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5화 〉화염권 (55/96)



〈 55화 〉화염권

여포의 공포, 위상은 세상 곳곳에 퍼져있었다.
그래서일까, 아까까지 함진영을 비웃으며 압박하던 마신교 여인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 여포를 쳐다보았다.


“여, 여포! 아직 오려면 시간이…… 젠장! 마물들아, 모두 저기 있는 여인을 죽여라! 어서!”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마물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여인. 그러자 멀리서 위협하고 있던 커다란 마물, 중급 마물과 상급 마물들이 여포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는 최상급 마물도 준비운동으로 처리해버리는 세계 최강, 게다가 전보다 더 강해진 여포의 무력은 고작 상급 따리로 비빌  없었다.

“조잡하다.”
“흐익!?”

상급 마물을 최하급 마물 베듯이 전부 쓸어버린 여포의 무력에 식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 치는 마신교, 그녀의 눈에는 여포가 귀신처럼 보이겠지,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적토마를 타고 오는 사신.

하지만 그녀도 노림수가 있었다. 천천히 적토마를 몰던 여포의 사방에 붉은 결계가 생성되며 여포를 가뒀다.


“하, 하하하! 멍청한 년! 오만함에 자기가걸려들었구나! 그 결계는 최상급 마물도 부시지 못 하는 그야말로 절대 방…….”

쨍-!


“……어 인데?”
“절대라는 것을 믿는 멍청한 년. 상대할 가치도 없구나.”


방천화극을 휘두른 것도 아니다. 그저 약하게 내지른 주먹질에 산산조각이 난 붉은 결계, 저기 갇혀 있는 고순도 꼼짝 못 하게 만든 방어다. 그걸 어찌 주먹질 한 방에 부실 수가 있을까.


“괴, 괴물!”

괴물이 아닌 이상 불가능했다. 상대가 최강이라고 유명한 여포라고 해도 인간에불과한 존재.


“나, 나는 마신님의 힘을 받은 선택받은…….”
“마신이 약골인가 보군.”


PUNCH─!
여포의 약한 주먹질 한 방에 그대로 쓰러지는 마신교, 그녀가 쓰러지자 근처에 있던 마물들이 피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사이로 호버바이크를 탄 마운록과 그 뒤에 탄 초선이 여포에게 도착했다.

“죽이지 않았습니다.”
“잘했어요. 고순을 잡아둘 정도의 실력자니 아는 것도 많겠죠.”

호버바이크에서 내린 초선은 마신교 여인을 잠시 보더니 시선을 돌려 함진영을 쳐다보았다. 죽었다 살아난 표정의 그녀들, 다행스럽게도 근처에 단  구의 시체도 없었다. 공연 때문에 얼굴을  사람이 죽는 건…… 생각도 하기 싫으니.

“장군!”
“고순.”

마신교 여인이 쓰러질 때 결계도 같이 풀린 모양인지 고순이 멀리서 달려오고 있었다. 상처는 없고, 어디 조종당하거나 그런 흔적도 없다. 초선은 무엇보다 중요한 동탁의 안위를 물어보았다.

“동탁, 동탁 님은 어떻게 됐죠?!”
“……잘 모르겠습니다.하지만 황궁 안에 계신 것은 확실합니다.”

젠장.
하지만 초선은 분노하지 않았다. 가후에게 배운 감정을 절제하는 방법을 배운 초선은 한숨을 내쉬며 분노를 내보냈다.

화내봤자 돌아오는 것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뜨거운 분노가 아니라 냉철한 이성이다. 초선은 여포의 옆구리를 찔렀다.

“고순, 어찌 된 일인지 보고하라.”
“알겠습니다.”

군인답게 고순은 재빠르게 필요한 말만 하며 모든 상황을 간결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무료하게 책상에 누워있던 동탁.

“초선은 언제 오는 것이냐~!”


초선만을 기다리며 서류의산속에 갇힌 동탁은 오지 않는 그를 기다리며 무료함을 달랬다. 하지만 그때, 무료함을 달래 줄 사람이 들어왔다.

“상국.”
“서류는 가져가라, 나는 일하지 않는…….”
“황제를 찾았답니다.”
“…….”

어린애처럼 누워있던 동탁은 급히 몸을 일으켰다. 지루함을 달래 줄 파격적인 속보, 동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건 챙기고.”

배를 따뜻하게 유지 시켜주는 옷을걸친 동탁은 가후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상세히 보고해라.”
“낙양, 마신교의 근거지에 황제가 있었습니다.”
“잿더미가 된 옛 수도에 숨어있던 황제라…… 계속 보고해라.”
“장료 이유 고순 님이 이끄는 함진영이 마신교 본단으로 쳐들어가 마신교를 모두 척결한 뒤 황제를 되찾았고,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할 것으로 사료 됩니다.”
“너무 쉽구나, 수상한 점은 없느냐?”
“그것이…….”

가후는 서류를 넘기며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희 쪽 사상자가 0명입니다.”
“사상자가 없다고?”
“예, 장료 님의 말로는 ‘마을 하나 습격한 느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매우 수상하구나. 당장 경계를 올리고 습격에 대비하도록 해라.”
“이유 님이 이미 명령했습니다.”
“황제의 신상은 문제가 없나?”
“어떠한 정신 조종도 신체적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좋다.”

동탁은 이 상황 자체가 매우 수상했지만, 그렇다고 황제를 포기할 순 없었다. 아무리 지는 해라지만 아직도 해를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은 차고 넘쳤다.

“그래도 수상하니 왕윤…… 시어머님께는  소식을 전하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황제를 맞이하러 가자.”


*
*
*


“저희는 폐하를 데리고 장안에 도달했습니다. 그게 바로 어제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이런 꼴이 났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황제가 온 다음 날 이런 사단이 일어났다.
수상할 정도로 병력이 없던 마신교의 근거지, 그곳에서 온전하게 있던 황제.


“결정됐네요. 여포!”
“예, 초선.”
“황제를 치러 갑시다!”
“……예에?!”


옆에서 듣고 있던마운록이 쇳소리를 내며 미친놈 보는 듯이 쳐다보았다. 나도 안다, 이게 미친 소리라는 것은.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마신교, 그리고 그 뒤에 황제가 있습니다.”
“아,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 이건 반역이라고요!”


반역.
가족 친척은 물론 삼대가 멸할 정도의 중죄. 왕권이 실재하는 이 나라에서 반역이란 만백성에게 손가락질을 받아도 무방한 중대한 일이었다.


근데…….
어차피 동탁이 반역도인데 괜찮지 않나?

“말만 그렇게 했지 사실은 독대하러 가는 거예요.막 목을 치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휴…… 제가 잘  이해했네요.”
“물론 구금은 해야겠지만요.”
“잘 이해했잖아요!”


내 말에 마운록은 물론 고순도 놀랐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전부 필요한 일이다. 나는 조곤조곤 그녀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고순 님, 거의 모든 마법을 막아내는 대 술식, 그것이 지금 작동하지 않고 있어요. 그것을 건드릴 수 있는 자가 누구죠?”
“그건 사세삼공도 건드리는 거 자체가 불가능한 술식입니다, 낙양에 있던 술식 그 자체를 들고 장안에 설치했을 정도로 귀한 것이라 매우 엄중한 보안에 처해있습니다.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선…….”
“황제가 필요하죠.”


그 말은 황제가 원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해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음, 그거 저도 봤습니다만, 생각보다 할 만할  같았습니다.”

……우리 이쁜이는 제외하고.

“하, 하지만 어째서 황제가 그것을…….”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일반적인 일은 아니죠?”
“그, 그렇죠?”
“그럼 됐네요.”


황제가 마신교에 잡혔다가 돌아와선 이해되지 않고 해선 안 행동을 한다.

“정신 조종을 당할 가능성이 있지요.”
“어……?”
“남들이 그거 가지고 넘어지면 그렇게 말하면 돼요.”

명분은 없어도 만들면 그만인 것!


“모두 이해했죠?”
“어……, 네.”
“좋아요, 그럼 고순 님은 함진영과 함께 황궁을 점거한 마물들을 줄여나가 주세요. 약한 마물들이고 숫자만 많으니 충분히 하실 수 있을거예요.”
“알겠습니다.”
“그 사이에 저희는 황제를 만나러 가겠습니다. 마운록 양도 같이.”
“저, 저도요?”

나는 마운록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여포에비하면 실력도 부족하긴 하지만 그녀에겐 유용한 물품이 있었다.

‘호버바이크가 있으니 없는 것보단 훨씬 낫겠지.’

중심부로 들어서면 장해물들이 많고 계단도 많아서 말로 이동하긴 힘들다. 적토마라면 가능하긴 할 테지만 그럴 바엔 발로 뛰는 것이 더 효율적. 하지만 급한 상황일 때 적토마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마운록을 데려가는 것.
말하자면 휴대용 적토마.

“가죠.”

동탁을 구출하고, 장안을 되찾아야한다.


*
*
*

“함진영─! 모두 전투 준비!”

쿵-!
제대로 된 무장과 고순이 합쳐진 함진영, 그녀들의 무력은 전쟁에서 최고의 효율을 보였다.

“대단해…….”


마운록이 무심코 감탄할 정도로 일목요연한 움직임을 보이며 순식간에 마물들을 처리하는 함진영. 순식간에 중심부로 가는 길을 열었다.

“여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어서 가십시오.”
“믿겠다. 고순.”
“……실망시켜드리진 않겠습니다.”

여포의 응원을 받은 고순은 더욱 큰 함성을 지르며 마물들을 몰아내었다. 그 사이로 달려가는 세 명의 인원. 익숙한 복도를 달리며 듬성듬성 나오는 마물들을 처리하며 황제가 있는 옥좌로 향하고 있었다.

“다른 분들은어디에 있을까요?”
“장료는 어디 가서 당할 실력이 아니니 괜찮을 겁니다. 동탁은…… 그녀도 꽤 강한 무장이니 마신교 따위가 건드리지 못했을 겁니다.”
“그럼 일단 옥좌로…….”


화르륵-!
달리던 그들 앞에 불길이 쏟아 오르며 길을 막았다. 수준 높은 마법사가 사용한 듯 강렬한 열기가 느껴지는 불길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키에에에엑!


불에 타며 괴로워하는 마물의 괴성, 뜨거운 불 사이에서 나온  인물.


“보았느냐! 이것이 나! 대마법사 이유의 초! 작렬 – 화염권이닷!”

……마치권법을 하는 듯한 괴상한 자세로 혼자서 떠들고 있는 인물.

“멍청한 마물이여! 나의 화염권의 맛이…….”
“……이유 님?”
“어떠…… 냐?”


간사한 실눈.  눈이 우리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방금의 추태가 부끄러운 듯, 화려하게타는 불과 같은 색으로 볼이 물들었다.

“…….”
“…….”
“히,”
“히?”
“히에에에엑!!”


그리고 미쳐 날뛰는 이유.

“끼에에에엑!”
“저, 저희는 아무것도 못 봤습…….”
“와! 화염권 아시는구나! 그거 [불타오르는 나의 뜨거운 열정의 힘!]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이 사용하는 기술인데! 자세도 완전 표지와 똑같이…….”
“히에에에엑?! 끼에에에엑!”


기름을 붓는 마운록까지.

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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