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관계 (2) [내용 미세 수정]
무녀는 저와 동생의 앞으로 앞장서서 걸어가면서도, 전혀 급하지 않게 천천히 걸어갔어요.
느릿한 걸음이 향하는 곳은 이미 동생과 가본 적이 있었던 신사가 있는 산 쪽이었어요.
“일본에는 자주 오셨어요?”
“…예전에 조금요.”
어느새 밤이 되어버린 길거리에는 풀벌레 소리가 가득했고, 무녀는 어두운데도 이미 몇 번이나 걸어 익숙한 사람처럼 조금도 헤매지 않고 길을 안내해줬어요.
“신사는 자주 가 보셨어요?”
“별로 안 가봤어요….”
“후후, 죄송해요…이런 얘기 별로 관심 없으시죠? 음…하지만 신혼부부시니까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무녀는 어쩐지 기뻐하는 듯하며, 조금 제게 가까이 다가와 동생에게 들리지 않게 속삭였어요.
“머무시게 해 드리고 싶은 곳은…저희 신사의 신락전이에요. 조금…저희 마을은 특이해서 권혁조식으로 신사를 지으면서도 신락전은 멀리 떨어트려 놨는데…아, 죄송해요.”
“죄송해요, 저한테는 조금 어려운 얘기에요.”
“아니에요, 제가 기뻐서 그만…신락전은, 신을 기쁘게 하는 장소라는 뜻이에요…그리고 저희 신락전은 옛날부터 신혼부부나 어려운 부부들을 모시는 걸 그 의미로 삼고 있어요.”
무녀는 정말로 기분이 좋아 보였어요.
말뿐이 아니라 저와 동생을 머무르게 해준다는 게 정말로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았고, 저는 그 모습에 조금 당황하게 되었어요.
“저희 신사는…아이를 점지해 주고 부부의 혼약을 축복하는 신사거든요."
저는 무녀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에 빠졌어요.
결국, 도와주는것도, 잘 해주는 것도 저와 동생을 신혼부부라고 착각해서 생긴 일이었어요.
동생과 저를 신혼부부로 자꾸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생각한 저는 잠시 고민하다가 무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어요.
“저기…저희, 보기만 해도 신혼부부 같아 보여요?”
“네에.”
“…어째서요?”
그러자 무녀는 오히려 제 질문에 놀란 눈을 하더니, 입가를 가리며 말했어요.
“어머, 그렇게 티를 내고 다니시는데…어떻게 몰라요.”
“네?”
“눈빛부터…서로를 볼 때만 사랑해, 사랑해요 하고 잔뜩 말하고 있잖아요. 그렇게 달콤하게 바라보고, 달라붙어서 어쩔 줄 모르는데…거기에 외국인 여행객이시기까지 하니 당연히…신혼여행을 온 부부라는 걸 알 수밖에 없지 않나요?”
저는 말을 들으면서도 부끄러워지고 깜짝 놀라 제 눈 주변을 만졌어요.
놀란 눈으로 동생을 올려다봤다가도 제가 그렇게 애정이 어린 눈으로 동생을 보고 있었나 싶어 자꾸 얼굴이 뜨거워졌어요.
가만히 동생의 눈을 보니, 정말로 무녀의 말대로 다른 곳을 볼 때는 날카로운 느낌이었던 동생의 눈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풀어졌고, 저를 가만히 내려다보게 되었어요.
“왜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쩐지 부끄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아져서…동생의 손을 꼬옥 잡게 되었어요.
천천히 걸어 산속에 도착한 동생과 저는 신사의 옆길에 있는 작은 료칸 건물 앞에 도착하게 되었어요.
산속에 덩그러니 놓인 것 같은 특이한 건물은 검은색으로 보일 정도로 오래된 나무로 지어져 있었고, 무녀가 쇠사슬로 잠겨진 문에 낡은 열쇠를 넣어 열자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어요.
“낡은 건물이어서 부끄럽네요.”
“아, 아니에요…예뻐요.”
고마워서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건물이 무척 예뻤어요.
평범한 료칸이 아닌 신사의 일부분인 건물이라고 했는데, 정말로 그 말대로 어쩐지 다른 료칸과는 다른 구조를 하는 게 눈에 보였어요.
문에는 자세히 보니 일본어의 히라가나로 흘려서 써 음각한 듯한 ‘순산기원’ ‘삼생가약’ 라는 발음의 글이 적혀있었어요.
저는 그 글자를 보고…굉장히 묘한 기분이 되었어요.
아기를 가지기를 기원하는 듯한 신사의, 신혼부부를 위한 공간에…배란기인 제가 동생과 함께 오다니….
게다가, 섹스를 해도 좋다는 의미가 되는…합격 문자가 오기까지.
이상한 일인데…어쩐지 자꾸 가슴이 갑갑해지고 두근두근거렸어요.
저는 동생과 함께 료칸 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어요.
무녀가 문 옆에 손을 대자 낡은 전구가 켜지며 건물 안이 밝혀졌고, 오래되었는데도 깨끗한 건물 안이 훤히 드러났어요.
“피곤하시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노천탕이긴 한데…준비해 드릴게요.”
“어?! 타, 탕도 있어요?”
“후후…료칸이니까요.”
저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사실에 깜짝 놀랐어요.
료칸이니까, 맞는 말이기는 했어요.
그리고, 기쁘기도 했어요.
동생하고 둘이서 노천탕에 들어가고 싶었는데…포기하고 있던 게 이루어지자 저는 저도 모르게 동생의 팔을 잡고 매달려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어요.
“노천탕, 노천탕 있대요!”
“그, 그래요?”
“같이 들어가요!”
동생은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저를 보고 당황하면서도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줬어요.
저는 깜짝 놀랐지만, 누나니까 머리를 쓰다듬어선 안 된다는 말을 했던 예전과는 다르게…기분 좋아서 가만히 있었어요.
그대로 조금씩 점점 말없이 동생을 바라보고 있자 점점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조금 전까지 고민에 빠져있던 걸 잊어버린 것처럼…또 좋은 일이 조금 생기고 동생하고 같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기뻐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어요.
“방까지만 안내해 드리고 바로 저는 비켜드릴 테니까 따라와 주세요.”
“아, 네, 네에….”
서로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저와 동생의 모습을 보고 있던 무녀가 쿡쿡 하고 웃으며 말하자 저는 얼굴이 뜨거워져서 동생에게서 조금 떨어졌어요.
그래도 서로 새끼손가락 정도는 걸어둔 채 느린 걸음으로 무녀를 따라갔어요.
작게 끼익끼익 하는 소리가 울리는 복도를 걸어가자 어느새 커다란 방에 도착하게 되었어요.
료칸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신기하게도 이 방을 제외하고 다른 객실은 없는 것으로 보였고, 정원을 향하는 문이 활짝 열리는 특이한 구조였어요.
무녀는 방 안으로 저와 동생을 안내해 주자마자 큰 문을 열어 정원이 보이게 해줬고, 이미 깨끗하게 정리되어있는 방 중앙에 두꺼운 이불을 꺼내 펼쳐줬어요.
“저도 할게요.”
“아니에요, 부부는 보고 있기만 해주셔야 해요. 이것도 전통이니까요.”
저는 무녀의 말에 흠칫 떨며 동생을 가만히 올려다봤어요.
부부라니…정말, 이제는 달콤하게밖에 들리지 않는 말이었지만…정말로 달콤하게밖에는 들리지 않았어요.
쓴맛이나 힘든 건 다 모른 척하는 것처럼, 이 상황에 취하고 환상에 빠진 것처럼…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만 들었어요.
“탕은 저쪽 정원에, 몸을 씻을 곳은 이쪽으로 조금만 걸어가시면 있어요. 그리고…화장실은 이쪽.”
어느새 무녀는 이불을 완전히 펼쳐주고 방 한구석에 앉아 조용히 인사했어요.
갑자기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행동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일본 전통 료칸에서는 가끔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했어요.
인사를 하고 료칸 안의 필요한 곳들의 위치를 알려준 무녀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작은 보폭으로 뒷걸음질 치며 다시 고개를 숙였어요.
“그러면, 잠시만 편히 쉬고 계셔 주세요. 바로 탕 준비해드릴게요.”
“네에….”
“땡큐.”
“어머, 후후후…남편분이 정말 매력 있으세요.”
무녀는 조심히 방에서 나가 정원 쪽으로 걸어갔어요.
방 밖으로 걸어간 무녀는 곧바로 자갈로 장식된 정원 중앙에 놓인 8자 모양의 온천으로 다가가더니, 온천 옆에 세워져 있던 긴 뜰채를 들어 탕 안을 휘젓기 시작했어요.
한 번씩 꺼낸 뜰채를 밖에 터는 모습을 보니,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뭇잎을 떠내는 것 같았고, 저는 무녀가 탕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동생과 함께 가방을 내려놨어요.
갑작스러운 호의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거절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저는 고맙게 생각하며 아침에 이불을 정리할 때 돈을 놓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동생을 가만히 바라봤어요.
“웁?! 응…후응…쪽…하아아…가, 갑자기…앗, 쪼옥….”
그러자 동생은 정말로 갑자기 저를 덮치듯 껴안더니 입술을 맞대고 꼬옥 끌어안으며 키스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놀라면서도 몸에 점점 힘을 풀어 동생을 받아줬고, 동생은 제 허리를 안은 채 느릿하게 이불 위에 눕히고 올라타 혀를 휘감았어요.
“왜, 왜 그래요오…앗, 잠깐…짐승같이 이러면 안 돼요….”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무녀가 탕을 정리해 주는 게 보이는데,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 부끄러워 머릿속이 멍해졌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생을 떼어낼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해 살짝 끌어안아 줬고, 흥분한 동생을 달래듯 쓰다듬어주던 저는 입술이 잠깐 떨어졌을 때 숨을 거칠게 내쉬며 혼내듯이 말했어요.
“조금만 있다가…네? 누나도 참기 힘들어 진단 말이에요…무녀님이, 봐요….”
저는 젖은 눈으로 가만히 올려다보며 말했고, 동생은 그런 저를 조용히 내려다보다가 밑에 깔려있던 이불을 잡아당겨 옷 위로 덮었어요.
그대로 이불 안을 뜨겁게 덥히며 들어온 동생은 이젠 아예 제 옷을 내려버리고 속옷 위로 밑을 꾸욱 하고 눌러댔어요.
“앗…하아아앙….”
꼬옥 다물고 있던 입구가 동생의 손에 눌려 열려버리는 바람에 이미 키스하는 순간부터 흠뻑 젖기 시작해버린 안에서 애액이 주륵 하고 단숨에 흘러나왔어요.
속옷이 순식간에 젖어 얼룩이 져가는 게 그대로 느껴진 저는 동생이 키스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흥분해버렸다는 사실에 당황했어요.
대체 얼마나 좋아하면 이렇게 되어버리는 건지, 저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지만…그러면서도 동생의 입술에 자꾸 쪽, 쪽 하고 소리를 내며 입을 맞대게 되었어요.
“안돼, 안돼애…진짜로…이따가, 조금만 이따가….”
“하아….”
“앗, 앗, 앗, 앗, 아읏, 아흐읏…안돼요….”
동생은 자꾸 손으로 꾹꾹 눌러대며 제 몸을 순식간에 달아오르게 만들었고, 이불 안에 뜨거운 숨을 가득 채워버렸어요.
“안돼, 멈춰…주세요….”
저는 동생에게 부탁하면서도 두 손은 꼬옥 쥐고 어깨 양옆에 올려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고, 동생은 그런 제 밑을 귀엽다는 듯 토닥토닥 하고 두들겨주다가 천천히 손을 떼줬어요.
이불이 걷히고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며 몽롱했던 머릿속이 식혀지고 나서야 제가 말로만 그만해달라고 할 뿐 동생에게 조금도 저항하지 않았다는 게 떠올라 얼굴이 뜨거워졌고, 밑은 어느새 흠뻑 젖어 입는 것보다 벗는 게 나은 상태가 되었어요.
“하아…하아…하아….”
천천히 무녀가 있을 곳으로 고개를 돌린 저는 어느새 탕을 다 정리했는지 아무도 없는 정원을 보다가 정원으로 향하는 방구석에 놓인 물병과 물잔을 발견했어요.
그것만으로 얼굴이 빨개진 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가 동생에게 화를 내기 위해 고개를 확 돌려서 노려봤어요.
“누나한테 이러면 안 돼요….”
“어떤 거?”
“누구 있을때…만지는 거….”
“그러면 지금은요?”
지금은 아무도 없고…둘 뿐이 되었으니 만져도…괜찮았어요.
동생은 제 몸을 제대로 만지고 싶은 듯 말했고, 저는 이대로 있다가는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정말로 동생이 잔뜩 만져버릴 거라는 생각에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어요.
“모, 목욕해요, 같이 탕 들어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