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2화 〉1부
처음 잠에서 깨어났을 때 세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으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귀찮았으니까.
몸은 어느새 취기한테 먹혀버린 상태라서 노곤노곤하지, 덮고 있는 이불은 잠들어있는 사이에 덮고 자기 딱 좋을 정도로 따끈하게 뎁혀져있지··· 이런 상황에서 침대에서 벗어나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은 또 없었기에 아랫배쪽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감각을 외면하며 다시 잠을 청하려고 했다.
허나 잘 자고 있다가 잠에서 깨어날 정도로 요의가 잔뜩 쌓여있는 상황에서 그게 가능할 리가 없었고, 결국에는 이불 속에 쏘옥하고 집어넣고 있던 몸을 조심스레 뽑아내야만 했다.
'아, 씨··· 귀찮은데···'
사실 괜히 참으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지금부터 하려고 하는 일이 남들에게는 고작 몇초만에 끝낼 수 있는 간단한 일이겠지만 자신에게는 그렇지가 않았으니까.
하필이면 팔을 다쳐버렸기에 그럴 수밖에는 없었다.
설마 그 누가 알았으리랴.
팔을 하나밖에 못 쓴다는게 이다지도 불편함을 야기할 거라는 걸 말이다.
화장실에 가서 오줌을 싸는 것조차도 그랬다.
바지를 내릴 때도, 볼일을 보고 나서 닦을 때도 익숙치 않은 왼손만으로 끙끙대야만 했으니까.
그래서 참으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이건 가야할 것 같았다.
"에효···"
이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점이 두 가지 있다면 입고 있는 게 환자복이라서 귀찮게 뭐 풀고 그럴 필요 없이 슉 잡아당기기만 해도 된다는 것과, 평소랑은 다르게 유한의 침대에서 잠든 덕분에 움직여야하는 거리가 평소에 비하면 상당히 짧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결심을 굳히고 이불 속에서 몸을 완전히 빼낼 수 있었다.
스으윽···
그렇게 침대에서 벗어나자마자 유한 쪽부터 살폈다.
참으로 다행히도 술에 취해서 골아떨어진 유한을 깨어나게 만들기에는 방금 낸 소리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인지 흘깃 시선을 던져 확인해본 유한은 여전히 침대 위에 엎어진채 작게 코를 골고 있었다.
지극히도 태평해보이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더 참기 힘들어져서 황급히 몸을 돌렸다.
그렇게 화장실 안으로 들어와 밑에 입고 있던 것을 벗고 변기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볼일을 보기 시작했는데ㅡ
"읏···♡"
쪼르르륵 쏟아지기 시작한 것과 함께 아랫쪽에서부터 오싹오싹한 쾌감이 피어오르는게 느껴졌다.
유한에 의해 철저하게 몸에 때려박혀진 감각.
"흐으···"
순식간에 몸 전체를 점령해버린 오싹오싹하면서도 꼬리뼈서부터 등골까지를 짜르르 울리게 만드는 감각에 숨이 절로 거칠어졌다.
황급히 손을 들어올려 입을 틀어막은 것도 그래서였다.
유한이 자고 있다는 거야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에 이미 확인했지만 그래도 이 소리가 화장실 밖으로 새어나가길 원치 않았으니까.
그리고 혹시 또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유한이 잠들어있는 상태라고 안심하고서 소리를 냈다가 그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깰 수도 있는 법.
그러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그렇게 입을 손으로 꼭 틀어막은채 버티고 있으니 아랫쪽에서부터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내며 쏟아지던 것이 차츰 잦아드는게 느껴졌다.
"흐···♡"
사실 이때야말로 가장 큰 고비라 할 수 있었다.
볼일을 끝마쳤을 때 흔히 느껴지곤 하는 오싹오싹한 배설감과 쾌감이 한데 어우러져서 견디기 힘들 정도로 짜릿한 감각이 몸을 따라 쭉 솟구치곤 하니까.
아까 전부터 입을 손으로 단단히 틀어막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게나마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던 건 그 영향이었다.
몸이 제멋대로 부르르 떨리는 느낌.
그것에 흠뻑 젖은 채 변기 위애서 흠칫흠칫거리고 있던 것도 잠시, 그 감각이 완전히 가시고 난 다음에야 앉아있던 곳에서 몸을 일으킬 수가 있었다.
몸을 부들부들 떨리게 만들었던 느낌은 잦아들었지만 그것의 끄나풀들은 아직 몸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던 걸까.
벗어둔 것들을 다시 입기 위해선 먼저 젖어버린 곳을 깨끗하게 닦아야만 했고, 그걸 위해 왼손으로 휴지를 움켜쥔 채 그것을 다리 사이를 향해 내뻗었다.
그리고는 어색한 몸짓으로라도 닦아보려고 낑낑대고 있었는데ㅡ
"읏···!"
촉감이 살짝 까슬까슬한 휴지가 민감해진 곳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허벅지가 제멋대로 부들부들 떨렸다.
그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순간적으로 팍 솟구쳤고, 그 탓에 순간 넘어질 뻔 하긴 했지만 어찌어찌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화장실에서의 용건을 끝마칠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지만.
아까 전부터 배를 욱씬거리게 만들던 요의도 무사히 해결했겠다 그대로 화장실을 빠져나와 다시 빈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았다.
편안하게 눈을 감은 채 몇 번이고 심호흡을 반복해봐도 의식이 잠기운으로 흐릿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또렷해지고 선명해지기만 했다.
닦을 때 민감한 곳을 건드렸던 게 실수였던 걸까.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기만 하는 정신과 함께 아랫쪽이 조금씩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처음에는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그렇기에 의식하지 않고 무시하면은 자연스레 잦아들거라고 생각하고 외면했다.
외면했는데··· 근질거림은 시간이 지나도 잦아들기는 커녕 왜 자길 외면하냐고 항의라도 하는 것처럼 점점 더 강렬해지고 또렷해졌다.
"으, 흐···"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손이 자꾸만 그쪽으로 향했다.
몇 번이고 중간에 멈춰세웠음에도 그랬다.
'아··· 안 되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유한이 있는 곳을 힐끔거렸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뻔뻔스럽게도 이쪽의 침대를 차지하고 누워있는 유한은 여전히 코고는 소리를 내며 깊게 잠들어있었다.
그렇기에··· 내심 흔들릴 수밖에는 없었다.
'저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큰 소리만 내지 않으면 어지간해서는 깨지 않을테니까···
그래, 틀림없이 그럴 거다.
안 그래도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잠드는 유한인데 술까지 잔뜩 마시지 않았던가.
그러니 어지간해서는 깨지 않겠지.
그러니까··· 너무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만하면 괜찮을 거다.
꽤 오래 지속될 것 같았던 고민의 순간은 술기운과 힘을 합친 욕망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내렸고, 결심은 그만큼 빨라졌다.
시선을 유한 쪽에 고정해둔채 왼손으로 이불을 쭉 잡아당겨서 얼굴이 있는 부분까지 끌어올렸다.
그렇다고 다 가리지는 않았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시선만큼은 쭉 유한 쪽을 향하고 있을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얼굴의 절반을 이불로 가려놓고서 이불 안에서 조심스레 몸을 움직였다.
스윽··· 스으윽···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소리가 났지만 유한은 여전히 코를 골아댈 뿐 이렇다할 반응은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조심스레 몸을 움직여 이불로 몸을 꽁꽁 감쌌다.
그리고는··· 흘깃하고 시선을 한 번 밑으로 내려서 스스로의 모습을 확인해준 뒤 그대로 환자복을 따라 손을 쭉 미끄러뜨렸다.
먹잇감을 향해 소리없이 돌진하는 뱀처럼 이불하고 환자복 사이로 쭉 미끄러진 것이 그대로 헐렁헐렁한 환자복 바지 속으로 쑥 밀고 들어왔다.
그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금방이라서 목적지가 코앞임에도 불구하고 내심 망설여질 수밖에는 없었다.
'살짝··· 살짝 가라앉히기만 하고 끝낼 거니까···'
그러다가 이내 그리 다짐하고는 손을 조금 더 깊숙하게 밀어넣어서 팬티를 조심스레 옆으로 젖혔다.
"후으··· 흐···"
불과 5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유한이 자리하고 있건만 그런 유한 몰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고 있기 때문일까.
어느새 잔뜩 거칠어지고 달아오른 호흡이 내뱉는 족족 얼굴이 있는 곳까지 끌어올려놓은 담요와 맞부딪혀서 돌아왔다.
그렇게 코와 볼 부근으로 와서 부서지는 것들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뜨거웠다.
'안 되는데··· 이런 거 하면··· 안 되는데···'
그래서일까.
호흡을 반복할 때마다 정신이 조금씩 열기에 잡아먹혀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어느새 열기로 잔뜩 달아오른 머리가 약간의 어지러움을 호소해오고 있었다.
그래서 무엇이 제대로된 판단인지조차 구분할 수가 없었다.
손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그때였다.
더는 못 참겠다는 듯 팬티를 옆으로 젖힌 다음 살짝 뒤로 물러나있던 것이 다리 사이로 깊숙하게 파고들며 손가락 끝으로 민감하게 달아오른 부분을 헤집어대기 시작했다.
거친 듯 하면서도 사뭇 조심스러운 움직임.
"흐으, 흐으, 흐우읏···♡"
모순적인 것이 손가락 끝에서부터 피어날 때마다 그것에 자극당한 쾌감만을 위한 돌기가 강렬하기 그지없는 쾌감을 토해냈다.
몸이 제멋대로 움찔거리면서 손끝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강렬한 감각.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그것이 등골을 타고 기어올라 뇌가 있는 곳까지 쭉 솟구쳤지만··· 부족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몸이··· 지금 느끼고 있는 것보다 더 강렬한 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 쾌감을 어떻게하면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몸이 그런 걸 토해내도록 만들 수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한이 가르쳐주었으니까.
어딜 건드리면은 어떤 느낌이 들고, 어딜 어떤 식으로 건드려야 쾌감이라는 것이 피어나는지를 이쪽의 몸을 교보재로 삼아서 철저하게 몸에 새겨주었으니까.
'거긴 진짜··· 안 되는데···♡'
지금도 위험한 짓을 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긴 했지만 유한에 의해 배설기관에서 쾌락기관으로 변해버리게 된 '그곳'을 건드리는 건 정말로 위험했다.
유한에 의해 철저하게 길들여진 그곳은 기분 좋은 걸 위해서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실례'를 저질러버리곤 하니까.
하물며 지금 자신이 누워있는 곳은 평소 유한이 사용하던 침대가 아니던가.
그런 곳에다가 실례를 해버리고 그 사실을 유한에게 들켜버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니 건드리지 않는 것이 맞는 일이건만··· 욕망에 잡아먹혀버린 손은 어느새 그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아, 아···'
멈춰야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평소랑은 다르게 손이 말을 들어먹질 않았다.
그리고 절망과 기대감을 동시에 품은 채로 뻗어나간 것이 마침내 '그곳'의 입구를 가볍게 톡 두들겼다.
말 그대로 딱 닿기만 했을 뿐인데ㅡ
"흐윽···?!"
큰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조차도 잊게 만드는 쾌감이 몸을 타고 쭉 솟구쳤다.
마치 감전이라도 당한 것처럼 발가락이 제멋대로 오므라들면서 몸이 징징 울렸다.
보지도 그랬다.
그래서 몸 전체가 보지가 되어버린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착각마저도 들 정도였다.
고작 한 번 건드린 걸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던 것일까.
강렬한 쾌감과 함께 뒤로 주춤하며 물러났던 손가락이 다시 요도 입구를 톡톡 두들겨댔다.
"으, 흣···!"
그것만으로도 고개가 뒤로 넘어갈 뻔 했지만, 고개를 뒤로 젖히는 대신 마침 얼굴 앞까지 들이밀어져있던 것을 입에 물었다.
그렇게 담요 끄트머리를 재갈삼아 입에 물고서는··· 조심스레 요도 입구를 손가락으로 자극하기 시작했다.
'오줌 구멍··· 오줌 나오는 곳 만지면서 느끼고 있어어···'
그것도 혼자 몰래 그러고 있는 게 아니라 유한이 바로 저 앞에 누워있는데도 자신은 그러고 있었다.
그렇기에 내심 인정할 수밖에는 없었다.
유한의 말대로··· 자신은 변태가 맞다는 걸.
"흐으, 흐읍···!"
클리하고 질구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자그마한 구멍을 따라서 손가락을 빙글빙글 움직일 때마다 배 안쪽이 짜르르 울리면서 자꾸만 뭔가가 울컥하고 새어나오려고 했다.
그 기묘하고 이질적인 감각마저도 쾌감으로 느껴졌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남이 잠든 틈을 타서 몰래 오줌 싸는 곳 만지면서 자위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한에게 들킨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배가 욱신거릴 정도로 그 안쪽이 꽈악하고 조여드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상상의 나래까지 펼치면서 혼자만의 시간에 푹 빠져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으으음···"
도롱도롱 울려퍼지던 코고는 소리가 어느 순간 뚝하고 멎더니 잠꼬대에 가까운 소리가 유한으로부터 흘러나왔다.
그에 반사적으로 몸을 흠칫 굳힌 순간ㅡ
"아, 씨··· 오줌···"
잠기운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웅얼거림과 함께 침대 위에 엎어져있던 유한이 스르륵 몸을 일으켰다.
몸이··· 더 딱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