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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화 〉홍콩여행 - 좀 더 깊게 (3) (54/156)



〈 54화 〉홍콩여행 - 좀 더 깊게 (3)

저는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 같은 걸 참으면서도, 동생이 저한테 솔직하게 얘기해 준 만큼…저도 솔직하게 답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동생은, 제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면서…저를 가만히 바라봤고, 저는 동생과 눈을 마주쳤다가도 주뼛거리면서 시선을 돌리고, 다시 눈을 마주 보기를 반복하면서…조용히, 느릿하게…한마디씩 말했어요.

“도, 동생으로서도, 당연히…굉장히…좋아해요. 정말로, 안마해 주려 하고…같이 해줬으면 하는  잘 따라와 주고, 전에, 도시락 만들다가 소스 비율 실수했는데도…맛있다면서 먹어주고. 후추 잘못 썼는데도 그냥 맛있다고 해주고….”
“…후추를 잘못 써요?”
“백후추 써야 하는 요리인데 흑후추 써버려도…맛있다고 해주고….”
“백후추가 뭐에요…?”
“아, 아무튼…자, 자위…그런거…그런모습, 보여버렸는데도…자위기구, 산 것도 멋대로 열어버리는 나쁜 누나인데…동생, 정액 냄새 맡아대면서 옷 하나도 안 입고…동생 방에서 멋대로 자위해버렸는데…화, 안내고….”
“어…?”
“이상한 짓 많이 하는 누나인데, 좋게 봐주니까…잘해주려고 하고, 뭔가 해주면 늘 고맙다고 해주고, 안마해주려고 하고, 뭔가 나한테 더 해주려고 하고….”

지금까지는 누군가가 고백해 와도, 왜 좋아하냐, 그게 이유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난 관심 없다, 싫다정도의 답변만 해왔지만…지금  순간 처음으로 제게 고백했던 사람들 모두에게 굉장히 미안해 지고 있었어요.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다는 건 생각 이상으로 부끄럽고, 굉장히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으면서도…말을 제대로 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고, 말 한 마디 한 마디  때마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으면서도, 혹시나 말실수해 버릴까 굉장히 무서웠어요.

“남자로서도, 좋아해요…처음 봤을 때부터, 정말로…엄청, 저한테도…취향이였어요. 멋있고, 동생인 줄도 모르는데 처음부터 공항에서 한눈에 들어와서…근데, 그 남자가 내 동생이었던 거에요.”

저는 가만히 동생을 보면서 처음 봤을 때를 떠올렸어요.
스트레스가 많은  날카로운 눈빛이었는데…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갑자기 늑대가 말라뮤트로 변한 것처럼 순해져서는 조심조심하면서도 자꾸만 이것저것 잘해주려고 하는 게 느껴져서…원래 잘해주고 싶었지만, 훨씬 더, 굉장히 잘해주고 싶어졌었어요.

“자, 자지 큰거…좋아해요. 안쪽, 잔뜩…휘저어 지고 싶고, 정복, 당하듯이…푸욱, 푸욱…당하고 싶어요….”

말하면서도 너무 부끄러워서, 그런데도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혀가 자꾸만 꼬여 버릴 것 같아졌어요.

“그, 그치만…클럽에서도, 그냥…모르는…사람이었으면 싫었는걸…도, 동생인데…좋은데…그런것도 좋은데…저도, 저도…야한 생각, 잔뜩 드는걸요…다른 남자랑, 여행 왔으면…절대로, 한 방에서 자기 싫은걸요…비키니, 보여주고 싶지도 않아요….”

저는 너무 부끄러워서…의자 위로 다리를 올려 두 무릎을 감싸 안으면서, 얼굴을 묻고 반쯤 가려진 얼굴로…동생을 살짝 올려다보면서 말했어요.

“저도, 싫으면…그, 그런거…안해요…좋은, 걸…좋아서, 섹스…안되지만…다른걸, 최대한…다, 해주고…싶은걸요…사실, 어제 호텔에서…기분좋게 해주고 싶어서…입으로 하는 거…잔뜩…연습했단 말이에요….”
“…네?”
“아, 아무튼! 저도…저도….”

너무 부끄러워서, 너무 긴장되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어요.
하면 안 되는 말인데, 안 하려고 했던 건데…그런데도 이미 꺼내지기 시작된 말이 저절로 입 밖으로 새어 나왔어요.

“저도…좋아…해요. 섹스, 나쁜짓…하고싶어…요….”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머리가 멍해졌어요.
초점이 흐려졌다가도 다시 돌아오고, 동생과 눈이 마주친 채 서로 시선이 얽히고 있었어요.
숨이 가빠지고…배꼽 밑이 쿠웅 쿠웅 하고 조여들고….
굉장히 음란하면서도, 야하고, 부끄러운 기분이…몸속에 가득해졌어요.

“그, 그럼….”
“그, 그, 그치만 안돼요. 안 되니까….”
“어?”

하지만, 그래도…그렇다고는 해도,  되는 건 안 되는 거였어요.
저는, 진심을 말해버렸지만…그래도, 다른 안된다는 생각도 진심이기 때문에, 동생에게 다시 한 번 확실히 말해줬어요.

“누나랑, 섹스하면…안돼요….”

저는 왠지…조금 우울한 목소리로 걱정이 가득해져서 말했어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동생은 왜인지 평소랑 다르게, 제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긴 듯해 보였어요.

그 후로, 동생과 저의 대화는 잠시동안 멈췄어요. 동생은 뭔가 계속 고민하는 것 같았고, 저는 저대로 하면 안 될 얘기를 해버린 것 같아 걱정이었어요.
해가 지기 시작할 때쯤, 스카이테라스에서 내려와 란콰이퐁이라고 하는…한밤중에는 파티와 클럽으로 가득한 거리로 변하는 곳으로 내려갔어요.
한국으로 치면 명동 같은 느낌의 거리였고, 이동하면서 동생은 제게 이것저것 질문했어요.

“그러고 보니까, 연애 몇 번  해봤다고 했잖아요? 연애는 왜 안 하는 거예요?”
“…별로 내키지가 않았어요.”
“왜요? 남자가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그것도…있긴 하지만…좀더 근본적인 문제 같은 거에요.”
“근본적인 문제요?”

란콰이퐁 거리에 들어선 때에는 이미 저녁 식사를 할 시간이어서, 홍콩 이곳저곳에서 찾아온 대학생들과 외국인들이 클럽에 드나들고, 술집에서 식사하고 있었어요.
동생과 제가  곳은 홍콩이지만, 타이 꼬치가 맛있는 것으로 유명한 꼬치 집이었고, 동생과 저는 꼬치 집에서 추천해준 에스트렐라 맥주라는 걸 같이 마시면서 대화를 이어갔어요.

“…이혼, 했잖아요.”
“네?”
“…그냥, 저는…아마, 엄마가 왜 이혼했는지…좀더 가까이서 봤으니까. 좀더 아는 게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동생은 아마도 엄마가 왜 이혼했는지는 모르는 것처럼 보여서, 얘기해 주기 곤란했어요.
누구라도 엄마가 불륜을 하고,  후에도 계속해서 남자를 만나서 집에서 잔뜩 섹스했다는 얘기는…거기다가 동생이 지금 쓰는 방이 그 섹스룸이라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을 거였어요.

제가 조금 말하기 난감해 하는 게 느껴졌는지 그 후 동생은 더는 물어보지 않고, 꼬치 집의 메뉴에 대해서 얘기하거나…요리의 맛에 관한 얘기를 같이 나눴어요.
잠시 후 맥주를  마신 후 연어 카나페와 칵테일을 한잔 더 시키자는 말에 동생은 샹그리아를, 저에게는 직원이 추천해줬다면서 프로즌 다이키리라는 술을 시켜줬어요.

자그마한 스푼으로 떠먹는 서벳 같은 술이었는데, 굉장히 달콤하고 맛있는 데다가, 테두리에는 소금이 조금 묻어있어서…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마시게 되는 맛있는 술이었어요.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난 뒤, 동생은 칵테일이 맛있다며 한잔  마시자고 했고….
저는 동생이 기분 좋아진  같아서, 방금  마신 칵테일 같은 느낌의 술을 하나 더 달라고 주문했어요.
동생이 마시게 된 칵테일은 오션 블루라는 칵테일이었고, 제게 준 것은 카타르시스 라는 이름이었어요.
신맛과 단 맛이 잘 어우러지는 맛이어서 굉장히 맛있었는데…왠지 마시는 것보다도 훨씬 빠르게 취기가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술이었어요.

“우와…진짜, 맛있다…그쵸?”
“그러게요, 또 마시고 싶다…한잔 더 마실래요?”
“안돼요~나, 취할 것 같아…왜지…? 술이 맛있어서 그런가…?”
“아~그러면  마시면 힘들겠다…근데 저 진짜 궁금한데, 하나만 솔직하게 대답해주면 안 돼요?”
“네에…? 뭔데요…?”
“연애를 안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뭐에요…?”

동생은 굉장히 싱글벙글하게 웃으면서, 즐거운 얘기를 하는 것처럼 물어봤고, 저도 왠지  모습과 목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술에 취해서인지…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해 버렸어요.

“그게에…연애하면, 언젠간 끝나잖아요….”
“어…?”
“결혼해도…끝나는걸…좋아한다는건, 결국…섹스, 하고 싶어서 하는…거짓말이고….”

저는 달콤새콤한 술이 마음에 들어서, 꿀꺽꿀꺽 삼키고 안주를 한  먹으면서 동생한테 살짝 달라붙으면서 조금 신난 것처럼 톤이 높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러니까~동생이니까, 우린 계에~속 동생이고, 누나예요. 그러면, 안 끝나는 거야…그쵸? 좋아한다고…거짓말 하고, 섹스하면…질리면…헤어지고, 끝나니까….”
“…아.”
“근데에, 모르겠어요…나도, 지금…좋아한다는 게, 진짜로…좋아할 수도 있는  같아서….”

저는 그 말을 한 뒤, 술을 다 마셔버려서 찬물을 마셨고…왜인지 술이 조금 깨는 느낌에, 조금 멍한 상태로 동생한테 물어봤어요.

“어…저 방금 무슨 말 했어요…? 어떡해, 저 취했나봐요…그만 마셔야겠다….”
“…어, 네에…그래요. 그만 마셔요.”

좋은 술은 안 좋은 것들로 합성해 만든 술보다 빨리 취하지만, 그만큼 빨리 취기가 가시고는 했어요.
칵테일에 쓰인 술도 꽤 좋은 술들만 썼던 건지 저는 다행히 점점 취기가 빠졌고, 직원이 취한 것 같으면 한번 먹어보라면서 추천해준 토마토 수프를 시켜서 동생 하고 나눠 먹고 나니…확실히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요.

완전히 밤이 되고 난 후, 동생과 저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사서…홍콩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계획했던 홍콩 대관람차 앞에서 순서를 기다렸어요.
밤이지만 더운 날씨도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기다리니 그리 힘들지 않았고, 가장 사람이 붐비는 시간대인 라이트 오브 심포니가 보이는 시간을 피해서 늦게 타러 왔기 때문에 얼마 되지 않아 관람차에 탈 수 있었어요.

이 관람차는 특이하게도 3바퀴를 돌고 나서 내려주게 되어 있었어요.
탑승하고 나자 관람차가 천천히, 느릿하게 올라가기 시작하고…바닷가와 야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조금 돌고 느려졌다가 다시 돌기를 반복하는 건 3바퀴를 돈 사람들을 내려주고, 다시 태우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 만큼 관람차는 천천히 올라갔고…관람차 안이 조금씩 어두워 질 때쯤, 저는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바다에 별빛처럼 비춰 빛나는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빛이 아름답게 파도에 따라 흔들리는  보며 저는 두 눈을 빼앗겼고, 동생은 그런 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렇게 창밖을 보면서 조금씩…이제 여행도 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동생이 말을 걸어왔어요.

“…누나, 나 솔직하게…정말 고민 많이 해본 건데…정말, 하루 동안 많이 생각해본 건데…역시 못 참겠어요.”
“…네?”
“난 누나랑 섹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진짜 너무 많이 나고, 누나를 여자로 안 볼 날이 안 올 것 같아요.”
“어? 어? 가, 갑자기 무슨 얘기에요…?”

저는 갑작스러운 말에 놀라면서도, 두 손을 얌전히 다리 위에 올리고 모아 앉으면서 동생을 마주 봤어요.
저는 동생의 말에 당황하면서도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나 싶었지만…동생은 굉장히 진지해 보였어요.
저도 모르게 자세를 잡고 진지하게 들어주게 될 만큼 진심으로 말하는 게 느껴졌고, 굉장히 고민했다는 것도 사실로 느껴질 정도로 진중한 얼굴이었어요.

“일단…누나가 왜 저랑 섹스하는  피하는지 알았으니까….”
“어…? 어…? 뭐,  알아요…?”
“근데 난 못 참겠고, 포기할 것 같지가 않으니까. 급하게 하지 말고, 조금씩 해보죠.”
“어?? 어…??”

왠지 동생은 혼자서 뭔가 이미 결정해 버린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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