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 편의점 뒷골목 (4)
* * *
최연희는 담배를 마저 피우고 꽁초를 밟아 끈 뒤 정액을 닦고 있는 박현서 쪽으로 다가왔다.
하늘을 맛있게 따먹고 식후땡까지 펴서 노곤한지 하품까지 하고 있었다.
“하암. 근데 쟤 진짜 괜찮은 거 맞냐?”
최연희와 박현서는 시동이 걸린 현민을, 그리고 그 밑에서 수치스런 자세를 하고 있는 하늘의 모습을 바라봤다.
“솔직히 민이 쟤 보지 개 쩔긴 하잖아.”
최연희와 박현서, 그리고 현민이 지금 한 패거리로 같이 다니고 있기는 했지만 사실 원년 멤버는 최연희, 박현서 둘뿐이었다.
어쩌다 보니 클럽에서 인연이 닿아 같이 다니게 된 현민은 뭔가 첫인상부터 남달랐다.
흐으음~ 난 쟤. 금방 따먹고 올게.
그렇게 특유의 반쯤 나사 빠진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남자 하나를 꼬셔 가서는 바로 뒷골목에서 정신 나갈 때까지 따먹어버리고는 여유롭게 입맛을 다시며 웃는 여자였다.
너희 말야, 사이 좋아 보이는데. 나도 끼워 주지 않을래?
현민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둘 사이에 끼어들었고, 셋이서 같이 다니게 되었다.
현민은 대단했다. 여러 가지 의미로.
이목을 확 끄는 화려한 미인상이라기보다는 특유의 분위기와 표정이 상대로 하여금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끼게 만드는 타입이었다.
섹스 테크닉도 훌륭했고, 무엇보다 엄청난 명기의 소유자였다.
“그렇긴 하지. 손가락만으로도 그 정도 느껴지는데 직접 자지로 느끼면 어떻겠냐.”
“나도 한번쯤 남자가 돼서 어떤 느낌인지 느껴 보고 싶을 정도니까.”
그리고, 현민은 굉장한 잡식성이었다.
사회 인식 상 여자들끼리의 동성 섹스는 터부시되는 편이었기에 박현서와 최연희도 처음 현민의 그런 모습을 봤을 때는 식겁했다.
하지만 셋이서 진탕 먹고 취해 있을 때 현민이 박현서의 길고 탄탄한 손가락을 자신의 질에 집어넣었고, 박현서는 그때 신세계를 맛보고 말았다.
자위할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
현민의 질은 마치 살아있는 듯 박현서의 손가락을 주무르며 자극했고, 이후 최연희 역시 손가락을 넣어 보고 얼굴을 붉힐 정도였다.
그랬기에, 지금 두 번이나 따먹히고 더 이상 저항할 힘도 없어 보이는 하늘이 조금은 불쌍하게 보였던 것이었다.
“음…. 뭐 설마 죽기야 하겠어.”
최연희가 현민의 광기 어린 눈을 보며 말했다.
박현서 역시 여전히 지칠 줄 모르고 서 있는 하늘의 자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죽지는 않네.”
* * *
다르다.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천적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초식 동물처럼.
나는 눈앞에 있는 이 여자가 최상위 포식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
놀랍게도, 내 입에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방금 두 여자에게 먹힐 때는 이제 그만 해달라는 애원이라도 나왔다.
정신없이 살을 부대끼면서 그만, 이제 그만, 이라는 말을 습관이라도 된 것처럼 내뱉었다.
하지만 왜인지 이 여자 앞에서는 그만 해달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은 현민의 눈빛 앞에서 끝내 내뱉어지지 못했다.
“푸흣.”
그리고 그 순간 현민이 피식 웃었다.
“아주 귀여워. 오랜만에….”
현민은 내 다리를 양쪽 팔로 끌어안은 채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가볍게 허리를 놀려 보지로 내 기둥을 슥 훑더니, 손도 쓰지 않고 물 흐르듯 단번에 쑥 삽입했다.
“헉?”
나는 순간 딸꾹질을 하듯 숨을 들이마셨다.
‘이건 대체….’
솔직히 이쯤 되면 무뎌질 만도 했다.
원래 자위를 할 때도 그렇지 않은가?
두 번째 자위는 첫 번째 자위보다 자극도 좀 덜하고, 싸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섹스를 해본 적 없었던 나도 자위는 주기적으로 했었으니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세계가 바뀌고, 내 몸이 민감해진 이후.
이상하게도 내 자지는 매번 처음과 거의 같은 자극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여기로 오기 전에 집에서 누나의 방문에 한 발 빼고 왔음에도 첫 섹스에서 머리가 하얘지도록 질펀하게 사정했고, 바로 다음 섹스에서 꾹꾹 조여오는 질에 굴복하듯 정액을 내뿜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지금까지의 섹스 중 가장 무섭도록 황홀한 감각을 느꼈다.
“헉.”
끝이 아니었다.
그 감각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도 전에 현민은 곧바로 마구 움직이기 시작했고, 쾌락의 파도는 감당할 수 없는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어때, 좋아?”
현민이 위에서 쉴새없이 내리박으며 내게 물었다.
“헉, 흑, 헉….”
이건 반칙이다.
최소한 최연희와 박현서는 삽입 이후 머금고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들도 자지를 충분히 느끼고 나도 마음의 준비 겸 감각에 적응할 시간이 있었다는 소리다.
하지만 현민은 뿌리 깊숙이 자지를 먹자마자 바로 허리를 놀리기 시작했다.
마치 전희 따위는 필요없다는 듯.
이 순간 오로지 세상엔 동물적인 섹스, 정신 없는 피스톤 운동만이 존재한다는 듯 현민은 끊임없이 몰아쳤다.
‘질의 느낌도…너무 달라…. 진짜 나랑 같은 사람이 맞긴 한 거야…?’
최연희나 박현서만 해도 나에겐 충분히 자극적이었다.
물론 내가 전에 섹스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평균적인 여자의 질 자극 강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긴 했다.
다만 둘 다 나를 정신 나가도록 보내버린 걸 생각하면 평균 이상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였다.
‘근데 이 현민이란 여자는….’
물샐 틈 없이 조여 오는 질의 주름은 내 자지의 모양을 본뜨기라도 할 기세로 압박해 왔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질의 주름이 귀두 밑의 옴폭 들어간 부분까지 요플레 뚜껑 핥듯 꼼꼼히 자극하고 있었다.
뇌의 주름이 많을수록 뇌의 기능성이 올라간다고 했던가?
질도 마찬가지라면 현민의 질 기능성은 그야말로 신인류급이라고 할 만했다.
그만큼 질의 주름이 오밀조밀하단 소리였다.
“헉, 헉….”
“후후.”
현민은 계속 피스톤질을 하면서 상체를 좀 더 내 쪽으로 숙였다.
현민의 팔에 안겨 있는 내 다리는 더 젖혀졌고, 내 허리도 따라서 말려 올라갔다.
현민은 내 허벅지 바깥쪽에 자신의 다리를 밀착시킨 채 골반의 튕기는 움직임만으로 피스톤질을 했다.
찔걱 찔걱
피부가 서로 밀착할수록 소리는 더욱 적나라해졌다.
“흐읏, 흣….”
도저히 더 버틸 수가 없었다.
“흐, 흣….”
최연희와 박현서 때보다도 훨씬 빨리 사정감이 차올랐다.
“히끅….”
쌀 것 같다고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숨을 몰아쉬기에도 여의치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땅바닥에 늘어진 손가락으로 땅을 짚고 고작 몇 초 동안 힘을 주는 것뿐이었다.
“벌써 가려고?”
그 작은 움직임을 캐치했는지 현민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나는 남은 힘을 끌어모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하지만, 내가 그러든 말든 현민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흐읍….”
대답도 못 하고 있는 나에게 현민은 손을 내밀어 내 뺨에 가져다 댔다.
그녀의 손은 이렇게 격렬히 움직이고 있는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차가웠다.
‘아니, 내 뺨이 그만큼 뜨거운 건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 짧은 순간 ‘시원하다’고 생각했다.
현민은 내 뺨에 손을 댄 채로, 초점을 잃어가는 내 눈밑을 엄지손가락으로 쓸었다.
“가고 싶으면 가.”
그 말 한 마디에 나는 현민의 눈앞에서 눈깔을 뒤집으며 절정을 맞이했다.
“푸흣.”
수치스러웠다.
허락을 기다린 게 아니었음에도, 가라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 절정하며 정액을 내뿜는 내 모습.
그리고 눈까지 뒤집히며 히끅대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보면서 웃는 현민.
절정하는 내 뺨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손.
이 모든 상황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부끄러웠다.
“?!”
하지만 부끄러운 것도 그때뿐이었다.
당연히 멈출 줄 알았던 현민의 움직임이 곧바로 다시 이어지자 축 이완되어야 할 내 몸이 순간 활어처럼 펄떡였다.
“자, 잠….”
자극에 자극에 자극을 주자 내 몸에 미친 듯이 피가 돌았고, 아득했던 정신이 오히려 퍼뜩 들었다.
“가, 가라고 했으면…서….”
현민은 사정 직후 극도로 민감해져 있는 내 자지를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쥐어짰다.
현민은 내 뺨을 어루만지던 손으로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가라고 했지, 그만둔다고 한 적은 없는데?”
“그, 그런…. 그, 금방 싸서 민감…. 흐읏.”
정신이 들었던 것도 잠시.
누적되는 자극에 이제는 쾌감이 쾌감인지 제대로 인지하기도 힘들 정도로 맛이 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움직이면 정말, 말 그대로 머리가 이상해져버릴 것만 같았다.
“흣, 으흑, 흣….”
또 한 번의 절정과 함께 나는 정액을 내뿜었고, 더 이상 안에 공간이 없는 건지 삽입된 채로 질에서 정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현민이 그 이후에 멈췄는지, 아니면 더 내 자지를 쥐어짰는지, 그건 더 이상 내 기억 속에 없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내 방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 * *
“하늘아. 하늘아?”
“정신이 좀 들어?”
나는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집…인가?’
익숙한 내 방의 형광등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곧 민서 누나의 얼굴이 보였다.
“누…나?”
내가 입을 열자 근심으로 가득하던 민서 누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아, 다행이다. 갑자기 사라져서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민서 누나가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 어떻게….”
순간 머릿속에 정신을 잃기 전의 일이 중간중간 끊긴 필름처럼 스쳐지나갔다.
‘편의점에 갔다 오는 길에…. 그랬었지.’
뒷골목의 여자들에게 잡혀서 실컷 따먹히고….
맨 마지막 타자, 아니 포수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현민이라는 여자한테 메챠쿠챠 당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 뒤로 어떻게 된 거야…?’
그 여자들이 ‘잘 먹었습니다’ 하고 친절하게 집까지 업어다 준 건 아닐 테고….
“윤서가 어젯밤에 너 나간 뒤로 너무 오래 안 들어온다고 찾으러 나갔었어. 어떤 편의점 뒤쪽 골목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더라.”
“자고 있었다…고?”
“응.”
그럼 그 여자들은 날 그대로 버리고 가버렸다는 얘긴데.
설마 옷이 벗겨진 채였다든가, 아헤가오 더블피스를 하고 있었다든가, 아무튼 그런 쪽팔린 상태로 윤서 누나에게 발견된 건 아니겠지?
“뭐 다른 말은 없었어?”
내가 묻자 민서 누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 딱히 없었는데?”
그러고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검지를 들어올렸다.
“아.”
“왜? 뭐 있었어?”
나는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일어나면 불러 달라 그랬었거든. 기다려 봐.”
민서 누나는 싱긋 웃고는 윤서 누나를 부르러 방에서 나갔다.
“…….”
나는 누나가 나가자마자 베개 옆에 놓여 있는 휴대폰부터 확인했다.
“뭐야, 오후 두 시…?”
몸이 좀 가뿐하더라니, 어쩐지 좀 많이 자기는 한 것 같았다.
그나마 오늘 강의가 없는 게 다행이었다.
“맞다, 오늘 병원 한번 가 보기로 했었지.”
내가 봐도 지금의 내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이상하리만치 민감해진 몸, 그리고 몇 번이고 사정해도 컨디션을 유지하는 쥬지까지.
일단 제대로 한 번 진찰을 받아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게 급선무였다.
생각난 김에 바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주섬주섬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
방문이 벌컥 열렸다.
“하늘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