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결혼식
식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동탁은 거금을 들여 거대한 식장을 열었다. 그곳에 도착한 나와 어머니는 옥좌가 존재하는 어전보다 큰 모습에 입부터 벌려야 했다.
“사치의 극치로구나. 어찌 대기실마저 금으로 도배를 해놨단 말이냐.”
그 말대로, 대기실마저 반짝거리는 보석과 금으로 도배된 광경에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나름대로 고위직인 사도의 저택에서 살아서 나름대로 사치를 부리며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눈앞에 ‘진짜’가 있었다.
이게 다 얼마야. 저기 있는 항아리 하나만 팔아도 빈민가에 있는 인구 전부 일주일은 먹여 살릴 수 있을 거 같은 듯한 아름다움과 반짝임. 나는 무심코 항아리에 가까이 다가가 한 번 겉을 쓱 흩어 보았다.
“무엇을 하는 것이냐?”
“잠시, 배운 것을 활용해보려고 합니다.”
나는 항아리를 만지고 마력 전등에 빛을 비추며 요리조리 돌려보았다. 마법사라면 그냥 [감정]이라는 기술 하나로 진품인지 가품인지 알 수 있었겠지만 마법에 재능이 하나도 없는 나는 직접 이렇게 마도 과학이아닌 오직 과학으로만 접근해야 했다.
“전부 진짜로군요. 도금도 아니고 장식인 보석들도 전부 진짜입니다.”
“허, 이 모든 게 진품이라는 말이냐? 나라의 국고를 어찌 이리 함부로…….”
어머니가 한탄하며 이 장식품들을 꼴도 보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나는 기다리는 동안 할 것도 없었기에 여기 있는보석들을 하나씩 모두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것도 진품 저것도 진품…… 정말로 가품이 하나도 없구나. 그렇게 시간을 때우고 있을 때, 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뭘 그리 열심히 보느냐? 그 목걸이가 가지고 싶으냐?”
거대한 가슴이 모습을 드러내며 동탁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상국을 뵙습니다.”
“왕윤 공, 아니 이제는 시어머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편하실 대로 불러주시지요.”
“나야 좋지, 그럼 시어머님, 지금부터예비 첩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자리 좀 내어줄 수 있을까?”
그 말에 어머니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제스처에 나는 황급히 어머니의 곁에 다가가 어머니의 어깨를 껴안으며 말했다.
“어머니, 먼저 식장에 가서 기다리고 계시지요.”
“……먼저 가 있겠습니다. 초선, 부디 늦지 않게 시간에 맞춰 오도록 하여라.”
“네, 어머니.”
어머니가 방을 나갔다. 동탁은 어머니가 완전히 나간 것을 확인한 후 음욕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알기 쉬운 그 모습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와, 젖탱이 보소.’
움직일 때마다 비례하듯 흔들리는 커다란 가슴. 저 살짝 탄 피부로 되어있는 가슴은 분명 초콜릿 맛이 날 거다.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가슴에서 시선을 돌렸다.
“긴장하는 것이냐? 무얼, 내가 잡아먹기나 하련?”
그 모습을 긴장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 동탁. 긴장하고 있긴 하다. 그 커다란 가슴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나는 감탄을 금치 못할 테니까. 한시라도 빨리 결혼을 하고 첫날 밤을 보내고 싶었다. 그때가 되면 내 음심을 숨기지 않아도 될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숨겨야 할 시간이다.
“아닙니다. 상국.”
“상국이라니 너무 딱딱하구나. 곧 부부가 될 사이인데 직위로 불리는 것은 좀 그렇지……. 뭐가 좋을까, 부인은 너무 딱딱하고. 여보? 그건 그 년이 생각나서 별로고…….”
동탁은 한동안 생각하다가 좋은 생각이 난 듯,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이제 내가 너의 주인이니 ‘주인님’은 어떠냐?”
“예……?”
“큭, 농이다. 농! 그리 당황하지 말 거라.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그녀는 다시 음욕의 찬 눈으로 나를 위아래로 쭉 훑어보며 뱀과 같은 새빨간 혀로 윗 입술을 핥았다. 그 모습이 섹시한 나머지 나의 분신이 용오름을 하려고 했지만 겨우 억누르며 음심을 제거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곧 시간이 다 되옵니다. 이제 식장으로…….”
“그래, 가야지…… 원래는 그러려고 했는데…….”
그녀는 갑자기 말을 흐리더니 성큼성큼나에게 다가왔다. 그 기색이 무언가를 하려는 것 같아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주위를 둘러봤다.
주위 사람 없음.
곧 식이 시작해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음.
나의 성욕은? 이미 과충전된지 한참.
결론, 가능. 나는 거대한 흉부를 내 눈앞까지 갖다 댄 동탁을 바라보며 다음 행동을 기대하며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에이, 설마 이대로 끝내는 건 아니겠지? 이대로 멈추면 나 운다. 진짜로 운다? 하지만 역시나 우리의 상국, 황제를 지배하는 자답게 나를 실망 시키지 않았다.
“느껴보아라.”
그녀는 내 손목을 잡더니, 그대로 자신의 커다란 왼쪽 가슴에 얹은 것이었다. 그 감촉은 말랑말랑하고 뜨겁고 부드러우며, 무엇보다 손바닥 중앙에 느껴지는 발딱 선 무언가의 느낌은 하늘에 구름을 가져다줘도 느끼지 못할 것이라 자부할 수 있었다.
이대로 방중술을 사용해 그녀를 기쁘게 해줄까? 하지만이런 일에 익숙한 모습을 보이면 그녀가 실망하지 않을까? 아무리 정략결혼이고 하지만 순수한 줄 알았던 여자가 갑자기 섹스가 하고 싶어 안달 난 짐승처럼 행동하면 무언가 팍 식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빼고 싶지도않았다. 그래서 나는 가만히, 아무런 표정도 짓지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것을 택했다. 사람을 지배하고 싶어 하는 그녀라면 이런 나에게 더욱 흥미를 느낄 테니까.
“느껴지느냐? 황제를 내 아래에 놓았을 때도 이만큼 심장이 뛴 적이 없었다. 하지만 너는 보면 볼수록…… 내 심장을 뛰게 하는구나.”
뭐라고?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강렬하게 내 손을 자기 가슴에 갖다 대었지만 나는 심장의 고동은 단한 번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심장이 격렬하게 뛰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미친, 가슴이 워낙 커서 심장의 고동이 닿지 않잖아?’
새, 생으로 보고 싶다. 미칠 듯이 보고 싶다! 참아야 하는 이 세계가 미웠다. 눈앞에 이런 훌륭한 가슴이 있는데도 주무르지도 입을 대지도 못하다니. 남녀역전은 사실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아닐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내 분신이 커지지 않게 열심히 속으로 불경을 외우는 것 뿐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까. 계속 새끈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거는 것으로 보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대와 나, 만난 날은 고작 연회장에서 봤던 고작 몇 분, 하지만 내 마음을 이리 끌리게 하는 이유가 이 미색 때문인가?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미색이긴 하구나.”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야. 나는 느낄 수 있다. 그대 안에 감추어진 커다란 욕망이.”
그 말에 당황한 나는 분신이 사그라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그녀가 뭐라고 했지? 내 욕망이 보인다고?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수많은 애무, 체위, 그런 것들이 보인다고 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녀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대는 모르는 거 같지만, 그대의 눈에는 ‘늪’이 있다. 여자를 빠져들게 하는 아주 끈적하고 강렬한 늪이, 그런 것을 품고 어찌 이렇게 조신하게 행동할 수 있는가?”
”……처음 듣는 얘기군요.“
”내 안에도 같은 것이 있지. 탐욕, 나는 그것을 가진 채 태어났다.이 세상 모든 것이 가지고 싶었지, 그래서 나는 군벌이 되어 사람들을 다스렸고 이윽고 황제를 내 아래에 둬 이런 휘황찬란한 생활을 손에 넣었다.“
모든 사람 안에는 탐욕이 존재한다. 그녀에 눈을 다시 바라봐도 탐욕이라는 무형의 존재가 보이진 않았다. 이 세계가 몬스터라는 괴물도 있고 마력이라는 것도 있는 판타지의 세상이라 그런걸 지도.
”하지만, 황제를 내 발밑에 둘때도 나는 위기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너는 다르다.“
”무엇이 다르다는 겁니까?“
”내가 너를 품을 수 있을 거 같지가 않다. 나는 그대에게 공포를 느낀다. 무엇으로도 나를 파멸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대에게는 나의 파멸이 보인다.“
파멸이 보인다라.
본래 동탁은 초선, 즉 나에게 파멸이 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나는 딱히 그럴 마음이 없었다. 어머니의 소원인 한나라의 수복은 어차피 역사상으로도 지금 상황으로 봐도 될 리가 없었고 내가 목표로 한 것은 동탁을 이 장안에서 몰아내는 것이었다. 막 여포를 이용해 죽이거나 그러려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달콤한 과실이 보이고 있다. 금단의 과실, 그것이 내가 느끼는 그대의 정체다.“
”……잘 모르겠습니다. 상국이 무슨 말을 하시는 지도. 제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 지도.“
”그것을 지금까지 고민 중이었지. 하지만 그대의 얼굴을 보고 결정할 수 있었어.“
그녀는 고개를 숙여 내 눈을 바라보았다. 음욕에 찬 눈이 점점 아래로 내려왔고. 계속, 계속 내려오더니.
츄.
그녀의 입술은 내 입술에 닿았다. 혀까지 넣는 진한 키스가 아닌, 입술만 맞대는 키스. 그녀는 입술을 떼고 자신의 입술을 혀로 핥으며 작은 여운을 즐겼다. 그리곤 음욕이 아닌, 탐욕으로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나는 너를 갖겠다. 그것이 내가 내린 결정이다.“
그 말을 남긴 채 그녀는 방을나갔다. 나는 그 모습에 생각했다.
뭐야.
존나 멋있잖아.
내가 원하던 모습. 검과 마법을 사용해 저런 판타지스러운 모습을 나는 원했다.
이미 부러진 꿈을 생각해서 그런가. 저런 미녀와 키스를 했는데도 아무런 반응을 느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