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이 결혼 반대.
모두 함께 맞이해주십시오! 천하제일의 미남! 사도 왕윤의 아드님! 초선 군이 들어옵니다!
와아아아아!
열띤 환호성과 함께 어머니와 붉은 비단, 즉 레드 카펫을 밟고 식장으로 들어섰다. 그 안은 수많은 사람이 환호성을 지르며 우리를 축복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전에 연회장에서 본 성희롱을 일삼는 추악한 노파들도 있었다.
다 아는 얼굴들이구만!
그렇게 동탁의 곁으로 다가온 나와 어머니, 동탁이 먼저 어머니께 고개를 숙였고 어머니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 지금, 이 상황에선 아무리 동탁이 상국이라도 어머니에게 먼저 고개를 숙여야 하는 신성한 결혼식장. 그곳에서는 사도도 상국도 없었다. 나는 신랑이며 그녀는 나의 신부였다.
“식을 진행하겠습니다.”
주례를 맡은 사람이 입을 열었다. 어머니는 자리로 돌아갔고 나는 동탁에 곁으로 갔다. 그리고 주례사가 시작되었고 멍하니 그 말을 듣고 있던 도중,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루하느냐?”
“……아닙니다.”
“최대한 짧게 하라고 저년한테 말해뒀으니 곧 끝날 것이다. 조금만 참아라.”
저놈? 나는 주례를 맡은 사람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두 눈은 여우처럼 웃고 있었고 입은 얇고 길었다. 짧은 단발에 뒷머리를 살짝 아래로 내려 묶은 그 모습은 그야말로 만화에서나 볼법한 ‘실눈캐’였다.
저 눈을 뜨면 어떻게 되는 걸까? 만화 속 실눈캐처럼 막 흑막이라던가 그런…….
“비열하지만 머리가 비상한 년이지. 그리고 눈을 감고 있다고 마안같은 것은 없다.”
아, 흑막 실눈캐가 아니었나 보네, 저런 실눈캐를 구분하는 방법은 외모를 보면 된다. 만약 멋지거나 잘생겼다. 그럼 중요한 실눈캐고 못생겼다면 일회용 실눈캐. 하지만 내가 볼 땐 다 아름다운 미녀들이라 구분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 생각도 주례를 봐주는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크흠! 이제 주례사를 마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평범하게 한다면 요즘 트렌드와는 맞지 않겠죠? 아, 트렌드는 저희 언어로 바꾸면 유행이라는 뜻입니다.”
개그용 실눈캐구나. 결혼식장에서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모습을 본 초선의 눈이 짜게 식었다. 저래도 되는 건가? 초선이 동탁을 바라보았다. 동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재미있지 않느냐? 조신한 너와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것을 매우 좋아한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런 것도 즐길 줄 알아야겠죠.”
“그러는 게 속이 편할 거다.”
그 말대로 나는 입을 다물고 주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종이가 가득한 통을 꺼내 그 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곤 종이 하나를 꺼내더니 그것을 펴서 하나를 읽었다.
“진심을 확인할 시간입니다! 질문입니다. ‘서로 가장 좋아하는 곳에 손을 얹어주세요!’’
질문이 아니지 않나? 하지만 하객들은 불만이 없는 듯 환호성을 지르며 빠져나갈 구멍을 막고 있었다. 좋아하는 곳에 손을 얹으라고? 나는 당연히 가슴인데…….
“나부터 하지.”
동탁은 간단하게 손가락을 들어 내 입술에 맞췄다. 방금의 키스가 떠올랐지만 아까 한 얘기 때문인가, 딱히 아무런 반응도 오지 않았다.
“입술입니까!? 촉촉한 입술을 훔치고 싶다는 속마음을 보인 걸까요!? 그렇다면 신랑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는 어디입니까!”
그녀가 그리 행동했다면, 나 또한 손을 들어 그녀의 왼쪽 가슴에 얹었다. 역시나 느껴지는 폭신한 감촉과산처럼 쏟아 오른 딱딱한 무언가. 이건 좀 반응이 왔다.
“가슴입니까!? 아니 저곳은…… 심장! 심장이군요! 심장에 손을 얹었습니다!”
“내 심장 고동이 마음에 들었나?.”
“누군가의 열성적인 심장 소리를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요?”
“세상을 너무 좋게 보는구나. 그 열성이 자신의 앞길을 막을 텐데.”
그녀 같은 꿈을 가지고 있다면 그럴지도, 하지만 이 초절정 미남! 그런 내가 여자를 유혹하는 것을 열성적으로 막을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게다가 무엇보다 나는 심장 소리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그녀의 가슴을 좋아하는 것이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 ‘만일 상대가 자신을 떠나가려 한다면어떠한 말로 상대방을 붙잡을 것인가.’ 누구야! 누가 결혼식장에 이딴 질문을 써서 보낸 겁니까!? 하지만 재미있어 보이니 질문하겠습니다. 아까는 신부가 먼저 대답했으니 이번엔 신랑 먼저 대답할 시간입니다!”
주례, 아니 이제는 사회자라고 불러야 할까. 그녀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대가 자신을 떠나가려고 할 때 어떤 말로 상대를 붙잡을 거냐고?
생각해본 적 없다!
“저를 떠나간다고요?”
“오, 오오오! 저 자신감!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는 말입니까! 물론 제가 저 외모라면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을 거 같지만서도요!”
“하지만, 꼭 저를 떠나가야 한다면 저는 말리지 않겠습니다. 그저, 그 길에 꽃을 뿌려둘 테니 가시는 걸음 그 꽃잎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게 그저 하늘에게 빌겠습니다.”
“순정! 후회물! 피폐남주! 변치 않는 사랑! 세상은 어째서 이리 불공평한 것입니까! 얼굴과 마음이 비례하는 것을 저는 오늘 처음 봤습니다!”
재미있는 사회자의 말투와 하객의 웃음소리가 결혼식장에 가득 찼다. 사회자는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이번엔 동탁에게 질문했다. 동탁은 아주 간결하게 입을 열었다.
“놓치지 않겠다.”
“집착! 집착녀의 정점입니다! 신랑은 오히려 꽃을 깔아주는 반면에 신부는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하고 있습니다! 역시 정반대인 것은 끌린다는 속설이 있는데 점점 신뢰성을 높여가고 있네요, 정말! 제가나중에논문을 써서 황실에 제출해 출세 한번 하겠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분이시네요.”
“미친년이지.”
그 뒤로 시시콜콜한 질문을 넘기고 질문시간이 끝났다. 사회자는 다시 진지하게 주례를 보며 엄숙하게 물었다.
“둘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맹세한다.”
“집안에 곡식이 전부 떨어져도, 마물의 군대가 몰려와도, 서로 떨어지지 않으며 항상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맹세한다.”
이윽고 식은 절정으로 다다랐다. 하객들도말을 아꼈고 엄숙한 분위기와 함께 마지막 피날레만이 남아있었다.
“신랑과 신부는 맹세의 입맞춤을.”
동탁이 나에게 다가왔다. 아까 대기실에 있었던 것처럼 커다란 흉부를 움직이며 다가온 동탁은 서서히 고개를 숙이며 아까처럼 입술을 얼굴에 가까이…….
쾅--!!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모두가시선을 돌려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니 자욱한 연기 속에서 걸어오는 한 인영을 볼 수 있었다.
“어떤 놈이냐! 감히 신성한…… 결혼 식, 장에…….”
“잔챙이는 꺼져라.”
급히 경호원들이 달려갔지만 연기를 뚫고 나오는 사람의 외형을 본 뒤 그들은 허리춤에 달린 검을 꺼낼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얼음처럼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검을 꺼내는 순간 목이 달아날 것이란 것을 깨달았으니까. 누가 붉은 머리카락과 방천화극 앞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겠는가?
“저, 저는 아니에요! 저는 이 일과 관련이 없습니다!”
뒤에서 끌려오듯 따라오는 보랏빛 머리의 소유자는 이 상황을 전력으로 부정했지만 그 말을 믿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동탁군의 유명한 두 무장이 동시에 결혼식장에 침입했다. 이 말의 뜻은 명확했다. 축복받아야 할 결혼식장이 어느새 험악한 분위기가 되자 동탁은 불쾌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딸아.”
“결혼식장에 딸이 오는 것도 안 됩니까? 저는 초대를 받고, 왔을 뿐입니다.”
“무기를 들고? 정녕 네가 미쳤구나.”
“저는 그저, 제가 빼앗긴 소중한 사람을 다시 찾으러 온 것입니다.”
“빼앗겨……? 아, 전에 보냈을 때 봤던 모양이구나?”
동탁은 그 무시무시한 기세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초선의 어깨를 껴안았다. 얼굴이 찌푸려지는 여포의 얼굴. 그 얼굴을 우습다는 듯이 코웃음치며 말했다.
“네 것이었던 적이 없는데 어찌 소유권을 주장하느냐?”
“제가 먼저 그에게 고백했습니다.”
“받아주지 않았으니 내 옆에 있는 거 아니겠느냐?”
“그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어머님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탐욕적으로 그를 억지로 탐하려고 하고 있어!”
“호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느냐? 초선.”
“전해주신편지를 수십 번은 읽어보았습니다. 원망하지 않습니다! 부디 저에게 오십시오!”
이윽고 눈싸움을 멈춘 둘의 시선은 초선에게 쏟아졌다. 그 시선을 받은 초선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가 없어 오히려 냉정하게 보일 지경. 하지만 초선의 속은 달랐다.
‘미친, 좆됐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여포는 왜 이렇게 빨리 왔고? 원래 동탁에 첩으로 들어간 뒤에 몇 번 만나다 반란을 하는 거라고 알고 있는데 이게 대체……. 편지도 딱히 그런 내용이 쓰여져 있지 않았다.
동탁의 패악이 어머니에게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 내가 억지로 밀어붙인 거라고, 당신의 마음을 가지고 놀 생각은 일절없었다고, 사정이 이렇게 됐으니 자신을 원망하라고 편지를 썼다. 마지막에 여지를 남기는 말을 쓰긴 했는데 그게 이렇게 된다고?
초선은 두 명에 강렬한 시선을 받으며 필사적으로 변명을 생각했다. 그렇게 불편한 침묵이 이어졌다.
“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니깐요…….”
장료의 한탄을 제외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