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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먹고 싶어-7화 (7/86)

7화

그의 쇄골을 스쳐 지나간 손이 서툴지만 빠른 손놀림으로 그의 단추를 풀어 나가자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그의 손길이 조금 더 거칠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단추를 풀다 반쯤 드러난 그의 가슴팍이 보이자 나는 재빠르게 그의 가슴 위에 내 손을 올렸다. 손바닥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것을 느끼자마자 포만감이 가득 차올랐다.

아, 역시 젊은 남자가 좋아. 손바닥으로 가슴을 쓸어내리자 부드러운 감각이 손을 가득 메웠다. 좋은 집 자제들은 피부도 매끈매끈하단 말이야.

나는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어설프게 풀어놓은 단추를 완전히 풀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잠깐.”

하지만 여전히 가만히 있을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남자는 셔츠를 마주 벗겨 내려는 내 손목을 붙잡아 제지했다.

배불리 밥을 먹을 수 있을 거라는 흥분에 그의 가슴팍 가까이에 있던 내 얼굴이 단번에 올라간 것은 두말하면 당연한 소리였다. 목적이 단절되어 버린 난 인상을 찡그리며 볼을 부풀렸다.

왜! 이번엔 또 뭐가 문젠데? 허락해 준 거 아니었어?

흥미가 식어 버린 게 아닌가 싶어 재빠르게 그의 가슴팍에 다시 손을 데었다. 여전히 따스한 온도가 내 손을 마주하자 나는 그에게 은근슬쩍 몸을 대었다.

이대로 끝내는 건 아니지? 그렇지? 최대한 교태 있게 그를 바라보며 푹신하게 엉덩이를 감싸고 있던 데서 일어서자 그가 빙그레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소파는 딱딱하지 않습니까. 침대로 가죠.”

“…….”

이거 프러포즈 맞지?

멍한 표정으로 그가 이끄는 대로 따랐다. 허리를 부드럽게 당기는 그의 손길에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진수성찬을 먹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드디어 소원 성취하는구나. 밥! 밥이 드디어 자신 스스로를 먹어 달라고 말했어!

기뻐 어쩔 줄 몰라 입가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것을 간신히 막으며 침대로 자리를 옮기는 그를 바라보았다. 아, 드디어! 제발 이 바람이 깨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이곳으로 이끌었을 때처럼 날 부드럽게 침대에 눕힌 그는 사용인들이 열심히 입혀 놓은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머리칼에 박혀 있는 손이 연신 날 쓰다듬으며 옷고름을 풀자 나는 고개를 들어 먼저 그의 입술을 찾았다.

손이 옮겨지는 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옷자락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이 내 맨살로 파고들었고 먼저 주도해 탐닉하던 그의 입술마저도 그의 혀 아래서 깔리고야 말았다.

“흐읏…….”

농밀하게 혀를 섞는 그의 행동에 나는 잘게 떨었다. 그의 손이 내 몸을 전율하게 만들어서일지도 몰랐다. 쪽쪽거리는 살과의 마주치는 소리에 간지러워 웃음을 터트리자 그의 얼굴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핫, 으응……아!”

그의 고개가 점점 내려감에 따라 깔깔거리던 웃음소리는 점점 농염함이 짙게 묻어나오고 있었다. 능숙하게 여자가 잘 느끼는 곳을 집중적으로 쓰다듬는 그의 손놀림에 발끝을 오므렸다.

이 몸으로는 처음 애무를 받아 보는 것도 아니었으면서 그의 입놀림 한 번과 손놀림 한 번에 고개를 추어올리며 그가 만지는 부분으로 온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엉덩이를 부드럽게 잡아 올리며 허벅지에 연신 잔 키스를 남기며 중심부로 점점 그의 얼굴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곧 다가올 쾌락에 대비해 눈을 꽉 감았지만 손가락이 아닌 이로 살짝 클리토리스를 깨물자 나는 감았던 눈을 다시 뜨며 입술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요.”

“흣, 아항…….”

“겨우 한 번 만진 것만으로 가 버리시다니 상당히 예민하시네요.”

여전히 이 사이에 끼워 넣고 말하는 그의 태도에 미칠 것만 같았다. 목소리의 진동이 예민해져 있는 곳을 타고 온몸에 빠르게 녹아들자 나는 이불보를 꽉 움켜쥐었다. 순간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고자 다리를 오므렸지만 억센 그의 손아귀의 힘에 다시 활짝 벌려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서툰 몸짓으로 함부로 사내를 유혹하다니, 역시 당신은…….”

말을 하다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 번의 절정으로 인하여 눈물이 가득 차올라 있는 내 눈과 마주치자 그는 아무런 말없이 바지 버클을 재빠르게 풀기 시작했다.

얼룩진 물기 사이로 단단하게 곧추선 그의 물건이 보이자 홍조가 가득한 얼굴에 입술을 벌렸다. 마치 입으로 음식을 받아먹듯이 자연스럽게 벌려진 입술이 그의 것을 간절히 요구하고 있었다.

“각하.”

“…….”

하지만 그 요구는 누군가가 두드린 노크 소리로 순식간에 깨어지고 말았다. 노크 소리와 함께 남자는 나를 놓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다 넘어온 밥이었는데……. 옷을 도로 여미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하아, 그래도 어느 정도 배는 채웠잖아. 그거면 됐지. 오늘 이만큼이나 넘어왔으니 다시 한 번 더 유혹했을 땐 더 쉽게 넘어올 게 분명해.

하지만 허탈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각하라는 남자는 옷을 다 입은 나를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들어와.”

그의 말에 그 근육질의 남자가 방에 들어왔다. 저 새끼구나. 내 식사를 방해한 놈이. 나를 내팽개칠 때부터 알아봤다. 나는 이를 빠드득 갈며 그를 노려보았다.

내 불타는 눈빛이 의아한 듯이 그가 날 힐끔 바라보기는 했지만 이내 재빠르게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자신이 읊어야 할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냐.”

“최전방에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피해는?”

그 물음에 근육질의 남자는 다시 한 번 더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뭐! 무슨 이야기인지 관심 없거든?

“괜찮다. 말해.”

“저희 진영이 밀리고 있습니다. 지원군을 보내 달라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막시무스 사령관에게 1부대를 끌고 참여하라 말해.”

아무래도 전쟁이라도 벌어진 듯싶었다.

“예. 그런데 각하. 각하께서도 함께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이 급박한가.”

“예.”

“…….”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뒤를 돌아 나를 응시했다. 뭐, 어쩌라고. 나는 불만스러운 시선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처음과 달랐다. 좀 더 유해진 눈빛.

“이 여자도 데려간다.”

“예, 예? 하지만 각하!”

“아무래도 쓸 일이 있을지도 몰라. 어쨌거나 인질이니.”

이게 이 남자의 본심인가. 아까 나를 대할 때처럼 물건처럼 칭했다. 친절한 미소에 혹하다니. 하긴 나도 할 말이 없었다. 이 남자를 그냥 식사 대상으로만 취급했으니까.

서로 깊은 호감을 가지고 키스를 나눈 건 아니었다. 뭐, 그럼 됐지. 나는 나를 붙잡아 일으키는 그 손에 순순히 따라나섰다.

어느새 비가 가늘어져 날리듯 내리고 있었다. 엷은 부슬비는 습기처럼 느껴지는 탓에 옷이 젖거나 하진 않았다. 남자는 먼저 말에 오른 후 내게 손을 내밀었다.

말 싫은데……. 잠깐 고민하다 그 손을 붙잡았다. 그는 나를 말 위로 이끌어 태운 후 작게 경고했다.

“떨어질 수 있으니 제게 기대시는 게 좋을 겁니다.”

경고라기엔 부드러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품에 몸을 맡겼다.

“이름이 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어떤 이름을 알려 줘야 할까. 엄마가 내가 당부했었지. 아무에게나 쉽게 마음을 열지 말라고. 그리고 이름은 평생 사랑할 남자에게만 알려 주라 신신당부했다.

“비시아.”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떠오르는 이름을 말했다.

이 남자와 뭐 사랑? 그딴 게 없으니까! 왜냐하면 이 자는 저스트 밥이었다. 그냥 밥. 냠냠 먹는 밥! 난 지금 밥이랑 말 타고 있었다.

남자는 나를 앞에 태우고 뒤에 많은 군사를 이끌고 어디론 가를 향해 질주했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휙휙 빠르게 바뀌는 배경에 정신이 없었다. 자세가 불편해서 자리에서 몸을 이리저리 틀다 나도 모르게 아래로 추락할 뻔했다.

“위험하니 얌전히 계십시오.”

그러고는 한 손으로 나를 단단히 붙잡았다. 순간 떨어질 뻔했기에 그런지 심장이 곤두박질치는 줄 알았다. 어느 정도 출발지로부터 멀어지자 달리는 속도는 점차 늦춰졌다. 천천히 달리는 우리의 말 옆으로 그 근육질 남자의 말이 바짝 붙었다.

“각하. 최전방 근처입니다.”

“아. 벌써 도착했나.”

남자의 손짓에 달리던 무리들이 천천히 멈춰 섰다. 그는 말을 진정시키며 점차 속도를 늦췄다. 이윽고 완전히 정지하자 먼저 말에서 내려갔다.

“잡으시죠.”

그가 내미는 손을 붙잡고 나도 내려왔다. 숲이라기에는 나무들이 죄다 옷을 벗고 있는 공터 같은 공간이었다.

“근처에 물가가 있는지 확인해.”

“예!”

남자의 명령에 군사 몇이 세 방향으로 사라졌다. 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려니 뭔가 있어선 안 될 자리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커먼 남자들 가득한 곳에 있으려니 좀 부담스럽기도 했다.

아무리 내가 밥, 밥 거려도 기본적인 수치심은 존재했다. 그리고 어쩐지 그들의 시선이 알게 모르게 나를 훑어보는 것 같기도 하고. 괜히 바닥의 돌만 뚫어져라 보는데, 뭔가가 내 머리를 푹 덮었다.

“추워 보입니다.”

“네?”

“덮고 계세요.”

그가 내 머리 위로 둘러쓴 군용 담요를 갈무리해 걸쳤다. 얼굴을 가리자 흘끔대는 시선들이 차단되었다.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하던 긴장을 풀며 가만히 짜져 있었다.

“물가를 발견했습니다.”

“그럼 그곳으로 이동하도록. 말들을 좀 쉬게 해 주는 게 좋겠어.”

“예!”

남자는 아까처럼 먼저 말에 올라탄 후 내게 손을 내밀었다. 잦은 스킨십이 익숙하진 않았지만 확실한 건 내게 이득인 상황이라는 것은 알았다. 드디어 내게도 광명이 비추는 걸까. 남자의 호의적인 태도에 사그라졌던 진수성찬에 대한 기대가 샘솟았다.

곧 물가에 도달하자 말들을 풀어놓았다. 말들은 무거운 짐들이 사라지자 기분이 좋은지 힘껏 투레질하며 풀을 뜯고 물을 마셨다. 아, 그러고 보니 나도 좀 목마른데. 아슬아슬하게 걸쳐 벗겨지려는 담요를 더 깊게 눌러쓰며 물가를 향해 걸음을 뗐다.

“어디 가십니까? 비시아.”

“아.”

순간 비시아가 누군가 했다. 내가 알려 준 가짜 이름이었지, 참.

“목이 말라서요.”

“그렇다면 제가 떠다 드리겠습니다.”

왜지? 나도 손과 발이 있는데. 식은땀이 흐른다.

하지만 굳이 떠다 주겠다는 호의를 거부하지 않았다. 내가 물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떠다 주겠다는데. 큰 바위 위에 걸터앉아 있자 그가 수통을 들고 다가왔다. 그가 건네는 수통을 받아들며 잠깐 고뇌했다. 감사 인사를 건네야 하긴 하는데 이름이 뭐지?

“저기, 고마워요.”

“테이젤. 제 이름입니다.”

선뜻 제 이름을 알려주는 그의 반응은 퍽 친절했다. 의중을 알 수 없는 사내였다. 부하들에게 나를 칭할 땐 그저 물건인 듯 대하면서, 일대일로 대화하면 아주 그냥 매너의 정석을 보여 줬다.

“고마워요, 테이젤.”

그의 이름을 부르며 수통의 물을 비웠다. 물 마시는 사이 미처 삼키지 못한 한 방울이 턱 끝에 맺혔다. 손등으로 닦아 내려는데, 테이젤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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