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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화 〉1부 (85/315)



〈 85화 〉1부

 마치 몸 전체가 심장으로 변해버린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쿵쿵하고 뛰는 심장의 박동이 자꾸만 몸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에도 손은 조금싹 얼굴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까보다 거리가 한결 줄어들었기 때문일까.

멀리서 맡았을 때보다 더 노골적인.. 남자, 아니 수컷의 냄새가 코를 확 찔러왔다.

마치 냄새에 머리를 관통당한 느낌이었다.


'가, 가득 찼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오직 유한의 냄새만이 가득했다.

더-


좀 더ㅡ


욕망이라는 것이 마음 속에서 꿈틀거렸다.

그리고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그 뒤로 따라붙었다.


'안 돼..!'

죄책감이 흐릿해지던 이성을 일깨웠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순간 반사적으로 헛숨을 들이켰다.


스스로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허나 그건 실수였다.


명백한 오판이었고 실수였다.

헛숨을 들이키기 무섭게 코 밑을 맴돌고 있던 것들이  안으로 후욱하고 빨려들어왔으니까.

아까 맡았던 것하고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냄새가 코 안을, 머릿속을 마구잡이로 헤집어댔다.

그리고 그것에 반응한 듯  안쪽에서부터 뜨거운 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그 안을 뒤집어놓기 시작했다.

배가 욱씬거렸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을 정도로 배 안쪽에서부터 꽈악하고 죄어드는 느낌이 올라오며 발가락 쪽이 미친듯이 근질거렸다.


급한대로 꽈악하고 발을 오므려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아니,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간질거림이 더 심해졌다.


더 강렬해진 간질거림이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그리고 그대로 다리 사이에 고이기 시작했다.

..다리 사이가 간질거렸다.


'안 돼..'


그 느낌에 저항하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들보다 성욕이 많다는 것 정도야 이미 알고 있었다.

허나 그걸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가끔씩 참기 힘들 정도로 성욕이 끓어오르긴 해도 미친듯이 몸을 움직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지곤 했으니까.

그렇기에 성욕에 휘둘리는 년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보지가 근질거리면 운동이라도 하면서 풀면 되지 왜 싫다는 남자한테 출렁거리나 싶었으니까.

바로 조금 전까지는 그랬다.

헌데 정신 차리고 보니 그 누구보다도 성욕에 휘둘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토록 강렬한 충동은 처음이었다.

동생인 유한의.. 그곳에서 흘러나온 것의 냄새를 맡으며 흥분하고 있는 꼴이라니.


발정난 짐승도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짐승조차도 이러지 않을 진데ㅡ

안간힘을 다해 억누를 때마다 불쑥불쑥 고개를 치켜드는 충동을 도저히 제어할 수가 없었다.

숨이 자꾸만 가빠졌다.

그렇게 가빠진 호흡을 들이킬 때마다 유한의 냄새가 콧속으로 흘러들어와 이성을 자꾸만 흐려놨다.

'안 돼..'


느껴졌다.

팬티가 뭔가로 젖어들기 시작하는 것이.


지금 손에 묻어있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끈적한 것이 몸 안쪽에서부터 자꾸만 흘러나왔다.

마치 몸 안에 있는 뭔가가 고장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애액이 미친듯이 흘러나왔다.

민감한 곳을 손으로 열심히 문지르며 자위할 때보다도 훨씬 많은 양.


덕분에 갈아입은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갈아입기 전보다 축축하게 변해버린 팬티가 자꾸만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게 맞다고.


넌 동생인 유한한테 발정한 거라고.

쉬지 않고 울려퍼지는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허나 그럴 수가 없었다.

뭐라고 부정하면 좋을지조차 생각이 나질 않았으니까.


그저..

머릿속에 유한의 냄새만이 가득했다.


격렬하게 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일어나고 싶어도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안 돼..'


안 되는데..

정말로 안 되는데..

유한은 동생인데..


내가 지켜줘야 하는 동생인데..

 말만을  번이고 머릿속으로 되뇌였다.

유한의 냄새가,  안쪽에서부터 피어오르는 열기가, 발가락에서부터 올라오는 근질근질한 느낌이 자꾸만 이성을 흐릿하게 만들어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 사실을 영영 잊어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그래서 계속해서 그 말을 되뇌였던 것인데..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머릿속으로 울려퍼지는 목소리가 차츰 힘을 잃어갔다.


대신 욕망이라는 것이 더욱 강렬하게 피어올랐다.


그렇게 배 안쪽에서부터 뭉근하게 피어오른 것이 반박하듯 속살거리기 시작했다.


여자가 좀 흥분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배란기이니만큼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고.

손에 묻은  유한의 것이라는 보장이라도 있냐고.


네가 이리 된 데에는 부주의했던 유한의 탓도 어느 정도는 있지 않느냐고.


얼토당토 않은 말들을 자꾸만 귀에 대고 속삭였다.


평소에 들었다면 그저 코웃음이나  번 치고 넘겼을 그 말들이  그래도 흐릿하던 이성을 자꾸만 흔들어댔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눈앞이 흐릿해지는 느낌.


그에 눈을 꼬옥하고 감았다 뜬 순간ㅡ

"아..?"

최후의 일선만큼은 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멀찌감치 떨어뜨려놓았던 손에 대고 거기서 피어오르는 유한의 냄새를 탐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동생인 유한의 팬티에 묻어있던 것을 손에다가 묻히고는 거기에 코를 쳐박고 있는 꼴이라니.


가슴이 뻐근해질 정도로 죄책감이 끓어올랐다.

그럼에도.. 달콤했다.

믿기 힘들 정도로 달콤했다.

그저 냄새만 맡았을 뿐인데도 시야가 아득해질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머리를 쿵하고 때렸다.

마치 쾌감이라는 것에 몸이 관통당한 느낌이었다.

이쪽의 의지와는 하등 상관없이 몸에 바짝 힘이 들어가며 뭔가가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느낌이 허벅지를 부들부들 떨리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생각했다.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부족해..'


라고.

계속 저항하고 버틴 탓일까.


한껏 달아오른 몸이 호소해왔다.


손에 살짝 묻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더 강렬한  원한다고.


그 순간 시선이 저절로 옆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바라본 곳에는..

누군가 손으로 꽈악하고 움켜쥔 탓에 꼬깃꼬깃하게 구겨진채 바닥에 방치된 유한의 팬티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의 모습이 시야에 담기는 순간 그것으로 시야가 가득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른 것 따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유한의 팬티만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손은 그것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었다.


가만히 있는 것과 움직이는 것.

둘 사이의 거리가 서서히 좁혀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허둥지둥 반대쪽 손을 뻗어 제멋대로 뻗어나가던 것을 제지했다.


'안 돼..'

다른 건 몰라도 저것 만큼은 안 된다.


저건 안 되지만..


어쩔 수 없이 바지 주머니에 스며든 건 괜찮지 않을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고민이나 하고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마음 한 구석에서 제발 그러지 말라고 뭔가가 발악하듯 외치는  느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입고 있던 바지를 허둥지둥 벗어던졌다.


그리고는 그것을 까뒤집어 바로 조금 전까지 유한의 팬티를 숨겨놓았던 주머니를 바깥으로 끄집어냈다.

주머니 안은.. 바라마지 않던대로 살짝 젖어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허겁지겁 코를 파묻었다.

그리고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흐으윽ㅡ!"

냄새가 났다.

손에서 나던 것하고는 비교조차 할  없을 정도로 강렬한 냄새였다.


그래서일까.


순간 눈앞이 아득해질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머리를 쿵하고 때렸다.

허리가 흠칫하고 튀었다.

덕분에 애매하게 앞으로 기울이고 있던 상체가 그대로 바닥을 향해 고꾸라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유한의 냄새를 탐했다.

아니, 이건 유한의 것이 아닌 자신의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바지에 묻은 것 아닌가.

고로 이건 자신의 것이 맞았다.


그러니 이걸 탐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본인의 것을 탐하겠다는데 다른 이들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라는 자기합리화와 함께 놀고 있던 지나의 손이 다리 사이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릿하고 은밀한 움직임.

그것이 곧게 쭉 뻗은 등을 따라 움직이는 동안에도 천장을 향해 치솟은 지나의 엉덩이와 허리는 미친듯이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허벅지는 어느새 팬티를 뚫고 새어나온 것으로 질척질척하게 변해있었다.


"흐으.. 하아아.."


몇 번이고 들이켜도 부족했다.


그래서 자꾸만 저 멀리 널브러져 있는 것으로 시선이 갔지만 그것만큼은 절대로 안 된다고 몇 번이고 되뇌이며 코와 딱 달라붙어 있는 것으로부터 피어오르는 냄새에 집중했다.

살짝 비릿한듯 하면서도 묘하게 중독적인 냄새.

그건 남자의 냄새라기 보다는 수컷의 냄새였다. 그것도 잔뜩 흥분한 수컷에게서나 날 법한 그런 야하고 음탕한 냄새였다.

유한은 어쩌다가 이런 걸 풍기게 된 걸까.

혹시  야한 꿈이라도 꾼 걸까.


야한 꿈을 꿨다면 어떤 내용일까.


그 꿈에는 누가 나왔을까.

역시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느새 지나는 계속해서 유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느릿하게 움직이던 손이 축축하게 젖어 보지의 윤곽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던 팬티와 닿은 건  와중이었다.

찰싹 달라붙어 균열의 윤곽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던 팬티 위로 아주 살짝 볼록하게 솟아올라 있던 무언가를 지나의 손가락이 꾸욱하고 짓눌렀다.


"..!"

그 순간 지나는 반사적으로 코에 가져다 대고 있던 것을 입에 물었다.


몸을 들썩이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머리를 쿵하고 때린 순간 깨달아버렸으니까.

아직 문 밖에 유한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그렇게 그녀는 숨죽여 절정했다.

아까부터 배 안쪽에서부터 피어오르던 욱씬거림이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ㅡ

천장을 향해 치켜든 엉덩이를 들썩였다.


쉬지않고 유한의 냄새를 탐하면서.

그렇게 지나가 자신이 입고 있던 바지에서 피어오르는 남동생의 은밀한 냄새를 맡으며 열심히 절정하고 있을  정작 그 남동생은 뭘 하고 있었냐하면ㅡ


'이것만 널어놓고 좀 쉬어야겠다.'

 제 임무를 끝마친 세탁기 안에서 축축하게 변해버린 빨랫감들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귀찮아서 무시하고 싶었는데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축축하게 젖은 것을 가뜩이나 축축한 세탁기 속에 몇 시간이고 방치해두면 방치된 것에서 어떤 냄새가 나게 될지야 솔직히 뻔했으니까.

그래서 딱 그것만 하고  생각으로 세탁기 안에  정도 차 있던 빨랫감들을 양팔로 끌어안은  거실로 향했다.


정확히는 거실과 연결되어 있는 발코니라고 해야할까.


건조대는 그곳에 있었다.


그렇게 건조대 앞에 도착해 물을 먹어 한껏 쪼그라든 것들을 허공에 대고 팡팡 털어서 빳빳하게 펴준 뒤 건조대에 널기를 반복했다.

"오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피로 진하게 이어져있는 것과는 다르게  여자의 속옷 취향은 각자 다르다는 걸.


빨랫감들 중에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스포츠용 속옷들은 말할 것도 없이 지나의 것이었다.

그리고 땡땡이 무늬나 딸기 무늬같이 귀여운 무늬가 박혀있는 것들은 사이즈로 보건데 세나의 것인듯 했고.


'솔직히 어울리기는 한데..'

그래도 곰돌이는 좀.. 그렇지 않나?

그에 비해 어른스러운 느낌이 물씬 드는 것들은 압도적인 사이즈로 보건데 가영의 것이겠지.

그런 식으로 팡팡하는 소리를 내며 빨랫감들을 하나하나 처리하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어라..?'

어떻게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쯤되면 슬슬 눈에 띄어야할 것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혹시 중간에 떨어졌나 싶어 왔던 길을 그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건 물론 세탁기 안까지 확인해봤음에도 그랬다.


그렇다면 대체 내 팬티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라는 의문이 들기 무섭게 추적을 종료했다.

세탁기 안에도, 거실 바닥에도 없다면 그게 있을만한 곳이라고 해봐야 딱   뿐이었으니까.

'설마 나 때문에 당황해서 그대로 집어간 건가?'


어쩐지 밥 먹는 내내 묘하게 안절부절 못 하더니만..

속으로 그리 되뇌이며 쓴웃음을 쥐고 있으니 얼떨결에 챙겨버린  팬티를 손에 꼬옥하고 움켜쥔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지나의 모습이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그럼 빨리 비켜줘야겠구만.'


그래야 그것을 원래 있어야할 자리에 돌려놓을테니 말이다.

남은 빨랫감들만 마저 처리하고 올라가자며 그대로 주방을 떠나려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으으응..!


끙끙 앓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달콤함에 젖어있는 음성이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흘려듣기에는 너무나도 찐득찐득한 그 소리에 시선이 저절로 그것이 들려온 방향으로 향했다.

그런 내 눈으로 들어온 건ㅡ


'어..?'

지나의 방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소리는 굳게 닫힌 그것의 틈 사이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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