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4)

내 약혼녀 욕보이기 (2)

나는 수연이에게 토요일 여덟시에 부산의 클럽에서 만나자고 했다. 시간이 너무 이르긴 하지만 어차피 춤이야 잠깐 몸이나 푸는 것이고, 일찌감치 방부터 잡을 생각이었으니까. 나는 아주 긴 밤을 보낼 작정이었다. 그런데 수연이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클럽에 가기 전에 먼저 나와 만나 방을 잡자고 했다. 집에서는 가볍게 놀러가는 차림으로 나오게 될 테니 먼저 옷을 잘 차려입고 머리랑 화장을 제대로 세팅한 다음에 태민, 용석이를 보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아냐. 클럽에 갈 때 난 네가 준 반지를 끼고 있을 거야. 그러면 태민이랑 용석이는 그냥 나를 만나는 게 아니라, 네 약혼자가 된 나를 함께 만나는 거야. 그렇게 네 곁에서 제대로 만남을 가지는 게 좋겠어. 그리고......” 

 다음 말은 거의 속삭이는 목소리라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응? 뭐라고? 잘 못 들었어. 다시 얘기해 줘.” 

 그녀가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우리가...... 다시 호텔로 가면, 넌, 나한테...... 그걸 하게 시킬 거지. 난 네가 하라는 대로 할 거야. 난 네가 날 예뻐해 주면 좋겠어. 그 때...... 태민이랑 용석이 앞에서 정말 예쁜 모습으로 있어야 돼. 네가 자랑스럽도록. 네가 자랑스럽게 날 걔들한테 보여줄 수 있도록.” 

 나는 태민이와 용석이한테 수연이가 그 날 약혼반지를 끼고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야, 그런 식으로 걔한테 사기치려는 거냐?’ 하고 대뜸 말해 오는 건 용석이 놈이다. 나는 반지가 진짜이며, 수연이랑 나는 토요일에 정말로 약혼할 것이라 말해 주었다. 

 태민이 녀석이 역시 점잖았다. 약혼을 했는데도 돌림방을 할 거냐고 조심스레 묻는 것이었다. 용석이도 장난처럼 반응하면서도 실은 내 마음이 바뀌어서 수연이를 빌려주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진심이라고, 수연이는 걔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토요일 밤, 우리가 자주 가는 그 호텔에서 너희들한테 대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용석이 얼굴에 화색이 번지는 게 보였다. 

 토요일, 우리는 새벽같이 서울을 출발하여 일찌감치 부산에 도착했다. 태민이랑 용석이가 차비와 방값을 모두 부담하기로 했다. 체크인을 하고, 약속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먼저 뭘 좀 먹으러 나갔다. 

 우리 셋 모두 긴장해 있었다. 전에도 쓰리섬을 해 본 적이 있다. 여자들 몇 명이랑 한 방에서 뒹굴면서 돌림빵 비슷한 걸 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의 여자들은 그냥 오며가며 만난 ‘냄비들’이었다. 내 여자가 아니었다. 

 태민이랑 내가 수연이를 번갈아 따먹었던 것도 순간적인 충동이었지 미리 계획된 일이 아니었다. 이제 정식으로 수연이를 돌리기로 한 시점에서 우리는 흥분과 긴장으로 떨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수연이를 돌림빵하다니, 내 여자를, 친구들과! 

 약속시간이 되었다. 태민이와 용석이는 클럽으로 갔고, 나는 호텔 커피숍에서 수연이를 기다렸다. 수연이는 정시에 도착했다. 우리는 누가 보든 말든 로비 한가운데에서 입을 맞췄고, 곧장 호텔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반지 케이스를 꺼내 수연이에게 주었지만 수연이는 받지 않았다. 반지를 끼기 전에 먼저 제대로 옷을 입고 머리를 다듬겠다고 했다. 나는 티브이를 보면서 그녀가 몸단장하는 것을 기다렸다. 태민이랑 용석이를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가 있었다. 수연이는 딱 45분 후 내게 와서 준비가 다 되었다고 했다. 

 차려입은 수연이는 억 소리가 나도록 아름다웠다. 오늘을 위해 따로 쇼핑을 했는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옷차림이었다. 긴 소매의 광택 있는 불라우스가 몸에 착 달라붙어 허리와 가슴의 곡선을 드러내 보였다. 거기에서 타이트하면서 짤막한 스커트로 내려가는 선이 그저 황홀했다. 예술작품 같았다. 

 “어때?” 

 “애들이...... 보고 아주 죽겠는걸.” 

 “내가 자랑스럽니?” 

 나는 케이스에서 반지를 꺼내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그것이 내 대답이었다. 

 수연이가 말없이 내 입술에 입맞춰주었다. 우리는 서로를 꽉 껴안고 선 채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되었다. 이제 나가야 했지만 수연이는 나를 껴안은 손을 풀지 않았다. 

 “나 무서워.” 

 “그냥 하지 말까?” 

 “아냐. 약속했으니까. 할 거야.” 

 그녀가 말했다. 

 “난, 진짜 남편을 위한 일이 아니라면 이런 거 절대 안 해. 네가 그걸 알아야 돼. 오늘밤, 넌 내 남편이야. 네가 내 남편이니까 이런 걸 하는 거야.” 

 “우린 오늘 결혼한 거야.” 

 내가 말했다. 

 “넌 이미 내 아내이고, 오늘 이후로 죽을 때까지 내 아내일 거야.” 

 우리는 클럽으로 갔다. 태민이랑 용석이는 눈이 마주치고도 수연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한참 쳐다보고 나서야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소리칠 정도로, 그날의 수연이는 그토록 예뻤다. 내 친구들의 입이 벌어진 채 한동안 닫히지 않았다. 용석이가 당장에 수연이랑 춤을 추고 싶어했다. 수연이가 날 쳐다보았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은 손을 잡고 플로어로 나갔다. 태민이랑 나는 자리에 앉아 우리 차례를 기다렸다. 

 몇 차례 댄스 타임을 거치고 나니 9시가 지났다. 방으로 올라갈 시간이었지만 수연이가 주저했다. 

 “나랑 한 번만.” 

 수연이가 말했다. 

 “딱 한 번만 더 나랑 춤춰 줘. 부탁이야.” 

 나는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보았지만, 수연이의 눈빛이 너무 간절했다. 

 우린 서로를 껴안고 브루스를 추었다. 수연이가 몇 번이고 내게 입맞추었다. 춤이 끝난 후에도 그녀는 나를 끌어안은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 귓가로 속삭였다. 

 “사랑해. 그거 알지?” 

 내가 무어라 대꾸하려는 걸 그녀가 막고 다시 속삭였다. 

 “오늘밤 네가 무엇을 보게 되든 간에...... 알아야 돼. 난 너만을 사랑해. 태민이랑 용석이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하든 간에, 난 너만 생각하고 있을 거야. 걔들이 아니라 네가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할 거야.”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태민이와 용석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 방으로 올라가는 내내 우리 넷 중 누구도,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우리가 이렇게 심각한 침묵 속에 있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모두들 제각기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호텔 방에서 우리는 미리 사놓은 맥주를 마셨다. 수연이가 특히 평소보다 맥주를 급하게 마시는 것 같았다. 빈 맥주 캔이 여러 개 생기고, 무언가 시작해야 했다. 내가 시작해야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수연이에게 손을 뻗었다. 수연이가 내 손을 잡고 따라 일어났다. 나는 그녀를 방 한가운데로 데려갔다. 방 안에서 가장 널찍한 공간이었고, 방안 어디에서도 잘 보이는 공간이었다. 나는 그렇게 그녀를 위한 일종의 스테이지를 만들고, 거기서 그녀에게 입맞춘 후, 태민이와 용석이가 있는 쪽으로 돌아왔다. 수연이는 거기 혼자 남았고, 모두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수연이는 우리 쪽으로 오려 했지만 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잠깐만 거기 그대로 서 있어 봐.” 

 수연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어.” 

 “알잖아. 수연아.” 

 “아냐, 모르겠어. 내가 뭘 하면 돼?” 

 내 목이 바짝 타오르기 시작했다. 겨우 목소리를 내서 그녀에게, 거기서 옷을 벗으라고 말했다. 

 수연이가 태민이와 용석이를 쳐다보았다. 나도 걔들을 보았다. 나는 태민이, 용석이를 굉장히 어릴 때부터 알았지만, 걔들이 저런 표정을 짓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두 녀석의 얼굴은 ‘순수한 갈망’이란 것을 그림으로 그려 색칠해 놓은 것 같았다.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사냥감을 살피는 야생동물의 표정이 저것과 비슷할 것 같았다. 그런 눈으로 수연이를 보고 있었다. 

 수연이가 멋적은 듯 친구들에게 말했다. 

 “있지, 나 오늘 반지 받았어.” 

 왼손을 들어 새로 맞춘 반지를 보여주었다. 

 “우린 결혼하기로 했고, 그래서 오늘, 내가 남편을 사랑한다는 걸 보여줄 거야. 남편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말야.” 

 수연이는 말하면서도 감히 그들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근데 부탁이 있어. 유진이랑 해리가 알면 절대 안 돼. 오늘 일을, 절대로 걔네들한테 얘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걔들이 알면 난 죽어버릴 거야.” 

 태민이도, 용석이도 약속했다. 오늘 일을, 쟤들의 여자친구들은 결코 모를 것이다. 수연이는 다시금 제 손에 자리잡은 반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수연이는 블라우스 자락을 치마에서 꺼내서는 아주 천천히 단추를 풀었다. 

 “정말 이랬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나는 여전히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간신히 정말이라고, 진심이라고 말했다. 

 수연이가 블라우스를 벗었다. 새 옷을 바닥에 둘 수가 없어서 옷장으로 걸어가 정성스레 걸었다. 그런 다음 자리로 돌아왔다. 그녀는 오늘밤을 위해 새 속옷을 산 것 같았다. 처음 보는 모양의 브레지어였던 것이다. 앙증맞은 모양새에 레이스가 달려 있었다. 천이 얇아서 젖꼭지가 어슴푸레 비쳐 보였다. 

 우리는 한동안 그녀를 쳐다보았다. 

 “스커트도 벗어 봐.” 

 수연이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금새 움직이지 못했다. 우리는 그녀가 지퍼를 내리는 걸 뚫어져라 쳐다봤다. 스커트는 타이트해서 몇 번이고 잡아내려야 엉덩이에서 빠져나갔고, 한 순간에 발목 아래로 내려갔다. 수연이는 다시금 옷장으로 가 스커트를 블라우스 곁에 걸고는 돌아왔다. 

 그녀는 팬티 위에 팬티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나는 저걸 왜 입는지 모르겠다. 왜 팬티도 입고 팬티스타킹도 또 입는 거지? 하지만 이번만은 그게 문제되지 않는다. 어차피 둘 다 오랫동안 입고 있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스타킹 벗고, 속옷 차림으로 거기 있어 봐.” 

 수연이는 이번에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의 새 팬티는 새 브레지어와 세트였다. 작은 비키니 타입으로 꽤 얇아서 음모가 거뭇하게 비쳐 보였다. 정말 예뻤다. 저런 모습을 태민이, 용석이랑 함께 보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 태민이와 용석이의 표정을 곁눈질했다. 걔들의 넋 놓은 표정에 뿌듯한 자부심이 일었다. 

 용석이는 수연이의 속옷 차림을 난생 처음 본 것이다. 태민이도 마찬가지다. 태민이는 수연이의 나체를 본 적이 있지만 속옷차림의 모습은 본 적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들에게 충분히 감상할 시간을 주었다. 방안 공기의 밀도가 평소와 전혀 다른 것 같았다. 시간이 바깥세상과는 다른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나는 수연이에게 브레지어를 벗으라 했다. 

 “응...... 자기가 벗겨주면 안 돼?” 

 내가 벗겨준다면 수연이의 부담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이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그녀의 부담을 줄여주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네가 직접 벗었으면 좋겠어.” 

 내가 말했다. 

 “지금, 여기에서, 애들이 보는 앞에서.” 

 수연이가 천천히 등뒤로 손을 돌렸다. 그녀의 젖가슴에 빠듯하게 달라붙었던 브레지어가 헐거워졌다. 호크가 풀린 것이다. 수연이의 눈가가 붉어졌다. 

 “싫어. 제발......” 

 “빨리.” 

 수연이는 브레지어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나는 그녀의 젖가슴보다도 태민이랑 용석이의 얼굴을 먼저 확인했다. 둘 다 흥분으로 몸이 달았고 특히 용석이 녀석은 말 그대로 침을 질질 흘리는 중이었다. 

 나는 수연이가 친구들 앞에서 양 젖가슴을 내놓은 채 어쩔 줄 몰라하도록 잠시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팬티를 벗으라고 말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팬티 안으로 들어갔지만, 차마 그것을 끌어내리지 못했다. 그런 채로 나를 애타게 쳐다보았다. 

 “네 손에 반지가 있어, 수연아. 우리 사랑의 증명이야.” 

 내가 말했다. 

 “나 사랑하지? 수연아.” 

 그녀는 반지를 내려다보고, 거기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아주 천천히, 팬티를 발목까지 내렸다. 그리고 거기서 걸어 나왔다. 

 수연이가 우리 앞에서 알몸이었다. 태어날 때 모습 그대로, 무엇 하나 가린 것이 없이,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반지에 가 있었다. 세 남자가 그녀의 나체를 구석구석 훑는 동안 수연이는 반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용석이 놈은 한주일 내내 우리한테 칭얼댔었다. 태민이도 그렇고 나도, 얼른 수연이를 덮치고 싶었다. 하지만 ‘사회적 정의’를 생각할 때, 태민이는 이미 수연이를 먹어보았고, 나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용석이가 먼저 하는 게 옳았다. 나는 용석이한테 눈짓을 보냈다. 용석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연아, 용석이 옷을 벗겨 줘.” 

수연이랑 용석이, 어느 쪽이 더 놀랐을지 모르겠다. 용석이는 떨리는 걸음으로 수연이에게 다가섰고, 수연이는 자기도 모르게 내 쪽으로 도망쳐 왔다. 나는 그녀의 팔을 붙잡고, 용석이 쪽으로 슬그머니 밀었다. 

 수연이가 내게 눈을 맞췄다. 그리고 내 어깨를 안으며 귓가로 속삭였다. 

 “아까 말한 것 기억하지? 난 용석이가 너라고 생각할 거야. 너랑 한다고 생각하고 할 거야. 너랑, 내 남편이랑 한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수연이는 용석이에게 돌아갔다. 

 용석이가 일부러 우리에게 잘 보이는 자리에 섰다. 믿을 수 없게도, 수연이가 손수 용석이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용석이의 셔츠를 벗기고, 바지를 끌어내렸다. 나는 수연이가 울거나 불평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의외로 침착했다. 수연이는 정말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는 듯했다. 자기가 옷을 벗기고 있는 남자가 용석이가 아닌 나라고 말이다. 

 용석이는 팬티 차림이었다. 수연이가 그의 팬티에 손을 가져갔다. 거기서는 잠시 망설였다. 다시 내 쪽을 쳐다보았다. 나는 계속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수연이는 다시금 제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다음 곧장 그의 팬티를 한 번에 끌어내렸다. 용석이는 이제 알몸이었다. 수연이도 알몸이었다. 용석이가 수연이의 손을 잡아 제 고추 쪽으로 가져왔다. 수연이는 용석이가 하란대로 그의 것을 몇 차례 흔들어주었다. 용석이는 거의 이성을 잃은 듯 그녀를 붙잡고 침대로 데려갔다. 

 태민이랑 나는 일어서서 침대 맞은 편으로 다가갔다. 용석이가 수연이를 눕혔다. 그리고는 몸 이곳저곳을 마구 만지기 시작했다. 수연이가 내 쪽으로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내 쪽으로 손을 뻗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용석이 쪽을 눈짓했다. 나 말고 용석이에게 집중하라는 뜻이었다. 

 “자기야 제발, 잠깐만!” 

 수연이가 소리 내어 애원했다. 어쩔 수 없이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용석이가 상체를 세워 자리를 내주었다. 

 “뽀뽀해줘, 한 번만.” 

 수연이가 말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딱 한 번만 더. 그거면 돼.” 

 “사랑해, 수연아.” 

 그녀에게 몸을 기울이고, 입맞추고, 속삭였다. 

 “널 자랑하고 싶어. 쟤네들한테. 나한테 하듯이 해 줘. 날 사랑하는 만큼 용석이한테 해 줘.” 

 수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반대편 침대 쪽으로 갔고, 수연이는 용석이를 향했다. 이제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내어 되뇌고 있었다. ‘이건 내 남편이야. 나는 남편이랑 하고 있는 거야.’ 라고. 수연이가 스스로 자리에 누웠고, 용석이가 그녀 위로 올라갔다.  

 태민이랑 나는 고개를 돌리고 자세를 바꿔가며 그 모습을 자세히 보려 했다. 용석이가 제 잔뜩 발기한 성기를 쥐고는 수연이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쿠퍼액을 흘려대는 귀두 끝을 그녀의 질구 쪽으로 들이댔다. 

 수연이는 아직 젖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전희를 좀 오래 해 주어야 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용석이는 막무가내였다. 뻑뻑했을 것인데도 억지로 귀두를 구멍에 맞추고, 천천히 그녀 안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수연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용석이를 밀어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용석이 것이 몇 센티미터쯤 안으로 들어오자, 수연이가 용석이의 가슴을 살짝 밀어내듯 붙잡았다. 용석이의 성기가 조금 물러났다. 수연이가 스스로 엉덩이를 움직여서는 자기 것을 용석이 것에 비볐다. 용석이의 귀두가 입구 쪽을 왕복하여 조금씩 촉촉해지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용석이 것을 천천히 안쪽으로 받아들였다. 용석이는 허리를 조금 뒤로 물렀다가, 천천히 다시금 밀어 넣었다. 이윽고 그의 것이 수연이 안으로 다 들어갔다. 

 내 성기가 바지를 뚫고 나올 것 같아서 손으로 위치를 조정해 주어야 했다. 자칫하면 바지 안에 싸 버릴 것만 같았다. 용석이가, 내 친구 용석이가 수연이를 따먹고 있었다. 

 나는 그들 곁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수연이의 눈가가 빨개져 있고 눈물도 몇 방울 맺힌 것 같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입가로 중얼대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내 남편이야, 이건 내 남편이야......’ 

 용석이는 이제 세차게 피스톤질을 했다. 수연이에게 아랫도리를 밀착한 채 박아대는 모습이 금새라도 싸 버릴 것 같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숨을 고르고, 그녀에게서 제 것을 빼내었다. ‘저 놈이 벌써 싸 버렸나?’ 생각하던 나는 좀 놀랐다. 용석이는 생각보다 자제력이 강했던 것 같다. 

 용석이는 침대 한쪽에서 베개 두 개를 들어다가는 침대 가운데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태민이한테 배게를 더 갖다달라고 해서는 그 위에 겹쳐 얹었다. 그리고 수연이가 그 위에 엉덩이를 올려놓도록 했다. 수연이는 얼떨결에 시키는 대로 했다. 

 “아니, 엉덩이 좀 다시 들어 봐.” 

 용석이가 요구했다. 수연이의 엉덩이가 폭신한 베개들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배게를 다듬어, 대략 두 개가 그녀의 등을, 남은 두 개가 그녀의 엉덩이를 받치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는 만족하며 다시 그녀 위로 자리를 잡았다. 

 수연이의 머리와 어깨는 침대에 수평으로 놓여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엉덩이가 쿠션에 받쳐져 높이 솟았다. 처음에는 태민이도 나도 용석이가 뭘하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수연이가 완전히 자리를 잡자 알 수 있었다. 용석이는 수연이의 양쪽 무릎을 가슴까지 뻗쳐 올리게 한 후 활짝 벌리게 했다. 수연이의 몸이 우리 앞에 그야말로 활짝 열렸다. 

 나는 수연이가 이렇게까지 노출된 광경을 한 번도 본 일이 없었다. 그녀의 엉덩이가 거진 하늘을 향했고,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로 음순이 크게 열렸다. 우리는 이제 그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항문의 주름 하나하나를, 이제는 흠뻑 젖어서 반짝이는 질구를, 심지어 발기해 돌출된 클리토리스까지도 확연히 보였다. 

 수연이는 그제야 자신의 모든 부끄러운 부위들이 우리 앞에 진열되었음을 알아챘다. 그녀의 눈이 겁먹은 짐승처럼 흔들렸다. 

 그렇게 활짝 열린 사이로 용석이가 무릎을 꿇었다. 그의 성기가 음문을 두드렸다. 질구를 벌릴 필요도 없었다. 이미 열릴 수 있을 만큼 다 열려 있었으니까. 용석이가 제 것을 수연이의 구멍으로 내리꽂았다. 태민이와 나는 이제 아무런 장애물 없이, 그들의 등도, 엉덩이도 아무 것도 시야를 가리지 않은 채 두 성기가 결합한 광경을 그대로 보게 되었다. 

 수연이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녀는 내가 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다른 남자의 성기와 그녀의 성기가 결합한 것을, 거의 해부학적인 관점으로 내가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그녀의 질구가 용석이 것에 딱 맞게 벌어진 것을 보았다. 용석이의 자지가 손쉽게 구멍을 들락날락했다. 커다란 작대기가 그녀의 속살을 헤집고, 거품을 만들고, 시시각각 모양을 바꿔대는 광경을 보았다. 용석이가 허리를 뽑았을 때는 귀두가 구멍에 걸친 것을, 밀어넣었을 때는 불알이 그녀의 항문에 부딪치는 것까지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나는 언제나 섹스가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것이 ‘더럽다’고 생각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그때의 모습은, 용석이가 우리에게 과시하듯 보여준 것은, 더러웠다. 인체의 가장 불결한 부위들이 마구 섞이고 엉키면서 더려운 분비물을, 더러운 소리를 적나라하게 만들어내었다. 그런 불결한 짓을 내 친구가 내 아내에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마구 박아대던 용석이가 이윽고 숨을 몰아쉬었다. 으르렁대며 제 것을 수연이 안쪽으로 박아넣고, 그녀 안에 마구 싸대기 시작했다. 나는 거기서 도저히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용석이 놈의 엉덩이가 움찔대며 무언가를 짜내었다. 부르르 떨면서 내 약혼자 안으로 잔뜩 쏟아넣었다. 

 수연이는 이제 울먹이고 있었다. 몸안으로 용석이의 정액이 후두둑 떨어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녀가 되뇌는 소리가 들렸다. ‘내 남편이야. 난 남편이랑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우리 모두가 알았다. 방금 수연이를 따먹은 것은 용석이였다. 우리 모두가 그것을 보았고, 거의 의학적인 시선으로 그 실체를 확인했다. 

 용석이가 제 자지를 수연이에게서 빼내었다. 그 놈은 의기양양히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놈의 다리 사이에는 아직 발기가 덜 풀린 자지가 정액과 애액으로 범벅이 된 채 흔들거렸다. 대단했다. 나는 용석이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수연이는 그 자리에 누운 채 움직이지 못했다. 여전히 다리가 활짝 열린 채였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괜찮아?” 

 “응.” 

 수연이가 말했다. 

 “난 괜찮아. 진짜로, 태어나서 제일 힘든 일이었지만. 그래도...... 자기 만족해? 내가 이러길 원한 것 맞지?” 

 나는 내 약혼녀를 내려다보았다. 그토록 아름답게 찰랑대던 머리칼이 이제는 엉망으로 헝클어졌다. 화장은 격한 움직임과 눈물로 잔뜩 번져 있었다. 벗은 다리가 활짝 벌어진 채, 털이 잘 정돈된 깔끔하던 보지는 마구 뭉개진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벌어진 질구로 용석이의 정액이 꾸역꾸역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렇게 엉망이 된 그녀의 모습을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응, 바로 이거였어.” 

 내가 말했다. 

 “사랑해. 네가 내 여자라서 정말 좋아.” 

 수연이의 눈이 따스하게 풀어졌다. 화장이 번지고 눈물 자국이 엉킨 얼굴로, 그녀가 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