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 마족 여자 헌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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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스트 상업구.
벨드라스 사거리.
평일 유동인구 3만의 여관, 식당, 주점, 상점이 밀집한 번화가다.
이 사거리의 특별한 점은, 마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인 데블들이 운영하며 영업하고 근무하는 시설들이 결집해 있다는 것이다.
마왕군의 휴가자들을 위한 구인 활동들을 활발히 하고 있어, 여러 방면들에서 폭넓게 채용되며 활용되는 데블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보인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 하릴없이 배회하는 마왕군들과, 사회에서도 열심히 노동하는 마왕군들이 미묘한 대조를 이룬다.
인력을 구하는 목소리들과 고용을 원하는 목소리들이 시끄럽게 교차한다.
나의 목표는 데블.
악마인간 형상의 전형적인 마족이라 불리는 존재다.
레서 데몬이나 데몬, 뱀파이어나 웨어울프에도 흥미는 가나 공략법들이 아직은 단서가 잡히지 않는다.
주춧돌부터 쌓아야 탑을 쌓을 수 있는 법이다.
마족의 가장 대표적인 여자들이 어떤 맛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광마석이 은은한 광량을 흩뿌리는 가로등의 곁에 팔짱을 끼고는 몸을 기대섰다.
나의 앞으로는 가히 용광로라 불러야 될 정도의 온갖 형형색색의 데블들과 나머지 일족들이 지나친다.
결연한 의지를 담아 거리를 오가는 인파를 주시했다.
“반드시 찾는다.”
이쪽 거주민들의 외모를 신중하게 관찰했다.
가로로 폭이 좁고 솟구친 귀. 다색의 눈색들과 머리색들과 피부색들.
뿔과 날개와 꼬리를 가진 걸 제외하면 인간과 엘프에 흡사한 외형들이었다.
사악한 본성이 깃들었다고 믿을 수 없이 고귀함과 아름다움이 넘쳐흐르는 얼굴들이 즐비했다.
눈동자들은 세로로 갈라진 동공들에, 눈자위들은 시커먼 흑자위에서 흐릿한 회자위에서 새하얀 백자위의 사이.
짐승의 톱니처럼 뾰족한 상어이빨들과, 문명인처럼 가지런한 치열들이 악마적 인상들을 분단한다.
남자 마족들은 개량형의 온갖 다양한 디자인의 코트, 로브, 재킷과 하체에 달라붙는 쫄바지의 모습들이 주류를 이뤘다.
눈에 많이 띄는 건 판타지풍의 간드러지고 멋드러지며 착 달라붙는 양아치 같은 복색들.
마족들만이 구사 가능할 간지 패션들이 강렬하다.
여자 마족들은 재킷과 블라우스, 스커트와 스타킹과 같은 정숙한 제식 복장도 많았으나 전반적으로 매우 노출이 높았다.
본디지와 제복의 아슬한 교차. 당당한 브라탑에 핫팬츠. 요망한 시스루 드레스. 아낌없는 트임의 레오타드. 헐벗은 비키니 아머. 중2와 어둠 사이에서 튀어나온 고스로리….
서큐버스들만큼의 노출도는 아니었으나, 지상의 여자 종족들은 식겁하고도 남을 패션들로 당당히 활보했다.
그냥 여자들은 입는 의미를 모를 헐벗은 빗치 패션들이 두드러진다고 보면 된다.
저악마들과 악마들은 음험하면서도 퇴폐적인 미형의 인간형들도 많지만, 인간의 형태를 급격히 무너트리기 시작하는 자들이 두각을 드러낸다.
수 미터도 넘어가는 거구와 무릎 길이에 겨우 닿는 온갖 체격들.
석면, 광석, 금속, 갑각, 골질, 외골격, 비늘, 털가죽의 다양한 신체 표면들과 천태만상의 이목구비.
각기 다른 머리통들과 눈코입들과 팔다리의 개수들은 덤으로.
미남 미녀들과 괴물 새끼들이 환상의 콜라보로 어우러지는 게 아주 가관이다.
“오늘도 패션피플은 무지갯빛이 찬란하네.”
마족들의 가장 큰 외형적 특징.
무엇보다 압권인 것은 저 피부색들.
다크한 간지폭풍 패션들과 일곱 빛깔 총천연색의 다채로운 피붓빛들이 묘한 괴리감을 형성한다.
갈색이나 흑색, 회색이나 분홍색의 레어를 넘어, 금색이나 은색의 초레어도 있는 색의 향연을 보고 있노라면, 안구를 후비는 컬러의 폭력에 대략 뇌정지가 찾아들 정도다.
종족의 진명은 색족인데, 마족으로 잘못 붙은 게 아닌가 이따금 의심도 든다.
나는 3년 동안 봐도 적응되지 않는 컬러풀함에 혀를 찼다.
“마의 세계에 빛이 가득해….”
옆집 할아버지는 피부가 분홍색인데 아저씨는 피부가 보라색이라면 상상이 갈까? 아줌마는 빨간색에 아이는 파란색이고.
이거 뭐 마계판 텔레토비들도 아니고, 직접 눈앞에서 보지 못하면 도저히 그 괴랄함과 괴이함을 형용할 수가 없다.
전생에는 피부색 따위로 인종 차별의 발상은 있지도 않았는데, 여기 와서 피부색이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찰하게 되었을 정도니.
“여기서는 나와 리나 씨가 차별받고도 남지.”
지상의 종족들 대부분의 피붓빛.
마족 여자들의 다채로운 피부색에 비하면, 한없이 맑은 우윳빛인 리나 씨가 특이한 편.
물론 모두가 너무나 진한 원색의 텔레토비 일색인 것은 아니고, 백색에 가까운 기조에 아주 엷게 푸른색, 붉은색, 분홍색, 주황색, 보라색, 자주색 등이 살짝 띄고 있는 경우는 꽤나 봐줄 만하다.
진짜 인간들이 아닌 이종족의 여자들이라고 팍팍 드는 느낌.
진청빛, 진홍빛, 자줏빛, 포돗빛, 구릿빛, 잿빛, 묵빛, 칠흑빛 등의 진한 원색의 피붓빛들도 나름의 아찔함을 선사하지만.
그 이질적이면서도 다채로움들은 직접 눈앞에서 보지 않으면 도무지 표현할 수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다색의 피부색들을 지닌 마족 여자들만이 가능한 매력이었다.
그렇다 해도 매번 여러 심경들이 교차해서 심란하다.
생긴 건 한 간지 하거나 몇 포스는 넘치는 놈들이 알록달록하니, 뭔가 갭모에 같거나 엽기고….
나야 적응되서 아무렇지도 않지만, 이따금 인식하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어쩌다 우연히 일곱 빛깔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시에는 진심 폭소가 날 정도.
무심코 레인보우 스쿼드라고 불렀다가 진심의 살의를 품고 추격하는 녀석들에 죽을 뻔했지만.
천만다행스럽게도 아무리 마계가 막장이라지만 피붓빛으로 차별하는 법제 따위는 없다.
“차별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상념을 흘리며 나의 앞을 지나치는 거구의 근육질인 중전사 남마족에 뚫어지게 시선을 꽂았다.
핑크색.
내가 저런 피부색이었으면 살아갈 수 있었을까?
여러 가설과 답안이 나올 수 있겠다.
결국 끼는 색안경의 문제일 수도.
“타겟은 이 여자들에서 하나건만…….”
총천연색의 일곱 빛깔 마족 여자들을 주시하고 또 주시한다.
뿔과 날개와 꼬리가 돋고, 흑자위들을 번득대며 상어이빨들과 비죽한 손톱들을 지닌 마인 드워프와 마인 엘프가 마계에서는 베프가 되어 떠들썩하게 앞을 지나친다.
마경에 거주하는 일부 요정들, 마계의 사회에서도 어울려 살게 사회화된 마물들과 마족 못지않게 지성을 갖춘 마수들의 여자들도 앞을 스친다.
밴시. 하피. 라미아. 알라우네. 세이렌.
하지만 저것들은 더더욱 관심사 밖이다.
내 타겟은 오직 마족 여자.
셔츠의 첫 단춧구멍을 꿰야 나머지도 끼우는 법이다.
이건 전생 이후 오직 연금술만 파고 살아온 내게 있어 중대한 의미가 있다.
나의 픽업 아티스트로서의 소울이 불타오를 수 있을지, 덧없는 봄날의 꿈처럼 꺼트려질지 시험하는 장이다.
문제는.
“느낌이 없어.”
아무리 거리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어도, 딱 나의 운명이다 싶은 여자의 삘이 안 온다.
그렇게나 백사장의 모래알들처럼 즐비한 미소녀들과 미녀들이 활보하는데도.
나는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는 아니야.”
팁1. 자리가 안 좋은 것 같다 싶으면 무조건 옮겨라.
틸로에 교차로.
벨드라스 사거리의 바로 너머에 위치한 다른 번화가다.
밤이 되어야 활기를 찾는 마계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데블들이 생동감을 자아내며, 마인들과 마물들과 마수들의 비율이 미묘하게 늘어났다.
이번에도 잠시 가로등에 기대서서 밤거리를 주시했으나 도무지 삘이란 것을 모르겠다.
그렇기에 나는 직접 움직이기로 했다.
10여 분 정도 주시하고 있는 건너편의 보도에 위치한 벤치에 앉은 마족 여자.
곱슬한 백발의 머릿결에, 연한 분홍빛의 피부가 꽤나 어울리는 레오타드의 미녀.
무언가 퍽이나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범상치 않은 살기를 발산하며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았다.
옆머리 좌우로 크게 구부러지는 뿔들이 치솟은 게 붙잡는 손잡이들의 맛이 있을 것 같다.
과연 내가 먼저 접근하면 어떻게 될까?
고운 미모의 미간을 와락 찌푸리고 있는 그녀에 시험 삼아 말을 걸어 보았다.
“오늘…….”
“뭐냐, 애송이?”
“날씨가 좋군…….”
“?”
대화와 동시에 흉폭하게 발산되어 나오는 살기.
부메랑처럼 돌아온 까칠한 대답에, 뒤통수로 강렬하게 꽂히는 의아함의 시선을 받으며 그대로 스쳤다.
헌팅을 하러 나온 것이지, 배틀을 하러 나온 것이 아니다.
혹자는 남성성을 드밀어 그냥 자빠뜨리지 않고 뭐하냐 격분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지고의 국룰이 통용되지 않는다.
남자들만큼이나 강한 여자들이 너무도 많은 곳이기에.
아무리 마족 여자가 자박꼼이라도.
허술한 객기로 명을 단축할 생각은 없다.
무차별 테이크다운은 충분한 힘을 갖춘 다음이다.
“쉽지 않아.”
팁2. 표정이 영 좋지 않은 부류도 거른다.
가드리아트 사거리.
틸로에 교차로 너머의 유동인구와 물동량이 활발한 사거리다.
갑자기 저악마들과 악마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늘어난다.
음험하고도 퇴폐적인 미형의 인간형들도 많지만, 본격적으로 인간의 형태를 무너트리기 시작한다.
부분적으로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형상들과, 명백한 괴물들과 괴수들의 배회를 그저 불안하게 지켜보았다.
“쟤는 얼굴은 이쁜데 나머지가 도마뱀의 비늘에 뒤덮였기에 패스. 뒤의 인간에 게딱지가 융합된 듯한 게인간 형상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겠고… 건너편의 암캐 레서 데몬은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완벽한데 8개나 되는 복유가 너무 취향을 타고….”
수많은 가능충들의 무한한 가능성들이 펼쳐지는 현장에서, 목을 학처럼 빼고 자유롭게 활보하는 온갖 괴물체들을 살핀다.
눈을 가늘게 치켜떴다.
“저 너머의 발랄하게 뒤따르는 건 뿔과 날개와 꼬리가 돋은 나체의 근육질 흑형 악마인데, 거유가 셋 달리고 거시기가 둘 달린… 아니, 씨발? 도대체 무슨!?”
팁3. 느낌이 안 좋은 것 같다 싶어도 무조건 옮겨라.
루에나 교차로.
틸로에 교차로와 가드리아트 사거리가 접하는 여관과 식당, 주점이 밀집한 구역이다.
이곳을 넘으면 바르스트 상업구를 벗어나게 된다.
결국 버티지 못한 나는 이동을 실시, 보도의 가로등에서 완전히 떨어진 건물의 벽면에 등을 기대서고 있었다.
“씨바,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네…….”
마족에 미남 미녀가 즐비하다는 것도 인간형일 때의 이야기.
예외는 지옥에서 살아가는 종들이 어떤 것들인지를 철저한 비주얼 쇼크로 선사한다.
섰던 물건도 고개 숙인 남자가 되어 축 늘어지고, 공포에 질린 불알은 가뭄의 콩알처럼 쪼그라든다.
너무 어린 유마는 못 건드리고, 너무 늙은 노마는 아예 논외고.
“쉽지 않다구….”
미남 미녀들과 괴물체들의 활보를 매의 눈으로 주시하며, 손등으로 식겁함으로부터 발생한 이마의 식은땀을 훔쳤다.
벌써 몇 시간째 거리를 통행하는 마계인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이렇다 할 수확도, 느낌조차 없다.
뿔과 날개와 꼬리를 지닌 복장부터가 섹시한 악마녀들.
전생 이후 사실 꽤나 품었던 음탕한 욕망.
이대로 내 안의 품지 못할 꿈들로만 끝날 것인가?
“오늘은 날이 아닌가…?”
호언장담하며 큰소리를 쳐놓고 나와서는, 이대로 돌아가서 리나 씨에게 뭐라고 말하지?
그냥 오늘은 이렇게 밤을 샐 생각을 해야 하나?
아니면 일단 어딘가 여관을 잡아서 잠을 자고, 내일 이른 새벽부터 다시 개시할까?
“어떤 세상일도 결코 쉬운 것은 없지.”
탄식하며 건너편의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가로등으로 시선을 흘리던 때였다.
감기려던 눈을 불꽃이 튀듯 퍼뜩 뜨이게 하는 존재가 있었다.
저편의 가로등의 곁에 조금 떨어져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마족 여자였다.
눌러쓴 후드의 좌우에 완만하게 구부러진 뿔들이 치솟았다.
마족들이 참 많이 착용하며 구사하는 패션.
후드와 일체화된 브라탑은 원거리에서조차 폭발할 듯이 풍만한 융기를 뽐내고 있었다.
D컵은 되고도 넘치는 리나 씨의 이상이다.
골반의 라인에 착 달라붙은 허리의 옆선을 바짝 낮춰 로라이즈에 가까운 핫팬츠.
핫팬츠 양옆의 상단에 브이자로 치솟은 T팬티 라인이 포인트였다.
육덕진 골반의 아래에는 탄실한 느낌의 건강미 넘치는 각선미가 길쭉하게 쭉 뻗었다.
가로등의 아늑한 광량 아래에, 백색에 가까운 희푸른 피부가 옅게 빛나는 사파이어처럼 윤기를 뽐낸다.
후드의 뒤로 미약한 연보라색이 첨가된 은빛 산발이 등허리까지 찰랑인다.
“내가 헛것을 보고 있나……?”
순간 그런 착시가 들 정도였다.
그녀 혼자가 주변에 거니는 여자들을 모조리 삭제하고 있다 봐도 무방하다.
나의 눈에는, 그녀의 주변으로 허공으로부터 환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특유의 흡입력으로 일순간 서큐버스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여마족들의 복장들이 파격적이라도, 서큐버스 자신들의 기준에서는 결코 저런 얌전한 복장을 입지 않는다.
또한 서큐버스들 특유의 지나치게 색정적이면서도 뇌쇄적인 느낌도 없다.
서큐버스가 아닌, 데블이란 가능성이라는 것.
그토록 찾아 헤매던 존재.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
예쁜 것들과 추한 것들을 보며, 평화와 지옥이 끔찍히 혼재하던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찾았다…….”
나는 여러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탄식을 내쉬었다.
그녀는, 실제로 그러한 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왜 누구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느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어쩌면 현장에 아직 인큐버스들이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날개와 꼬리는 여느 마족들처럼 시내에서의 기동성을 고려해 딱히 발출하고 있지 않았다.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녀들은 미녀들과 미소녀들이 즐비한 마족 여자들의 기준에서도, 간단히 상위권을 뚫는 미인이라는 것을.
얼굴을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접근할 수밖에 없다.
나는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그녀를 향해 곧장 접근했다.
가로등의 곁에 팔짱을 끼고 정면을 주시하는 그녀를 잠시 응시한다.
한동안 보아도 이쪽을 포착하는 움직임은 없다.
잠시 방향을 좌측으로 틀어 길을 건넌다.
그녀의 아찔한 뒤태를 우측으로 끼고 돌아 다시 길을 건너, 본래 자리로 돌아와 그녀를 주시한다.
여전히 포착하는 움직임이 없다.
주변에 인파가 워낙 버글거리기도 하지만, 전혀 나를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듯한 상황.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모습.
“정했다.”
이쪽은 포착했으나, 저쪽은 포착하지 못했다.
나는 다시 길을 건너며 그녀를 향해 정면으로 접근했다.
좌우로 뿔을 솟구친 후드를 눌러쓴, 희푸른 피부의 육덕지고도 터질 듯한 마족 미녀에게 다가간다.
다소 아득하던 서로의 거리가 점차 축소되고는, 그녀의 앞에 불과 몇 발짝을 남기고는 마주 섰다.
후드를 눌러쓰고 있더라도, 바로 위에서 내쬐는 가로등의 광량이 서서히 그녀의 미모를 밝히기 시작한다.
폭발적인 양감을 지녔기에, 어쩔 수 없이 구사할 수밖에 없는 특유의 팔짓으로 바스트 아래로 팔짱을 끼고 있다.
거유인 리나 씨보다 한술 더 뜬 폭유의 반열.
이게 그녀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가 자신의 시선을 가리고 선 나를 인식한다.
“……?”
백색에 가까운 연푸른 피부의 여마족이 의아함을 품은 시선을 날렸다.
무슨 용무 있냐는 듯한 눈빛.
그녀가 진한 와인빛의 눈을 가늘게 떴다.
“……용건이라도?”
귓전을 간지럽히는 청아한 미성.
순간적으로 놀랐다.
목소리마저 이토록이나 극한으로 감미로운 선율을 자아낼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깊은 만족감에 미소 지으며 지긋이 눈을 감고 얼굴을 숙였다.
고개를 기웃대는 그녀의 눈이 더욱 가늘어진다.
크게 들춘 오른팔을 밖에서부터 안으로 휘저어 신사의 인사를 날렸다.
더없는 의아함에 물든 그녀에 천천히 고개를 들며 깊게 응시한다.
나는 솔직한 돌직구를 내던졌다.
“당신을 본 순간 첫눈에 반했습니다.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