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39. 이거 어디선가...?
* * *
“그럼 역시 다시 채취를 하려면 역시 그것밖에 없겠죠?”
“그, 그거라니...”
이어지는 레이첼씨의 말에 나는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며 레이첼씨에게 묻는다.
그러자 레이첼씨는 그 고혹적인 눈으로 나를 한 번 바라보며 내게 말했다.
“뭐긴 뭐겠어요. 섹스죠! 섹스!”
“그게 무슨 채취가 된다는 거에요!!”
난데없이 섹스를 외치는 레이첼씨의 말에 나는 태클을 걸었다.
분명히 섹스는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지 않았던가.
갑자기 이런 상황에서 다시 섹스를 외친다는 이야기는 역시 레이첼씨는 그게 목적이었던...
의심이 이어지며 나는 레이첼씨를 한 번 노려보았다.
“하지만, 역시 함부로 정액을 버리지 않는 건 바로 제 자궁에 직접 뿌려버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요?”
“전혀요! 그리고.. 그렇게 했다가 바로 임신해버리면 어떡하려고요!”
“임신하려고 채취하는건데요?”
“........”
그랬었지...!!
이미 임신이 목적이었던 사람에게 이런 충고를 해본들 의미 있을 리 없었다.
“하아... 아니. 그냥 종이컵이든 뭐든 가져와서 채취해도 괜찮은거 아닙니까!”
“하지만, 종이컵에 쏟아본들 역시 완전히 안전하게 보관하는 건 어렵고. 그냥 한 발 날려서 바로 임신해버리는게 가장 빠르지 않겠어요?”
“하, 하지만.. 그래도 역시 임신하는 것보다야 그냥 채취해서 연구하시는게 더 이것저것 연구하실게 많지 않을까요?”
“생각해보니까 어차피 민준씨의 정액을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은 저에게 존재하지 않아요. 어차피 연구를 하려고 해봤자 의미없는거죠.”
“이제와서 그런 말을..!!”
그러면 아까 전 나와 했던 협상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되는 건데..?!
“하지만 이렇게 해도 민준씨에겐 좋은 것 아닌가요? 민준씨의 성적 쾌락도 챙길 수 있고. 저랑 한 번 하신다면 내일 탈출하실 수도 있어요.”
“아니.. 그렇지만, 고작 한 번 한다고 아이가 생기거나 하진 않을 텐데요...”
“어머? 그런 허점을 스스로 지적해주시다니, 민준씨는 저와 제대로 아이를 만들고 싶으신가봐요?”
“그, 그런게 아니라..!!”
그냥 태클을 걸다보니 허점이 있어서 하는 말이었다.
아이를 가지고 싶을 리 없잖아!!
이미 마누라도 있고, 아이가 생긴다면 아무리 레이첼씨가 혼자 돌봐준다 한들 신경이 쓰이지 않을 리가 없다.
다시 말해 본처가 있으면서도 밖에서 아이를 낳아버리는 쓰레기가 되는 거잖아..!
그런 거... 그런 거 싫다고!
“흐음... 눈빛이 역시 아이는 별로 만들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요.”
“당연하죠! 저에게는 토끼같은 자식.. 은 없지만 여우같은 마누라가 있어요!”
왜 여우같은 마누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자주 쓰는 표현이니 써봤다.
마리가 여우라...
왠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처음 만났을때를 생각해보면 여우같은 마누라가 맞긴 하지..
나중에 같이 살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으니 여우보단 질투많은 고양이 같은 느낌이지만.
어쨌든 그런 마누라를 두고 밖에서 아이를 만든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내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으신가 보네요.”
“당연하죠! 사랑하지 않으면 어떻게 결혼을 했겠어요!”
참고로 하지 않았다.
솔직하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결혼을 했다기보단 사실혼? 약간 그런 관계이긴 하지.
어쨌든 서로 부부사이로 인정하고 있으니 이건 결혼을 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나는 마리에 대한 이 사랑을 져버릴 수 없다!
절대 최근에 있던 일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 아니다...!!
아... 아무튼 아니다!
“흐음... 그런가요. 그렇게까지 사랑한다고 하시니...”
이제 포기해 주는건가?
“더욱 갖고 싶어지는 기분인데요?”
“어쨰서?!”
뭔가 포기할 것 같은 분위기의 레이첼씨가 말하자 나는 그런 레이첼씨에게 당황하며 물었다.
아니, 방금 무조건 나의 마리에 대한 사랑에 감명을 받고 포기하는 장면이었잖아!
흐름적으로도 그게 깔끔하고 아름다운 전개였잖아!
“저... 역시 용이라서 갖고 싶은게 있으면 어떻게든 손에 넣고 마는 스타일이거든요.”
“어.....”
꿀꺽.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하는 레이첼씨의 모습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긴장감에 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며 눈앞의 레이첼씨를 바라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역시 빼앗고 싶어지는 기분이네요.”
“그, 그러면 안 되죠.. 아, 아무리 가지고 싶다고 한들 다른 여자의 남자라고요?”
“그렇기에 더욱 가지고 싶어지는게 아닐까요?”
“아니에요! 그런 배덕감에 눈뜨려 하지 마세요!!”
뜬금없는 NTR 전개가 나오려는 이 상황에 나는 당장 레이첼씨에게 태클을 걸었다.
아무리 그래도 NTR은 아니지! NTR은!
분명 지난번에도 왕페이씨와 그런 전개가 일어날 뻔...?
아니, 일어난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역시 그런건 안되는거지!
“괜찮아요. 저 꽤나 개방적이라서 첩을 두는 건 전혀 신경쓰지 않는 타입이거든요.”
“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
분명 첩을 둔다던가 뭐라던가 그런 이야기 다른 사람에게 들어본 적 있는 전개다.
당연히 그 사람은 스즈.
스즈역시 그런 말을 하며 자신에게 오지 않겠냐며 마리를 첩으로 두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었지.
아니, 여기 여자들은 뭐가 이렇게 개방적인거냐고!
뭔가, 한 남자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겁니까?!
“그러니까 민준씨 당신이 제 남편이 되어 마리씨를 첩으로... 아니. 이건 역시 아닌가.”
“역시 아니죠?!”
이야기를 하던 도중 레이첼씨 역시 스스로의 말이 아닌 것이라 생각한 것 같았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지.
“역시 민준씨가 마리씨를 사랑하는 게 있으니 저를 세컨드로 하셔도 저는 아무 문제 없어요.”
“문제 많아요!!”
대체 레이첼씨 본인이 뭐가 아쉬워서 나의 세컨드를 한다는 것인가.
본인의 스펙 역시 엄청나보이고, 당장 밖에 나가 이 사람, 저 사람 건드린다면 바로 넘어올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스스로가 아까운 상황에서 굳이 날 선택할 이유는 없다.
굳이 하나 따져보자면 내가 이 세계에 몇 없다는 무능력자라는 점?
하지만 아무리 희귀한 녀석이라고 한들 본인 스스로 세컨드가 된다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문제없죠. 이미 무능력자라는 점에서 민준씨는 하렘마가 되어도 아무 지적을 받지 않는 존재. 그런 존재가 고작 한 여자에게 메여 있는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하지 않아요!”
하렘마가 될 수 있는 존재일 뿐이지 꼭 하렘마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나에겐 그런 하렘마가 될 깡과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내가 하렘마가 된다는건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흐응.. 그런가요?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잠시 민준씨의 그 속에 있는 감정을 들여다봐도 괜찮을까요?”
“네...?”
뭔가 이거 지난번 스즈와 있었던 전개와 비슷해지는 전개인 것 같은 느낌인데..
그런 불길한 느낌에 나는 내게 서서히 다가오는 레이첼씨에게 멀어지기 위해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렇게 점점 뒤로 물러나자 내 등 뒤에 있는 건 단단한 벽.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궁지에 몰린 생쥐꼴이 되어버렸다.
“역시 이런 건 이성이 아니라 본능에 물어봐야하지 않겠어요?”
“무슨....”
레이첼씨의 말에 나는 이번에도 역시나 태클을 걸어보려 했으나 이마를 콕 찍는 레이첼씨의 행동에 그래도 생각이 멈추고 말았다.
어... 이, 이 느낌은..
지난번에 느낀 적 있었다.
스즈가 내 이마에 거머리를 붙였을 때의 그 느낌..
뭔가 서서히 이성과 생각이 사라져가고 몸 안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게 느껴지면서..
“자. 얼른 본심을 드러내도록 하세요.”
“나... 나는....”
“네에. 어차피 여긴 저와 민준씨 둘 밖에 없는 방이니까 마음껏 본심을 드러내셔도 괜찮아요.”
“물론! 이런 저런 여자랑 야한 짓을 하고 싶지!!”
이성이 사라진 나는 그대로 눈앞의 레이첼씨에게 달려들며 그대로 레이첼씨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꺄핫~! 바로 그거에요~ 그대로 남자의 본능을 그대로 저에게 마구 퍼부어주시라구요~”
“하지만....”
“응?”
그대로 레이첼씨의 가슴을 움켜쥔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 이내 손에 쥐었던 힘을 풀었다.
“뭐죠...?”
“역시... 그래도 마리를 배신하기는 좀 그렇다고.. 지난 번에도 뭔가 배신해버리고 말았고.. 역시.. 미움받고 싶지는 않단 말이야..”
이성이 조금 날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마리에 대한 생각에 다시 고민을 하였다.
“고... 고귀하네요!! 이성이 이렇게 날아간 시점에도 마누라를 생각하는 이런 모습..! 엄청나요!”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이자 레이첼씨는 그대로 침을 흘리며 흥분한 채 소리쳤다.
“지난번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건 역시 다른 여자가 덮치려고 했다는 이야기겠죠? 그런 일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 여자만 생각하는 그 모습.. 엄청 고귀해요!”
레이첼씨는 혼자 흥분한 채 살짝 눈물까지 흘리며 이런 내 반응을 칭찬해주었다.
뭐지..? 뭔데 저 사람 저렇게 흥분한거야.
뭔가 이성이 조금 날아가서 그런지 생각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고귀한 남성일수록 더더욱 다른 여자들에게 씨를 뿌려서 그 DNA를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그런 의미에서 자~”
혼자서 무언가 중얼중얼 거리던 레이첼씨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 이마를 다시 한 번 콕 찔렀다.
“.........”
“자...! 자! 그럼 민준씨?”
“.....으.”
“흐응~”
“가슴!! 뿔!!!”
레이첼이 다시 민준의 이마를 찌르자 민준은 그대로 레이첼을 침대에 쓰러뜨려 레이첼의 상의를 뜯어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