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여대에 입학한 남자로 살아가는 법-29화 (29/79)

〈 29화 〉 구원 투수

* * *

금발머리, 이효승은 자기가 넣어 놓고도 떨떠름한지 입술을 떨었다.

“후우….”

2n년간 묵혀 왔던 아다를 드디어 떼었다는 정복감.

그리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생자지의 감촉.

안쪽까지 꽉 차오르는 만족감.

그 모든 것에 취한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 미친. 진짜 개좋아.”

그 모습을 본 회색 머리도 이젠 침을 꼴깍 삼켰다.

“야, 그렇게 좋냐.”

이효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쳤다. 딜도랑 느낌부터가 차원이 달라.”

“흐읏….”

이효승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내 입에서도 얕은 신음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거칠어….’

섹스도 일종의 운동이다.

이효승은 확실히 외적인 피지컬이 좋은 편에 속했지만, 힘이 센 것과 별개로 운동 신경은 그다지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윤서 누나의 경우 운동에 전념하느라 남자친구는 사귀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처음 삽입했을 때부터 허리 놀림까지 거의 천재 수준이었다.

‘물론 누나랑 나랑 속궁합이 잘 맞는 것도 있기야 하겠지만….’

하지만 이효승은 테크닉보다는 피지컬로 승부하는 스타일인 듯, 움직임의 디테일보다는 조임에 신경을 쓰는 듯했다.

“헤윽….”

질 안쪽이 꾹 조이며 내 귀두를 감싸자 저릿한 쾌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큰일 났다…. 스위치가….’

배빵을 맞은 충격 덕인지 발기될 때까지만 해도 아직 충분히 정신이 멀쩡했었다.

하지만 따뜻하고 질척한 보지 속에서 계속 자극을 받자 뉴런을 막고 있던 쾌감 장벽이 뚫리면서 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흔히들 자박꼼이라고 하던가.

하지만 이 세계에서 나는 보넣꼼이었다.

보지에 넣으면 꼼짝 못 한다고.

“하윽….”

내 입에서 얕은 신음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이효승은 더 흥분한 듯 허리를 더 빠르게 움직였다.

“야, 이년 반응 미쳤다. 이거 완전 야동에서나 보던 반응인데.”

“야동보다 더 리얼한데? 진짜 느끼고 있잖아.”

“흐읏….”

투박하고 불규칙적인 움직임이었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예측 불가능한 자극을 견뎌내야 했다.

‘이런 무식한….’

섬세함이라고는 없지만, 거의 계속 조인 상태에서 위아래로 움직여대니 참기 힘든 자극이 귀두에 집중됐다.

“헤윽….”

지금까지 했던 섹스가 피스톤 운동, 조이는 타이밍, 기타 디테일이 합쳐진 종합예술이었다면 이 모쏠아다의 섹스는 단일 종목이었다.

‘자극’이라는 이름의 단일 종목.

“그, 그만….”

다른 감각들이 달아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귀두에만 자극이 집중되었을 때, 귀두에는 참기 힘든 감각이 올라온다.

“처, 천천히….”

나는 숨을 헐떡이며 몸을 비틀었다.

‘이, 이렇게 자극만 강한 건 처음….’

내 애원을 옆에서 듣고 있던 회색 머리는 이효승을 보며 킥킥댔다.

“야, 그만해달라는데? 이 새끼 누가 모쏠아다 아니랄까 봐 섹스도 존나 못해. 킥킥.”

“뭐?”

그때까지만 해도 흥분에 젖어 있던 이효승이 자신을 놀리는 말에 발끈했다.

“씨발, 어쩌라고. 처음부터 잘하는 새끼가 어딨어? 야, 그렇게 불만이냐? 어?”

그리고 그 화살은 나에게 돌아왔다.

“곱게 쳐 따먹힐 것이지….”

그 말과 함께 이효승의 주먹이 내 배를 향해 날아왔다.

퍽­

“커흑…?!”

나는 저항할 수도 없이 배를 얻어맞고 신음을 흘렸다.

다행히 아까처럼 완전히 모르고 얻어맞은 것이 아니었기에, 숨이 안 쉬어질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다.

게다가 섹스를 통해 분비된 엔돌핀 덕분인지 통증도 아까보다는 훨씬 덜했다.

“이 씨발.”

퍽­

“케흑…. 헥….”

아니, 이제는 맞으면서 알 수 없는 쾌감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분명 아픈데…. 아픈데 왜 흥분되는 거야…?’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몸인 걸까.

이거, 좀 위험한 거 아닌가?

“헤윽….”

금발머리는 늘어져서 신음을 흘리는 나를 보며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이제 좀 얌전해졌네. 이거 괜찮은데?”

찔걱­ 찔걱­

배빵의 여파가 가시자마자 다시 귀두에 참기 힘든 자극이 몰려왔다.

‘아, 안 돼.’

여기서 싸 버리면….

“헥, 흑….”

“저, 싸, 쌀 거 같….”

헐떡이며 말했지만 금발머리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허리를 움직였다.

“지금 싸면 뒤진다.”

“흐헥….”

그 말에 나는 온 힘을 다해 사정감을 참으려 애썼다.

“푸흡. 참으려고 하는 것 좀 봐.”

금발머리는 오히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흥분되는지 질을 조이며 허리를 더 빠르게 움직였다.

“헤윽…!”

‘더 이상은….’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 줄 알면서도, 나는 절정을 맞이하고 말았다.

뷰릇­

뷰르릇­

나는 바들바들 떨며 정액을 뿜어냈다.

금발머리의 질 안에, 내 오르가즘의 산물을 남김없이 주입했다.

내 사정과 함께 피스톤질은 멈추었다.

“하, 싸지 말라고 했는데.”

금발머리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럼….”

그리고 다시 내 배를 가격했다.

“벌을 받아야지.”

“케흑…!”

다시 이어지는 배빵에 내 몸이 팔딱였다.

뷰릇­

그리고 동시에 한 번 더 정액이 뿜어져나왔다.

자신의 질 안에 정액이 한 번 더 뿜어진 걸 실시간으로 느낀 금발머리는 신세계를 발견한 듯한 얼굴을 했다.

“어, 야 이 새끼. 맞으면서 느끼는데?”

“와, 진짜 천생 마조년이었네.”

금발머리는 그 상태에서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헤윽… 흣…!”

그러면서 이번에는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야, 맞으면서 강간당하니까 좋냐?”

“헤윽….”

짜악­

퍽­

“케흑, 흑, 흣, 헤윽!”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분명 무자비하게 얻어 터지고 있는데, 몸은 계속 쾌감을 생성해내고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도대체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지.

난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 수도 없었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학, 흣, 헤읏….”

내 신음 소리는 이제 도서실 전체에 울려퍼졌다.

아무도 없는 도서실 같은 공간에선 누가 작은 기침만 해도 크게 울린다.

하물며 신음 소리는 말 다 했지.

내 신음 소리가 커지자 망을 보고 있던 여자까지 궁금해졌는지 나를 보러 다가왔다.

“와…. 존나 야하네…. 야, 그리고 좀 적당히 패.”

“힘조절은 하고 있거든. 망가지면 안 되니까. 야, 신음 좀 적당히 내. 밖에 들릴라.”

“헤윽, 헤읏….”

하지만 이미 내 몸은 내 통제를 벗어나 있었다.

이제는 금발머리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멍하니 밀려오는 자극을 받아들일 뿐.

“적당히 내라니까.”

“켁…?!”

그 말과 함께 금발머리가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야, 애 뒤져. 제정신이야?”

“야, 야. 이건 좀 너무 나갔다.”

옆에서도 말리려 들었다.

“켁….”

이대로 죽는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산소가 부족해졌다.

“야, 이 새끼 목 조르니까 자지 더 발딱 서는데?”

이제는 광기였다.

‘여기까지인가 보다.’

갑자기 대학 입학 첫 날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하며 시작됐던 이 세계에서의 내 인생.

초등학교 때부터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착한 아이였고, 열심히 공부해 국립 대학에 입학해 평탄한 인생을 살 것이라 생각했다.

눈앞은 평평하게 느껴지면서도 전체를 멀리서 보면 굴곡져 있는 게, 내 인생은 지구와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쌉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진짜 갈 때가 됐나 보다.’

이 거친 세상에서, 난 애초에 살아갈 힘이 없는 약자였던 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이 개새끼들아!”

콰아아앙!!

그 순간 굉음과 함께 도서실의 문짝이 박살나고 무너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뭐야?”

순간 내 목을 쥔 손에 힘이 풀렸다.

“이 미친 싸이코 새끼들이….”

분노가 끓는 목소리에 날 둘러싼 여자 셋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누구야?”

“어, 저거. 그 사람 아니야? 배구부.”

“박다인 선배…?”

“저 사람이 이 시간에 여기는 왜….”

나는 켁켁거리며 살짝 고개를 들었다.

‘다인 선배라고…?’

거기엔 아침부터 짧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어깨에는 수건을 걸친 다인 선배가 서 있었다.

“좆됐다.”

“아, 그러니까 이건….”

금발머리는 황급히 내 위에서 일어서서 바지를 끌어올렸다.

“그, 선배. 상황을 잘 모르시나 본데. 이, 이 새끼가 먼저 깝쳤거든요.”

“그, 그래요. 그냥 정신 교육 좀 시키려고 한 거….”

“닥쳐!”

다인 선배의 불호령에 셋은 입을 다물었다.

다인 선배의 눈은 이미 이글거리고 있었고, 손마디를 꺾으며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왔다.

“보나마나 너네 같은 양아치 새끼들이 먼저 시비 털어 놓고 말대꾸한다고 건수 잡아서 잡아왔겠지.”

다인 선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너네 같은 학교 이름에 먹칠하는 새끼들은…. 다신 여기 발 못 붙이게 해주마.”

이젠 금발머리도, 나머지 두 명도 상황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인지했는지 다인 선배에게 적대적인 스탠스를 취했다.

“서, 선배. 아무리 화가 나셨다지만…. 우리도 체대생 3명이거든요. 그렇게 감정적으로 나오실 일이 아닌 거 같…푸훽?”

금발머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인 선배의 바디블로가 배에 작렬했다.

“씨발, 뭐야?”

“존나 빠르…켁!”

단순히 배구부라고는 믿을 수 없는 스피드로 금발머리에게 한 방 먹인 다인 선배는 곧바로 회색 머리의 턱을 레프트 어퍼로 날려버렸다.

“뒤져!”

그새 나머지 한 명이 두꺼운 역사서 하나를 책장에서 빼내 다인 선배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파악­

“미친?”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책을 상체를 돌리며 팔뚝으로 막아내고, 그 상태로 반 바퀴 뒤돌려차기로 그녀의 관자놀이를 정확히 가격했다.

퍼억­

“배구부 나부랭이 새끼가!”

그새 정신을 차린 금발머리가 다시 한 번 달려들었다.

무식하지만 강력한 한 방 주먹이 다인 선배의 턱을 정확히 조준하고 날아들었다.

“서, 선배!”

나는 다급히 소리쳤다.

저걸 맞으면….

턱­

“씨발…. 뭔 힘이….”

다인 선배는 말없이 금발머리의 주먹을 정면으로 잡았다.

같은 체대생이라고는 하나 배구부 에이스의 손 크기는 금발머리를 간단히 압도했고, 손에 쏙 들어온 금발머리의 주먹을 다인 선배는 우그러뜨리기 시작했다.

빠드드득­

“으아아악!”

다인 선배는 죽일 듯한 눈으로 금발 머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여자면 남자를 지켜주고 보듬어주진 못할망정, 적어도 폭력은 휘두르면 안 되지.”

그 말과 함께 다인 선배의 스트레이트가 금발머리의 안면에 작렬했다.

뻐억­

지금까지 났던 어떤 소리보다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말 그대로 순식간에 세 명을 모두 제압한 다인 선배는, 어깨에 걸치고 있던 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그리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냐?”

* * *

다인 선배에게 호되게 당한 세 명은 응급실로 실려갔고, 나는 보건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보건 선생님은 내 얼굴에 난 생채기를 소독해 주며 신기하다는 듯 말씀하셨다.

“근데 그렇게 맞은 것치고는 상처가 거의 안 남았네요. 지금도 엄청 빨리 아물고 있는데?”

내가 봐도 신기하긴 했다.

얻어맞긴 엄청 얻어맞았는데 멍든 곳도 거의 없고, 멍이 든 곳도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내 몸 회복력이 이렇게 좋다고?’

혹시 그동안 싸고 나서 거의 현자타임 없이 회복했던 게 그냥 성기능만 좋은 게 아니었던 건가…?

문득 김수현 내과에서 검사를 했던 게 떠올랐다.

‘다시 가게 되면 이것도 한번 여쭤봐야겠다.’

그리고 또 하나 신경쓰이는 점.

‘얻어맞는데 묘한 쾌감이 느껴지는 거…. 이거 대체 뭐냐고….’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뭔가 굉장히 위험한 쪽으로 눈을 떠버린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배빵 맞았을 때를 떠올리던 나는 연거푸 고개를 저었다.

‘아냐. 생각을 그냥 하지 말자. 착한 생각. 착한 생각!’

다인 선배는 보건실까지 나를 옮겨 주고서는 몸 상태가 괜찮다는 보건 선생님의 확답을 듣고 안심한 듯 내 뺨을 한 번 쓰다듬어 주고 강의를 들으러 갔다.

‘진짜 쿨한 선배야….’

여길 발견한 것도 아침 일찍 강의 전에 조깅 한 번 뛰다가 내 신음소리가 도서실 바깥까지 들려서 와 봤다고.

­네 그 야한 신음 소리를 한 번 듣고 어떻게 잊냐. 바로 넌 줄 알았지.

그 말에 내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가 볼게요.”

“그래, 회복이 빠르다고는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고 몸조리 잘 해요. 이 정도 속도면 오늘 푹 쉬면 내일 다 나을 것 같네.”

“네, 감사합니다!”

* * *

“나 왔어….”

나는 눈치를 보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민서 누나와 윤서 누나가 동시에 달려와 내 얼굴을 붙잡았다.

“너 아침부터 어디 갔었어?”

“아니, 이 상처는 대체 뭐야?”

“그, 그게.”

민서 누나는 내 상의를 번쩍 들더니 멍 자국을 발견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세상에….”

윤서 누나는 얼굴이 시뻘개져서 날 추궁했다.

“누가 이랬어? 누가!! 말해. 내가 죽여버릴 테니까.”

“누, 누나. 진정해. 이미 그 사람들 응급실 실려갔어.”

나는 결국 진이 다 빠질 때까지 누나들을 안심시키고 진정시켜야 했다.

결국 납득은 한 모양이지만, 윤서 누나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

“안 되겠어.”

윤서 누나는 내 어깨를 잡았다.

“내일부터 바로 특훈 들어간다.”

“트, 특훈?”

“언제까지나 선배인지 뭐시긴지 믿고 다닐 수는 없잖아. 네 몸 하나 지키는 법은 배워야지.”

그리고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 바로 나랑 함께 도장으로 간다. 알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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