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 기숙사로 돌아와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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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 기숙사로 돌아와서 (1)
날개를 한껏 펼친 천둥새는 능히 그 깃에 품은 바람으로 지상의 모든 맹수를 압살할 수 있다. 켜켜이 쌓인 분노는 강대한 벼락으로 지상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다.
과연 그랬다.
에스테야는 자신의 몸에서 용솟음치는 힘을 제대로 제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애시당초에 한 번도 그만큼 거대한 힘을 다루어 본 적은 없을 터였다.
지하의 제단에 깃든 힘을 빌려 의식을 치르는 것 정도가 에스테야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을테니까.
처녀인 마녀가 다뤄본 힘은 딱 그정도다.
에스테야가 나를 슬쩍 돌아보았다. 그 조그마한 입술에 미소가 번진다.
이것도 나름 만족스러운 삶이다.
손끝의 움직임과 하늘에 닿은 목소리의 주문을 따라 세상이 일그러지고, 먹구름이 몰려들며, 신벌이나 마찬가지인 벼락이 강대하게 지상을 후려쳤다.
결투랄 것도 없었다.
마녀와 마법사들이 화포를 든 인간에게 밀리는 이유는, 단순히 그 이상의 화력을 내는 것이 어려워서였으니까.
그러므로 화포 이상의 순간딜량을 자랑하는 강대한 벼락을 맨몸으로 막을 수 있는 이는 드물다.
먹잇감을 물기 위해 낙하하는 물수리처럼 새하얀 낙뢰의 줄기가 뻗어져내려오고, 세드릭 기스테르는 불썽사납게 바닥을 굴러 피해야 했다.
그마저도 지상을 타고 주변으로 퍼져 흐르는 잔류전력에 감전당해야 했지만.
“흐극, 악, 끄아악!”
꼴사나운 비명이 터졌다.
결투는 거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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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한 방에 다 쏟아부으셨다?”
내 질문에, 에스테야는 마냥 헤실거리며 나에게 안겼다.
“그치만….”
“그치만은 무슨 그치만이야.”
어이가 없었다.
내가 기숙사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에스테야의 아랫배였다. 정확히는 그 각인.
설정하기로, 마법사의 마법은 단순히 그 위력이 강할수록 마력이 많이 드는 건 아니다.
세상에 더 많은, 더 노골적인 ‘비현실’을 일으킬수록 마력을 많이 소모한다. 비유하자면 우주라는 야수에게 마력을 먹이로 주어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마법이라는 ‘우주의 입장에서는 불법인’ 행위를 하는 것에 가깝다.
고로 에스테야가 저지른 ‘먹구름을 모아 자연계에 실존하는 벼락을 만들어 내려꽂기’는 굉장히 시인성이 높은, 마력의 낭비가 큰 주문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렇게 낭비가 많은 주문을 썼냐.”
“…그냥. 벤데타잖아.”
벤데타라는 말을 얘가 알아? 나는 열아홉 살 때 몰랐던 거 같은데. 내가 느와르물 같은 거에 관심이 없긴 했지만.
“그래서 그렇게 마력을 한 번에 다 꼬라박으셨다?”
에스테야가 내 어깨를 짚고 내 몸 위로 올라왔다. 내 질문은 가벼운 입맞춤으로 씹고.
“응.”
“너, 이제는 좀 즐기는 것 같다?”
내 나긋한 지적에 에스테야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곤 눈을 가느다랗게 뜬다. 나를 내려다보며, 내 배 위에 앉는다.
“…시끄러워.”
괜히 눈을 굴리는게 제법 귀엽다.
“그래서. 오늘도 까무러칠 때까지 해달라는 거야?”
에스테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내 품에 몸을 묻다시피 안겼다. 조그마한 팔다리가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퍽 사랑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내가 맨손으로 움켜잡으려 들면 앙증맞은 손으로 밀어낸다.
“그냥….”
“그냥?”
해달라는 거겠지. 다 안다. 저번에 나에게 제 꿈을 들킨 이후로, 에스테야는 제법 적극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천박해지거나 경박해진 건 아니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나를 자극해온다는 뜻이다.
에스테야는 내가 어디서 매력을 느끼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떻게 굴어야 내가 참지 못하고 덤벼드는지 그동안의 경험으로 배운 거겠지.
그래서 일부러 내 품에 안긴 채로 밀어내기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판단은 정확했다. 내게 올라탄 에스테야의 도담한 엉덩이 뒤로 내 물건이 불끈 선다. 피가 뜨겁게 몰리고 바지 앞섶이 불편하게 내 아랫것을 누른다.
“…하.”
“왜, 차서운. 또 욕망을 못 참겠어?”
에스테야의 조그마한 입술에서 매도가 흘러나온다.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 사랑스러운 벚꽃이 언제 이렇게 요망해졌으려나.
“뚫린 입이라고 잘 말한다, 에스테야?”
나는 가볍게 에스테야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에스테야의 방해를 뿌리치는 것 따위 쉬웠다. 한 손에 가볍게 들어오는 그 장난감 같은 젖가슴을 주물러대자, 에스테야의 붉은 입술에서 숨이 툭툭 끊어진다.
“하, 흐, 흑, 흐으, 그게, 아니라아….”
몇 번인가는 버티던 조그마한 몸이 결국 내 품으로 쏙 들어왔다. 내 가슴팍 위에 엎어진 채로 바들바들 떤다. 나는 에스테야의 가슴을 놓아주는 대신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 보드라운 귀에 입술을 대고 속삭인다.
“에스테야.”
“…흑, 하, 귀, 닿았…아, 흐으….”
몸이 닿으면 에스테야 또한 달아오른다. 에스테야는 어떻게든 피하려고 꼼지락거렸지만, 그래봐야 들추어지는 살갗 아래로 내 피부와 맞닿을 뿐이다.
결국 에스테야는 포기했다.
“왜 이렇게 귀엽게 굴까.”
나는 에스테야의 화관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에스테야의 가느다란 허리가 바짝 떨리고, 조그마한 손은 내 팔뚝을 잡다 미끄러진다.
“하, 흐극, 하, 아, 하윽…!”
내 아랫배가 제법 흥건하게 젖어갔다. 내 몸 위로 올라탄 에스테야가, 그 가냘픈 다리 사이로 단물을 흘려댔기 때문이었다.
“차, 서운, 인, 인내심, 이라는 게 없, 는 거야…?”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지만, 스스로의 부끄러움 때문에 쓴 가면이다.
“에스테야. 너도 하고 싶잖아.”
“…읏.”
에스테야가 다시금 입술을 꾹 다물었다. 고개를 홱 젖혀버린다. 싫지 않다는 소리다. 이 까탈스러운 고양이 같은 소녀를 안는게 나는 왜 이렇게 좋을까. 솜주먹 같은 두 손으로 나를 때려도, 그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예뻤다.
나는 에스테야의 치맛자락을 붙잡아 끌어올렸다. 허벅지가 드러난다.
“…하으.”
선연하게 스치는 바람 탓인지, 에스테야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차서운.”
괜시리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은근슬쩍 내 목을 제 가냘픈 팔로 끌어안는다. 옷 너머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에스테야의 보드라운 가슴이 닿아 눌리는 감촉이 느껴졌다.
“왜.”
“…좀 적당히 하면 안돼?”
나는 에스테야의 속옷에 손을 걸곤 그녀의 뺨에 입을 맞췄다.
“적당히 해주면?”
“…어?”
“적당히 해 주면, 너는 뭐 해 줄 건데.”
사실 터무니없는 요구다. 그렇지만 이미 내게 휩쓸린 에스테야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 속옷을 끌어내리는 탓에 가끔 허리를 바짝 놀라 튕기긴 했어도, 내 품에 얌전히 안겨선 곰곰히 고민을 되씹는다.
그리고 답을 내놓았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답을.
“…대신 매일 하자.”
조금 재미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에스테야에게는 한 번 한 번이 너무 강렬해서 그럴지 몰라도…나는 이미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에스테야를 탐해왔으니까.
“그건 원래도 하고 있던 거였잖아.”
내가 가볍게 지적하자, 에스테야가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밀었다. 그리곤 대뜸, 자신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왠지 잘 비친다 싶었는데, 오늘의 브래지어는 검은색이었다.
뒤로 후크를 풀어야 하는.
“…대신 나도 조금, 조금 더 솔직하게 굴게.”
나를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예를 들면?”
“…그으.”
에스테야가 무언가를 말하려다, 내 품에 이마를 꽁 찧었다. 꼭 내 얼굴 보고 말하기 부끄러울 때마다 이러더라.
“…안기고 싶어서, 후크 뒤에 있는 걸로 입었어.”
아.
에스테야가 내 목에서 팔을 풀고 내 몸을 끌어안는데, 허리 아래의 분신이 터질것처럼 달아올랐다.
정말 솔직하긴 하네.
“좋아.”
나는 에스테야가 원하는대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리곤 쓸데없이 공을 들여 그 브래지어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세 개의 고리로 이루어진 후크를 하나 하나 푼다. 풀 때마다 그 가녀린 등을 쓰다듬고, 그 목덜미에 입술을 맞추었다.
“…하으.”
에스테야가 내 몸을 더 꽉 끌어안았다. 그래봐야 고사리만한 팔에 단풍잎같은 손이었지만, 충분히 야릇했다.
마지막 고리가 풀려나가자, 에스테야의 몸이 가볍게 떨린다. 그 배덕적인 해방감 때문이겠지.
사내의 손길에 완전히 맨살을 허용했다는 야릇한 해방감.
나는 천천히 바지춤을 풀고, 녹기 전의 아교 덩어리마냥 딱딱하게 달아오른 내 물건을 그녀의 아래에 가져다댔다.
이미 에스테야는 단물을 아물아물 쏟고 있었다.
“…힉.”
몸을 바짝 떨고, 어깨를 움츠리는 걸로 봐서는…몇 번을 박혀도 익숙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말리지 않는 이유는 아마 본인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손가락으로 감질나게 굴기보다는, 바로 자신에게 말초신경을 태울 만한 쾌락을 주기를.
“…역시 후회스러워.”
“뭐가?”
에스테야는 조심스럽게 몸을 세우고, 흘러내리는 브래지어를 벗어 옆에 떨어트렸다. 그 탓에 빠듯하게 서 있던 물건이 에스테야의 뱃속으로 미끄러지듯 박혀들어갔다.
“…히극, 하, 학….”
“뭐가 후회스러운데, 에스테야?”
내 아랫배를 두 손으로 받친 채로 할딱거리는 에스테야를 보며 느긋하게 물었다. 나에 비해 에스테야는 벌써부터 숨이 가빠오는 모양이었다.
“…정말, 흑, 조, 조금만, 자, 작게 만들걸….”
그랬다면 네가 이렇게 사랑스럽게 내게 길들여지지 않았겠지.
나는 그런 말을 속으로 삼켰다.
“에스테야.”
“하…흑, 흐으…왜….”
“이번에는 네가 움직여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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