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만 년 동안 살아온 배우님 (54)화 (54/303)

54화 #12 –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닐 수도 (3)

똑똑.

“하차 준비하실게요.”

“예, 알겠습니다.”

팬 사인회 스태프의 말에 김 실장은 창문을 조금 열어 답했다.

나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눈을 지그시 감고 숨을 고르게 내쉬었다.

팬 사인회는 내부에서 진행될 예정이지만, 입구에서 내려 저 팬들 사이를 지나가야 한다.

처음 겪어보는 환대에 최대한 자연스레 행동하고자 마음을 추슬렀다.

“형, 나 곧 내려야 하나?”

김 실장에게 묻자 그는 턱으로 앞차를 가리키며 답했다.

“저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들어갈 거야.”

그의 시선을 따라 앞에 밀린 차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장 들려오는 환호성.

“꺄아!”

“오빠!”

“여기 봐주세요.”

“너무 잘생겼어요!”

저 멀리서 들려오는 환호는 굳게 닫힌 차를 뚫고 들어왔다.

엄청난 소리에 놀란 것도 잠시.

내 시선은 차에서 내리는 사람에게 고정되었다.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강찬성이었다.

강찬성은 차 문이 열리자마자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보였다.

한 손을 들어 팬들에게 손바닥을 보였고, 현장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저 웃음.

그 표정을 바라보며, 내내 긴장됐던 마음이 한순간에 풀어져 버렸다.

“강찬성 가식적인 것 좀 봐.”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건지 운전석에 앉은 김 실장이 피식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

가소로운 그의 표정에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김 실장이 내 한숨 소리에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희성아, 너도 내릴 때 저렇게 해야 해. 알지?”

그의 말에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형, 나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표정일 거 같은데?”

“하긴, 그건 맞는 말이네.”

김 실장은 내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더니 손가락을 튕기며 재차 피식거리는 김 실장의 모습.

“팬 카페에서 질문 글 하나하나에 직접 댓글 달아주는 연예인은 처음 봤다니까?”

그의 말에 나는 얼굴을 붉혔다.

내가 드라마를 찍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얼굴이 알려지고.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인터넷 창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고는 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SNS에 ‘진희성’을 검색했고.

나도 모르는 만들어진 진희성 팬 페이지를 발견했다.

내 사진과 나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된 그 SNS를 보며, 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팬 페이지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단 한 개라도 나를 위해 만들어진 거라면, 그것만으로도 놀랍고 고마울 따름이었지.

그 이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팬 페이지에 들어가고는 했다.

그리고 나에 대한 궁금증이나 질문이 달리면, 볼 때마다 일일이 답글을 달았다.

그게 팬에 대한 예의이자 감사함의 표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김 실장의 말에 멋쩍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형, 팬 카페 아니고, 정확히는 팬 페이지야. 하핫.”

“아, 그래. 팬 페이지였다.”

“팬 페이지를 만든 분 이름도 기억해. 순희, 박순희 님!”

김 실장은 내 말에 탄성을 내질렀다.

“우와! 이름까지 기억한다고?”

“그럼, 나를 그렇게 좋아해 주시는 분인데.”

그는 내 말에 눈썹을 들썩였다.

“이따 사인할 때, 그분 오시면 꼭 말씀드려. 엄청 좋아하실 것 같은데?”

“근데 오늘 안 오셨을 거 같은데….”

말은 내뱉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밖의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설마 오셨으려나?

***

커다란 강당 안.

MC의 큰 목소리를 서두로 팬 사인회가 시작되었다.

“자, 연예계 엑스트라의 주역들. 큰 박수로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터져 나오는 함성과 박수.

우리는 무대 뒤에서 한 명씩 계단으로 올라갔다.

무대에서 관객석을 바라보니, 빈자리가 없을 만큼 빽빽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

긴장을 털어내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고 올라왔지만.

벅차고 떨리는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연기를 하기 위해, 오디션을 보기 위해 무대에 올랐을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감정이었다.

쏟아지는 함성에 마른침을 삼켜냈다.

“오늘 연예계 엑스트라의 영광스러운 팬 사인회 사회를 맡게 된, MC 채채입니다. 반갑습니다!”

환호는 더욱더 거세졌다.

MC는 서둘러 자신의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댔다.

“여러분, 쉬잇!”

그녀의 말에 현장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고.

서둘러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오늘 주인공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끝에 계신, 박지연 역을 맡으신 신설희 배우님!”

그녀의 소개에 신설희가 마이크를 쥐었다.

“안녕하세요. 신설희입니다.”

신설희의 짧은 인사에 다시금 강당은 환호로 가득 찼다.

“신설희! 신설희!”

“너무 예뻐요!”

신설희의 이름이 담긴 피켓은 물결처럼 관중석에서 흔들거렸다.

몇몇 배우들의 인사가 끝나고, 드디어 내 순서.

마이크를 입에 대기 전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긴 호흡을 내뱉은 후,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진희성이라고 합니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와아아아-.”

“오빠!”

“잘생겼다!”

“와줘서 내가 더 고마워!”

강당이 떠나가라 외치는 소리.

그 소리에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들은 내 이름을 연신 외치고 있었고.

내 심장은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

MC는 양손을 뻗어 관객들을 진정시켰다.

“여러분, 희성 씨 많이 기다리셨나 봐요. 함성이 어마어마한데요?”

“네에-!”

내게 쏟아진 환호가 너무나 커서 옆에 있던 여배우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

그런 관객석을 향해 허리를 접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꺄아아!”

그리고 이어지는 강찬성의 차례.

“안녕하세요, 강찬성입니다. 반가워요.”

내 옆에 서 있는 강찬성은 눈이 없어지도록 눈웃음을 지었고.

울려 퍼지는 관객석의 함성.

내게 나왔던 환호와는 차이가 날 정도로 달랐다.

역시.

주연급은 다르긴 하구나.

나는 그의 인사에 손뼉을 부딪쳤다.

이후 임 감독과 작가의 소개가 이어졌고.

소개가 모두 끝난 뒤에야 우리는 마련된 의자에 착석할 수 있었다.

사인회에 앞서 준비된 순서.

바로 팬들과의 소통이었다.

“미리 여러분에게 궁금한 질문을 팬분들이 작성해 주셨는데요.”

MC 채채는 수많은 포스트잇이 붙은 커다란 나무판을 들고 나왔다.

빽빽하게 붙어 있는 종이들.

“입구에서 팬분들이 직접 적어주신 질문들이에요.”

나는 나무판에 시선을 고정했고.

빼곡한 자태에 입을 떡 벌렸다.

채채는 첫 번째 포스트잇을 떼어내 글씨를 읽어 내려갔다.

“첫 번째 질문, 강찬성 배우님에게 온 질문인데요?”

그녀의 말에 강찬성이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하하, 첫 질문부터 사적인 질문입니다. 강찬성 배우님의 이상형, 딱 세 가지!”

강찬성은 눈웃음을 보이며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댔다.

“제 이상형이 궁금하신가 보네요. 저는 외적으로 보는 건 없고요. 첫 번째는 마음, 두 번째는….”

여러 개의 질문지를 무작위로 골랐지만, 역시나 강찬성에 관련된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만큼 주연인 그의 팬들이 많이 온 모양이었다.

강찬성의 대답을 듣고 있던 그때.

채채가 다음 포스트잇을 떼며 입을 열었다.

“어, 다음은 강찬성 배우님과 진희성 배우님에게 동시에 온 질문이네요.”

그녀의 말에 나와 강찬성은 잠깐 서로를 바라보았다.

“질문 읽어 드릴게요. 진희성 님께 묻는 질문입니다.”

“네.”

“강찬성 님이랑 케미가 참 좋으시던데, 사석에서는 얼마나 자주 만나세요?”

그녀의 질문이 끝나자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강찬성와 나의 케미에 대한 피켓들이 세차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다들 궁금하다는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 입을 바라보았고.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거짓 답변을 해야 하나?

성격상 거짓으로 에둘러대는 것은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잠시 대답을 머뭇거리자, 채채가 재차 질문을 던졌다.

“아니면 희성 씨, 따로 연락은 자주 하는 편이세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요.”

내 대답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원래 그러려고 했는데, 사적으로 따로 연락하는 것보다 작품에만 몰입하자고 하셔서. 아직 번호도 없어요.”

“어우우우.”

“안 돼!”

팬들의 아우성이 쏟아졌고.

그 소리는 강찬성과 내가 가깝지 않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인 것 같았다.

순간 심기 불편한 표정이 된 강찬성.

미묘하게 얼굴이 굳어졌지만, 애써 표정 관리를 하기 위해 눈썹을 들썩이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그런 표정이 가까운 나에게만 보일 뿐.

관중석에서는 아쉬워하는 듯한 목소리가 계속됐고.

채채는 입꼬리를 올리며 우리에게 말했다.

“두 분, 빨리 번호 교환이라도 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그러자 강찬성이 재빨리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댔다.

“그럼요.”

그는 눈썹을 들썩이며 나를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붙였다.

“작품 끝났으니, 이제 희성 씨랑도 친하게 지내야죠.”

강찬성의 말에 팬들이 자지러지며 소리쳤다.

“꺄아아!”

“오빠 멋있어요!”

나 역시 그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속으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저 거짓 웃음과 나를 대하는 가식적인 말투.

예전에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을 때, 내게 핀잔을 주던 그 모습이 겹쳐 보였다.

“하하, 좋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직접 번호 교환하실까요?”

강찬성이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리쳤다.

“무대 나가면 하겠습니다.”

“지금 해! 지금 해!”

그의 말에 팬들은 합창하듯 소리치기 시작했고.

채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그럼 팬분들의 의견대로 여기서 하시는 거 어떨까요. 찬성 배우님, 희성 배우님 어떠세요?”

그녀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찬성과 나는 서로 휴대 전화를 주고받아 번호를 찍었고.

그 번호를 서둘러 저장했다.

어서 그와 나의 관련 질문이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컸달까?

내가 저장 버튼을 누르자마자, 채채는 내 휴대 전화를 홱 낚아챘다.

“어?”

그녀는 내 휴대 전화뿐 아니라, 바로 옆 강찬성의 휴대 전화까지 동시에 들었고.

“케미가 좋은 거로 유명한 두 분!”

그녀는 웃으며 휴대 전화 두 개를 품에 들었다.

“서로 뭐라고 저장했는지 궁금하시죠?”

“네!”

“알려주세요!”

팬들은 더욱더 환호하고 있었고.

그녀는 빼앗듯이 가져간 휴대 전화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희성 배우님은 찬성 배우님을 ‘강찬성 선배’라고 저장하셨네요.”

“꺄아, 선배래!”

강찬성은 마른침을 삼키며 눈동자를 빠르게 굴렸다.

대체 내 이름을 뭐라고 저장했길래, 눈치를 보는 것 같은 얼굴이지?

“찬성 배우님은 ‘ㅈㅎㅅ’이라고… 초성으로만 저장하셨네요.”

나는 그가 내 이름을 저장한 것을 듣고 실소가 터져 나왔다.

누가 봐도 저장을 하기 싫었다는 듯이 말이다.

하긴.

서로 어쩔 수 없이 저장은 하지만, 사적으로 연락을 절대 주고받을 일은 없었을 터.

하지만 관중석에서는 탄식이 아닌 환호가 쏟아졌다.

“찬성 오빠, 너무 시크해요!”

오히려 그런 강찬성의 모습에 쓰러지는 팬들.

“에이, 찬성 배우님. 조금 더 살갑게 저장해 주세요.”

그녀의 말에 강찬성은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래야죠. 여러분의 말씀대로 희성 씨랑 더 친해져 보려고요.”

강찬성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

나는 미소를 지은 채, 테이블 아래에서 서둘러 손목을 주물렀다.

쉬지 않고 이어지는 사인에 손가락과 손목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꺄아!”

저 멀리서 나를 보며 소리치는 팬.

“안녕하세요.”

곧장 손을 테이블 위에 올리며, 인사와 함께 맞이했다.

그녀는 내 인사에 환호하면서 빨개진 얼굴로 내 앞에 자리를 잡았다.

“오빠, 저 진짜 오빠 팬이에요!”

“감사해요. 고등학생이에요?”

남색 교복을 입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묻자, 그녀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떡 벌린 입을 손으로 감싸며 물었고.

나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그녀의 교복을 손으로 가리켰다.

“맞네. 헤헤.”

그녀는 수줍은 얼굴로 종이를 내밀었다.

“좋은 대학 가라고 써주세요. 저 꼭 PD되고 싶거든요.”

“우와, 멋진 꿈이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를 끌어당겼다.

“아, 이름은 순희예요, 박순희.”

“어?”

잠깐만.

내 팬 페이지를 만든 사람과 같은 이름.

나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혹시 팬 페이지…?”

“꺄아!”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맞아요.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당연히 알죠. 제 팬 페이지를 만들어주신 분인데, 어떻게 이름을 잊겠어요.”

그녀는 내 말에 금세 눈물이 고였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종이에 사인을 써내려갔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다음에 꼭 방송국에서 봐요. PD되면 저 캐스팅해 주는 거예요, 순희 PD님!’

“저 조금만 좋아하시고, 공부 열심히 해요.”

내 미소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울먹거렸다.

“안 돼요. 저 오빠도 좋아하고, 공부도 꼭 열심히 할게요.”

그녀는 침을 삼켜내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저 성성즈 아니어도, 그 전부터 희성 오빠만 좋아했어요!”

“와아, 진짜요?”

“당연하죠. 오빠 너무 멋있고 연기도 너무 잘해요. 아프지 말고 활동 많이 해주세요.”

“그럴게요. 고마워요.”

그녀는 내 사인을 품에 안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

“오빠, 잘 가요!”

“희성아!”

차에 타는 나를 끝까지 환호해주는 팬들.

차를 타기 전, 문 앞에 서서 그들을 향해 허리를 접었다.

그리고 손을 흔들며 크게 외쳤다.

“오늘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여러분!”

“꺄아아!”

그들의 환대를 받으며 나는 차에 올라탔다.

순식간에 고요해진 차 안.

김 실장이 내게 물을 건네며 말했다.

“희성아, 고생했다.”

“아니야.”

그가 건네준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스트레칭을 하듯 목을 풀었다.

“와아, 팬 사인회가 힘든 거였네.”

“당연하지. 사인도 계속하고 소통까지 해야 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어.”

나는 의자에 고된 몸을 기대었다.

팬 사인회는 별다른 회식 없이 곧장 끝이 났고.

차는 곧바로 서울로 향했다.

한참을 달리던 차.

김 실장이 룸 미러를 통해 나를 바라보았다.

“희성아, 우리 이제 영화 준비 들어가야 해.”

“응, 촬영 장소는 어디야?”

“구로.”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구로에 세트장이 있었나?”

“아니. 구로디지털단지에 중소기업이 실제로 쓰던 사무실을 빌렸다더라고.”

항상 세트장이나 촬영지로 정해진 곳만 가봤던 터라.

그 말에 흥미로운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우와! 그럼 폐업을 한 곳인가?”

“맞아. 일부러 직장인들의 현장감을 살리려고 폐업한 곳을 빌리셨대.”

나는 눈썹을 들썩이며 김 실장에게 물었다.

“근데 영화는 디지털 쪽이 아니잖아.”

“응, 아니긴 한데, 회사 자체가 실제 쓰던 공간이라 일반 사원들은 공감하기 좋을 거 같더라.”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대며 앉아 생각에 잠겼다.

장 감독과 최서빈과의 영화라….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어떤 촬영이 펼쳐질까?

“형, 크랭크 인이 보름 뒤라고 했나?”

“맞아. 이번 촬영도 잘해보자.”

“응, 잘해봐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