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1부
솔직히 말하면 나도 좀 놀랐다.
힘을 줘야지하고 생각은 했는데 설마 이렇게까지 꽉 끌어안을 수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이게··· 운동의 힘?'
아무래도 앞으로도 운동을 열심히 해야할 것 같았다.
고작 며칠한 거 가지고 이 정도면 언젠가는 정말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가영을 안아든채 꿈의 체위인 들박을 시전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런 식으로 날 단련시켜준 지나를 향해 마음 속으로나마 소소한 감사를 표하고 있는 동안에도 가영은 내 품안에 갇혀 몸을 움찔움찔 떨어대고 있었다.
"으, 읏···♡"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달콤한 건 어느새 그녀의 엉덩이와 바짝 밀착한채 그곳을 꾸욱하고 누르고 있는 내 물건 때문일까.
어느새 살짝 거칠어진 호흡이 허공에서 부숴지는 걸 느끼며 바짝 잡아당긴 끈을 그녀의 배 중간쯤에 대고 묶었다.
그리고는 몸을 떨어뜨리는 척 하며ㅡ
"읏···!"
그대로 가영의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흠칫하는 떨림과 함께 가영의 몸에 힘이 살짝 들어갔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살짝 이빨 자국이 남아있는 부분을 혀로 살살살살 쓸어주니 바짝 굳어있던 몸이 흐물흐물하게 풀어지며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혀끝을 통해 전해져오는 그 느낌이 좋았다.
"이번에만 특별히 이 정도로 봐드리는 거예요."
해서 만족스럽게 웃으며 몸을 떨어뜨리니 가영이 황급히 손을 들어올려 바로 조금 전에 내가 혀로 핥았던 부분을 가렸다.
어차피 당장 볼 사람이라고 해봐야 나밖에 없는데 대체 뭐가 그리 걱정인 걸까.
피식하고 웃으며 그새 살짝 가쁘게 변한 숨을 색색 몰아쉬고 있는 가영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들겨주었다.
"읏···!"
한참 연하인 내게 어린애 취급을 당한 게 그리도 민망했던 것일까.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가영이 언제 목을 가리고 있었냐는 듯 양손을 모두 밑으로 내려 엉덩이 뒤에다가 가져다놓고는 그대로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쳐대기 시작했다.
나랑 붙어있으면 계속 민망한 일이 생기니 도망이라도 쳐야겠다 싶었던 걸까.
"어디가세요? 고모?"
"유한이 너···"
"이제 정말 안 할테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원한다면 약속까지 해줄 수 있다는 뜻으로 그리 말했음에도 영 안심이 되질 않았던 것일까.
난 어디까지나 진심으로 그리 말했던 것인데 믿어주질 않으니 살짝 슬프더라.
"아, 아니면 이대로 다시 방으로 갈까요?"
해서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뜻으로 싱긋 웃으며 그리 말했더니 그제서야 가영이 싱크대 앞으로 호다닥 돌아왔다.
그 다음부터는 정말 가영을 건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육체적으로는 그랬다.
너무 그쪽에만 집중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보았으니까.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요리에 집중하는 척을 했던 것도 다 그래서였다.
그렇게 가영의 경계심이 어느 정도 풀어졌다 싶을 때ㅡ
"근데 있잖아요. 고모."
"···응?"
"이러고 있으니까 저희 꼭 신혼부부같지 않아요?"
바로 찌르고 들어갔다.
그에 간을 볼겸 살짝 덜어낸 국물을 호록하고 들이키고 있던 가영이 흠칫하며 몸을 굳혔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가영의 뒤로 슬쩍 다가서며 조심스레 그녀를 불러보았다.
고모가 아닌 새로운 호칭으로.
"···여보."
혹시라도 누가 들을세랴 속삭이듯 내뱉은 그 말에 가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대로 가다간 손에 힘이 풀려 그 안에 든 것을 놓칠 것만 같았던 것일까.
"누, 누나···"
가영이 살짝 떨리는 손을 움직여 들고 있던 것을 조리대 위에다가 탁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가, 가영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수줍은 척과 함께 한 번 더 호칭을 바꿔서 불러보니 이내 돌아온 것은ㅡ
"악ㅡ!"
통렬한 볼꼬집기였다.
홱 뻗어온 것이 볼을 움켜쥐더니 옆으로 쭈욱하고 잡아당기는 느낌에 몸이 그대로 그쪽으로 끌려갔다.
"이, 이게 자꾸 고모를 놀리고 있어···!"
그동안 내게 당한 걸 이번 기회에 한 번에 갚아주고야 말겠다는 것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매서운 볼 꼬집기였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가영에게 시달리다가 두 손을 모두 들고 항복을 외치고 나서야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다.
"으으으···"
그리 힘을 준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이리 아픈 것일까.
엄마들 손 매운 건 남녀역전세계가 되도 변하지 않는 것일까.
이미 풀려난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욱씬욱씬거리는 볼을 손바닥으로 살살 문지르고 있으니 가영이 모처럼 어른같아보이는 표정을 한채 내게 으름장을 놓았다.
"다음에도 또 그러면 이 정도로는 안 끝날 줄 알아. 알겠어?"
아무래도 그동안 한 짓이 있다보니 이쯤에서 한 번 굽혀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시무룩해하는 목소리를 꾸며내어 가영의 말에 답했다.
"네에···"
"···나머지는 고모가 하면 되니까 일어나지 말고 그냥 앉아있어."
그 와중에도 살짝 귀엽게 느껴졌던 건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발그레하니 상기되어있는 가영의 두 뺨이었다.
아무래도 이성한테 그런 식으로 불린 게 너무나도 오랜만이다보니 그 파괴력이 상상이상이었던 것일까.
갑자기 더위를 느끼기 시작하기라도 했는지 묘하게 초조해보이는 가영의 뒷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하고 있으려니ㅡ
"뭐야, 일어났네?"
지나가 아침 운동을 끝마치고 복귀했다.
숙취따위는 정말 개나 줘버렸는지 오늘도 땀으로 흠뻑 젖어있는 지나의 손에는 편의점 로고가 새겨진 봉투 하나가 달랑달랑 흔들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이온음료인 것 같은데 운동하다가 갈증을 느끼기라도 했던 것일까.
아무래도 어제 술을 잔뜩 마셨던만큼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신발을 벗고 내 앞까지 성큼성큼 다가온 지나가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내쪽으로 쑥 내밀었다.
"자."
"응···?"
자기가 마시려고 사온 거 아니었나?
이걸 갑자기 왜 나한테 주는 걸까.
아, 혹시 최대한 차갑게 먹을 수 있도록 자기가 샤워하는 동안 얼음이라도 구해다가 차갑게 식혀놔라 뭐 이런 뜻인가?
오죽하면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로 지나의 행동은 뜬금없었고, 그에 이게 대체 뭐시당가하고 어리둥절해하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 날 더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소리가 지나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속은? 괜찮아? 새벽에 토했다면서."
'엉···?'
누가 뭘 했다굽쇼?
아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걸까.
내가 진짜 그랬다고?
혹시 먼저 골아떨어진 가영을 따라 골아떨어지고 난 후에 그런 일이 있었나 싶어 기억을 되짚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난 새벽동안 내가 토해낸 건 정액 뿐이었다.
그것도 그냥 토해낸 게 아니라 가영의 아가방이 내 걸로 가득 찰 때까지 아주 듬뿍 토해냈었지.
설마 그걸 말하는 건가?
는 그럴 리 없었다.
그 사실을 지나가 알 리 없으니까.
그리고 뭣보다 지금 지나가 말하고 있는 건 다리 사이에 달려있는 게 아니라 입을 통해서 하는 행위였다.
술 취해서 토하는 거야 사실 따지고보면 나름대로 흔한 일이긴 했다.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그런 짓을 한 적이 없다는 것정도?
헌데 지금 지나는 내가 실제로 그런 짓을 하기라도 한 것처럼 걱정가득한 얼굴을 한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되먹은 노릇일까.
라는 의문이 머릿속으로 떠오르기 무섭게 시야 끝으로 걸린 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살짝이지만 몸을 오들오들 떨어대고 있는 가영의 모습이었다.
하고 있는 표정도 그렇고, 몸짓도 그렇고 누가봐도 뭔가가 탄로나는 걸 엄청나게 두려워하는 모습이라서 그 모습을 보자마자 대충 눈치챌 수 있었다.
일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를.
'···걸릴 뻔 했나보네.'
그래,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능성은 그것밖에는 없었다.
보나마나 간밤의 뒷처리를 하는 와중에 아침 운동하려고 내려온 지나한테 딱 걸려서 그렇게 둘러댔던 것이겠지.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은 간단했다.
생각 좀 한다고 아주 잠깐 입 좀 다물고 있었을 뿐인데 그새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기라도 한 것인지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있는 지나를 상대로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던 건 다 그래서였다.
"응? 내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금시초문이라는 느낌으로 아예 고개까지 살짝 갸우뚱해보이니 지나의 눈동자 속으로 깃들기 시작한 의아함이라는 놈의 몸집이 살짝 불어났다.
"···뭐야, 기억 안나? 분명··· 엄마가 그랬는데."
"어··· 속이 너무 안 좋아서 고모 방에 찾아갔던 것까지는 기억나긴 하는데···"
그 뒤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이 잘 안난다고 둘러대기 무섭게 지나의 눈속에 깃들어있던 의구심이라는 녀석이 자취를 감추었다.
가영이 서 있는 쪽에서 휴우하고 안도의 기색이 듬뿍 담긴 한숨소리가 자그맣게 들려온 건 그와 거의 동시였다.
"이거이거··· 또 필름 끊겼구만. 그러니까 누나가 적당히 마시랬지."
"뭐 어때 밖에서 마시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마시는 건데."
취해봐야 집인데 별 일이야 있겠냐는 투로 그리 둘러대니 대체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나가 가볍게 혀를 차며 내 볼을 살짝 꼬집었다.
하필이면 바로 조금 전에 가영에게 꼬집혔던 곳이라 살짝임에도 더럽게 아팠다.
"악ㅡ!"
"자꾸 그렇게 잔뜩 취할 때까지 마시면 그게 습관이 되니까 그렇지."
"···밖에서는 술 잘 안 마시거든?"
"안 마시기는 개뿔이."
"아니 진짜 기억 안 나는데···"
"암요, 그러시겠죠. 너 때문에 엄마는 새벽부터 빨래 돌린다고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어. 이것아."
솔직히 말하면 이쯤에서 멈춰줬으면 했다.
날 향해 퍼부어지고 있는 지나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거나 그래서가 아니라 저기 지나의 뒤에 서 있는 가영을 위해서였다.
날 혼낸답시고 가영에게서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상태인 지나는 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입에서 날 꾸짖기 위한 말 한 마디가 흘러나올 때마다 가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가녀리면서도 풍만한 육체가 흠칫흠칫 떨리고 있었으니까.
개중에서도 특히나 격렬한 반응이 튀어나왔던 건 지나의 입에서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어.'라는 말이 흘러나왔을 때였다.
그 말을 듣고 대체 뭘 떠올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안 그래도 빨갛던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데 그 모습하고 반응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웃어? 잘못한 것 때문에 혼나고 있는 중인데 웃음이 나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안 되겠어. 안 그래도 내가 전부터 한 마디 하려고 했는데···"
그런 내 웃음에 반응하여 더욱 더 가열차진 지나의 훈계를 막아세운 건 나와 덩달아 혼나고 있던 가영이었다.
"흠흠···! 그, 그쯤하렴. 그 정도면 유한이도 충분히 반성했을테니까···"
"아니, 내가 진짜 걱정이 되서 그래. 차라리 술이라도 잘 마시는 편이면 말을 안 하겠는데···"
"그, 그쯤 하래도!"
지나가 뭔가 한 마디를 할 때마다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는 느낌을 주체할 수가 없었던 것일까.
모처럼 목소리를 높인 가영이 얼른 아침이나 먹게 씻고 오기나 하라며 지나의 등을 뒤에서부터 꾹꾹 떠밀기 시작했다.
"아니, 나 아직 할 말 남았는데···"
"나, 나중에 해. 나중에. 안 그래도 숙취 때문에 머리 아플 동생 괴롭히지 말고."
"에휴··· 엄마는 유한이한테 물러도 너무 무르다니까."
날 생각해서라도 무르기만 해선 안 된다고 주장이라도 하는 것처럼 지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2층에 있는 욕실로 향했다.
그렇게 지나가 1층을 떠나고 나니 자리에 남겨진 건 제철이라도 맞이한 것마냥 빨갛게 잘 익어있는 가영 뿐이었다.
쳐다보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그 귀여운 모습에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지나가 숙취로 헤롱헤롱대는 세나를 옆에 매단 채 1층으로 복귀했고, 그렇게 넷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단체로 해장을 했다.
"으어··· 머리 아파서 뒤질 것 같아···"
우리들 중에서도 특히나 상태가 심각했던 건 말할 것도 없이 세나였다.
"···괜찮아?"
표정부터가 죽상인 그녀를 보며 그리 물으니 테이블 위에 처박고 있던 고개를 홱 들어올린 세나가 자리에 앉아있는 이들의 면면을 둘러보며 뭔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억울함은 날 확인한 순간 배가 되었다.
"아니, 왜 나만···"
자기 빼고는 다 멀쩡해보이니 그 사실이 못내 억울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그러니까 적당히 좀 마시지 그랬어."
"···너 나 몰래 뭐 좋은 거 먹었지."
"뜬금없이 뭔 소리야. 먹긴 내가 뭘 먹어."
먹긴 먹었지.
비싼 숙취해소제도 먹고 가영도 먹었으니까.
허나 둘 모두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적당히 둘러대니 세나가 '씨이이···'하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게 아니면 이건 말이 안 돼. 나보다 훨씬 더 알쓰인 주제에 어떻게···!"
이렇게 멀쩡할 수가 있는 거냐고 따지기라도 하려고 했던 것일까.
허나 말을 완성하는 것보다 잠시 가라앉은 숙취가 다시 울컥하고 올라오는 게 더 빨랐던 모양인지 세나가 다시금 식탁 위로 침몰했다.
확실히 숙취가 어마어마하긴 한 모양이다.
다시 식탁에다가 고개를 처박은 후부터 밥은 진짜 한술도 못 뜨고 고개만 간신히 들어올려서 콩나물국만 홀짝홀짝대다가 그대로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길 반복하는데 그 꼴을 보다못한 가영이 지나가 자기 먹으라고 사다 준 숙취해소제를 세나의 손에 꼬옥하고 쥐어줄 정도였다.
그게 무슨 생명수라도 되는 것마냥 그대로 뚜껑을 따서 꼴깍꼴깍 들이킨 세나가 '으어어어···'하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진짜 못 먹겠어··· 그냥 다시 올라가서 쉴래···"
그리 말하고는 진짜 좀비라도 되는 것마냥 비틀비틀대며 2층으로 올라가는 세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혀를 차던 지나가 이내 내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유한이 너는? 속은 좀 괜찮고? 혹시 뭐 어지럽다거나 그렇지는 않지?"
"어··· 솔직히 조금 힘들긴 한데···"
숙취 때문이라기 보다는 하도 많이 싸제껴서 힘든 거였지만 어찌되었건 힘든 건 힘든 거 아니겠는가.
해서 나름 사실대로 말했더니 내 말을 듣고는 '흐음···'하고 뭔가를 고민하는 듯한 기색을 얼굴 위로 내비치던 지나가 이내 나로서는 사양할 이유가 없는 제안을 툭 던져왔다.
"그러면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쉴래?"
"응? 그래도 돼?"
아니, 이걸 쉬게 해준다고?
진짜로?
다른 이도 아니고 지나의 입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했더니 그런 내 반응이 웃기기라도 했는지 지나가 피식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누나가 너 힘들어하는데 억지로 막 끌고 갈거라고 생각했어?"
정말로 솔직히 말하면 지나라면 그럴 것 같긴 했다.
허나 이런 상황에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입에 담을 수는 없었기에 대신 고개를 붕붕 흔들어보이니 지나의 입에서 다시 한 번 바람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대신 딱 오늘 하루만 쉬고 내일부터는 더 열심히 하는 거다?"
"옙, 코치님!"
"으이구··· 그렇게 좋아?"
상상이상으로 기뻐하는 내 모습에 어이가 없었는지 헛웃음을 흘리며 빈 그릇을 들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지나를 보며 속으로 대꾸했다.
'그야 당연히 좋지.'
운동에서 해방이라는 말은 어떻게 세나만 집밖으로 내보내면 집에 가영이랑 단둘이 남겨진다는 소리 아닌가.
평소라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오늘은 가영이 모처럼 일을 쉬는 날이니 말이다.
'단둘이 있을 때는 얼마든지 '자위'해도 된다고 그랬겠다···?'
좋아.
딱 기다려라.
콘돔 풀매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