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서큐버스-14화 (14/80)

〈 14화 〉 알케믹 퀘스트

* * *

“창석술(???). 파워 스톤(Power Stone).”

공방의 철권집사(????). 마석인(??人).

그것들이 내게 붙은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이명들이다.

두 번째 이명의 어원은 집사가 드잡이질도 불사하며 권각술을 펼치는 모습에서 유래.

세 번째 이명의 어원은 전신에 마석을 전개한 모습이, 마치 마석으로 이루어진 인간처럼 보여서.

이명을 붙이고 부르기 좋아하는 마족들의 특성을 반영한 칭호들인 것이다.

그 어떤 물리적과 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결코 뚫을 수 없을 것처럼 완벽한 방어를 구축한 모습.

“나는 부서지지 않는다.”

한 걸음을 내디뎠다.

“키, 히이이익!?”

“키시잇!”

질겁한 매드 고블린들이 예상도 못한 형태인 동료의 처참한 최후에 물러선다.

가이아 세계, 서방의 아스테르 대륙과 온갖 아계들에서 더 나아간 청성 테라에는 세 가지 능력들이 존재한다.

신호(??). 신의 가호. 디바인 기프트. 신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부여받은 권능.

성물(?物). 별의 선물. 스타 프레젠트. 별이 자신의 표면에 살아가는 존재들에 주는 능력.

특술(??). 특이의 기술. 유니크 스킬. 개별적으로 타고났거나 깨닫는 특기.

상성은 신호, 성물, 특술의 순으로 우위이며, 신의 가호인 신호를 신에게 하사받았다는 것은 신의 총애를 받는다는 의미로 주변의 경외와 질시를 산다.

성물은 별이 자신의 표면을 살아가는 무수한 존재들을 자연의 감각으로 지켜보다가, 사막의 염풍에 소각되기 직전이거나 바닷물에 빠져 익사하기 직전인 존재들에 생존하는 능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발현이 된다.

특술은 태생적으로 타고나거나, 어느 날 감정의 기폭이나 생명의 위협과 같은 불특정한 계기로 각성한다.

특술을 지녔으나 평생 개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서방 15대 종족의 4강을 이루는 4권족(??), 강자들이 즐비한 천족, 마족, 용족, 거인족에는 보유자들이 그닥 드물지 않다.

공방에서 기다리는 리나 씨도 특술이 있다.

“나는 무너지지 않는다.”

두 걸음을 내디뎠다.

“크히이이익!”

“키히익!”

재생의 특성을 깨부순 공포가 결집한 두려움들이 되어, 매드 고블린들을 절로 뒷걸음질 치게 만든다.

재생성의 특징을 지닌 존재들은 그렇다 해도 한계를 보유한다.

두뇌나 심장의 하나를 파괴하면 높은 확률로 절명에 도달한다.

두뇌와 심장 모두를 파괴하면 거의 즉사다.

그럼에도 재생하는 유형은 쏟아지는 후속타로 존재 자체를 갈아 버리면 된다.

그렇기에 마계의 싸움은 심장과 두뇌의 파괴를 목표로 한다.

아무리 파괴되어도 끊임없이 돌아오는 불멸력의 존재이기에 봉인과 같은 특수한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이상, 결국 언젠가는 최후가 찾아든다.

마법으로도 재생하고, 능력으로도 재생하고, 종특으로도 재생하고, 세계에 충만한 마기로도 재생하는 만행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수단.

이 빌어먹을 세계의 연놈 새끼들과, 괴물 자식들을 완벽히 카운터하기 위한 상성.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세 걸음을 내디뎠다.

“크시히이이잇!”

“키캬캬캭!?”

황갈색 눈알들의 가로 동공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박살낸 나의 오른팔에 뚫어지게 꽂혀 있다.

본격적인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를 파악한 뒤늦은 태도들과 반응들이었다.

끊임없는 뒷걸음질들이 중첩되는 연속에 하나가 털썩 엉덩방아를 찧었다.

“나는 휘둘리지 않는다.”

네 걸음을 내디뎠다. 주저앉은 매드 고블린을 지나친다.

황당한 운명을 맞은 당시 나는 여신에게 염원했다.

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깨지는 것은 결국 약하기에 일어나는 일.

그 어떤 것으로도 결코 부러지지 않고, 깨지지 않을 단단함이 필요하다.

머리에 암반이 부딪힌다면 암반을 가루처럼 부서트릴 견고함을.

전차에 들이받힌다면 전차를 양철통처럼 찌그러트릴 굴강함을.

나를 결코 부서지지 않는 존재로 거듭나게 해달라고.

전생해서는, 두 번 다시 부서지지 않기 위해서.

여신은 나의 염원에 응해 나를 개변했다.

세상의 어떤 환상의 금속보다도 단단한 물질.

사용자의 마력에 따라 한없이 불굴로 거듭날 수 있는 존재.

마법의 돌.

나의 근원을 마석으로 만들었다.

나의 무장이며 복장이자, 근무복이며 전투복인 아다마스의 의미와도 완벽하게 부합한다.

“강하면 결코 부서지지 않는다.”

우로 마석의 정권을 후렸다.

“께헤에에엑!”

백너클에 주저앉은 매드 고블린의 뒤통수가 안면까지 완전히 박살나 버렸다.

정확히 두부를 파쇄한 타격에 검붉은 혈흔과 미끈한 뇌수가 새하얀 예식용 장갑을 물들인다.

“키이힉! 케헥!”

“그르르르르…!”

가만히 있어도 죽고, 물러나도 죽는 것을 깨달은 매드 고블린들이 상어이빨들을 딱딱댔다.

힘이 풀리기 직전이던 우악스러운 손아귀들이 굳건히 쥐인다.

죽기 살기를 각오한 마물들의 눈에 발악에 가까운 결의가 맺혔다.

우악스럽고 투박스러운 병장기들을 쳐든 마물들의 한복판으로 다섯 걸음을 내디뎠다.

세상이 파괴되더라도.

나는 결코 파괴되지 않는다.

“나는 마석이기 때문이다.”

여섯 걸음을 내디뎠다.

“키샤하아아아앗!!!”

“캬아아아아악!!!”

“그르르르르!!!”

매드 고블린들이 일제히 거체들을 날렸다.

양손에 마석을 휘감고는 진각을 박차 쏘아져 나갔다.

“쿠훠아아아아악!”

좌로 내지른 레프트 훅이 내리쳐진 석곤봉을 쪼개고 너머의 안면까지 함몰한다.

몸이 좌로 돌아간 반동력을 이용해 오른다리로 쳐올리는 플라잉 니킥이 두개골을 완전히 깨부순다.

두부가 상실된 어깨를 내짚고 텀블링을 돌아 반대편으로 착지.

대신 타겟이 된 몸뚱이만 남은 매드 고블린이 내꽂히는 타격들과 참격들에 처참한 묵사발이 된다.

걷어차기를 등짝에 내꽂자 남은 몸체가 가로로 기울어지며 날아가 앞의 세 놈을 강타한다.

좌와 우로 갈라지며 덮쳐드는 두 놈에 왼쪽으로 미끄러지며 마석화한 수도를 날린다.

“케헥!”

혈선을 흩날리며 허공으로 치솟은 매드 고블린의 목은 경악을 머금고 있었다.

오른손의 수도를 드밀며 날아온 동료의 몸체를 거칠게 뿌리친 매드 고블린 셋도 스친다.

“크허아아악!?”

“케헤엑!”

“캭!”

팔목, 무릎, 목에 절단의 섬광이 3회 더 스치며 하나는 절명하고 둘은 불구가 되어 주저앉는다.

달려들다가 순식간에 당해 버린 동료들에 남은 매드 고블린이 뒤엉켜 버렸다.

진각을 박차 오른팔을 통째로 마석으로 휘감으며 보디 체크를 내꽂는다.

“크헥!”

흉골이 직각으로 내려앉는 우렁찬 파골음이 울리며, 마석화된 팔의 어깨치기에 체중 100킬로그램도 넘을 듯한 거체가 짐짝처럼 튕겨져 나갔다.

디딤발을 박차 드높게 도약, 왼손으로 노출된 목덜미를 클린치로 짓누르며 오른팔로 미끄러지는 슬리퍼 홀드.

후방에서 경동맥을 조이는 리어 네이키드 초크에 돌입했다.

“게, 에에에엑……!”

재생력과는 상관없는 호흡의 압박, 쩍 벌어진 입에서 부글부글 흘러나오는 게거품이 팔뚝을 더럽힌다.

도망치는 먹잇감을 휘감는 아나콘다처럼 격렬히 조여든다.

허벅지처럼이나 굵다란 목 근육의 두께가 점차점차 줄어들며 팔이 흥건해진다.

우드드드득! 동체에서 뽑힌 목줄기가 무처럼 치솟았다.

몸통만 남은 매드 고블린이 앞으로 털퍼덕 엎어졌다.

모노클에 잔뜩 튀긴 핏방울을 검지로 튕겼다.

매드 고블린은 목을 자르면 죽는다.

“크히이이익!?”

“캬캭!”

재생에 몰입하던 남은 두 매드 고블린들이 황급해졌다.

필사적으로 마기를 주입하는 매드 고블린들에 손가락을 튕겼다.

“석화.”

일순간 찬란한 마석의 막이 매드 고블린들의 절단면들에 돋아나 틀어막아 버렸다.

“끼, 에에에에엑!?”

“갸갹갸갸악!?”

재생을 위해 필수인 혈관, 근육, 골격이 아예 원천적으로 틀어막혀 버린 매드 고블린들이 발광하는 경악성을 내질렀다.

이것이 나의 전법이다.

재생을 한다면, 재생 자체를 막아 버리면 된다!

재생력이 떨어질 때까지 버티거나, 두뇌와 심장을 노리려 안간힘을 쓰는 것 따위보다도 훨씬 더 직접적이면서 심플한 전법.

조건은 나의 마력을 매질로 침투시킬 것.

음마들이 타액이나 체액을 음마술의 발동 조건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나의 마력을 매질로 침투시키기만 한다면, 한쪽이 끝장날 때까지의 철저한 화력전으로 이끌 수 있다.

허용하기만 한다면, 완벽한 나의 페이스로 이끄는 유린이 개시된다.

상대가 나보다 힘과 마력이 월등히 강하지 않다면, 결코 마석막의 봉쇄를 뿌리칠 수 없다.

헤어날 수 없는 그물과도 같다.

여지껏 이걸로 수십 명의 마족들을 쓰러트렸다.

“키캬캬캬캬캭!”

“캬아아아악!”

매드 고블린들이 자신들의 절단면들에 돋아난 마석막들을 긁어내고 떼어내려 발광에 가깝게 난리를 피웠다.

왼손으로 검지를 1회 그어 화마석의 술식을 새겼다.

“화염.”

“그하아아아악!!!”

“갸아아아악!!!!”

매드 고블린들의 절단면들을 뒤덮은 마석막들로부터 돌연 화염이 피어올랐다.

마석막들로부터 피어오른 화염이 순식간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집어삼킨다.

전신이 불길에 휩싸인 매드 고블린들이 불타오르며 나뒹굴었다.

왼손으로 검지를 2회 그어 빙마석의 술식을 새겼다.

“빙결.”

“캬아하아아악!!!”

“크어하아악!!!”

이번에는 절단면들의 마석막들로부터 시퍼런 얼음덩어리들이 치솟았다.

전신으로 순식간에 내달리는 빙결에 매드 고블린들이 빙판에 냉동된 물고기들처럼 꽁꽁 얼어 버렸다.

요란한 파열음을 내며 깨져 나가는 얼음들에 온몸의 피부가 터져 나가 근육이 드러나고 뼈가 노출되었다.

왼손으로 검지를 3회 그어 전마석의 술식을 새겼다.

“전격.”

“꾸가가가가가각!!!”

“갸갸갸갸갸갹!!!”

절단면들의 마석막들로부터 엄청난 전류가 일어나 매드 고블린들을 감전시켰다.

불에 그을리고, 얼음에 터지고, 전류에 감전까지 당하는 매드 고블린들이 턱이 빠질 듯이 벌린 입들에서 게거품들을 쏟아냈다.

순차적으로 덮쳐드는 속성들의 폭풍에 정신을 못 차렸다.

마석식(???).

별의 은혜의 원천인 마나는 15대 속성들로 발현한다.

5주속성(???). 화속성. 수속성. 전속성. 풍속성. 지속성.

10보속성(???). 광속성. 암속성. 독속성. 환속성. 시속성. 성속성. 마속성. 용속성. 유속성. 무속성.

자연물을 이루는 근원인 불, 물, 공기, 흙의 4원소와 만물의 형질들로부터 구현되며, 세계의 15대 크리스탈들도 순차적으로 이 순서들에 대응된다.

한없이 마력적인 호문쿨루스이자, 마석이 근원을 이루는 존재.

나는 마석식을 통한 15대 속성들에의 자체적인 접속이 가능하다.

고유의 섭리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올바른 횟수를 입력하는 것으로 발동한다.

“땅은 비가 올수록 굳고, 뼈는 부러질수록 단단해진다.”

초기의 나는 고작 화마석밖에 발현하지 못했으며, 마석화의 범위는 한쪽 손에 불과했을 뿐이다.

마력을 두른 다채로운 공격들을 사용하고, 다양한 마술들을 쏟아붓는 마족들에게는 당할 길이 없었다.

그저 기이할 정도로 맷집이 매우 좋은 샌드백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마족들에게 두들겨 맞을 때마다 굳건해졌다.

초기의 모든 미약함은 무결한 굴강함을 향해 나아갔다.

암반의 사소한 균열이, 대산의 붕괴를 자아내듯.

마석식은 전 15대 속성들을 아우르며, 마석화는 전신을 뒤덮는다.

사선을 넘나들며 피나는 분투를 통해 쟁취한 산물이었다.

“나는 강하기 때문이다.”

가이아 세계에서 힘에 의한 섭리는 절대적.

나보다 힘과 마력이 월등히 강하다면, 체표를 뒤덮은 마석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완벽한 영향권 밖일 수도 있지만 매드 고블린들은 해당 사항이 없다.

“내가 강하기 때문이다.”

“키시이이이잇!!!!!!”

“키키키키킷!!!!!!”

남은 사지를 비틀며 엉망이 된 몸뚱아리들에서 필사적으로 마석막들을 떼어내려 하는 매드 고블린들에 손가락을 튕겼다.

“증식.”

일순간 절단면들로부터 눈부신 마석의 장막이 뻗어져 나와 매드 고블린들을 그물처럼 뒤덮었다.

그와 함께 매드 고블린들은 모든 동작들을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마석으로 이루어진 석상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강하지 않으면 지킬 수 없다.”

매드 고블린들을 향해 손짓했다.

그와 동시에 마석상들이 된 매드 고블린들의 흉부들을 찢고 눈부신 돌덩이들이 치솟았다.

중앙에 마소가 특정한 흐름의 형태를 이루고 일렁대는 마력의 돌덩이들.

마석들이 된 매드 고블린들의 심장들이었다.

이것이 나의 강화의 비결이었다.

생명은 숨이 붙어 있는 동안은 흐르는 성질을 지녀 외부로부터의 개변에 저항하는 성질을 지녔다.

산 호랑이로부터는 가죽을 벗겨내는 것이 절대 불가능한 것과 같다.

하지만 사망과 동시에 모든 흐름은 정지한다.

심장, 혹은 핵은 모든 살이 뛰고 피가 흐르는 생명의 중심.

나의 힘으로 완연히 덮고 나서야, 생명의 혈류가 정지한 근원을 개변해 마석으로 변환한다.

“지키기 위해 강해진다.”

반복적인 손짓과 함께 염동력에 붙들린 마석들이 휙 날아들었다.

가볍게 휘가른 수도가 매드 고블린들의 심장들이었던 마석들을 깨부쉈다.

마석이 깨지며 내부로부터 일렁이던 마소가 방출되어 나의 명치로 빨려들었다.

심장에 이식된 호문쿨루스의 영핵이 맥동하며 발생한 에너지를 흡수했다.

유동성과 고정성의 대칭적 성질이 순환하며 육체를 보다 나아진 강화로 이끈다.

파워 스톤은 마석이 된 대상의 힘을 나의 양식으로 고스란히 전환한다.

본디 생물이었던 것의 에너지는 취할 수 있으나, 본래부터 무생물이었던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사망한지 오래되었을수록 마석의 질은 급격히 떨어져 취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철저히 생명을 거두고 그 생명력을 탈취하기 위해 특화된 비술이었다.

“이게 없었으면 육체가 튼튼해도 강해질 수 없었겠지.”

여태껏 수십 명의 마족들을 쓰러트리고, 마석화한 심장을 취했다.

허무해하는 마족들의 최후의 얼굴들이 그간의 나의 고행의 위로가 되었다.

모든 생명력을 압축된 마석이라는 형태로 내게 제공한 매드 고블린들이 눈부신 빛의 알갱이들이 되어 허공으로 은은히 녹아들었다.

매드 고블린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머지 여섯 매드 고블린들에도 같은 공정을 반복했다.

현장에는 그저 무언가 벌어졌다는 흥건한 유혈의 흔적만 남았을 뿐이다.

“소재만 남았군.”

집사는 언제나 청결과 정돈이 필수.

클린즈를 발동해 매드 고블린들과의 싸움에서 발생한 흔적을 말끔히 날려 버렸다.

갓 세탁기에서 나와서는 드라이클리닝까지 마친 듯한 보송보송함으로 숲에서 나왔다.

“의외의 훼방을 받았네.”

풍마술과 온갖 가속계 마법들에 휘감긴 나는 즉각 지면을 박찼다.

마대륙이 작다고 해도 전생의 인도와 필적.

마평원 제르디아는 단순히 반대편에서 반대편으로 주파하는 것만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말로는 최소한 10일 이상, 걸어서는 한 달에 가까울 정도로 방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더군다나 마경은 밤이 되면 이동이 제한된다.

이동 수단과 마술의 조력이 없다면 필연적으로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마평원의 모험가들은 각자 목표에 맞는 지름길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동하는 도중 겸사겸사 들리는 숲들에서는, 필요한 약초들과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되는 소재들을 채집했다.

해가 빨리 떨어지는 마계의 밤이 찾아들면 땅굴을 파서 은둔하고, 동이 트자마자 이동을 개시한다.

그런 식으로 끊임없이 중부를 향해 쾌속의 마술을 발휘하며 말보다도 최대한 빠르게 이동한다.

마경에 들어온지 벌써 5일째가 되었다. 마경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정말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필요한 모든 약초들의 채집은 마쳤고, 완벽한 중부에 진입했기에 오늘은 토벌을 마치고 텔레포트 스크롤로 돌아갈 예정이다.

킹 코카트리스들의 둥지는 비교적 지형이 울퉁불퉁한 분지와 평지의 사이에 위치한다.

적절하게 솟은 언덕들이 자신들과 새끼들을 포식자들로부터 보호하고, 시력이 나쁘기에 그나마 원거리에서부터의 감시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킹 코카트리스들의 둥지에 들어선 나는 허망함을 금치 못했다.

“삐엣! 삐엣!”

“삐이이이이잇~!”

“빼애애애애애액─!”

마치 도둑이 들어 싹쓸이라도 시전한 듯한 형상.

아주 배가 고프셨던 대도께서.

사방에 온통 핏자국과 뽑힌 닭털들과 벗겨진 비늘들이 널려 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찍힌 사람만큼 커다랗다고 해도 믿을 족적들.

거인들이 소풍이라도 와서 킹 코카트리스들을 안주 삼아 치맥 파티라도 벌였나?

킹 코카트리스들은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목표도 아닌 킹 코카트리스 병아리들만이 오직 둥지들에 잔뜩 남아 사방에서 요란하게 빼액댄다.

전체의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 생각했는지, 자신들을 내버린 부모들을 애타게 찾으며 삐약대는 병아리들이 애처롭다.

“씨발…….”

나의 최악의 예상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무언가가 떠오르지만 그게 아니기를 바랄 뿐.

버겁지는 않지만 조금 귀찮기에.

킹 코카트리스의 석화광을 받아내며 잡을 정도의 마물이나 마수는 흔하지 않다.

마력적으로 면역 혹은 상성이거나.

아니면 비정상적인 재생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유형이거나.

“어떤 새끼일까……?”

수렵을 망친 게.

가만 안 둔다. 설마 마족은 아니겠지.

아니, 마족이면 더 좋다.

목격자도, 방해자도 없는 현장에서 살해해 버리기에 딱이니까.

녀석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죽어 마땅한 쓰레기들이기도 하고.

괜히 지상의 성검의 용사와 5견습 용사들이 마족을 최강의 숙적으로 가정하고 나날이 칼을 가는 것이 아니니까.

얼굴은 제법 잘생기거나 꽤나 예쁜 것들이 순수악들이니 묘하게 뭔가 열받기까지 한다.

추하게들 생겼으면 역시 쌍판들답게 논다 시원하게 욕질이라도 해줬을 텐데.

공허하면서도 시끄러운 둥지를 둘러보던 나는 탁 트인 공터에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빼애애애액! 빼애액!!!”

자지러지게 빗발치는 새소리.

“쿠르르르륵! 쿠후우우웁!”

“끼에에엑……!”

앉은키가 5미터도 넘을 듯한 넝마쪽만 달랑 찬 우람한 거체의 뒷모습.

우렁찬 파육음과 파골음을 울리는 대상에 붙들려, 곁으로 비집어져 나와 인형처럼 축 늘어진 닭다리들.

곁에 목이 비틀려서 수십 마리도 넘게 장작처럼 쌓인 킹 코카트리스 병아리들이 보인다.

영락없이 메인 디시는 끝내고, 남은 디저트들을 즐기는 형색이다.

킹 코카트리스들의 둥지 한복판에서 식사를 할 정도의 존재.

“으휴, 씨발. 결국 맞았네.”

일순간 경직이 오는 시커먼 피붓빛의 거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뒷모습이 나의 한숨에 움직임을 멈추고 움찔했다.

“크, 흐으으으……?”

깊은 굴에서 울려 퍼지는 것처럼 더없이 굵고 깊은 저음.

매우 커다란 거체에서 발생되는 특유의 발성이었다.

시간이 정지한 듯이 모든 움직임을 멈춘 거체.

한동안 그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고는 먹어 치우던 킹 코카트리스 병아리의 남은 잔해를 꿀떡 삼켰다.

돌연 거대한 언덕이 일렁이는 착각이 자아내졌다.

그것은 언덕이 아니라 눈앞의 거체가 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 으으으으……!”

앉은키만도 5미터가 넘을 듯한 거체가 끊임없이 올라간다.

처음부터 올려보던 상태인 고개가 완벽히 뒤젖혀진다.

흑단처럼 검은 육체는 어떤 수식으로도 묘사할 수 없을 폭발적 근육에 뒤덮여 있었다.

비정상적으로, 기괴할 정도로, 극한의 형태까지 발달시킨 듯한 근육질 몸뚱이에서는 밧줄처럼 두꺼운 혈관들이 전신에 가득 불거졌다.

사람만큼이나 커다랗지 않을까 싶은, 악귀처럼 흉악한 면전의 시뻘건 눈알에는 붉은 귀화가 타오른다.

민머리에는 통나무처럼 커다란 뿔들이 마구 솟아 두드러기처럼 뒤덮었다.

좌우 옆머리에 치솟은 거목만큼이나 특별히 커다랗고 굽어진 뿔 한 쌍이, 더없이 위압적이고도 한없이 박력적인 인상을 더한다.

장정만큼이나 커다란 엄니 두 쌍이 솟은 입이 쩍 벌어져, 대지가 뒤집힐 쩌렁한 흉성을 내질렀다.

“카, 아아아아아앗!!!!!!”

“헬 오우거.”

마물의 견딜 수 없이 강력한 패력을 담은 기합의 발산에 대지의 흙먼지가 쭉 밀리며 달싹댄다.

이미 절명한 킹 코카트리스 병아리들의 포개진 다리들이 파르르대는 게 기괴함을 연출했다.

지상의 5미터 근처인 오우거를 어린아이처럼 만드는 답 없이 거대한 10미터 근처의 존재.

중간계의 오우거의 원종되는 대상.

거인족의 10미터급에서 15미터급 사이의 암석과 광물로 육체가 구성된 스톤 기가스 혹은 오어 기가스와 필적.

거인족을 대표로, 거체를 지닌 기타 숱한 별의 피조물들과 마찬가지인 특수성의 존재.

별의 보정과 섭리에 의해, 면적에 따라 하중의 과부하가 증대되는 중력과 물리의 법칙은 적용되지도 않는다.

저토록이나 무지막지한 거체는 하중이 걸리는 다리가 약점이기 일쑤인 전생의 원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

“크으하아아아앗!!!!!! 쿠허어어어어억!!!!!!”

“너가 범인이냐?”

나는 상어이빨까지 드러내며 사납게 으르렁대는 녀석에 한없이 까칠하게 눈을 치켜떴다.

자세히 보니 주변에 석화된 살점이었다 추정되는 돌덩이들이 잔뜩 낙하해 있다.

영락없이 억센 손아귀로 긁어내고 떼어낸 흔적.

킹 코카트리스는 저런 팔의 구조가 아니니 불가능하고, 명백히 자신의 손으로 저지른 것.

킹 코카트리스의 석화광선이야 결코 눈만 보지 않고 덤벼들면 되는 거고.

피부에 닿는 석화광들은 노출부들을 각질을 벗기듯 손아귀들로 뜯어내며 대처.

재생력하면 트롤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대표, 극강의 재생력을 달리는 오우거다운 공략법이었다.

“진짜 답이 없는 무식한 새끼네.”

아직도 얼굴이나 상체나 허벅지 등지에 할퀴고 긁은 손톱자국들이 미약하게 남은 것을 보아, 석화광에 노출되며 코카트리스를 잡는 오우거다운 무식한 짓을 저지른 듯하다.

재생력을 믿기에.

도를 넘는 재생력과 지나친 호전성에 마족들도 기피하는 성향인 마경의 강자.

표범을 사냥하러 갔는데 호랑이와 마주친 상황이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나는 재생력 담당일진이다.

“내가 소중한 잔반을 빼앗아 먹으러 왔다 생각하는 고야……?”

“그, 르으으으…! 그흐! 그흐! 그흐읏!!!”

녀석의 흉악한 눈길이 연신 나의 아래위로 흐른다.

영락없이 걸어다니는 소시지를 깊게 음미하며 보는 눈길.

주문하지도 않은 싱싱한 추가 메뉴가 서빙된 걸로밖에 안 보이겠지.

사냥을 망친 대상을 어떻게 처리해야 되는가?

그건 자명하다.

사냥을 망친 새끼를 사냥해 버리는 것.

헬 오우거가 대문짝만큼이나 크고 거대한 발길을 내디뎠다.

기저 깊은 곳에서 폭발할 듯이 치솟는 더러운 기분.

디딤발을 굳게 내디뎌 쏘아져 나갈 준비를 한다.

나는 모노클을 중지로 올려 썼다.

“줘도 안 먹어, 병신아.”

“쿠워어어어엇!!!!!!”

인간과 거인이 동시에 진각을 박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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