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4)

내 약혼녀 욕보이기 (1)

 처음으로 내 네토라레 취향을 자각한 것은 90년대 후반의 일이다. 다들 아닌 척하지만, 90년대에는 적어도 성적인 면에서는 지금보다 더 열려 있었고, 젊은이들은 더 신나게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쓰리섬 정도는 진작에 몇차례 경험한 상태였다. 하지만 쓰리섬을 하는 여자들은 다들 어디 클럽이나 길거리에서 어찌저찌 만난 인연들이었지 진지하게 만나던 상대는 하나도 없었다. 

 처음으로 네토라레를 경험하게 되었을 때, 나는 복학생이었다. 단짝친구 두 명과 해운대에 놀러가서 여자 셋과 어울리게 되었다. 여자들 셋 역시 서로들 친한 사이였다. 세 여자 중 하나는 4학년, 나머지 둘은 2학년이었다. 우리 셋은 각기 여자애들과 커플이 되었다. 내 여자친구는 2학년 여자애 중 하나였다. 이후로 우리는 세 쌍이서 늘 함께 어울렸다. 

 문제는 여자애들이 모두 부산 애들이었고, 우리는 서울내기들이었다는 점이다. KTX가 생기기 전의 일이다. 우리 모두는 한창 서로한테 굶주려 미칠 것 같은 시기였는데, 사는 곳은 먼데다가 가느라 차비를 제하고 나면 돈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주말마다 부산으로 달려가 관광호텔 방을 딱 한 개 빌려가지고, 세 쌍이 거기서 함께 놀다가 오곤 했다. 

 처음에는 여자애들이 절대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스킨십을 안 하려고 들었다. 그녀들은 꼬드겨 다 같이 한 방에서 섹스를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이불 속에 숨어서 몰래 서로를 만지고, 아닌 척 시치미를 뗀 채 섹스를 해야 했다. 여자애들은 이불 속에서도 옷을 다 벗는 일이 없었다. 

 그날 밤에도 나는 호텔방에서 다른 한 커플과 함께 있었다. 그런데 내 친구의 여자친구가 일이 생겨 집에 가야 하게 됐다. 내 여자친구는 엄마아빠한테 친구네서 자고 가겠다고 이미 말해둔 터였다. 

 내 여친 이름은 수연이였다. 그녀가 이불 속에서 주섬주섬 가운을 걸치고 일어나서 내 친구의 여친이자 그녀 자신의 친구인 유진이를 문까지 배웅해 주었다. 문이 닫히자마자 나는 뒤에서 수연이를 껴안았다. 수연이는 어맛, 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는 홀딱 벗은 채 이불에서 뛰어나갔고, 수연이는 속옷 위에 가운만 걸친 상태였으며, 내 친구 태민이가 다른 쪽 침대에서 이불만 알몸에 덮은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내가 수연이의 남자친구, 태민이가 자기 남자친구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유진이가 이런 남자들 틈에 수연이만 두고 집에 갈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나는 묘한 상황에 흥분해가지고 수연이의 몸을 더듬었다. 수연이는 알았으니까 침대 안으로 들어가서 불을 좀 끄자고 했다. 나는 듣지 않았다. 한참동안 실랑이를 했고, 나는 이불 속에서나마 수연이의 가운과 속옷을 모두 벗겨내고 말았다. 벗겨낸 그녀의 속옷을 장난스럽게 태민이 쪽으로 던져 버렸다. 태민이가 아닌 척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고, 내 벗은 몸에 그녀의 알몸이 밀착됐다. 그녀의 젖꼭지가 곤두서서 내 가슴을 찔렀다. 

 거기 있던 게 태민이라서 그나마 일이 수월했던 것 같다. 태민이는 졸업하자마자 유진이랑 결혼하기로 벌써 양가 부모님께 인사까지 드린 후였고, 유진이는 수연이의 아주 어릴 적부터의 단짝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불을 걷어찼다. 수연이의 벗은 몸이 드러났다. 수연이는 세 여자애들 중에서도 가장 몸매가 좋았다. 수연이가 이불을 붙잡으려 했지만 나는 이불을 아예 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나는 수연이를 만졌다. 내 손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고, 그녀는 다시 젖었다. 수연이가 하지 말라고 했다. 태민이한테 다 보인다고 칭얼댔다. 나는 그녀를 태민이한테 자랑할 거라고 했다. 전부터 수연이가 제일 섹시하다고 말해 왔고, 지금 그 사실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했다. 

 그녀의 질구 안으로 내 손가락이 깊이 들어갔다. 내 손끝이 지스팟을 세게 누르자 수연이의 허리가 뒤로 꺾였다. 그러면서 나는 슬그머니 몸을 일으켜 내 손에 몸을 맡긴 수연이 곁에 앉았다. 누운 그녀가 태민이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말이다. 태민이가 살금살금 이쪽 침대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점령한 수연이의 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수연이는 손으로 젖가슴을 가리려 했지만 내가 그 손을 억지로 떼어놓았다. 

 “자기야 부탁이야. 태민이한테 보여줘. 자기가 얼마나 예쁜지 자랑하고 싶어.” 

 우리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다. 수연이는 ‘돌림빵’이란 일에 대해 엄청 나쁜 애들이 당하는 일로만 알고 있었다. 이제 그녀가 당하려 하고 있었다. 내가 태민이한테 그녀를 내어주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수연이의 얼굴이 빨개졌고, 금방이라도 울려는 듯 코가 더 빨갰다. 하지만 그녀는 울거나 화내지 않았다. 

 내가 수연이의 허벅지 사이를 벌렸다. 수연이는 고개만 돌린 채 가만히 있었다. 태민이가 다가왔다. 녀석의 무게가 실리면서 우리 침대의 매트리스가 쿨렁, 움직였다. 태민이의 욕심 많은 시선이 내 여자친구의 알몸을 구석구석 스캔했다. 나는 수연이의 애액으로 젖은 내 손을 그녀의 젖가슴 쪽으로 옮겼다. 태민이가 잽싸게 끼어들어왔다. 손을 수연이의 다리 사이로 들이밀었다. 수연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태민이가 수연이의 클리토리스를 손가락 위에 굴릴 즈음, 나는 슬그머니 침대에서 일어났다. 내가 내어준 자리로 태민이가 올라왔다. 태민이가 수연이 몸 위로 제 몸을 올렸다. 수연이는 이제 조금씩 눈물을 찔끔거렸다. 그렇다고 소리치거나 태민이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수연이는 지금 벌어지는 일에서 현실감을 잃은 채, 그냥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저항하는 대신 이것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것 같았다. 

 유진이가 가기 전에 나와 수연이는 이미 한 차례 섹스를 했었다. 그런 다음 내가 그녀를 만졌고, 태민이도 그녀를 많이 만졌다. 그래서 수연이의 구멍은 이미 충분히 부드러웠다. 태민이가 발딱 선 성기를 쥐고 그녀 다리사이에 들어갔다. 태민이 것은 내 것보다 조금 더 길었다. 그 끄트머리가 수연이의 입구 위에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나는 수연이가 과연 저것까지 받아들여줄까 걱정했지만, 수연이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것으로 우리의 장난을 용납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태민이가 허리를 움직였고 수연이는 받아들였다. 

 태민이의 몸이 수연이 안으로 한번에 들어갔다. 태민이의 입이 수연이의 입술을 찾아다녔고, 수연이는 고개를 돌렸지만 결국 그의 혀가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태민이의 혀가 수연이의 입안으로, 태민이의 성기가 수연이의 성기 안으로, 두 사람의 몸이 맨 위와 맨 아래에서 단단히 결합했다. 나는 그 광경에 압도되었다. 

 태민이는 서두르지 않았다. 녀석 역시 저녁나절에 유진이한테 한 번 쌌고, 그래서 흥분한 나머지 금새 끝나버린다든가 할 일은 없었다. 태민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녀석이 내 여자친구의 몸안에 피스톤질을 했다. 

 호텔 방에 다 같이 묵을 때면 우리는 모두 굉장히 조심스럽게 섹스를 했다. 방안에 세 커플 모두가 있었고, 서로가 서로를 듣거나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태민이는 수연이와 사랑을 나누는 게 아니었다. 태민이는 수연이를 그냥 따먹는 것이었고 수연이는 그에게 대주고 있을 따름이었다. 

 나는 나 자신의 감정을 종잡을 수 없었다. 태민이가 다른 여자들과 섹스하는 모습을 전에도 본 일이 있다.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태민이는 키도 물건도 큰데다 젠틀하게 잘생긴 편이었고, 여자들은 그런 그의 몸 아래에서 쉽게 자지러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듯 요동쳤다. 태민이가 세차게 박고 있는 건 내 여자친구였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태민이의 긴 성기에 꿰뚫린 채 헐떡이고 있었다. 내 친구가 그녀를 구석구석 뜯어먹고 있었다. 내 친구의 자지가 그녀의 몸 안에서 힘차게 춤을 추었다. 

 태민이의 움직임이 한층 격해졌다. 얼굴이 새빨개진 채 금방이라도 쌀 것 같았다. 숨이 거칠어져서는 수연이한테 좋냐고, 너도 느끼냐고 물었다. 수연이는 금새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제발 좀! 그런 말 하지 마. 그냥...... 빨리 싸 줘.” 

 태민이가 자비를 베풀듯 말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그는 그래도 수연이를 느끼게 해주고 싶은 듯했지만, 오르가즘까지 가기에 수연이는 너무 경직돼 있었다. 그녀는 정말 태민이가 빨리 싸고 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태민이는 결국 단념하고, 어느 순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수연이의 몸 깊숙이 싸 버렸다. 

 나는 정말 놀랐다. 태민이의 정액 양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태민이가 섹스하는 모습을 전에도 본 일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저렇게 많이 싸지 않았다. 녀석이 수연이 몸안에 토해놓은 정액 양은 한 세사람 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흥분한 내가 태민이의 흔적을 제대로 닦을 새도 없이 수연이 몸 위에 올라탔고, 내가 싸고 나자 다시 태민이가, 그리고 또...... 우리는 밤새도록 수연이를 범했다. 각자가 최소한 세 번 이상은 그녀에게 사정했던 것 같다. 다음날 아침 수연이는 차마 이불에서 나오지 못했다. 태민이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큰일났다고, 백프로 유진이가 알아챌 것이라고 걱정했다. 

 “절대로, 다시 또 이러면 안 돼! 어제는 나도 분위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랬지만,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태민이도 알겠지?” 

 수연이가 말했다. 

 나는 수연이한테 정말 날 사랑하냐고 물었다. 수연이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내 말을 따라야 했다. 내가 원한다면, 지금과 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 있어야 했다. 수연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했지만, 그녀 역시 내심 알고 있었다. 

 그 다음 주에는 나머지 한 커플, 내 또 다른 친구 용석이도 부산에 올 것이었다. 

 용석이한테도 수연이를 빌려줄 수 있을까? 내 눈앞에서 태민이랑 용석이가 둘 다 수연이를 먹게 만드는 게 가능할까? 상상하는 것으로 내 몸이 떨렸고, 나는 어떻게든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다. 

 주말이 끝나고 서울로 오자마자, 나와 태민이는 용석이한테 주말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용석이는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뻥치지 마. 새끼들이! 아니 진짜로 니네 둘이서 밤새도록, 돌아가면서 수연이를 먹었단 말야?” 

 용석이가 태민이를, 그리고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랑 태민이는 입가에 웃음을 띈 채 녀석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홀리 쉐엣! 진짜 태민이가 수연이를 먹었다고? 씨발, 왜 나는 거기에 없었던 거지?” 

 우리는 그 주 내내 만나기만 하면 그 얘기를 했다. 태민이는 용석이를 볼 때마다 자랑이 아주 대박이었다. 수연이의 가슴이 얼마나 예뻤는지, 수연이의 속살이 얼마나 지 것을 꽉 조여주었는지 등등을 말이다. 용석이는 그 때마다 아주 미쳐버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자기도 꼭 하게 해달라고 그럴 수 있겠느냐고 수십 번은 내게 물었다.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 잘 모르겠다고 말이다. 

 “근데 나도 진짜 해 보고 싶기는 해.” 

 “수연이가 싫다 하면 어떡할 건데?” 

 “어떡하긴 뭘 어떡해? 걔가 안 된다 하면 못하는 거지 어쩌냐.” 

 용석이가 그 큰 얼굴을 희번뜩대며 진심으로 억울해했다. 

 “그건 아니지. 안 돼, 안 돼. 난 꼭 걜 먹을 거야.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고. 태민이만 하고 나는 못한다면 말야!”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장난처럼 대꾸했다. 씨발 나더러 어쩌라고! 아 물론 수연이한테 말은 해보겠지만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거지 뭘 어쩌겠냐고 했다. 

 “뭘 물어봐. 억지로라도 하게 만들어야지.” 

 “너 미쳤냐?” 

 용석이는, 내가 시키면 수연이는 억지로라도 그렇게 해 줄 것이라 하며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안 되면 헤어진다고 해. 그러면 걔도 어쩌겠냐.” 

 “미친 놈아! 그게 말이 되냐?” 

 하지만 내가 동요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용석이는 눈치챈 것 같았다. 

 “아 말은 그렇게 해 보라고. 그렇게 해도 안 되면 그때 가서 포기하면 되잖아.” 

 “이거 완전 개새끼네, 진짜.” 

 다음 주말과 또 다음 주말에도 우리는 부산에 내려갔다. 하지만 수연이는 다른 친구들과 늘 함께 있었고, 그래서 그 일에 대해 그녀에게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우리들은 모두 주말에나 겨우 얼굴을 보는지라 여자애들 모두 가능한 한 주말에는 다른 일정을 취소해서라도 다 같이 있고 싶어했다. 게다가, 수연이도 내 의도를 눈치채고 어떻게든 자기 혼자 우리랑 만나는 일을 피했던 것 같다. 

 다다음주 주말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오면서 우리는 모의를 했다. 라기보다 태민이랑 용석이가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 내내 나를 설득하고 또 설득해 댔다. 그 다음주에는 우리가 부산에 못 간다고 여자애들한테 말해 두었었다. 매주 부산까지 가기에는 차비며 방값이며 만만치가 않았던 것이다. 태민이랑 용석이는 우리가 안 가기로 한 그 주말에 몰래 수연이를 불러내라고 했다. 그래서 다른 여자애들 모르게 셋이서 수연이만 따로 만나자는 것이었다. 

 그건 좀 아니다 싶었다. 할 때 하더라도 천천히, 자연스럽게 해야지 그렇게 무리할 일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막무가내였다. 그런 식으로 기다리다가는 백년이 지나도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 했다. 하도 졸라대서 나도 결국, 한 번 시도는 해보겠다고 말하고 말았다. 

 월요일에 수연이한테 전화하기로 했고, 전화할 때 두 녀석도 곁에 있겠다고 했지만 내가 거절했다. 옆에 붙어서 엿들으면서 이러쿵저러쿵해대면 도저히 제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였다. 용석이는 끝까지 나를 붙잡고 우겨댔다. 

 “잘 들어 야,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거야!” 

 월요일 밤, 수연이는 한참만에 내 전화를 받았다. 

 “어제 집에 오는 길에, 태민이랑 용석이랑 의논했어. 이번 주말에도 갈 수 있을 것 같아.” 

 “와, 잘됐다! 유진이랑 해리도 좋아할 거야.” 

 “아냐. 걔네한테는 말하지 마.” 

 내가 말했다. 

 “우린 셋 다 너만 보러 가는 거야.” 

 저쪽에서 전화를 끊어버렸나, 할 정도로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수연이는 한 일분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나도 말없이 기다렸다. 그리고 나서야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어.” 

 “알잖아, 수연아.” 

 내가 말했다. 

 “3주 전에 있잖아. 그날 밤, 진짜 좋았어. 평생 잊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너무 좋았기 때문에 용석이가 많이 샘을 내. 그래서 이번 주말에 셋이 같이 너랑 있고 싶어. 다른 여자애들은 안 왔으면 좋겠어.” 

 “세상에.” 

 수연이가 말했다. 

 “그걸, 말했다고? 그날 일을, 용석이한테? 다 말한 거야?” 

 “응.” 

 수연이가 진저리를 쳤다. 그녀는 용석이가 해리한테 말했을 거라고, 그러면 해리는 유진이한테 말할 거고, 결국 모두가 알게 될 거라고 소리쳤다. 

 “아냐, 그럴 일은 없어. 용석이는 절대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거야.” 

 수연이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자기는 돌림빵 같은 것 당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녀가 ‘돌림빵’이란 단어를 직접 언급했다는 게 좀 놀라웠다. 나는 수연이에게 이건 돌림빵하고는 다르다고 말했다. 돌림빵과는 다르게, 이건 그녀가 날 사랑하기에 내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는 경우라고 했다. 

 수연이가 울기 시작했다. 

 “그건 네 생각이지. 태민이랑 용석이는 어떻게 생각하겠어? 걔들이 날 어떻게 보겠어? 결국 날 걸레 취급하는 거잖아.” 

 나는 그녀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들었음을 느꼈다. 그래서 재빨리 말했다. 바보 같은 소리 말라고, 태민이도 용석이도 그녀를 그렇게 막 대하지 않는다고, 걔들도 나만큼이나 그녀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진짜 친구로 여긴다고 말이다. 걸레 취급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수연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내 친구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의 문제였다. 내 친구들이 그녀를 따먹더라도 그런 후에라도 여전히 그녀를 존중하고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면, 그러리란 걸 납득시킨다면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두 녀석 모두 나를 부러워한다고 했다. 내 여자친구가, 그런 일을 해줄 정도로 날 사랑한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걔들이 그랬어. 자기 여자친구들도 말야, 만약에 걔들도 네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남친을 사랑한다면, 그러면 걔들도 그렇게 해줄 텐데,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야.” 

 “진짜로, 태민이 용석이가 유진이나 해리한테도 그런 걸 해달라고 한다고?” 

 그녀의 말에 나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단어를 골랐다. 이 부분에서 잘 대응한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자신있는 말투로 그럴 것이라 했다. 태민이도 용석이도 유진이나 해리가 같은 일을 허락해주기를 원한다고. 하지만 유진이나 해리는 걔들을 그 정도만큼 사랑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걸 알기 때문에 감히 요구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 일까지 해주는 여자친구라면 당장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진이든 해리든 진짜 그렇게까지 해줄 수 있다면 볼 것 없이 평생 함께 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녀는 울음을 그친 채로 잠시 말이 없었다. 

 “수연아, 생각해 봐. 태민이랑 내가, 3주 전에 너랑...... 그랬잖아.” 

 “응.” 

 “그 날 이후로 태민이가 뭔가 달라졌어? 너한테 막 대한다든가, 한 번이라도 그런 적이 었었어?” 

 수연이는 전화 저편에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골똘히 생각해보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해 보니 오히려 전보다 더 친절하고 예의바르게 대해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우리 셋이 다음 주말에 부산에 갈 거야. 그러니까 엄마아빠한테, 유진이랑 해리한테도 말해줘. 너는 주말에 다른 친구랑 놀러 갈 거라고 말이야.” 

 수연이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화요일에 전화해서 답을 주겠다고 했다. 나는 안 되겠구나! 싶었다. 그녀는 딱 잘라 안 된다고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된다고 말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결국 용석이가 하라던 말까지 하고 말았다. 

 “그래, 생각해 봐서...... 정 아닌 것 같으면 전화하지 마.” 

 “뭐라고?” 

 “못 할 것 같으면 굳이 전화하지 않아도 돼. 나중에 만나서 얘기하는 걸로 하자.” 

 수연이가 잠시 망설이더니, 겁먹은 목소리로 왜 그러냐 물었다. 나는 수연이에게 그녀를 정말 사랑하며, 그래서 평생 함께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참이라고 했다. 그녀는 금새 알아들었다. 

 “결혼...... 말이야?” 

 나는 전화라는 것을 잊어먹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젠 솔직히 좀 확신이 안 선다고 말했다. 

 “미안해. 내가 너한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것 같아. 내가 너무 성급했나 봐. 나는 나대로 좀 더 생각해 볼게.” 

 수연이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함께 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3주 전 심지어 그런 일까지 겪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래서 나도 너랑 결혼을 생각하게 됐던 거야. 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어. 확신이 안 서. 내가 너한테 너무 큰 걸, 받아들이기 힘든 걸 원하는 것 같아.” 

 수연이는 자기가 좀 더 생각해 보겠다고, 그러면서 내일 꼭 전화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아까 일의 대단이 ‘예스’일 때에만 전화하라고 고집을 부렸다. 전화가 안 온다면 대답이 ‘노우’라고 알고 나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한 후 내 쪽에서 전화하겠다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태민이한테 전화했다. 태민이는 전화를 받자마자 어떻게 됐느냐고 그 일부터 물어 왔다. 태민이는 초등학교 때부터의 친구다. 녀석한테는 무엇 하나 숨기는 게 없다. 그래서 있는 대로 다 이야기했다. 내 네토 욕망을 수연이한테 요구하면서 응해준다면 결혼하겠다고, 싫다면 헤어지겠다는 식으로 거진 위협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태민이는 내가 원래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무슨 생각으로 그랬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리고는 스스로, 내가 정말로, 정말로 그녀가 그렇게 해주는 것을 원한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태민이를 위한 일도 용석이를 위한 일도 아니었다. 나 자신을 위해서였다. 나는 그 녀석들이 수연이를 따먹는 걸 꼭 보고 싶었다. 3주 전에 태민이가 수연이를 따먹은 후, 그런 다음에 내가 수연이에게...... 그것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쾌락이었다. 다른 남자의 정액으로 흥건한 곳에 내 것을 밀어 넣을 때의 그 느낌이 정말 좋았다. 그보다 더 흥분되는 일은 없었다. 

 내 자신의 욕망에, 그 크기에 스스로 놀랐다. 나는 진심으로 원하고 있었다. 내 친구들이 그녀를 범하고, 그녀를 속속들이 소유한 다음에 내게 돌려주면, 그들의 정액으로 한가득이 된 그녀를 다시 갖고 싶었다. 그렇게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화요일 밤이 되었다. 당시에 나는 아직 핸드폰이 없었다. 그래서 한시도 바깥에 나가지 않고 그녀의 전화를 기다렸다. 그때 나는 부모랑 함께 살았고, 집안 규칙 때문에 밤 열 시 이후로는 전화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수연이 역시 그 사실을 알았다. 밤 9시 30분, 마침내 전화가 울렸다. 

 태민이였다. 

 “전화 왔냐? 수연이한테서.” 

 “아니.” 

 내가 말했다. 지금까지 전화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오늘 밤에는 전화가 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고, 그것 때문에 수연이랑 헤어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태민이가 미안하다고 했다. 진심이었을 것이다. 우리 둘 다, 일이 이런 식으로 될 줄을 몰랐었다. 

 그런데 아홉시 오십칠 분인가 오십팔 분인가에, 다시 전화가 울렸다. 

 이번에는 수연이였다. 

 “사랑해.”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냥 이 말 하려고 했어. 그래서 전화한 거야.” 

 “응, 나도 사랑해, 수연아.” 

 가슴이 먹먹하도록 진심이었다. 나는 수연이의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그녀는 말이 없었다. 결국 나는 그녀에게 어떻게 하기로 했냐고, 내 물음에 대한 답을 물었다. 

 “방금 말했잖아.” 

 수연이가 말했다. 

 “무슨 말이야?” 

 “방금 말야, 널 사랑한다고...... 난 진짜 모르겠어. 네가 왜 그런 걸 원하는지, 왜 그게 사랑인지, 정말로 알 수가 없어.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진짜 원한다면, 할게. 뭐가 되었든간에, 할 수 있어.” 

 그녀가 잠시 망설이더니, 다시 말했다. 

 “정말로, 나랑 결혼하고 싶어?” 

 “응.”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주에 그녀에게 줄 반지를 사러 나갔었다고 했다. 물론 반지 디자인 같은 게 마음에 안 들면 도로 가져오겠지만, 어쨌든 그녀가 이번 토요일에, 다들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 반지를 끼워보았으면 한다고 했다. 

 “사랑해.” 

 수연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도 사랑해.” 

 사랑하기 때문에, 토요일 밤 꼭 반지를 끼워주고 싶다고 했다. 내가 태민이랑 용석이가 보는 앞에서 그녀를 벗기면, 걔들이 처음으로 보는 몸은, 그 벗은 몸은 내 여자친구의 알몸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내 약혼자의 벗은 몸일 것이라고.

 “그리고 걔들은...... 먹게 될 거야. 내 장래의 아내를.” 

 “맙소사.” 

 그녀가 말했다. 

 “사랑해...... 그게 정말 네가 원하는 일이라면, 그렇게 할게. 내 남편이 원하는 일이라면, 나는 뭐든지 해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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