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편의점 뒷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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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뒷골목
숨이 막혀 왔다.
절정에 다다른 쾌감에 숨이 막혀 왔고, 누나에게 이 모습을 들켰다는 생각에 숨이 막혀 왔다.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이 있을까.
“으, 으흡….”
“…….”
내가 성대하게 가 버리는 모습을 누나는 두 눈 똑바로 뜨고 입을 벌린 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가버리는 걸 멈출 수는 없었다.
“히끅….”
뇌 깊은 곳에서부터 정수리를 향해 쾌감이 머리를 뚫을 듯 팡팡 쳐올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흐읍….”
다행히 쾌감은 곧 피크를 찍고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쾌감의 여운은 강하게 남아 있었지만, 이제 이 상황이 좆됐다는 정도의 판단은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뇌가 돌아왔다.
“이히…이건…누나.”
나는 뒷걸음질을 치며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다리가 풀려서 뒷걸음질을 치다가 뒤로 주저앉고 말았다.
지금만큼은 내 다리의 신경을 타고 흐르는 쾌감이 맹수 사냥용 마취약처럼 느껴졌다.
“하늘아….”
누나는 망연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나는 그 입에서 나올 말이 너무도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누나가 나를 딸감으로 자위를 했다고 한들,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방에서 혼자, 몰래, 상상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실물을 보면서, 그것도 누나가 자위하는 모습을 보면서 흥분해서 자지를 흔들어댔다.
크게 실망하는 건 물론이고, 이 집 안에서 내 평판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이제 자명한 일이었다.
누나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입을 열기 위해 숨을 들이쉬는 순간.
“미, 미안해 누나! 나 잠시 뭐 좀 사러 가려고 했는데, 그… 미안!”
나는 재빨리 외치며 넘어진 상태에서 발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다.
아직 다리가 후들거려서 손으로 바닥을 짚어 가면서도 나는 필사적으로 일어나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가까스로 일어서서 바지를 올리고 난간에 기대다시피 해서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대충 신발장에 나와 있는 슬리퍼를 신고 현관 밖으로 뛰어나왔다.
“하아…하아….”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거였다.
‘집에 어떻게 들어가지.’
이런 끔찍한 일을 벌여 놓고 무슨 면목으로 집에 들어간단 말인가.
윤서 누나의 그 충격 받은 눈동자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급하게 올린 팬티 속에는 미처 닦지 못한 정액이 일부 묻어 있었다.
‘아오, 찝찝하네.’
이 세계 속에서의 경험상 물만 좀 있으면 냄새 없이 깔끔하게 지워낼 수 있긴 하니까… 조금만 참자.
꼬르륵.
긴장이 조금 풀리자마자 배가 울려왔다.
그렇지, 애초에 나온 것도 편의점 가서 간식이랑 맥주 사러 나온 거였지.
다행히 주머니에는 지갑이 멀쩡히 들어있었다. 도망쳐 나온다고 난리 부르스를 췄는데도 바지 주머니에서 안 떨어진 게 용했다.
나는 비틀거리며 편의점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몸 상태도 회복됐고, 편의점에 들어서자 익숙한 얼굴의 알바생이 보였다.
세계가 바뀌기 전에도 자주 왔던 편의점이다. 알바가 굉장히 무뚝뚝했던 기억이….
“어서오세요!”
있는데?
평소 같으면 핸드폰 화면을 보느라 손님이 오든 말든 계산할 때만 조그맣게 어서오세요, 얼맙니다, 하고 끝이던 알바생이 내가 들어서는 모습을 보자마자 눈을 맞추면서 인사했다.
나는 당황해서 살짝 고개만 숙여 인사한 후 사려던 것들을 골랐다. 컵라면, 맥주, 과자, 아이스크림까지. 바구니에 담긴 야식을 보니 잠깐이지만 집에 갈 걱정도 사라졌다.
“16800원입니다. 봉투에 담아드릴까요?”
“네에. 감사합니다.”
그러고 끝일 줄 알았는데, 알바생은 내가 봉투를 받아들자 살짝 쭈뼛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저어….”
“네?”
“아, 아니에요. 안녕히 가세요.”
뭐지? 뭐 빠뜨리고 간 거라도 있나? 증정품 있는데 귀찮아할까 봐 저러나? 나는 고개를 갸웃하고 편의점을 나섰다.
역시 세계가 바뀌면서 사람들 성격도 180도 바뀌는 경우가 많구나.
어떻게 보면 씁쓸한 일이기도 했다. 똑같은 사람이라도 내가 알던 세상의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홀로 이 세상에 던져진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누나들도 그렇고….
‘지금 이런 생각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나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세계는 이미 바뀌었다. 내가 혼자 씁쓸해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무사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걸 고민하는 편이 훨씬 낫다.
집에 가서 누나한테 사과하고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가는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항상 가던 골목길을 지나고 있었다.
바뀐 세계에선 남자가 밤길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에 올 때는 일부러 밝은 길로 갔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나도 모르게 익숙한 길로 들어선 것이었다.
‘뭐, 그렇다고 별일 있겠어.’
그리고 그런 생각은 정말 과학처럼, ‘별일’을 불러들였다.
“야, 너 되게 좋은 냄새 난다?”
뭔가 데자뷰가 느껴지는 대사.
“잠깐만. 쟤 걔잖아.”
“그러네. 불렀는데 도망갔던 애.”
옆을 바라보니 전봇대 쪽에서 세 명의 키 큰 누나들이 이쪽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
야밤에 가로등 불빛으로만 보니 더 무섭게 느껴졌다. 어서 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도망가려고?”
“안 놓치지.”
무슨 놈의, 아니 무슨 년의라고 해야 하나? 뭔 달리기가 저렇게 빠를까.
편의점 봉투를 내던지고 뛰…지는 않았지만 던지고 뛰었어도 십 초 안에 잡혔을 게 분명한 스피드였다.
탁.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손목을 붙잡힌 채 으슥한 골목으로 질질 끌려갔다.
“저…잘못했어요.”
이젠 틀렸다. 뒤쪽은 막혔고, 앞에는 세 명의 여자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굴 자체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상이었지만 말투로 보나, 표정으로 보나 위험한 누나들이었다.
“분명히 말했지? 후회할 거라고.”
심지어 날 잡아온 한 명은 피부가 많이 드러나는 스포츠웨어를 입고 있었는데, 11자 복근을 넘어서 식스팩이 뚜렷이 보이는 피트니스 선수급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도망친 건 너야.”
다른 한 명은 태닝을 한 듯 구릿빛 피부였다. 근육녀만큼 빡센 몸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탄탄한 몸매에 한쪽 어깨에서부터 팔꿈치 언저리까지 문신을 하고 있어 위압감을 주었다.
“헤, 맛있겠다.”
나머지 한 명은 체구가 크지는 않았는데 약간 나사가 하나쯤 빠진 듯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혀를 살짝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맛있겠다니? 내가 들고 있는 편의점 야식 봉투를 보고 한 말이겠지?’
“저, 그때는 무서워서…. 죄송해요. 돌려보내 주시면 안 될까요?”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일단 빌었다. 덤비는 건 육체적으로나, 머릿수로나 너무나도 무모했다.
그들이 원하는 게 돈이든 뭐든 일단 최대한 바치고 무사히 집에만 돌아가고 싶었다.
“얘 좀 봐라. 웃기는 애네.”
내 말에 문신태닝녀가 다가와서 손으로 내 턱을 잡고 강제로 시선을 올려 눈을 맞추었다.
“우리가 뭐 장기라도 털어가는 년들로 보이냐?”
“아, 아뇨.”
사실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돌려보내 주지.”
“가, 감사합니다.”
“먹을 만큼 먹고 말이야.”
“먹을 거라면 여기….”
“끝까지 모른 척하긴. 너 말이야, 너무 먹음직스럽게 생겼다고.”
문신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그대로 내 입에 입술을 포갰다.
“읍?!”
나는 본능적으로 얼굴을 뒤로 빼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새 내 뒷목을 받치고 있던 손에 막혀 벗어날 수 없었다.
길고 부드러운 손가락이, 한손은 내 턱을 어루만지고 한손은 내 목 뒤쪽을 쓸었다.
‘뭐, 뭐야… 왜 이렇게 부드러워…?’
완전히 뒤통수도 아니고, 완전히 목 뒤도 아닌 그 중간 부분을 살며시 움켜쥐고 있었다.
곧바로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혀.
“흐읍….”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렸다.
‘혀가… 내 맘대로 움직이질 않아.’
문신녀의 혀가 내 혀밑을 파고들었다.
혀 밑의 축축하고 부드러운 부분을 파고들어와 꾹꾹 눌러댔다.
“으읍….”
그러던 혀는 그대로 올라오면서 내 혀를 휘감았다.
끈적한 침을 매개로 혀가 서로를 감싸고 돌며 서로를 잡아당기는 듯했다.
“혀 내밀어.”
거의 낮은 숨소리처럼 문신녀가 명령했다.
하지만 이미 혀를 내밀고 자시고 할 정신이 없었다.
문신녀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고개를 옆으로 꺾더니 더 깊숙이 입을 들이민 후 내 혀를 입술로 잡아 빨아올렸다.
‘허억…. 혀가 먹히는 느낌….’
마치 혀가 내 작은 몸뚱아리고, 몸뚱아리째로 잡아먹히는 것 같이 문신녀의 입술로 빨려들어갔다.
츕
혀를 빠는 소리가 골목길에 공허하게 울렸다.
“맛있겠다….”
나사 빠진 여자가 혀를 살짝 아래로 늘어뜨리며 부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근육녀도 이쪽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츄릅
문신녀는 이번엔 혀 앞부분을 치아로 살짝 문 상태에서 빨았다.
‘헉…헉….’
아까보다도 더 강한 흡입.
혀에 진공펠라를 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고작 내 몸에서 손가락 한 마디 정도밖에 안 되는 부분을 빨아들인다고 이렇게 정신이 날아갈 정도라니.
‘이대로 더 뭔가 당하면 이상해져….’
내 본능이 그렇게 경고했다.
어서 눈을 뜨고 상대방을 밀어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을 뜰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눈을 뜨자마자 앞에 있을 상대방의 눈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파하읍….”
잠깐 동안 숨쉴 시간을 준 뒤 다시 사정없이 파고드는 혀.
“흐읏…제발….”
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발음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내 흐느낌에 문득 입에 들어온 혀가 느려졌다.
천천히 내 혀를 마지막으로, 스륵 감아올린 뒤 문신녀의 입이 서서히 떨어졌다.
진득하게 섞인 타액이 혀끝에서 떨어지기 싫다는 듯 실처럼 이어져 있었다.
“하아….”
간신히 눈을 뜨니 문신녀는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한 번 훑고, 미소를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너, 좀 맛있다.”
살짝 눈을 갸름하게 뜬 문신녀의 얼굴이 왠지 조금 붉어져 있는 듯했다.
“더는 못 참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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