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9화 〉1부 (89/315)



〈 89화 〉1부

세나는 기본적으로 귀여운 편이다.


외모도 그렇고 하는 짓도 그렇다.


뭔가 아직 때가 덜타서 순진함을 잃지 않은 왈가닥 소녀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세나의 매력이 배가 되는 순간을 꼽아보자면ㅡ


'역시 안절부절 못할 때가 최고지.'


그게 지나한테 한 소리 들어서든 눈치를  수밖에 없는 짓을 저질러서든 간에 안절부절 못하는 세나는 상당히 귀엽다.

힐끔힐끔 상대방의 눈치를 보면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주인한테 따끔하게 한 소리 듣고는 낑낑대며 주인의 눈치만 보는 강아지를 생각나게 하니까.

지금도 봐라.

자꾸만 내쪽을 힐끔힐끔 훔쳐보면서 꼭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것마냥 안달이 난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가.

그런 감상과는 별개로 저대로 내버려두면 내 얼굴에 구멍이 뚫릴 때까지 계속 훔쳐볼 기세라서  모습을 보다 못해 입을 열었다.

"이왕 이렇게  김에 아예 지금 날짜를 잡아보는 건 어때?"


"지, 지금?"

당황한 듯 몸을 움찔하고 떠는 세나를 보며 순간 터져나올뻔 했던 웃음을 다시 목구멍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 말만을 기다렸으면서 시치미를 뚝 떼는 모습이 은근 또 귀여웠으니까.


"그럼 언제 하려고?"


"그, 그야 뭐.. 나중에.."

"나중에 언제?"


"어.."


"그냥 지금 해. 원래 이런 건 생각났을 때 해야되는 거야."


 말까지 듣고 나서야 세나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난 정말 나중에 할 생각이었는데 네가 그렇게까지 말을 하니 지금 처리하고 오겠다는 것처럼.

"지나 누나나 깨우고 있을테니까 얼른 다녀와."


"으, 응."


여부가 있겠냐는  고개를 붕붕 흔들어대던 것도 잠시 이내 몸을  돌린 세나가 2층하고 이어져있는 계단을 향해 쪼르르 달려갔다.


저번에 지나한테서 도망칠 때처럼 깡총깡총 계단을 오르는 세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다용도실쪽으로 향했다.


지나를 깨우러 가기 전에 먼저 확인해봐야할 것이 하나 있었으니까.

'이쯤되면..'


다 쓰고 돌려놨겠지?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필시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ㅡ


'어..?'

예상과는 다르게 빨래 바구니 안은 텅 비어있었다.


그러니까 이쯤되면 마땅히 그 안으로 돌아와있어야할 것의 모습이 아무리 찾아봐도 눈에 보이질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당황스러웠다.

'설마 아직도..?'


당황스러운 나머지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건 아마 아닐 거다.


그도 그럴 것이 세나하고 마트에 다녀온 후로 쭉 주방에만 있었는데 아침에 들었던 소리같은  들려오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이건 그냥.. 팬티만 달랑 돌려놓자니 빨래 바구니 속에 그것만 달랑 놓여져있는 모습을 내가 발견하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되서 그랬던 거겠지.

그래, 그런 게 틀림없었다.

똑같은 말을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이면서 다용도실을 빠져나와 지나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아침에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굳게 닫혀있는 지나의 방문 앞에 서서 조심스레 그것을 두들겼다.

똑똑ㅡ


적막에 잠겨있던 1층 안으로 문 두들기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것이 완전히 흩어지기 전에 문에다가 대고 지나의 이름을 불렀다.

"지나 누나?"

아침에도 그러했듯 이번에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아예 반응 자체가 없었다.

'잠들었나..?'


하긴 그럴만도 하지.

아침에 그렇게  다음에 얼마 쉬지도 않고 또 격렬하기 그지없는 전신운동을 해대지 않았던가.


아무리 체력 좋은 지나라해도 피곤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터.

평소였다면 그런 그녀를 배려해 더 자라고 내버려뒀겠지만 오늘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아침이라도 제대로 챙겨먹었으면 그냥 쉬라고 뒀을텐데 그런 것도 아니니까.


아침을 거르다시피한 탓에 가뜩이나 허기가 질텐데 아침에 이어서 점심마저 거르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계속해서 문을 두들겼던 건 그래서였다.


"누나? 자?"


그렇게 문을 두들기다 보면 언젠가는 반응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 두들기는데 사용한 중지의 관절 부분이 빨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지나는 답을 주지 않았다.


딱 보니 잠든 수준이 아니라 아예 뻗어버리기라도 한 모양.

설마 나하고 세나가 마트를 간다고 집을 비운 틈을  더 격렬하게 해대기라도 한 걸까.


속으로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몇 번을 불러도 답이 없는 지나를 향해 최후의 통첩을 날렸다.

"이번에도 대답 안 하면 그냥 문 열고 들어간다?"

깨어있는 상태라면 답을  수밖에 없는 말.


그럼에도 지나는 답을 하지 않았고, 내가 문을 두들기고 있던 손을 떼어내서 문고리를 향해 내린 것도 그래서였다.


 정도면 들어가서 직접 깨우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으니까.


'밥만 얼른 먹이고 다시 재우자.'


그런 생각을 하며 닫혀있던 문을 열고 슬그머니 지나의  안으로 들어섰는데ㅡ

'어우..'


그렇게  안으로 입성하는데 성공한  반겨준 건 뭐라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묘하고 찐득찐득한 냄새였다.

땀냄새.


방향제 냄새.


바디워시의 냄새.


샴푸 냄새.

그리고 맡자마자 암컷이라는 단어와 발정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떠오를 정도로 야릇하고 살짝 비릿한 냄새까지.

그런 것들이 한데 뒤섞여 탄생한 것이 숨을 들이킬 때마다 콧속으로 훅 빨려들어오는데 덕분에 머리가 다 어질거릴 정도였다.

그만큼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으니까.

'아니..'


대체 얼마나 격하게 해댔길래 방 안의 공기가 이런 걸까.

난방을 빵빵하게 틀어놓은 방 안에 갇혀 진짜 하루종일 섹스만 해대면 대충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안의 공기가 습하고 뜨거웠다.

난 그랬는데 이미 골아떨어진지 오래인 지나는 덥지도 않은  침대 위에 엎어진채 쿨쿨 잘만 자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하나 문제가 있다면ㅡ


'설마..?'

지나의 복장이었다.


절정 후에 찾아온 여운을 만끽하다가 골아떨어지기라도  건지는 모르겠지만 덮고 있는 이불 위로 상체가 살짝 드러나 있었는데 뭔가를 입고 있는 상태라면 으레 보여야할 것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하체 쪽은 이불로 완전히 가려져 있어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상체는 그랬다.


절반 뿐이라고는 하지만 가슴을 훌러덩 깐채 잠들어있는 지나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침이 꼴깍 넘아갔다.


내가 낸 소리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침대를 사정없이 짓누르고 있던 지나의 옆가슴쪽에 송골송골 맺혀있던 땀방울 중에 하나가 매끄러워보이는 살결을 따라 또르륵 흘러내렸다.

'미치겠네..'

박아달라고 시위하는 건가 지금?


위에도 안 입었으니 아랫쪽의 상태가 어떨지가 굳이 안 봐도 뻔했다.

보나마나 아무 것도 안 입었겠지.

어쩌면 여전히 촉촉하게 젖어있는 상태일지도 모르고.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자꾸만 입에 침이 고였다.

눈을 질끈 감은 채 침대 위에 엎드려있는 지나를 향해 조심스레 손을 뻗었던  다름아닌 그래서였다.

방 안의 공기가 사우나마냥 후끈후끈해서 그런  몰라도  안에  있으면 그 열기에 취해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차라리 집에 지나와 단둘이었다면 눈 딱 감고 저질렀을텐데.


가영에게 언제가 괜찮을지 물어보러 올라간 세나가 언제 다시 내려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잠들어있는 지나의 어깨를 노리고 손을 뻗었는데ㅡ


"으음.."

마침내 목적지에 닿은 순간 나도 모르게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지나의 몸에 닿은 순간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잠꼬대 비슷한 소리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다.


그녀와 닿기 무섭게 손가락 끝으로 철썩 들러붙은 감촉 때문이었다.


땀을 잔뜩 흘리고 나서 그대로 잠들었기 때문일까.


지나의 살결이 조심스레 뻗은 손에 찰싹하고 달라붙어왔다.


본래라면 끈적하게 느껴졌어야할  감촉이 상황 때문인지는 몰라도 끈적하기 보다는 쫀득하게 느껴졌다.

심지어는 뜨끈뜨끈하기까지 했다.

덕분에 계속 만지고 싶다는 욕망이  안쪽에서부터  솟구쳤지만 그것을 애써 외면하며 그대로 지나의 어깨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누나, 일어나 봐."

"으.."

나와 세나가 마트 간다고 집을 비운 사이 정말 원없이 신음성을 내지르기라도 했던 것일까.


금방이라도 잠에서 깨어날 것처럼 파르르 떨리기 시작한 눈썹과 함께 덩달아 떨리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평소보다 좀 더 허스키했다.

"누나? 밥은 먹고 자야지. 아침도 안 먹었잖아."

"으으으.."

그런 식으로 지나의 어깨를 잡고 흔들다보니 꼬옥하고 감겨있던  부근이 꿈틀꿈틀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기에 힘이 팍 들어가는  볼 수 있었다.

"일어났어?"

 타이밍에 맞춰 그리 물으니 눈을 질끈 감은  살짝 고개를 털어대고 있던 지나가 몸을 흠칫거렸다.

누가봐도 크게 동요한 사람의 그것이었지만, 모르는 척 하며 말을 이었다.

"점심 해놨으니까. 얼른 나와서 먹어."


"아.."


그러면 필시 이불로 몸을 꽁꽁 감싸든 뭘하든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ㅡ


'아니..'


감싸긴 하더라.


위에는 내버려두고 아래만 감싸서 그렇지.


가슴 정도는 문제 없다는 것처럼 딱 하체만을 이불로 가린 채 슬그머니 몸을 일으킨 지나가 인상을 팍 찌푸리며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것에 대한 수치심같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몇시야 지금?"

"아직 1시도 안 됐어."

가슴 정도는 괜찮다 이건가?


그렇다면  괜찮게 해주는 수밖에.

그 전에 먼저 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 그대로 창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굳게 닫혀있는 그것을 옆으로 쭉 밀었다.


드르륵ㅡ


필사적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창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니 놀란 것일까.

이불로 몸을 감싼채 몇 번이고 고개를 털어대고 있던 지나가 흠칫하고 어깨를 떨었다.

"아, 미안 추우려나? 그래도 환기 좀 해야할 것 같아서."


"..환기는 왜."

"응? 안 더워?"

방 안의 공기가 이렇게 후덥지근 한데 덥지도 않으냐.


딱 그런 뉘앙스로 물으니 찔리는 구석이 아예 없지는 않았는지 지나가 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경직시켰다.


그렇게 딱딱하게 굳어버린 지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뭔가 좀..."

우선 슬며시 말끝을 흐려주었다.

그리고는 지나가 내 얼굴을 힐끔거리는 타이밍에 맞춰서 킁킁 소리를 내며 냄새맡는 시늉을 해보였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  같기도 하고."


"내, 냄새..?"


"응, 냄새 안 나?"


지나로 하여금 보란듯이 고개를 갸웃해보인 뒤 다시 한  킁킁 소리를 내며 냄새맡는 시늉을 해보였다.


정확히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지나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던 것은.

금방이라도 펑 소리를 내며 터져버릴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 얼굴을 보고 있으니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지나는 어떤 기분일까.

당혹스러울까.


아니면 그게 애액 냄새라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냄새를 맡고 있는 날 보며 묘한 흥분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지.


"이게 무슨 냄새지.."


계속해서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 맡는 척을 했던 것은 그게 궁금해서였다.


"따, 땀냄새겠지.."

"그래? 땀냄새같지는 않은데.."


"바, 방향제 향이랑 섞여서 그럴 걸?"

"그런가?"

납득하지 못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니 어디선가 꿀꺽하고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튼 밥 먹을 때만이라도  좀 열어놔."


"으, 응.."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지나를 바라보다가 아까부터 묘하게 시선을 사로잡던 쓰레기통을 향해 슬그머니 손을 뻗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자그마한 쓰레기통 안에는 뭔가를 닦는 데 쓰여진 물티슈, 아니 물티슈였던 것들이 가득 차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그런 것을 향해 손을 뻗는  지나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

쓰레기통을 향해 손을 뻗으며 흘깃하고 그녀 쪽을 곁눈질해보니 눈으로 들어온 건 경악한  눈을 크게 뜬채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날 만류하듯 이쪽을 향해 손을 쭉 뻗고 있는 지나의 모습이었다.

"자, 잠깐만..!"

사실 거기까지는 문제될 게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나의 입장에서는 그게 당연한 행동이었으니까.


다만  하나 지나가 간과한 점이 있다면..


스륵ㅡ

옷과는 다르게 이불은 손으로 꼭 붙잡고 있지 않으면 흘러내린다는 것 정도?

이불 외에는 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으니 어떻게 되었겠는가.


지나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그녀의 몸을 가려주고 있던 것이 매끄러운 살결을 타고 스르륵 흘러내렸다.

그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건ㅡ


"누, 누나?"


태초 그대로의 모습을 자랑하는 지나의 탄탄하기 그지없는 나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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