 먹어치운 라임의 것.
나는 두 명의 기운을 하나로 모아, 두 눈을 꾹 감고 소환을 눌렀다.
"가챠!"
생전 처음 보는 이펙트.
보라색 마력도 아닌 검은 마력이 몰아치고, 온 세상의 시야가 검게 물들겠다 싶을 정도로 소환진에서 마력이 뿜어져나오던 그 때.
"...뭔가 계속 오류가 난다 싶더라니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그리고 소환진에서 나온 존재는 내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였다.
"반갑습니다...라고 하기에는 여러모로 난감하군요. 관리 외의 던전에서 벌써부터 '번식'이 이루어질 줄이야."
검은 정장에 검은 긴 생머리. 눈동자까지 검은 미인은 등에 악마의 날개를 달고 있었다.
"일단 이 던전의 시간을 잠깐 멈추겠습니다."
짝.
여인이 손뼉을 치자 세상이 멈췄다. 그리고 나는 시야가 어두워지기 전, 갑자기 나타난 검은 미인의 얼굴을 분명히 보았다.
"일단 인사를 하기에 앞서...."
[???? ???] ★★★★★★ Lv.255.
아.
적어도 저거 내가 소환한 건 아니겠구나.
"그 발딱 세운 것부터 좀 내려주시겠어요?"
여인은 검은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을 날카롭게 세웠다.
나는 좆을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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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니까 꽉곽 채워서 3편 드렸읍니다.
참고로 저거 주인공이 소환한 부하 아니니까 안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