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 〉1부
시간을 아주 조금 거슬러 유한이 가영에게 반지를 돌려주고 있던 그때, 지나는 화장실 벽에 머리를 기댄 채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쓴웃음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분명 이곳으로 들어왔던 건 자꾸만 달아오르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는데 진정이 되기는 커녕 몸이 더 달아오르기만 했으니까.
"흐으···"
벽에 머리를 기대고 앉은 채 제멋대로 거칠어지려 하는 호흡을 가늘게 나눠서 내뱉던 것도 잠시, 힘없이 늘어뜨리고 있던 손을 움직여 조심스레 허벅지 사이로 밀어넣었다.
그렇게 손이 다리 사이로 파고 들어온 순간 몸을 타고 내달린 건 얼굴이 다 화끈거릴 정도로 질척질척한 소리와ㅡ
쯔읍···♡
"읏···!"
온몸이 징징 울리는 듯한 찌르르한 쾌감이었다.
그냥 가볍게 손만 가져다댔을 뿐인데 보지가 징징 울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꼴사납게 헐떡거렸던 건 그래서였다.
쾌감이 하도 강렬해서 숨이 제멋대로 벅차올랐으니까.
동시에 깨달았다.
오늘은 틀렸다는 걸.
꾸욱하고 누른 것도 아니고 가볍게 스치듯 건드리기만 해도 이 정도인데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달리기를 할 수 있겠는가.
보나마나 열 걸음도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절정할게 뻔한데 말이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그냥 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러는 김에 겸사겸사 피곤해서 늦잠을 잤다고 핑계를 대면 오늘은 왜 안 깨워줬냐고 물을 게 뻔한 유한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돌아서겠지.
사람이 늦잠도 자고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돌아가자.'
어차피 돌아갈거라면 한시라도 빨리 움직이는 편이 나을 듯 했다.
지금이야 아침보다는 새벽에 가까운 시간대라서 아직 밖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여기서 시간이 더 지나면 아침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출근하는 사람들까지 거리로 나올테니까.
그리고 자신은 남들과 마주쳐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꼴을 하고 있는 상태였고.
아직 다리에 힘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억지로 몸을 일으켜 화장실을 빠져나왔던 건 그래서였다.
돌아가는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화장실 안으로 도망치듯 대피하기 전보다 아래쪽이 더 축축한 것 같아서 신경이 쓰여서 미칠 것같았으니까.
거기에 언제 어디서 다른 사람이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다는 점도 한몫했고.
그렇다고 젖은 부분을 숨기듯 엉거주춤하게 걸을 수도 없었다.
이 정도면 진정이 될법도 한데 보지는 여전히 위험할 정도로 민감하기만 했으니까.
그렇기에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입고 있는 티셔츠의 끝자락을 꾹꾹 잡아 당겨서 길게 늘어뜨린 다음 그걸로 엉덩이하고 다리 사이를 가리는 것뿐이었다.
그런 모습을 한채 걷자니 사방에서 시선이 날아와 꽂히는 것만 같았다.
사방에서 날아와 꽂히는 시선들이 이쪽을 비웃고 경멸하는 것만 같아서 자꾸만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래도 어찌어찌 중간에 멈춰서는 일 없이 집 앞까지 도착하는데 성공한 순간 목구멍을 비집고 튀어나온 것은 안도의 기색이 짙게 담겨있는 한숨이었다.
허나 안심하기에는 아직 좀 일렀다.
집 안이라 할지라도 방에 도착하기 전까지 위험한 건 똑같았으니까.
특히나 유한하고 마주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유한 때문에 흘러나온 것으로 스패츠를 흠뻑 적시고 있는 모습을 유한에게 보인다고 생각하니 다시금 몸이 뜨거워지려고 했지만 고개를 가로저어 머릿속에 눌러앉은 상념을 털어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참으로 다행히도 주방의 불은 꺼져있었다.
최근 들어 알람소리가 잘 안들린다고 하더니만 아직 자고 있는 걸까.
그런 모습으로?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게 흉악하기 그지없는, 명기라는 단어밖에는 생각나지 않는 커다란 물건을 꼿꼿하게 세운 채 곤히 잠들어있는 유한의 모습을 상상하니 입 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듯 했지만 다시 한 번 고개를 가로저어 그것을 머릿속에서 털어냈다.
그런 상상은 나중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지금은 뒷처리가 먼저였다.
혹시 소리라도 날세랴 조심스레 유한이 선물해준 운동화를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거실을 가로질러 방으로 향했다.
당연히 옷부터 갈아입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방에 들려서 옷부터 갈아입은 다음 찬물로 샤워를 하든 흠뻑 젖어버린 것을 빨래를 돌려서 없애버리든 할 생각이었는데ㅡ
"흐으으으···♡"
거실을 벗어나 주방으로 진입하기 직전에 귓속으로 흘러들어온 소리 하나가 머릿속을 헝클어뜨렸다.
그 헐떡거림의 주인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목소리가 너무 익숙했으니까.
그래서일까.
얼굴이 아까하고는 다른 의미로 확 달아올랐다.
자신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이의 신음소리를 듣는 건 그만큼 민망했다.
'어, 엄마도 참···'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가영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영도 여자아닌가.
당연히 살다보면 참기힘들 정도로 욕구가 끓어오르는 날도 있을 터.
'그래도 유한이가 내려올지도 모르는데 조심 좀 하시지···'
어찌되었건 이런 상황에서 티를 내봐야 피차 민망하기만 할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발뒤꿈치를 살짝 들어올린채 잠시 멈췄던 움직임을 이어나가려 했다.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들려온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필시 그렇게 했겠지.
"흐으, 헥··· 헤엑, 헤으으윽···"
"제가 그랬죠? 고모?"
가영의 것만큼이나 익숙한 목소리.
그렇기에 믿기지가 않았다.
왜 가영이 헐떡이는 소리하고 유한의 목소리가 같은 곳에서 같이 들려오는 걸까.
당황스러운 나머지 착각한 것이라 치부하기에는 유한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선명했다.
'혹시···'
지금 나는 꿈을 꾸고 있는 중이 아닐까.
일어났다고 생각했던 건 사실 착각이고 여전히 침대 위에 누워 쿨쿨 자고 있는 중은 아닐까.
"틀림없이 마음에 드실거라고."
정신이 차츰 아득해지는 와중에도 유한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물론, 가영의 헐떡거림도 마찬가지였다.
"어때요? 제 자지랑 완전 똑같죠?"
손을 들어올려 볼을 꼬집었던 건 꿈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깨어나기 위함이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가영과 유한이··· 그런 일을 하는 꿈이라니.
악몽도 이런 악몽도 또 없었으니까.
그래서 볼을 꼬집었는데··· 아팠다.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팠다.
꿈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가슴 언저리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던 것이 쿵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떨어진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저··· 머리가 어지러웠다.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뭔가에 홀린 듯한 기분으로 가영의 방으로 향했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귓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소리들은 선명해졌다.
"헥, 헤엑···♡"
가영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달콤한 헐떡거림도 그랬고.
"네? 고모? 제 자지 맛있냐니까요?"
유한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음탕한 말도 그랬다.
"이거, 흐읏♡, 아니야. 자지, 아니야핫···♡"
"하긴 그렇죠. 그건 그냥 본따서 만든 물건일 뿐이니까."
"흐윽, 흐우으윽···♡"
"그래도 그렇게 정신없이 허리 흔들어대시는 거 보면 마음에 들긴 하시나 보네요."
흥분으로 잔뜩 갈라진 유한의 목소리에 가영은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커다란 무언가가 질척질척하게 젖은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며 나는 소리만이 정신없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고모 자위하는 거 보니까 못 참겠어요."
"흐윽, 헥···♡"
"고모 혼자만 기분 좋아지지 마시고 저도 기분 좋게 해주세요."
"유, 흐읏, 흐으윽···!"
"아까 빨아주시기로 하셨잖아요?"
들으면 들을수록 배 안에서 뭔가가 배배 꼬이는 것만 같았다.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동시에 간절하게 바랬다.
허나 뒤이어 울려퍼지기 시작한 소리는 그 간절하기 짝이 없는 소망을 가볍게 배신했다.
"흐움, 쯉, 쪼옵, 쪼오옵··· 츄루루♡"
뭔가를 음탕하게 빠는 소리.
"윽, 고, 고모···"
그리고··· 유한이 쾌감으로 몸서리치는 소리까지.
그것들이 귓속으로 흘러들어온 순간 참기 힘들 정도로 구역질이 치밀었다.
그래서 도망쳤다.
더는 그 앞에 서 있을 수가 없었으니까.
주춤주춤 물러나다가 그대로 몸을 돌려 집을 빠져나왔다.
맘 같아서는 아까 도망쳤던 곳보다 더 멀리까지 도망치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여전히 귀 바로 옆에서 울려퍼지는 듯한 음탕하기 그지없는 소리들이, 유한과 가영이 붙어먹으면서 나는 소리가 언제까지고 귓가로 울려퍼질 것만 같았으니까.
허나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차마 집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대문 앞에 털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뒤통수가 얼얼했다.
뭐하고 부딪힌 것도 아닌데도 그랬다.
그만큼 믿기지가 않았다.
다른 이도 아니고 유한과 가영이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언제부터?'
동시에 궁금해졌다.
둘은 언제부터 그런 관계가 된 걸까.
어쩌다가 그런 관계가 된 걸까.
그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던 순간에 대한 기억이었다.
'설마···'
그날?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유한이 밤새 끙끙 앓다가 간신히 잠드는데 성공한 상태라 해도 굳이 자신이 방에 들어가는 걸 막아설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가영은 유한의 상태만 확인하겠다고 했던 자신의 앞을 기겁을 하며 막아섰다.
당시에는 그만큼 유한이 밤새 고생을 많이했나 보구나하고 생각하고 넘겼었지만···
'그래.'
생각해보니까 유한이 부쩍 의식되기 시작했던 것도 그날부터였다.
갑자기 묘하게 색기를 풍겨대길래 자신이 성욕이 들끓어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유한이 여자를 알게된 영향이었다면?
'그럼 엄마가 운동을 가르쳐달라고 했던 것도···'
몸매를 신경쓰기 시작했던 것도 아마 유한 때문이었겠지.
그것도 모르고 자신은 드디어 엄마한테도 남자가 생겼나 하고 혼자서 섭섭해하고, 혼자서 기뻐하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우스웠다.
스스로의 꼴이 우습게 느껴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동시에 깨달았다.
진짜 머저리는 자신이었다는 걸.
유한에 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허나 그게 아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또한 일부에 불과했다.
유한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잘라서 올렸던 사진처럼 일부분에 불과했다.
진짜 유한을 알고 있는 건? 그 누구보다 유한에 관해 잘 알고 있는 건?
자신이 아니라 가영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지나가 느낀 것은 허탈함도 실망감도 아닌 억울함이었다.
'나도···'
내가 얼마나 참았는데.
다 가족이라고 생각해서 참았던 건데.
자신이 힘들게 참고 있는 동안 가영은 유한과 즐기고 있었던 거다.
이럴 줄 알았다면 자신도 참지 않았을텐데.
내가··· 내가 엄마보다 유한이를 더 잘 아는데.
내가 유한이를 지켰는데.
억울했다.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배 안에 있는 뭔가가 배배 꼬이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유한이는 우리 가족이라고 했잖아.'
유한이가 처음으로 집에 온 날 가영이 그랬다.
오늘부터 유한이는 우리 가족이라고.
너희들은 누나가 된 거라고.
그러니까 너희들이 유한이를 지켜줘야 한다고··· 가영은 그렇게 말했었다.
그래서 정말 동생처럼 애지중지했다.
처음에는 자신 때문에 고생을 많이한 가영을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한을 진심으로 동생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사실 하나만큼은 변치 않을 거라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사실만큼은 끝까지 지켜나갈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그 누구보다 유한이 가족임을 강조하던 가영이 먼저 선을 넘어버렸다.
'왜 엄마만 해?'
그럼 자신이 여태까지 해왔던 노력들은 대체 뭐였던 걸까.
'유한이는 우리 가족이라고 했잖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억울했다.
왜 그토록 참았던 걸까.
차라리 이성을 잃고 선을 넘어버리기라도 했다면 이 정도로 억울하지는 않았을텐데.
이러면 앞으로는 어떤 핑계를 대가며 참아야하는 걸까.
그또한 알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참을 이유가 있을까?
상황이 이미 이렇게 되어버렸는데?
'왜 나만 참아야 되는데?'
물끄러미 집쪽을 바라보고 있던 지나의 눈동자가 낮게 침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