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3화 〉1부 (313/315)

'그나저나···'

이거면 되는 건가?

애들을 유치원에 보내면서 알게 된 사실 중에 하나는 우리 때하고는 다르게 유치원에서 뭔가를 굉장히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들어보니까 저번에는 무슨 과자집만들기인가 그런 것도 하더라.

집재료는 말할 것도 없이 시중에서 파는 과자고, 재료들끼리 서로 붙이는 데 쓰는 시멘트(?)는 녹인 초콜릿을 쓰는 식으로 말이다.

솔직히 그건 나도 좀 신기하더라.

문제는 아직 철이 덜 드신 유세나 양께서 우리 삼둥이들이 각별히 공을 들여 만든 과자집의 지붕을 똑 떼어먹는 바람에 아침에 그걸 확인한 삼둥이 울고 불고 난리가 났었다는 것이지만.

'아니, 그런데···'

아직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도 이렇게 힘든데 애들이 좀 더 커서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그때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때 내가 어땠는지를 떠올려보면 틀림없이 셋다 학교 가기 싫다면서 힝잉잉하고 울고 불고 난리를 피울텐데?

가뜩이나 에너지가 넘치는 셋이 동시에 드러누워서 떼를 쓴다고 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

'아니지. 우리 애들은 착하니까 안 그럴거야. 암 그렇고 말고···'

그래, 틀림없이 그럴 거다.

그런 식으로 두려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피식피식하고 웃게 되는 건ㅡ

똑똑ㅡ!

"들어오세요."

"아빠!"

"아빠아빠! 우리 가방 여기 있어?"

말할 것도 없이 우리집 삼둥이의 귀여움은 세계 제일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봐라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귀엽게 고개를 빼꼼하고 내밀고 있지 않나.

세상에 만두 머리가 저렇게 잘 어울린다니.

저것이야말로 우리 삼둥이들의 미모가 남다르다는 증거라 할 수 있겠지.

저런 머리스타일마저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피지컬을 가졌는데 그게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어주는 우리집 공주님들, 보미와 여름이를 향해 생긋 웃으며 손짓을 해보이니 문틈 사이로 슬쩍 고개를 내밀고 있던 둘이 기다렸다는 듯이 내쪽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그런 둘의 움직임에 맞춰서 머리 위에 매달린 동그란 만두머리가 달랑달랑 흔들리는데 덕분에 왜 그런 머리모양을 해줬는지 알 것도 같더라.

"아빠!"

"이얍!"

"아이쿠!"

팔을 벌려주기 무섭게 그 사이로 몸을 날려서 포옥하고 안겨든 둘의 등을 동시에 토닥토닥해주니 보미와 여름이가 내 가슴팍에 대고 얼굴을 부비적거리며 히히힛하고 귀여운 소리를 내며 웃어댔다.

"이거 머리 누가 해준거야?"

"귀엽지!"

"귀엽지! 귀엽지! 가영 엄마가 해줬어! 만두 머리야!"

"아이구 그랬어요? 그럼 이게 만두인가?"

모르는 척 너스레를 떨면서 두 아이의 머리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흔들리고 있던 것을 한 입 크게 베어무는 시늉을 해보이니까 내가 그럴 때마다 둘이 슉하고 몸을 피하며 꺄르륵 웃어댔다.

"응? 그런데 세한이는?"

"세한이는 세나 엄마가 데려갔어!"

"맞아! 세한이밖에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고 그랬어!"

"···그래?"

이쯤되면 마땅히 보여야할 한 명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서 그 행방을 물었더니만 그렇단다.

아까 내려올 때 보니까 아직 방송 중인 것 같던데 곧 있으면 유치원 통학버스 타러 나가야 하는 애를 뭐 하려고 데려간 걸까.

준비시키기에도 빠듯한데 말이다.

"음, 일단 둘다 가방메고 있을까?"

"세한이는?!"

"세한이 가방은 어떡해? 세한이 오늘 유치원 안 가?!"

여기서 잠깐이라도 망설이거나 그렇다고 말을 하는 순간 어떤 지옥이 펼쳐지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거의 한 목소리로 던져진 딸들의 물음에 즉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세한이도 갈 거야. 그러니까 일단 가방 메고 지나 엄마한테 가서 기다리고 있자."

"웅!"

"응!"

"자, 우리 보미는 토끼 가방이지?"

사실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세 명쯤 되면 어떤 물건이 누구의 것인지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고역이었기에 약간의 꼼수를 동원해서 파악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수법을 간파당했던 모양이다.

"아니! 아닌데!"

"응? 이거 보미꺼 아냐?"

나와 가영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보미의 최애캐릭터인 토끼 캐릭터 열쇠고리가 달려있는 가방을 들어보이며 그리 물었건만 아니란다.

그럼 이 가방은 대체 누구 걸까.

"아이참··· 아빠! 그건 세한이 꺼잖아!"

"그래? 그런데 여기··· 여기 보면 보미 인형이 달려있는데?"

"그거 세한이한테 선물로 줬어!"

그러시단다.

"왜? 보미가 제일 좋아하는 인형 아니야?"

"응! 그래서 토끼씨한테 보미 없을 때 세한이 좀 지켜달라고 보미가 부탁해뒀어!"

"그래? 혹시 누가 세한이 괴롭히기라도 해?"

그러자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긍정을 해온 건 나와 지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여름이었다.

"여자 애들이···"

"여자애들? 유치원 친구들?"

"응··· 다들 세한이랑 짝궁하려고 막···"

난리도 아니었단다.

"그래? 그래서 세한이한테 인형 선물해준거야?"

"응!"

"아빠는?"

"···에?"

"아빠는 안 지켜주고 세한이만 지켜주는 거야?"

팔짱을 낀채 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보니까 더는 참을 수가 없어져서 슬쩍 장난을 걸어보니까 그러기 무섭게 보미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노란 병아리 명찰이 달린 가방을 맨채 옆에 얌전하게 서 있던 여름이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식으로 섭섭한 척을 하고 있는 내 앞에서 안절부절 못 하던 보미가 해결책이랍시고 내놓은 것은ㅡ

"아, 아빠는 지나 엄마가 지켜줄거야!"

"마, 맞아···!"

다름아닌 그것이었다.

"하지만··· 지나 엄마는 바쁜데?"

"헉!"

"진짜네··· 어, 어떡하지···?"

둘다 엄청난 비밀이라도 알게 된 것처럼 눈이 땡그랗게 변한 둘의 모습이 귀여워서라도 더 놀려보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슬슬 서둘러야할 타이밍이었다.

해서 'o0o'하는 표정을 하고 둘을 안아들어 지나의 앞까지 옮긴 다음 그대로 2층에 있는 세나의 스튜디오로 향했다.

그리고는 문에 대고 노크를 하는 대신 곧바로 문을 박차고 들어가니ㅡ

"엄마 나 잘한 거야?"

"그럼! 당연하지! 그런 의미에서 한 번만 더 눌러볼까?"

"한 번 더?"

"응, 엄마가 아까 가르쳐줬지?"

"응! 이거 크···?"

"클릭!"

"맞아! 클릭하면 된다고 그랬어!"

참 골때리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나였다면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눈치깠을텐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때문에 내가 뒤에서 다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걸까.

천진난만한 얼굴을 한채 마우스를 잡고 있는 세한이 옆에서 양손을 꼬옥하고 모은 채 간절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기도를 올리는 세나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까 나도 모르게 입매가 막 비틀어지더라.

누군 애들 유치원 보낼 준비하느라고 아침부터 일어나서 정신없이 돌아다녔는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이런 식으로 시간을 지체시킨다라···

덕분에 자꾸만 새어나오려고 하는 웃음소리를 꾹 참으면서 아예 눈까지 질끈 감고 기도에 몰입하고 있는 세나의 뒤로 몰래 접근했다.

그리고는ㅡ

"지금 목숨만 살려달라고 신한테 기도하는 거야?"

그 귀에 대고 내가 낼 수 있는 것중에서 제일 나긋나긋한 목소리로다가 속삭였다.

"힉···?!"

그래버리니까 세나의 몸이 무슨 물로켓 솟구치듯 제자리에서 팍 튀어오르더라.

[단속 떴다!!!!]

[튀어!!!]

[하드 부터 폐기해!!]

[히익;;; 공포 영화 한 장면 보는 줄....]

[와;; 씹소름...]

[이미 뒤진 스트리머입니다 x를 눌러 joy를 표하십시오]

[x]

[X]

[기억할게!!!]

[칫... 오늘의 도련님 영접타임은 여기까지인가...]

일부러 캠에 잡히지 않도록 자세를 낮춰서 접근했더니만 세나하고 마찬가지로 호달달달 떨어대고 있는 채팅창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금 세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방송 꺼."

"예, 옙···!"

그런 식으로 '철없음' 이슈가 있긴 했지만··· 무사히 아이들을 유치원 통학버스에 태워보내고 느릿하게 멀어져가는 버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 날 그 쿠폰을 찢길 잘했다고.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행복도 없었겠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틀림없이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생겼을테니까.

하지만 쿠폰을 찢음으로서 그럴 일은 없어졌고··· 그러니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만.

지금처럼만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이게 만약 소설이라면 마지막에 '그렇게 해서 그들은 평생토록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답니다!'라고 적혀있었으면 좋겠다고ㅡ

그렇게 생각했다.

<남녀역전세계의 걸레> 1부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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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1부가... 끝났습니다.

고로 여기서부터는 후기 겸 QNA입니다!

우선... 간밤동안 들어온 질문들을 꼽아보자면...

Q: 2부는 배경이 어떻게 되나요?

A: 음, 2부는 유한이네 2세들 그러니까 위에 외전에서 언급된 보미, 여름이 자매와 세한이가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된 시간대가 글의 메인배경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Q: 2부 등장인물은 새로운 인물들인가요?

A: 위에서 대충 눈치채셨겠지만... 2부가 시작되면 주인공이 유한이에서 그 아들인 세한이로 교체될 예정입니다. 고로 그에 걸맞는 등장인물들이 튀어나오겠지요. 요골로 제일귀여운무님이 주신 2부에서 주인공이 바뀌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되었겠네요.

Q: 아사나기식 해피하면서 하드한 플레이는 안하나요?

A: 음...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조금... 자제하기는 했습니다. 아무래도 히로인을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굴리게 되면은 거기서부터는 취향이 굉장히... 갈리기 때문에...

Q: 당연히 2부 생각 있으시죠?

A: 위에서도 밝혔듯... 계획에 있기는 합니다만... 아마 바로는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Q: 다른 작품 계획이 있나요?(리마스터, 신작)

A: 이미 전에 약속드렸던 바도 있고 해서 맘같아서는 히되전을 완전히 갈아엎고 처음부터 다시 써보고 싶지만 아직 완전히 가닥히 잡힌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히되전을 리메이크하는 건 좀 더 가다듬은 후에 해야될 것 같고 아마 쪼금 쉬었다가 신작 한 번 쓰고, 남역걸 2부를 쓰거나 히되전 리메이크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히되전을 리메이크 하게 된다면 남녀역전 보다는 말 그대로 히로인이 되기 전에 누군가를 꼬셔야만 하는 두근두근 서바이벌 로맨스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일단은요... 이 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바뀔 수도 있겠지만...

Q: 역전물은 여러사람 만나는게 제일 꼴리던데.. 히로인 추가 예정 있으신가요??

A: 사실 이 부분은 1부를 쓰면서도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긴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가영/지나/세나 3인 체제로 결정했던 것이구요. 그런만큼 개인적으로 그 부분에 아쉬움이 좀 있어서... 2부에 들어가게 된다면 역전세계의 원주민이자 유한이한테 이상한 사상을 주입받아버려 탄생한 혼종인 세한이가 그 아쉬움을 대신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은 세한이 설정을 은근 겁이 많으면서 자존심만 강한 미소년 캐로 할 예정이라 아마 눈나들한테 메챠쿠챠 많이 혼나지 않을까... 싶네요.

Q: 2부로 언제쯤 돌아오실 예정이신가요!?

A: 글쎄요... 저도 언제라고 딱 확답을 드릴 수가 있으면 속이 후련할텐데 제가 쓰는 스타일상... 그러기가 어려워서 ㅠ.ㅠ

Q: 완결만 아니면 돼! 더 보고파! 소원권 어떻게 쓰는지도 궁금!

A: 여신이 떨궈주고 간 소원권은 에필로그 끝부분에서도 살짝 언급되긴 했지만... 아무래도 유한이네 패밀리가 족보적으로 굉장히... 꼬인 상태 아니겠습니까? 그걸 해결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유한이네 패밀리의 관계가 '정상적인 가족'으로 인식되도록 인식개변이 이루어진 것이죠! 솔직히 그 정도는 해야 여신 아니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여신님의 위대함입니다!! 와! 갈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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