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24)

 ########################## 9화 장미 ########################## 

“장... 장미 씨?”

 퉁퉁 부은 심술 난 얼굴로 자신을 부른 이레네를 따라 나오니 장미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보내요 성훈  씨?”

 붉은 색이 반짝이는 입술로 매혹적인 미소 짓는 장미였다.

 젊고 싱싱한 장미 그 자체였다.

 “장미 씨... 어떻게...”

 놀라서 당황하는 성훈 밑에서 이레네가 뿔난 도깨비마냥 성훈을 노려봤다.

 ‘뭐야, 지금 내 앞에서 바람피는 거야!’

 일찍 귀가해서 남편이 바람피는 현장을 목격한 마누라처럼 이레네의 억장이 무너졌다.

 “오빠!”

 “깜짝아. 어... 어?”

 놀란 성훈이 말까지 더듬는다.

 “이 언니 누구야?”

 말 속에 가시가 돋쳐 팍팍 박힌다.

 “어? 어... 저번에 촬영 같이한 모델 분...”

 “일하다가 같이 만난 사이...?”

 그러면서 픽, 하고 장미를 돌아보는 이레네였다.

 “근데 집까지 어쩐 일이세요?”

 “네... 네?”

 장미는 당돌한 이 외국 소녀가 궁금해 졌다.

 ‘누구지? 동생은 아닌 거 같은데...‘

 “이레네. 도련님 손님한테 버릇없이 무슨 짓이야?”

 어느새 다가온 모니카가 공격적인 이레네를 꾸중했다.

 그러면서 슬쩍슬쩍 자신을 관찰하는 모니카의 시선을 장미는 느낄 수 있었다.

 “하... 하... 하... 근데 어쩐 일이세요?”

 이 어색한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 성훈이 이상한 웃음소릴 내며 물었다.

 “저번에 사진 나온 거 보여준다고 했잖아요. 스튜디오에 전화하니 요즘 잘 나오지도 않는다고 해서 명함보고 찾아왔죠. 집이 크네요? 개인 작업실이랑 같이 쓰는 거예요?”

 집안에 있는 두 외국 여자의 따가운 눈총에 장미가 쫓기듯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아... 그거... 전화를 주셨어도...”

 그때 스튜디오에서 음심이 돋아 장미를 꼬시기 위해 썼던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집까지 찾아온 장미에 성훈은 적잖이 당황했다.

 모니카 앞에서 그날 자신의 행동을 생각하니 땀이 삐질삐질 났다.

 ‘그것도... 하필 이런 때에...’

 방금 전까지 계단에서 뜨거운 정사를 벌였던 모니카의 눈치가 보여, 죽겠는 성훈이었다.

 자꾸 두 사람의 눈치를 보는 성훈에게 장미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근데 이쪽 분들은 누구세요?”

 “......”

 장미의 질문에 모니카와 이레네가 갑자기 침울해 졌다.

 ‘...... 가정부... ’

 갑자기 이 집에서 자신의 처지가 떠오르자, 모니카는 방금 전 성훈과의 정사가, 그리고 장미의 방문에 질투하고 긴장하던 자신의 마음이 헛되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슬픔과 함께 혼란한 감정의 그늘이 모니카를 감쌌다.

 “그럼... 두 분 일 보세요.”

 떨리는 힘없는 목소리였다.

 어두운 얼굴로 급히 주방으로 자리를 피하는 모니카였다.

 “... 제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두근-

 등 뒤로 들리는 성훈의 말소리에 모니카는 심장인 멎는 듯 했다.

 놀란 눈에 왜인지 눈물이 차올라 울지 않기 위해 눈에 힘을 주었다.

 주방으로 등 돌린 모니카의 가녀린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한편,

 바닥만 쳐다보고 있던 이레네는,

 ‘꺄악~’

 콩닥콩닥콩닥-

 시뻘게지는 양 볼에 현기증이 일어나 쓰러질 거 같았다.

 후다닥- 쾅.

 급히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입을 두 손으로 감싼 채 콩당콩당 발을 구르는 이레네였다.

 .......

 “네?... 아... 네.”

 갑자기 사라지는 두 사람의 모습과는 상관없이 장미는 아까 모니카의 ‘도련님’ 이란 말에서 그들이 이 집에 가정부란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두 사람이 무안할까봐 그런 건가? 착하네. 성훈 씨...’

 그렇게 혼자 단정 지은 장미가,

 “집이 이뻐요. 구경 좀 할게요.”

 하며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산다고 그러더니 예의가 없네...’

 경우 없는 장미의 돌발행동에 성훈은 어리둥절해하며 장미를 따라다녔다.

 “여기가 안방이에요?”

 아래층 제일 큰 스미스의 방을 거침없이 들어서며 장미가 물었다.

 “스미스 방이에요. 아, 엄마 남편이요.”

 새아버지를 ‘엄마 남편’이라고 부른 자신의 말이 이상했지만,

 “아, 저분인가 봐요?”

 미국사람답게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넘기며 벽에 걸린 웨딩 사진을 가리키는 장미였다.

 “네. 지금 엄마는 외국에 있고 일 때문에 혼자 와 있어요.”

 “어머니가 미인이세요.”

 “네? 네 우리 엄마 이쁘죠.”

 “마치 나처럼?”

 갑자기 고개를 들이밀며 성훈에게 바싹 붙어 얘기하는 장미였다.

 “어... 다른 방 가요.”

 놀라 급히 등 돌려 나가는 성훈 뒤에서 장미가 활짝 웃으며 뒤를 따랐다.

 귀 위로 긴 머리카락을 넘기는 장미의 손이 그녀의 귀를 잠깐 만졌다.

 “이제 올라가요. 작업실과 제방은 위에 있어요.”

 “그래요. 아무래도 둘만 있는 게 좋죠.”

 장미의 노골적인 말에 성훈은 얼굴이 화끈 거렸다.

 ‘이 여자... 거침이 없구나.’

 예쁘긴 하지만 너무 노골적이라 무서워 거부감이 드는 성훈이었다.

 “어? 타월이 떨어져 있네요.”

 계단위에서 아까 성훈이 벗어둔 수건을 짚어드는 장미였다.

 “킁 킁, 무슨 냄새 나요.”

 “아, 주세요.”

 숨겨둔 훔친 물건을 들킨 듯, 당황하여 급히 수건을 뺏어드는 성훈이었다.

 “가정부가 일을 잘 못하나 봐요?”

 자신을 지나쳐 앞에 올라가는 성훈 뒤에서 장미가 누구 들으라는 듯 조금 큰 소리로 말했다.

 수건을 주우니 아까 모니카와의 계단에서의 정사가 떠올라 미처 그 것을 신경 쓰지 못하는 성훈이었다.

 .......

 “이 사진 잘 나왔네요.”

 “와~ 이건 어떻게 찍은 거죠?”

 “제가 이쁘니까 사진도 이쁘게 나오네요. 호호호”

 성훈의 방에서 모니터로 사진을 보던 장미는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혼자 호호 거리며 즐거워했다.

 ‘아, 도대체 언제 가는 거야?’

 성훈에 몸에 바싹 붙어 전해오는 장미의 체향에 설레기도 했지만, 아래층에 있을 모니카 걱정이 성훈에겐 우선이었다.

 ‘... 괜... 찮겠지? 아... 이제 모니카를 어떻게 봐야 하냐... 날 좋아하긴 하는 걸까?... 또... 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성훈의 머릿속이 혼란했다.

 “성훈 씨!”

 “네, 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내가 그렇게 얘기해도 답도 없고.”

 도끼눈을 뜨고 성훈을 쳐다보는 장미였다.

 “아... 아니에요. 일 생각이요.”

 “피식. 진짜요?”

 그러면서 자신의 가슴을 살짝 성훈의 팔뚝에 밀어오는 장미였다.

 한층 짙어진 장미의 방향이 성훈의 코를 간질였다.

 “왜... 왜 이러세요.”

 당황한 성훈이 몸을 젖히며 피했다.

 그런 성훈을 아랑곳 하지 않고 몸을 계속 기대오는 장미였다.

 “그때... 스튜디오에서 일 생각하고 있었죠?”

 통통한 볼을 살짝 붉히며 붉은 혀로 자신의 입술을 훔치는 장미였다.

 몽롱하게 살짝 감긴 눈이 섹시했다.

 “아... 아닌데요.”

 성훈이 부정했지만,

 “전 그런 거 같은데요?”

 의자에 앉은 성훈의 바지를 내려 보며 장미가 말했다.

 어느새 성훈의 똘똘이가 불룩 올라와 있었다.

 “아... 아니에요... 이거 옷, 옷이에요.”

 성훈이 애써 불쑥 솟아난 부분을 잡고 손으로 눌렀다.

 주먹으로 쥐어 옷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지만, 커진 똘똘이는 늠름하게 자신의 존재를 계속 과시했다.

 쓰윽-

 성훈의 그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올려놓는 장미였다.

 “우리... 그때 못했던 거 마저 할래요?”

 그러면서 대답도 하기 전에 성훈에게 입맞춤 하는 장미였다.

 춥- 춥.

 얼떨결에 나와 버린 성훈의 혀가 장미의 혀와 얽혀들었다.

 잠깐 동안의 성적 흥분이 성훈을 지배했다.

 장미의 손이 성훈의 손을 치우고 성훈의 똘똘이를 잡았다.

 “장... 장미 씨!”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성훈이 몸을 일으키며 장미의 행동을 저지했다.

 “사진은 메일로 보내드릴 테니 그만 가세요.”

 어디서 나온 결심인지 평소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자신의 행동이었다.

 ‘모니카 때문인가...’

 성훈을 빤히 올려보던 장미가 아쉽다는 듯 입술을 훔친 뒤 덤덤히 일어섰다.

 “성훈 씨, 나 되게 무안하게 하네요?”

 “흥.”

 그러면서 핸드백을 들고 성훈을 지나쳐 방에서 나가는 장미였다.

 장미를 따라 방에서 나온 성훈은,

 “헉!”

 외마디 비명을 내뱉었다.

 소파 테이블 위에 아까까지 없던 다과가 올려져있었다.

 .......

 “성훈 씨, 나 귀걸이 없어 졌어요.”

 방에 있는 지 꽉 닫힌 모니카와 이레네의 방 앞에서 장미가 얘기했다.

 “네?”

 “들어올 때 분명히 하고 있었는데 귀걸이가 없어졌다고요.”

 그러면서 자신의 머리를 넘겨 한 쪽 귀를 보여주는 장미였다.

 진짜로 반대쪽엔 있는데 그쪽엔 귀걸이가 걸려 있지 않았다.

 “어디 다른데서...”

 “아니에요. 들어올 때도 제가 만져봤었어요.”

 “그럼 어디서...”

 성훈은 이런 상황에서 귀걸이가 없어졌다고 말하는 장미가 황당했다.

 ‘이 여자는 왜 이렇게 뻔뻔하지?’

 “그거 비싼 거란 말이에요. 찾으면 바로 갈 테니까 같이 찾아줘요.”

 성훈의 마음을 아는지 장미는 서둘러 집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멀뚱히 보고만 서 있는 성훈에게,

 “성훈 씨, 여기 소파하고 베란다 좀 봐 줘요.”

 오히려 지시까지 내리는 장미였다.

 ‘아까... 모니카가 봤으면 어떡하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하는 성훈이었다.

 꽉 닫힌 모니카의 방문을 보며 빨리 이 여자를 내보내야겠단 생각에 성훈이 장미를 도왔다.

 장미가 스미스의 방 안을 뒤질 때 어깨에 멘 핸드백을 ‘툭’ 하고 떨어졌다.

 무엇이 들었는지 꽤 무거운 소리였다.

 “여기 있네요. 찾았어요.”

 잠시 뒤 방을 나오며 장미가 성훈에게 소리쳤다.

 바지주머니에서 꺼낸 귀걸이가 손에 들린 뒤였다.

 ***

 “Director?"

 (국장님?)

 "I succeeded in installing a bug."

 (도청장치 설치 성공했습니다.)

 "Yes, I'll report back to you."

 (네, 복귀해서 보고 드리죠.)

 장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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