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타락...
행위가 끝난 뒤.
다행히 이번에는 무슨 마법 처리가 된 수건을 들고 오더니 꿀과 침의 냄새, 끈적함을 모두 없애준 뒤 옷도 입혀준 뒤 ‘모두 잊어라!’라고 말한 뒤에 떠나간 원술.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이는 몸을 이끌고 바로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불 위를 뒹굴며 방금 겪었던 굴욕을 상기하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내가, 내가 고작 그런 테크닉에……!”
굴욕이다.
뭔 이상한 성적 취향에 계속 노출되어 주다가 고작 몇 번 움직이지도 않고 사정.
패인은 두 가지였다.
그녀가 유두나 다른 곳을 핥는 행동이 웃기긴 했어도 꼴렸다는 것.
그리고 그녀는 성적 기술로 승부를 본 것이 아니라 그냥 꿀을 빨아 먹었다는 것이다.
성적 기술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꿀을 핥은 기술은 거의 무력으로 따지면 여포는 아니더라도 장료 급은 됐다.
게다가 방심도 한 것도 문제였고, 하지만 그건 온전히 내 잘못이 뭐라 할 말이 없다.
“후, 아니야, 나는 도력을 얻었잖아?”
나는 어제보다 더욱 늘어난 오색의 빛을 느끼며 정신 승리를 시전했다.
그 패배는 도력을 얻기 위한 일보 후퇴에 불과하지, 결국 도력을 얻은 내가 승자 아닐까?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사용법을 모른다는 것.
손으로는 도력을 내보낼 수 있었지만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정(精) 마법처럼 운용하면되나 싶어서 똑같이 사용해봤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 도력, 역시나 다른 운용 방법이 필요했다.
……하는 수 없지.
이런 일에 가장 관심이 많고 도움을 줄 만한 인물.
“가후 박사님!”
“오셨군요.”
“네? 제가 올 것을 알고 계셨나요?”
“지금쯤이면땅에서 도력을 주우셨을 것이고 사용 방법을 모르니 당연히 저에게 올 거라고 생각했죠.”
역시 가후!
똑똑해!
그러니 당연히 내가 원하는 답을 내주겠지?
“그래서 제가 원하는 대답은!?”
“모릅니다.”
“……예?”
“도력에 관한 자료는 손실되거나 유실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운용 방법은 손실된 자료중 하나였지요.”
그, 그럴 수가…….
나는 절망에 빠지려다 가후의 말에 희망이 있는 걸 발견했다.
“손실과 유실을 같이 사용했으니…… 분명 그 자료는 잃어버린 게 아니라 파손된 거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거라도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가후는 칠판을 가져오더니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떠한 형태가 나타났다.
“이렇게 되어있었습니다.”
절반 이상이 찢겨 나간 책처럼 띄엄띄엄 글이 쓰여진 칠판.
[도력의 사용 방법은…… 이용해…… 순수…… 선한…… 관여하지 않으며, 자연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사용할 수 있다.]
“하나도 모르겠어요.”
“제가 파악한 바로는 순수하고 선한 마음, 그리고 자연의 기를 이용해 사용하는 거 같습니다.”
“자연의 기는 뭐죠?”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는 마력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마력이요……?”
“기본적인 속성이 전부 자연과 관련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다.
불, 물, 바람, 흙, 나무, 철 등등…… 자연에 관련된 것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면 나는 뭔가.
“그럼 저는 뭐죠?”
“……정 속성은 아직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확답은 드릴 수 없습니다.”
내 시선을 피하며 말하는 가후에 나는 희망을잃어버리고 말았다.
젠장, 그럼 나는 도력을 얻어봤자 전혀 쓸모없잖아…….
잠깐, 그럼 내가 겪은 굴욕도 전부 무의미한 거야?
……원술 이년 각오해라! 지금 당장 동탁을 끌고 가서 너의 꿀들을 다 박살 내버리겠어!
분노에 불타고 있던 나를 본 가후가 살짝 고민하더니 말했다.
“방법이 있긴 합니다.”
“진짜요?”
“예.”
“정말이죠? 놀리는 거 아니죠?”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한 가후는 실험대로 가더니 무언가 들어가 있는 투명한 통을 가져왔다.
그 안에는 은색 마력처럼 보이는 것이 마치 연기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이게 뭐죠?”
“도력과 제 금 속성 마력을 합친 결과물입니다. 본래 있던 최면 속성을 배제하고 제 금 속성 마력을 넣었죠.”
“도력과 마력을…… 합쳐요?”
“네, 제가 자연의 기라고 말한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도력은 마력과 굉장한 궁합을 자랑합니다.
“이 도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만약 제가 이 도력을 사용한다면…… 이 건물을 지탱하는 철근을 들어 이 건물을 들어버릴 수도 있겠지요.”
“힘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만, 그것은 제가 여포 님처럼 강해진다면 가능한 일이죠. 마력만으로 말입니다. 도력의 장점은 힘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금(金) 속성.
철이나 광물에 관련된 금 속성은 철의단단함이나 광물의 희소함과 관련이 많다.
금 속성 마법사들이 방어의 진수라고 불리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 철로 만든 방벽을 뚫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으니까.
하지만 가후는 그런 것보다 광물 그 자체의 성질에 집중했다.
자석의 자기력을 이용해 마력에 달라붙는 철을 만든 것도 그렇고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해 병에 담긴 철을 순식간에 커다란 본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과 같이.
“제 속성은 모두 하늘에 이치에 부합하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도력은 다르죠, 예를 들어 금강석(金剛石)은 어떠한 충격을 가해도 웬만한 공격으론 흠집도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일정 이상의 공격을받으면 순식간에 부서져 버립니다. 방어력은 높지만 체력이 낮은 그런 느낌?”
마법을 모르는 사람도 알기 쉽게 비유해주는 가후 선생님, 내가 보기엔 가후가 애들을 가르쳤으면 수경 선생 뺨치는 강사가 됐을 것이다.
“도력을 사용하면 그 단점들을 전부보완해 줄 수 있습니다.”
“어떻게요?”
“초선 님, 금강석이 수은처럼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금강석, 다이아몬드가 수은처럼?
수은은 고체이지만 액체인 물질. 근데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변한다면…….
“그러면 다이아몬드가 아니지 않나요?”
“그렇죠, 하지만 도력을 이용하면 가능합니다.”
물처럼 오는 충격을 줄이면서 경도는 멀쩡한…….
“그러니까, 방어력은 높고 체력이 낮은데, 도력을사용하면 거기에 ‘공격 반절 감소’라는 특성이 붙는 것이지요.”
“아아…….”
“제가 아는 도력은 자연을 소중히 해야 얻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도력은 그런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요.”
법칙을 무시하는 힘.
그것이 도력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직 도력의 비율이 더높아서 그런지 사용되지 않더군요.”
“그러면 어떻게 사용하죠?”
“계속해서 마력을 넣어 도력보다 마력 비중이 더 높게 만들면 가능할 겁니다. 아직 실험해보진 못 했지만 아마도 가능하겠죠.”
그렇구나, 아예 본질을 흩트려버려서…… 하지만 그러면 도력을 사용하는 의미가 없지 않나?
그런 내 의문을 알았는지 가후가 추가 설명을 이어갔다.
“예, 그러면 도력 본질을 잃고 제가 말한 법칙을 무시하는 힘도 적용되지 않겠지요. 하지만 일부분은 융화될 겁니다.”
“고작 일부분이요……?”
“그게 싫으시다면…….”
가후는 예전, 나를 놀리던 그때처럼 매혹적인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였다.
“정 속성 마력으로…… 도력을 타락시켜보는 건?”
타, 타락……!
굉장히 좋은 울림에 나도 모르게 가후를 쳐다보았다.
“도력은 마력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지요? 정 속성은 쾌락에 관련되어 있고…….”
“서, 설마!”
“쾌락을 주다가, 갑자기 멈춘다면……?”
이 악마! 어떻게 그런 방법을…… 하지만 굉장히 좋은 방법이야!
“도력이 스스로 융화되지 않을까요?”
“당장 해볼게요! 근데 도력을 어떻게……?”
“도력은 선한 쪽의 기운입니다. 그걸 성적으로 타락시키려면…….”
불쾌한 성적 쾌락을 주면 되지 않을까요?
나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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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성적 쾌락.
그것에관한 것은 참으로 많다.
사람이 더럽다고 느끼는 것에 대한 쾌락부터, 인간이 아닌 것에 대한 성욕.
또는.
다른 사람의연인을 빼앗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연인을 빼앗기고 싶다.
좋아하는 사람이 절망에 빠진 모습이 좋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만을 봐주면 좋겠다.
연인 말고 다른 사람이랑 같이 즐기고 싶다.
도력은 기본적으로 선한 기운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도력이 원하는 성적 관계란 좋아하는 연인과 서로 손을 잡고 달빛을 바라보며 얼굴을 붉히며 조용히 창문을 닫고, 조용한 밀회를 나누는 것, 그것이 아주 바람직한 관계 아닐까?
응 나는 부인이 두 명이야.
이미 도력을 온전하게 사용하려는 생각은 버렸다.
“……근데 뭘 하지?”
3P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로 될까? 더욱 자극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스캇 물을 찍을 생각은 없었다. 나는 오줌까지는 허락인데 그 이상은 좀…….
그때 생각나는 한 사람.
“……운록아!”
마운록.
그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