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여는 글 (1/46)



〈 1화 〉여는 글

남자든 여자든 이상적인 성적 판타지는 있다. 그리고 특히 나 같은 씹덕(오덕 아니다. 날 과소평가하지 마라)은 성적 판타지를 떠나 설정까지 부여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동경하던 아이돌을 보며


“OO은 화장실도  갈 거야!”
“미친놈. 그게 생리적으로 가능하냐? 근데 화장실 가더라도 막 향기 날 듯.”
“으하하핰! 미친 새끼. 누구더러 미친놈이래. 흐하하하핰! 아예 똥이 아니라 초콜릿 싼다고 그래라. 으허허허허허!”

이런 식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지나가는 개그로 취급 했지만 이후 모니터 속 여자들을 동경하게 난 이루어질  없는 소원을 매일 빌었다.

“OO가 내 여자 친구가 되게 해 주세요.”
“OO쨩이 내 여자 친구가 되게  주세요.”
“제가 커마한 게임캐릭터인 OO쨩과 결혼하게  주세요.”


물론 이루어질 수 없는 거란 사실을  안다. 소설이나 만화, 혹은 영화는 모두 허구인 것을 잘 알며 모니터속 여자들이 실제 세계로 나와 봐야 이질감이 장난 아닐 테고 돈도 얼마 없는 알바생인 나 같은 찐따와 사귀게 되면 불쌍하잖아?
인권 따위 없는 애들이라지만 뭔가 불쌍하다.
거기에 나는 과몰입을 나쁘다 보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상의 캐릭터가 비처녀라거나 NTR, 혹은 죽음을 당해 멘탈이 붕괴되어창작자에게 해코지를 하는 것을 한심하게 생각하는 편이기에 캐릭터를 나만의 소유물 취급을 하지 않는다. 물론 쌍욕은 나오지.
허나 거기까지.
자기 취향에  맞게 되면 안 보면 될 것이고 그냥 하차를 하면 된다. 그리고 그런 것은 연예인들에게도 마찬가지. 그 왜 유명한 짤이 있지 않은가? 행복하기만 하면 그걸로 됐다고 하며 엄지를 치켜드는 짤방. 나도 그와 같은 생각이다.
뭔가 말이 옆으로 샜는데, 어쨌든 나는 그저 의미 없는 소원을 빌 뿐이며 한때 현실의 여자 친구도 사귀어 본 적도 있다. 단 한번 뿐이었지만 잊을 수 없는 첫 경험도 했기에 여자에 대한 환상을 가져도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이지 여자도 생물이기에 냄새가 나는 건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우오오오! 개이뻐! 셀레니얼쨔응 이제  내 신부야!”

가상의 캐릭은 감정과 인권 따위 없다. 뭔가 아까  말이랑 조금 다른 것 같다고? 그런 건 그냥 넘어가. 어쨌든 이번에 만든 따끈따끈한 신작신부다. 이제까지 내 손을 거쳐 간 신부는 많았지만 당연하게도 지금이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왜냐고? 게임그래픽은 신규 게임이 나올 때마다 상승한다.
그리고 상승하면 상승하는 만큼 잘만 건들면 현실에 튀어나와도 괜찮을 것 같은 그럴싸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지지. 그리고 이번에 내가 극비리에 입수한 VR야겜은 한때 여러 웹사이트에서 단 몇  뿐인 스샷이었지만 야겜이라고는 믿을  없는 그래픽으로 극찬을 받고 엄청난 기대를 모으던 성인게임이다.
하지만 중간에 회사가 없어져 프로젝트는 공중분해.
다시는 볼  없을 것이라 여겨졌던 이 게임은 한동안 누군가가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있다는 루머로 떠돌았지만 최근에 한 외국의 경매사이트에 소리 소문 없이 경매로 올라왔다
어떤 광고도 없었고 나도 그저 쓸 만한게 없나 쇼핑하던 차에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의심이 많이 가는 상황이었지만 그땐 무슨 생각이었는지 지름신이 강림하여 질러버렸다. 약 50만 원 가량의  같은 돈이 빠졌지만 지금은 돈이 하나도 안 아까웠다. 조금이라도 의심했던 과거의 나는 반성.


“자-그럼 해피타임을……흐흐.”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러면 뭘 해야 할까? 당연히 자기위로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이건 야겜이다.
무려 VR이라고! 거기에 이걸 샀을 때 게임 CD뿐만 아니라 자체제작 VR기기까지 들어 있었다.
시험작이라 그런가 디자인적으로는 상당히 투박하게 생긴 VR기기를 컴퓨터에 연결하고 머리에 썼다.

‘오오! 굉장해! 이 엄청난 박력!’

이미 모니터로  신규 신부지만 VR기기를 쓰고 보자 더욱 실감이 난다. 그닥 기대 안 했던 VR치고 해상도도 높아 대 만족.  그럼 계속해보자. 다음은…….

[캐릭터의 설정입니다. 취향에 맞춰 골라주십시오.]


보통 게임의 커스터마이징과는 달리 성격과 그 외의 자잘한 부가적인 설정도 부여할 수 있나보다. 갓겜!


[캐릭터의 처녀유무를 골라주십시오.]
[캐릭터의 향기를 골라주십시오.]
[캐릭터의 장기를 골라주십시오.]
[캐릭터의 용변 유무를 골라주십시오.]
[캐릭터의…….]

엄청난 스크롤 압박. 거기에 용변 유무까지 고를 수 있다니……설마 스캇플레이도 가능하단 건가? 음……아무리 내가 취향존중을 한다지만 나는 스캇플레이는 좀……용변 유무 X. 그런데 향기 같은 걸 설정해서 어쩌려고? 게임  텍스트에 영향을 미치나?
무언가 알  없는 설정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 나만의 캐릭터를 만든다고 생각하니까 즐거워졌다.
이거 완전 딱 나에게 맞는 게임! 올해 나만의 GOTY다.

[캐릭터가 완성되었습니다. 이대로 플레이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어느새 열중하며 캐릭터 설정을 마치자 플레이 시작 문구가 나왔다. 당연하지. 빨리 고!

[한  설정한 캐릭터는 다시 변경이 불가능하며 현재 플레이어가 거주중인 곳에서의 생활을 위해 필요한 목록을 갱신중입니다.]


오우 뭔가 본격적이다.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건가? 그럼 스토리식 진행이 아니라 옛날에 유행했던 다마고치식 게임일 수도 있겠네.


[갱신 완료. 게임을 시작합니다.]

게임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밝아지는 빛. 오오 시작한다! 라는 생각도 잠시 게임은 꺼져 버렸고, VR기기로 보이는 문구는 ‘감사합니다.’ 란 말 단 하나였다. 설마이게 끝?
난 납득할 수가 없어 게임을 다시 실행시켰다. 하지만게임은 띵! 소리를 내며오류메시지만 뜨고 실행불가. 안구에 습기가 차오르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며 삭제  재실행도 해봤지만 마찬가지로 실행이  되었다.

“아악! 개똥겜!”

한순간에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VR기기를 벗어 바닥에 던지려다 차마 내다버린 돈이 아까워 침대로 살짝 던진 난 고함을 지르고 싶은 입을 주먹으로 틀어막았다.


“으으으윽! 내 돈! 으어헝 내도오오온.”

그저 캐릭터만 만들었을 뿐인데  어느 때보다 급격하게 몰려오는 현자타임에 난 신경질적으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개똥겜 시발.

거지같았던 하루의 다음 날. 비몽사몽한 정신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자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라 침대위에서 마구 몸부림치며 신음을 흘렸다.


“으흐으으응!”
‘?’

내 몸에서 들려오는 소리라기엔 지나치게 귀엽고 애교 넘치는 소리에 순간 소름이 돋아 벌떡 일어난 나. 그러자 가슴에서 느낄 수 없는 출렁임이 느껴졌고…….
-보잉 보잉.


그 묵직한 출렁임에 고개를 숙인 나는 하얗고 얇은 흰색 반팔티를 있는 힘껏 밀어내고 있는 미지의 과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안녕하신가! 힘세고 강한 아침. 만일 내게 물어보면 나는 유방.


“미친…….”


뭔가, 뭔가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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