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5화 〉1부 (125/315)



〈 125화 〉1부

쿵···! 쿵···!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심장에 거기에 맞춰서 크게 뛰었다.


동시에 목덜미에 열이  오르며 대신 등골이 서늘해졌다.


조금만 더 있으면 식은땀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렇게 두려움인지 뭔지 모를 것이 휩싸여있는 와중에도 소파는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졌다.


그래서일까.

어느새 시야 속에는 전에 유한에게 빌려주었던 맨투맨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딱 그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뭔가에 홀린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그럴  없건만 벌써부터 기대했던 것이 코밑을 맴도는 것만 같아서 거리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발가락이 제멋대로 오므라들며 몸 어딘가가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그 근질근질한 느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그걸 어떻게든 해야만 한다는 충동과 함께 자꾸만 이성이 흐려졌다.

"내 옷이니까··· 내 거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유한에게 빌려주었던 옷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한 행동일 뿐이었다.

다른 목적같은 건 없었다.


절대로.

속으로 그 말을 몇 번이고 되뇌이면서 소파 위에 널브러져 있던 것을 집어들어 그것을 슬그머니 얼굴 쪽으로 가져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이상할 정도로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터질 듯이 뛰어대는 심장에 맞춰서 머릿속이 어질어질해지며 눈앞이 한없이 아득해지는 그 감각마저도 중독적이었다.


그래서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 하고 있는 행동들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바로 얼마 전까지 유한의 몸을 감싸고 있었던 것에 얼굴을 파묻은 순간, 지나는 마치 오랫동안 숨을 참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있는 힘껏 숨을 들이켰다.

"흐읍···!"

허나 아무리 숨을 크게 들이켜봐도 기대했던 것은 느낄 수가 없었다.


몇 시간동안 소파 위에 방치되어 있었던 탓일까.


맨투맨에서는 내심 기대했던 유한의 것이 아닌 소파 특유의 가죽냄새만 났다.


불쾌했다.

그리고 실망스러웠다.


스스로에게 변명까지 해가면서 나름대로 큰맘 먹고 저질렀던 것인만큼 더더욱 그랬다.


그렇게 잔뜩 부풀어올랐던 것이 파사삭 식어버리자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겉잡을 수 없는 충동이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이런 짓까지 했는데.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그러니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이렇게까지 한 이상 뭐라도 얻어내야만 했다.


하지만 어떻게?


방법을 몰라 입술을 잘근잘근 짓씹고 있던 순간 눈으로 들어온 것은 다름아닌 유한의 침대였다.

바로 조금 전까지 유한이 그 위에 누워있었음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이리저리 흐트러진 침대 시트의 모습이 어느새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렇게 유한의 침대를 바라보며 눈동자를 크게 떨어대던 것도 잠시, 스르륵 돌아선 지나가 이내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그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침대.

유한이가 쓰는 침대.

오직 그 말만이 머릿속으로 울려퍼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저건 유한이 껀데.


맨투맨은 원래 자신의 것이었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지만 이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말을 들어먹지를 않았다.

오히려 거리가 줄어드는 속도만 더 빨라졌다.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눈앞에는 주인없이 방치된 침대만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니 꼭 유한이 그 위에 누워서 쿨쿨 자고 있는 것만 같아서···


충동적으로 침대 위에 몸을 뉘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유한이 사용하는 베개에다가 얼굴을 파묻었다.

"흐, 읍···!"


···숨을 들이켰다.

유한의 냄새가 났다.

달콤하면서도··· 언젠가 한 번 맡아본 적 있는 야한 냄새가 이리저리 뒤섞인 그런 냄새였다.

그것이 어느새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숨을  때마다 몸 안이 유한의 냄새로, 그 달콤하면서도 묘하게 야한 냄새로 가득 차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게 이상할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그냥 누워서 숨만 크게 들이켰을 뿐인데 머릿속에서 폭죽같은 것이 팡팡 터지며 눈앞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머리를 쿵쿵 때려댔다.

“후으윽, 흐으으읏··♡·”


거기에 홀라당 넘어가버린 보지가 슬며시 벌어지며 군침이라도 흘리듯 끈적끈적한 애액을 흘리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


오랫동안 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선을 넘어서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쉬웠다.

그리고 배덕적이었다. 뭐라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배덕적이었다.

유한의 침대에 누워, 유한의 냄새를 맡으며 보지를 적시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도 자극적으로 느껴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숨을 쉴 때마다 쾌감이 몸을 타고 번져나가며  안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곳곳이 미친듯이 근질거렸다.

근질거림은 주로 다리 사이에 몰려있었다.

그래서일까.


숨을 쭉 들이킬 때마다 다리 사이가 미친듯이 근질거려서 당장이라도 긁어주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동시에 생각했다.


"흐으읏, 더어···"

뭔가 부족하다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더··· 좀 더 원했다.

그래야 몸을 점령한 이 열기를 해소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유한의 방을 빠져나와 1층으로 향했다.


그렇게 다용도실로 향하기 위해 주방을 가로지르던 순간 냉장고의 모습에 눈으로 들어온 건 말 그대로 우연이었다.

'···아이스크림.'


유한이가 직접, 사다준, 아이스크림.


갑자기 그게 생각났다.

그래서 다용도실은 뒤로 한채 냉장고 문부터 열어젖혔다.

그리고는 냉동실 안에 들어있던 것중에 가장 굵어보이는 것 하나를 꺼내 손에  움켜쥐고는 다용도실로 들어가 불과  분 전까지 유한이 잠옷 삼아 입고 있었던 것을 조심스레 챙겨들었다.


그렇게 방으로 돌아온 순간···

철컥-

문부터 걸어잠궜다.


방해받기는 싫었으니까.


그리고는 입고 있던 것들을 하나둘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땀으로 살짝 젖은 티셔츠도, 땀인지 뭔지 모를 것으로 끈적끈적하게 젖어버린 스패츠도 모두 벗어던졌다.

그리고는 다용도실에서 챙긴 것을 조심스레 몸 위에 걸쳤다.

잠옷삼아 입는 것이라 그런 걸까.

몰래 챙겨온 유한의 티셔츠는 허벅지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유한의 냄새를 짙게 풍겼다.

그래서일까 꼭 유한에게 꽉 끌어안긴 것만 같았다.


그리 생각한 순간 머릿속으로 떠오른 것은 잔뜩 취한 유한이 품 안으로 꼬물꼬물 파고들어와 포옥하고 안겨들던 순간의 기억이었다.


유한은 알고 있을까.


아무 자각없이 저질러대는 행동들 하나하나가 여자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해로운지?


아마 모를 거다.


그러니까 그런 행동을 그렇게 스스럼없이 하고 그러는 것이겠지.


고로 이건···

'네가··· 유한이 네가 나쁜 거야···'

전적으로 유한의 탓이다.


이쪽은 어떻게든 계속 '누나'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그런 식으로 자꾸  흘리고 다니니까··· '누나'로 남아있을 수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이건 유한의 탓이 맞다.


유한이 자꾸만 야하고 야릇한 분위기를 풍겨대니까··· 자신은 그래서 어쩔 수 없었던  뿐이다.


여자가 남자를, 암컷이 수컷을 보며 흥분하고, 성욕을 느끼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


'그리고 이건···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먹는 것 뿐이니까···'

침을 꼴깍 한  삼키고는 그대로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비닐로 된 포장을 벗겨내어 왠지 모르게 답답해보이던 것을  안에서 꺼내들었다.


"아···♡"


아이크스림을 그런 식으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 그런 걸까.

밑에서부터 올려다본 것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유한의 물건이 떠올랐다.


유한의 것도 엄청나게 컸으니까.


이따위 것은 단숨에 초라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유한이 거···'


어느새 유한이가 사다준 것에서 유한의 것으로 호칭이 바뀌어버렸지만, 이미 눈앞에 있는 것에 뭔가를 투영해서 보기 시작한 지나는 그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난방을 세게 틀어놓은 탓일까.


동그란 끄트머리가 살짝 녹아내리며 손에 닿으면 엄청 끈적거릴 것 같은 것이 아이스크림 표면을 따라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에 충동적으로 혀를 쭉 내밀어 그것을 가볍게 핥은 순간 아찔할 정도로 달콤한 맛이 혀끝으로 맴돌았다.


어찌나 달콤한지 혀끝이 찌르르 울리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몸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올라 있던 혀가 식으며 오싹오싹한 쾌감이 몸을 타고 번져나갔다.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것도, 그럴 리 없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유한이 직접 사다준 것을 혀로 핥고 있으니 마치 유한의 물건을 혀로 애무해주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잔뜩 흥분한 자신의 물건을 내려다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유한을 침대에 앉혀두고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잔뜩 커진 것의 끝부분을 혀로 느긋하게 핥아주면 유한은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자신과 그런 짓을 하고 있다는 걸 두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할까.

아니면 그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얼굴을 쾌감으로 찡그리며 몸을 벌벌 떨어댈까.


궁금했다.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만들어낸 상상에  빠져버린 지나는 전혀 자각하지 못했지만, 아이스크림을 핥고 있는 지나의 혀는 그녀가 상상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입밖으로 쭉 내민 혀를 아이스크림 표면을 따라 빙빙 돌리며 그게 진짜 유한의 물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극해대던 것도 잠시, 입을 크게 벌린 지나가 아이스크림을 조금씩 자신의  안으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후움···♡ 훔♡ 하웁···♡"

마치 진짜 유한의 물건을 빨고 있는 것처럼 막대 끄트머리를 움켜쥔 지나의 손이 앞뒤로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아이스크림이 녹아 생겨난 것이 지나의 턱을 타고 흘러내려 그녀의 몸 위로 후두둑 떨어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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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움···♡ 죠아···? 쪼옵, 쫍···♡ 누나가 빨하쥬니까 조하···?"


본인이 만들어낸 상상에 완전히 취해버린 지나의 몸은 철저히 그녀의 욕망을 따라 움직였다.

베개를 꼬옥하고 움켜쥐고 있던 손에서 스르륵 힘이 빠지더니 이내 그것이 지나의 다리 사이로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찌거억···

"읏···♡"


좁고 질척질척하게 젖어있는  사이로 뭔가가 파고들어가는 소리가  안으로 울려퍼졌다.


녹아서 줄줄 흐르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채 몸을 부르르 떨어대던 것도 잠시, 지나가 살짝 밀어넣었던 손가락을 조금 더 깊숙한 곳을 향해 전진시켰다.


쯔으으으읍···

여태껏 타인의 손길을  한 번도 허락치 않았던 곳이 손가락을 받아들이기 위해 슬며시 좌우로 벌어졌다.


그렇게 손가락을 반절정도 밀어넣은 지나가 그것을 조심스레 굽혔다.

그리고는 뭔가를 찾듯 질안 곳곳을 손가락을 이용해 꾸욱꾸욱 눌러대기 시작했다.

"읏···!"

마침내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데 성공한 것일까.

헛숨 들이키는 소리와 함께 곧게  뻗어있던 지나의 허리가 움찔움찔하고 떨렸다.


정확히 그때부터였다.

흠뻑 젖은 보지에 손을 찰싹 가져다붙인 지나가 손바닥을 이용해 클리토리스를 꾸욱꾸욱 짓누르며 자신의 질 안을 살살 긁어대기 시작했던 것은.


"흡···♡ 읏, 읍···!"


쾌감을 갈구하는 몸짓이 격해질수록 지나의 얼굴또한 몽롱하게 변해갔다.

더불어 그녀의 입에 물려있던 아이스크림이 흐물흐물하게 녹아서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탓에 침대 위는 이미 애액하고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떨어진 것으로 난장판이 되어버렸지만, 지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쾌감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힘이 잔뜩 들어가서 크게 부풀어오른 유한의 물건을 빨아서 진정시켜주는 모습을 상상하며 몇 번이고 자신의 보지를 쑤셔대던 지나가 마침내 정신을 차린 것은···

"흐, 으으으읏···!"


그간 자위를 통해서 경험했던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강렬하기 그지없는 쾌감이 그녀의 몸을 휩쓸고 지나간 후였다.


"흐으, 하아, 흐우으···"

스스로 만들어낸 상상에 푹 빠져 흐릿하게 물들어있던 눈동자 속으로 마침내 초점이 돌아왔다.


그렇게 스스로 만들어낸 참상과 마주한 순간, 지나의 표정이 암담함으로 물들었다.

"미친 년···"

진짜 네가 발정이 났구나.

어떻게 상상을 해도 그딴 상상을···

자괴감으로 가득 찬 얼굴을 한채 그리 되뇌이던 것도 잠시, 그녀는  깨달았다.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짓까지 해버린 이상 이제 더는 유한을 '동생'으로만  수 없다는 것을.


어느새 몸이··· 진짜를 바라고 있었다.


핥으면 핥을수록 녹아서 작아지고, 끝내는 없어져 버리고 마는 하찮은 가짜 따위가 아닌 진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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