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9화 〉관계 (3) (129/156)



〈 129화 〉관계 (3)

동생에게서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난 저는  밖으로 나와 몸을 씻는 곳으로 걸어갔어요.
수건이 들어있는 나무로 된 바구니 앞에서 입고 있던 옷을 벗은 뒤 자그마한 샤워실 안으로 들어갔고, 동생이 따라 들어오는걸 보며 머리를 손으로 잡아 틀어올리고 노천탕으로 걸어갔어요.

“우와….”

8자 모양으로 분리되어있는 탕에는 한쪽에 여탕, 한쪽에 남탕이라는 팻말이 놓여있었어요.
노천탕인데 이렇게 분리되어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양쪽 탕 안에 떠올라있는 두 개의 달이 무척 신비로웠어요.
한쪽은 살짝 푸른빛이, 다른 한쪽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게 아주 가까운데도 두 탕의 성분이 다르다는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저는 동생이 들어오기 전에 먼저 여탕으로 들어갔고, 동생은 뒤이어 따라와 팻말을 보고 남탕에 들어갔어요.
온천은 너무 뜨겁지도 않고  좋은 온도였고, 동생과 저는 서로 8자가 이어지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가 서로 마주 보다가 말없이 천천히 입을 맞췄어요.

“하아….”

정말...틈만 나면 계속 키스해대서 입술이 제 것인지 동생의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동생은 가만히 입을 맞추다가도 조용히 입술을 떼서 제 눈을 가만히 바라봤고, 저도 동생을 바라보며 숨을 죽였어요.
밤하늘 아래에서 동생하고 저만 있는듯한 느낌...실제로 여기에는 둘뿐이었지만, 달빛이 비치는  안에 둘뿐이라는  무척 오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신비하고, 무척 깊은 무언가가 느껴져서...머릿속이 멍해졌다가도 자꾸 불안해졌어요.

지금까지 연애하지 않은 건 동생을 좋아하게 되기 위해서였을까….
해선  되는 마음인  알면서도 이렇게까지 좋아질 걸 염두에도 두고 아무도 제대로 만나지 않았던 거였을까.
마치 태어날 때부터 맞춰준 것처럼 동생의 것이 제게 너무도 자극적이고 딱 맞는다는 것도...그렇게 큰데 다 들어가 동생을 만족스럽게, 기쁘게 해준다는 제 몸이 무척 사랑스러웠고, 고마웠어요.

가끔은 다른 남자들의 시선을 끄는 커다란 골반과 엉덩이가 마음에 안 들기도 했는데, 동생이 칭찬해주고 끌리며 계속 바라봐준다는 것만으로 너무 기쁘고 너무 좋아하는 곳이 되어버렸어요.
여행을 다니는 것도 그냥 잠시 다른 곳을 돌아다니고 보며, 혼자 있다는 느낌을 잊기 위한 거였는데...지금은 그냥 동생하고 같이 있고 싶어서, 단둘이 있어서 여행을 오게 되었어요.
전부, 전부...동생하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 변해가고 있었어요.

그럴 만큼 좋아해.
하지만 역시, 미안하고...불안한 마음이 앞서서 고민이었어요.
저는 이렇게, 정말 더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하게 되어 버렸는데….
동생도 결국 제게 흥분한 것뿐이고, 나중에는 싫어지게 되면 어떡해야 하는지.

저는 다른 남자와 결혼할 생각 같은 건 들지 않았고, 동생하고도...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아서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만 막연하게 하고 있었지만….
동생은….
모르겠어요.

연애라는 거랑 앞으로 평생 함께 있다는  다르니까.
동생으로 남으면 연애 같은  하지 않아도 평생 같이 있게 되는 거지만…여자친구는 다르니까.
너무 좋아하니까, 연애하지 않아도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앞으로도 몰래, 비밀로...섹스하지 않으면서, 그 아슬아슬한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하면서 딱  정도까지만, 조금 속상하지만 그래도 동생으로 남을 수 있을 정도만, 그렇게 지내면 안 되는 걸까.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
이렇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더 가까워지고 싶어요.
욕심이라는 걸 아는데, 참기가 힘들어요.

동생이라는  아는데...남자로밖에 보이지 않고, 남자로...보고싶어요.
동생은 싫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앞으로 끝이 안 좋을 게 보이는데, 이래도 되는 걸까요?
정말로 모르겠어요.

“...미안해요.”
“응?”

저는 조금 기분이 울적해져서 동생에게 사과했어요.
가만히 고개를 들어서 달을 보다가 자갈로 된 정원을 보고, 나무로 된 벽을 봤다가 온천의 수면을 보고….
계속해서 동생의 시선을 피하다가 이번 여행 동안 있었던 일을 떠올렸어요.

“일본여행...별로였죠?”

이제 마지막 날이긴 했지만, 결국 노천탕에도 왔고 하고 싶었던 건 다 하긴  것 같지만...조금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엉망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조금도 절제하지 못하고 동생한테 성욕을 쏟아내면서 발정 난 것처럼 대하고...실제로도, 조금만 동생이 건드려도 미칠 것 같아져서 어쩔 줄 몰랐어요.

“계속 참아달라고만 하고, 일본에서 이상한 것만 보러 다니고….”

성인용품점도 동생이 별로 재미있어 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다른 곳도...기쁘게 구경하는 게 아니라 이상해했고….
첫째 날 잠든 곳도 별로였고, 어제는 그래도 조금 괜찮았지만...결국 참아달라는 말만 계속해서 동생을 힘들게 하며 괴롭혔어요.
그리고 아직도...섹스해도 좋다는 말을 못 하고 있었어요.
합격했다는 말을 해줘야 하는 데 이기적이게, 제가 겁난다는 이유로 입을 다물고 있었어요.

“엉망이어서 미안해요, 좋은 것만 같이하고 싶은데….”

마지막  숙소도 결국 운 좋게 해결되긴 했지만...정말 잘못하면 길거리에서 앉아서 잠들어야  뻔했어요.
동생에게 이상적인 누나의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이번 여행 동안 저는 정말 엉망이었어요.
성욕을 참지도 못하고, 그러면서 동생한테는 일방적이게 참아달라고만 하고, 여행은 제대로 짜지도 못했고, 동생을 힘들게만 하고….
홍콩여행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정말로 누나랑 연애해도 괜찮아요?”
“왜요?”
“근친, 이잖아요...하면, 안 되는 거….”

저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 동생에게 계속해서 가지고 있던 고민을 얘기했어요.
이런 말은 여행하고 즐거울 때 하고 싶지 않은데...이미 이번 여행은 망쳐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꺼내버렸어요.

“나여도 괜찮은 거에요?”
“무슨 말이에요?”
“이렇게 엉망이어도 괜찮아요?”

조금 나와버린 말은 구멍이 뚫려버린 물주머니에서 새어 나오는 물처럼 계속해서 흘러나왔고, 저는 혼자 고민하던  새어 나와 가슴이 가벼워지면서도 동생에게 안 좋은 얘기를 한다는 생각에  죄책감에 빠져버렸어요.

“생각하는 것만큼 누나는 이상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괜찮아요.”
“안 좋은 일이 생기면...헤어지고 싶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우린 남매니까,  봐야 할지도 모르고...좋아하는 관계가 싫은 관계가  수도 있어요.”

저는 정말 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지만,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조금 울먹이면서 얘기했어요.

“누, 누나...만약, 어쩌면...다른사람하고 결혼,  수도 있는 거예요, 정말로...마찬가지로….”

제가 다른 사람하고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할 생각도 없으면서, 동생을 괴롭게 하는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입 밖으로 꺼내놓고…동생이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차마 꺼내지 못했어요.
이기적이게도, 꺼내고 싶지 않았어요.

“정말로 괜찮은 거에요?”
“누나는요?”
“괜찮아요, 저는 괜찮아요...전, 벌써...못 참겠어요. 너무 좋아서, 이기적일 정도로 좋아서 더는 안 돼요.”
“저도….”
“가볍게 말하면 안 돼요…앞으로, 얼마나  좋은 일이 가득할 줄 알고....”

동생은 조용히  밖으로 손을 뻗어 벽처럼 그어져 있던 곳을 넘어 제 어깨를 안아줬어요.
저는 어쩐지 그게 무척 두근거려서, 뭔가...정말로 동생은  같은걸 넘는 거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동생을 올려다봤어요.

“나도 가볍게 말하는 거 아니야.”

동생은 조금 화가 난 듯이 말하더니, 날카로운 눈으로 저를 질책하듯 내려다보며 말했어요.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어때? 난 그것도 같이 겪으면 좋다고 봐.”

저는 동생의 말을 듣자마자 눈을 크게 뜨고 가만히 바라봤어요.
안 좋은 일을 같이 겪고 싶다니, 그런 생각은 저는 하지도 못했어요.
해보지도 못한 생각에, 정말...두 손이 떨릴 정도로 놀랍고, 말도 안 되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떨어졌어요.

“안 좋은 일도 누나랑 같이 있으면  그냥 좋아. 힘들어도 좋고, 그냥 누나 보고 있는 게 좋아.”
“그, 그치만….”
“내가 이기적일 정도로 좋다고?”

동생은 천천히  밖에서 제 쪽으로 상체를 기울여 넘어오더니, 제 볼에 손을 대고 얼굴을 마주  수밖에 없게 만들었어요.
조금은 난폭하고, 조금은 짐승같고...그런데도 상냥하고 배려심 넘치고, 그런데도 또 거친, 그 모든 걸 좋아하게 되어버려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간지러워지게 해주는 동생의 얼굴이 보였어요.

“내가 누나랑 어떤 관계인데? 난 안 그런 줄 알아?”

동생은 기분이 나빠진 듯 날카로운 이를 보이고 살짝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말하더니, 얼굴을 만지던 손으로 틀어올려 놓았다가 탕에 들어오며 흘러내린  머리를 살짝 잡아당겼어요.

“내가 더 이기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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