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1부
쇼핑백 안에 든 것이 과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최대한 걸음을 재촉했다.
물론, 가영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가영에게 대접하기 위해 만든 메뉴 때문이라고 해야할까.
새우에 전복에 장어까지 메뉴에 해산물들이 가득한만큼 되도록이면 따끈따끈할때 먹는 편이 좋으니까.
비린내를 잡겠다고 정말 별의 별 생쑈를 다 했는데 식어가지고 비린 맛이 확 올라오기라도 하면 슬프지 않겠는가.
식는 걸 방지해보겠다고 세나한테 핫팩까지 얻어다가 넣어두긴 했지만 그럼에도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그나마 가까워서 다행이네.'
조금이라도 더 멀었다면 바로 큰길로 나가서 택시부터 잡았을 거다.
미용실의 위치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기에 지도에 의존해 거침없이 발을 놀렸다.
아무래도 나는 처음 가보는 곳이니만큼 근처에서 헤맬 것까지 각오했는데 참으로 다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신 이쪽을 힐끔힐끔 훔쳐보는 여자들이 하도 많아서 그게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마스크 쓰고 나올 걸 그랬나.'
심지어는 훔쳐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말을 걸어오는 년들도 있더라.
"그 죄송한데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실례에요."
물론, 싸그리 다 쳐냈다.
솔직히 가영 정도 되는 미인이 말을 걸어도 받아줄까 말까한 상황인데 감히 어딜 어림도 없지.
그렇게 중간중간에 장애물이 몇 개 튀어나오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무탈하게 가영이 운영하는 미용실 앞에 설 수 있었다.
'이야··'
밥도 제대로 못 먹을 정도로 바쁘다길래 솔직히 아주 조금은 과장이 섞여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용실이 바빠봐야 결국 미용실 아니겠는가.
그런데 실물을 확인해보니 그건 오히려 축소된 수준이었다.
아니 뭔 놈의 미용실에 사람이 이리도 많단 말인가.
'이 정도면 동네에서 좀 큰 수준이 아닌데?'
직원은 대충 일곱 명쯤 되어보이는데 그에 비해 손님 수는 그 배는 되어보였다.
'이러니까 밥을 못먹지··'
앉아서 기다리라고 놓아둔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차례가 도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헛웃음밖에는 나오질 않았다.
아니 저렇게 기다리게 해도 되는 건가?
손님들 중에 꼭 얌전한 사람만 있는 건 아닐텐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바빠보이는 미용실 내부의 풍경에 난감함을 곱씹고 있으려니 마침내 손님 한 명을 쳐내는데 성공했는지 직원으로 보이는 이가 손님을 대동한채 카운터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머리는 마음에 드시나요?"
"··네, 뭐."
"커트만 하셨으니까·· 어디보자·· 학생이시죠? 고등학생?"
"크흠, 성인입니다."
"앗, 죄송합니다."
어려보여서 몰랐다며 고개까지 꾸벅 숙이며 사과를 하는 직원의 행동에 손님의 입꼬리가 꿈틀하고 기쁨의 춤을 췄다.
"그러면 성인이시니까··"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네에, 카드 받았습니다. 적립은ㅡ"
"7784번이요."
"김혜진님 맞으신가요?"
"네."
그런 식으로 손님을 배웅까지 완벽하게 끝마치고는 계산대하고 찰싹 붙어있던 직원이 입구 주변에서 얼쩡거리고 있던 날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내 얼굴을 화악하고 붉힌 그녀가 제 얼굴에대고 손부채질을 몇 번 반복하더니 그게 좀 진정이 되었다 싶었을 때 슬그머니 문을 열고는 내게 말을 건네왔다.
"그·· 혹시 머리하러 오신 건가요?"
입구에서 얼쩡거리고 있으니 손님인 줄 알았던 걸까.
그나저나 바로 조금 전에 보여주었던 능숙하기 그지없었던 접객 태도는 대체 어디다가 팔아먹은 것일까.
손에 땀이라도 차는 지 입고 있던 미용 앞치마를 손으로 꼬옥하고 움켜쥐는 그녀의 가슴에는 오주연이라고 적힌 명찰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어쩐다··'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은근한 기대감으로 물들어있던 주연의 얼굴이 단박에 시무룩하게 변했다.
'··흠.'
그 모습이 묘하게 세나를 생각나게 해서 나름 귀여웠다.
세나의 마이너카피 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아뇨, 그건 아니고·· 여기서 일하시는 분한테 볼 일이 좀 있어서요."
"아, 아하 혹시 그 분 성함이··"
여자친구라도 찾아온 거라고 생각한 걸까.
표정이 더 시무룩해지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그런 듯 해서 그런 그녀를 향해 가영의 이름을 또박또박 내뱉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또 표정이 확 밝아지더라.
"아! 원장님 지인 분이셨구나!"
그리 말한 주연이 이럴 게 아니라 일단 들어오라며 날 미용실 안쪽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원장님하고는 혹시 관계가··"
"어, 그게··"
뭐라고 답을 하는 게 좋을까.
남자친구(진)?
왠지 사실대로 말하긴 싫어서 적당히 말을 뭉개고 있으니 주연의 목소리가 살짝 커서 그런지 몰라도 여기저기서 시선이 날아와 꽂히기 시작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미친."
"얼굴 뭐야··"
"연예인인가? 여기 연예인들도 가끔 온다던데··"
"연예인은 아니고 어디 연습생 아냐?"
감탄과 탄식이 동시에 담겨있는 수군거림은 덤이었다.
솔직히 거기까지는 그럭저럭 참을만 했다.
이유한이 되고 나서부터는 어디를 가든 늘 수군거림이 뒤따랐기에 이제는 그럭저럭 견딜만 했으니까.
물론, 얼굴이 근질근질거리는 건 여전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 수군거리는 것까지는 나도 이해하는데ㅡ
꿀꺽-
대체 침은 왜 삼키는 걸까.
혹시 뭐 후각이 엄청나게 예민해서 도시락 안에 들어있는 음식들의 냄새라도 맡으셨나?
안 그래도 근질거리던 게 더 근질거리는 느낌에 속으로 헛웃음만 흘리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달칵ㅡ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주연아, 저번에 네가 말했던ㅡ"
참으로 공교롭게도 가영이 찾고 있는 이는 내 옆에 있었고, 그렇다보니 그녀가 주연의 옆에 서 있던 날 발견하는 건 필연이었다.
집에 있어야할 내가 눈앞에 있으니 얼떨떨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아래로 살짝 쳐져서 묘하게 나른해보이는 느낌을 주던 눈을 살짝 크게 뜬 가영이 얼굴 위로 물음표를 띄워올렸다.
맘 같아서는 먼저 아는 척을 하고 싶었지만 지켜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데 '고모!'라고 부르긴 뭔가 좀 그래서 입을 꾹 닫은 채 애매한 미소만 지어보였다.
그제서야 좀 정신을 차린 것일까.
"유, 유한이 네가 여기는 왜··"
살짝이지만 당혹감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도톰하게 부풀어오른 연분홍빛 입술을 뚫고 튀어나왔다.
오늘 아침에도 열심히 탐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묘하게 꼴렸다.
가영의 복장이 집에 있을 때하고는 완전히 달라서 더 그랬다.
몸에 쫙 달라붙는 밀색 니트티와 스키니진으로 감싸인 풍만한 육체를 바짝 동여맨 미용앞치마가 덮고 있는데 그 모습이 뭔가 좀·· 야했다.
포상 시간마다 보는 것에 비하면 완전히 꽁꽁 싸매고 있는 모습임에도 그랬다.
그건 그거고 가영의 물음에 답은 해야했기에 옅게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살짝 흔들어보였다.
"그, 그건··"
"그·· 아직 점심 못 드셨죠?"
"으, 응? 점심··?"
"아직 못 드셨을 것 같아서 간소하게나마 도시락을 좀··"
그제서야 내 손에 들려있는 쇼핑백의 정체를 깨달은 것일까.
가영의 눈동자가 조금 더 커지더니 이내 살짝이지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타이밍에 맞춰서 내 안에 존재하는 수줍음이란 수줍음은 전부 끌어모아 그대로 얼굴 위로 띄워보이니 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았는지 가영의 두 뺨 위로 살짝이지만 홍조가 어리기 시작했다.
뭔가 좀 부끄럽기라도 했던 것일까.
"지, 직접 만든 거니··?"
"··네."
"으, 으음·· 안 그래도 아침한다고 피곤했을텐데 뭘 이런 걸 다··"
가영은 말 그대로 어쩔 줄 몰라했다.
이 상황이 난감하긴 한데 그렇다고 또 내 성의를 거절할 수는 없어서 더 난감해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입술을 살짝 깨문 채 어쩔 줄 몰라하던 가영을 구원한 건 다름아닌 날 미용실 안으로 이끈 주연이었다.
나와 가영의 관계를 가늠하기라도 하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것도 잠시, 이내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얼굴 위로 띄운 그녀가 설마하는 목소리로 가영을 향해 물었다.
그런 주연의 손은 어느새 내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혹시 원장쌤 아드님··?"
"으, 응 맞아."
"허억··!"
어쩔 줄 몰라하기 바쁘던 가영과 함께 휴게실이라는 공간으로 입성할 수 있었던 건 다 주연의 활약 덕분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아들이 엄마 좀 챙기겠다고 고생고생해서 싸왔는데 잘했다고 칭찬은 못해줄망정 이대로 그냥 내버려둘 거냐며 주연이 말로다가 가영의 등을 떠밀기 시작했고, 덕분에 정신 차리고 보니 휴게실 안에 놓여져있는 테이블 위로 찬합을 펼치고 있었다.
"아, 아니 뭘 이렇게 많이··"
자기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본격적인 찬합 안의 풍경에 놀란 것일까. 가영이 다시 한 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은근슬쩍 우리 둘의 옆으로 따라붙은 주연은 그런 가영의 옆에서 호들갑을 떨어대고 있었고.
"대박·· 이걸 직접 만드셨다구요?"
"아, 네."
"요리 진짜 잘하시나 보다. 이 정도면 파는 거라고 해도 믿겠는데요."
이런 건 어떻게 만들었냐며 묻는 주연을 상대로 인터넷 보고 만들었다는 식으로 적당히 겸양을 떨어주니 먼저 식사를 할 이들이 정해졌는지 가영처럼 미용앞치마로 몸을 감싼 여성들이 휴게실 안으로 우르르 들어섰다.
물론, 그녀들의 반응도 주연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와·· 안 그래도 배고파서 죽을 것 같았는데··"
"그러니까! 아니 오늘따라 손님이 왜 이렇게 많지?"
그럼에도 그 누구도 찬합 안에 든 것을 선뜻 집어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다들 하나같이 가영의 눈치만 보고 있었으니까.
그 사실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가영은 살짝 떨리는 눈으로 내가 몇 시간동안 공을 들여 빚어낸 것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누가봐도 손이 많이 갈 것 같은 것들이 찬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 내가 그걸 만든다고 낑낑대는 모습이 눈에 훤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뭐지 모를 감정을 품은 채 파르르 경련하기 시작한 입술의 반응을 숨기듯 슬그머니 그것을 깨물고 있던 가영이 한 발 늦게 사방에서 날아와 꽂히는 시선을 인식하고는 의아해하는 반응을 얼굴 위로 내비쳤다.
"응? 다들 안 먹니?"
"원장쌤이 드셔야 먹죠."
"맞아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는 것처럼 직원들이 장난스레 항의를 해대고 있는 틈을 타 미리 뜯어놓은 젓가락을 이용해 가운데에 소시지로 만든 꽃이 박혀있는 주먹밥 하나를 집어들었다.
"한 번 드셔보세요."
그리고는 그것의 밑을 손으로 받치며 대각선 방향에 있던 가영을 향해 내밀었다.
그에 당황한듯 몸을 움찔거리던 것도 잠시, 사방에서 날아와 꽂히는 무언의 재촉을 견디지 못한 가영이 슬쩍 입을 벌려 내가 내민 것을 받아먹었다.
그렇게 가영이 입술을 우물거리기 시작한 순간, 젓가락을 든채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찬합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국도 있으니까 같이 드세요."
"앗, 감사합니다."
역시나 다들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찬합 안에 든 것들을 모조리 박살낼 기세로 젓가락을 놀려대는 여성들의 모습에 보온병에 싸온 된장국을 종이컵에 따라서 건네주다가ㅡ
살짝이지만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가영을 향해 슬그머니 접근했다.
그리고는 그녀가 몸에 걸치고 있던 앞치마의 옆구리 부분을 손가락으로 잡고 꾹꾹 잡아당겼다.
"그·· 잠깐만 좀··"
같이 좀 나가자는 의미가 담겨있는 내 몸짓에 가영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종이컵과 젓가락을 쥐고 있는 이들을 향해 아직 일하고 있는 중인 이들을 생각해서 적당히 먹으라며 짤막하게 당부를 남기고는 그대로 내 뒤를 따라나섰다.
그런 가영과 함께 원장실이라는 팻말이 걸려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탁ㅡ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단둘이 되었건만 가영의 모습에서 날 향한 경계심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볼에 살짝이지만 홍조가 도는 걸 보면 단둘이라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아침도 아니고 집도 아니다보니 내가 뭔가를 할 리 없다고 생각한 걸까.
"혹시 고모한테 뭐 할 말이라도 있니?"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가영의 물음에 가볍게 고개를 가로젓고는 그녀를 원장실 안쪽에 놓인 접객용 소파 쪽으로 이끌었다.
그런 내 행동에 가영은 의아해하긴 했지만 그런 것치고는 굉장히 순순하게 날 따라 움직였다.
그렇게 소파 쪽으로 이끈 가영을 그대로 상석에다가 앉힌 뒤ㅡ
"아무래도·· 직원 분들하고 같이 먹는 건 부담스러우실 것 같아서··"
여전히 쇼핑백 안에 채우고 있던 특별한 도시락을 꺼내 가영의 앞에다가 내려놓았다.
설마 도시락이 하나 더 튀어나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것일까.
동그랗게 변한 가영의 눈동자가 나와 그녀의 앞에 놓아둔 도시락 사이를 몇 번이고 왕복했다.
"그·· 한 번 열어보세요."
얼굴을 살짝 붉힌 채 수줍게 웃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리 말하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영이 꼴깍하고 침을 삼켰다.
"얼른요."
"그, 그래··"
그러더니 재차 이어진 내 재촉을 견디지 못하고 도시락을 향해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탁-!
혹시라도 뚜껑이 열리지 않도록 그것을 단단히 고정시켜놓고 있던 것이 옆으로 젖혀지는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울려퍼졌다.
그에 내가 꼴깍하고 침을 삼키고 있으니 가영이 조심스레 뚜껑을 옆으로 치웠다.
그리하여 마침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장어의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난 순간ㅡ
"···!"
가영이 보여준 반응은 참으로 귀여웠다.
찬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것처럼 주먹밥같은 게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장어가 튀어나오니 놀란 걸까.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가 어깨를 움찔하고 떨더니 이내 날 향해 시선을 던져왔다.
그 타이밍에 맞춰서 슬그머니 시선을 내리깔며 '장어' 도시락을 싸온 이유를 가영을 상대로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그·· 요즘 통 기운이 없으신 것 같아서요··"
"···"
"자, 장어가·· 스태미너에 좋대요."
엄청난 비밀이라도 알려주듯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그리 말하고는 가영의 얼굴을 향해 슬쩍 시선을 던져봤다.
그러자 눈으로 들어온 건 가영이 민망함을 포함한 이런저런 감정들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식으로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가영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그녀는 어떤 기분일까.
자신이 힘이 없었던 건 그저 자위를 너무 많이 해댄 탓일뿐인데 아들처럼 여기는 아이한테 요즘 통 힘이 없어보인다면서 보양식으로 가득 찬 도시락을 선물받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그·· 시, 식으면 비려질 수도 있으니까 식기 전에 얼른 드세요··"
대충 그런 의문을 곱씹으며 맨 윗칸을 차지하고 있던 장어를 살짝 들어올려 옆에다가 놓았다.
그렇게 그 아래 자리하고 있던 전복버터구이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영이 다시 한 번 몸을 움찔 떨었다.
전복 아랫칸에 자리하고 있던 샐러드에 대한 반응은 상대적으로 평범했고.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가영에게 들릴 수 있도록 침을 한 번 꼴깍 삼켜준 뒤에 샐러드를 슬그머니 옆으로 치우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마지막 칸인 밥칸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고ㅡ
"어, 얼른··"
배경이 흰색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더 도드라지게 보이는 듯한 하트의 모습을 확인한 가영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식사 하세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가영은 젓가락을 집어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