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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배달민족사-80화 (54/83)

(17) 고구려 고토 회복 전쟁 [미래역사소설] 21

世紀 地球史 (17) 고구려 고토 회복 전쟁 ⑥2008년 2월 11일 신의주

403사단 사령부 403사단장 차동철은 입장이 부관이 가져온 전문을 보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짖고 있었다. 전문은 두 장이었다. 한 장은 중국군 40집

단군에서 보낸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발신자가 녹색군대 신의주 파병대장으

로 되어있었다. 차동철이 당황스러워한 이유는 두 전문의 내용이 같다는 것

이다.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내용이 같았다. 그 내용은 녹색군대와 중국

군이 서로 전투를 벌일 예정이니 끼어 들어 혼란을 주지말고 빠지라는 내용

이었다. "이게 어캐 된 기야?"

"녹색군 아 새끼들이 이 곳까지 군대를 보낸 모양입니다. 김성규 동무가 중

국군을 도우라고 했으니 중국군과 보조를 맞춰야 되지 않겠습니까?"

참모장 김성도가 매서운 눈으로 말했다. 참모장인 김성도는 김성규의 친척이

다. 그 말은 동시에 김정일의 먼 친척이 된다는 뜻이다. 때문에 차동철은 알

게 모르게 김성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이번 중국군 도강 작전의 묵인

도 김성규의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403부대에는 김성규와 이

런 저런 학연과 혈연, 지연으로 관계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성규가 쿠데

타를 대비해 오랫동안 이곳에 자신의 손발을 심어 둔 탓이었다. 사실 차동철

도 평양의 동흥고등학교 선배라는 연줄을 가지고 있었다. 403부대는 국경

지의 수비를 맡는 중요한 부대지만 동시에 주적(主敵)인 남조선을 볼 때는

최후방이고 동시에 중국과 교역이 있는 신의주를 위수지역으로 하고 있기 때

문에 상당히 인기가 있는 근무지였다. 중국의 단둥이 중국에서 볼 때 비교적

한직인 것에 비해 신의주의 403부대는 인민군 장교들에게는 상당히 좋은 근

무지였다. 신의주 자체가 상업 중심의 대도시이고 교역을 관장하는 국경을

수비하다보니 알게 모르게 콩고물이 많이 떨어지는 곳이기도 했다. 게다가

직권을 이용해 중국 단둥으로 몰래 건너가 밤의 여흥을 즐기는 기쁨도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신경 쓸 일이라야 공화국을 탈출해 중국으

로 도망가는 인민들을 감시하고 또 탈출자가 생기면 중국에 가서 탈출자를

잡아오는 게 주된 일이었다. 그러나 군인들 중에는 탈출자를 잡고도 돈을 받

고 풀어주고 탈출자가 수색한다는 명분으로 밤새 놀고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 군인들에게 잡혔는데 그들에게 줄 돈이 없는 탈출자들은 심하게 구타당하

고 개처럼 공화국으로 끌려와야 했다. 이러다 보니 403부대는 소위 빽이나

돈이 있는 자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번 사건에서 403부대가 김성규

의 지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중국

군이 빠지라고 했으니 병력을 철수시켜야겠군."

차동철로서는 그냥 중립을 지키고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사실 주변 상황 때문에 김성규를 지지하기는 했지만 그 쿠데타에는 찬성하

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녹색군이 이곳에 침투했는데도 우리가 그

걸 모르고 있었다는 게 평양에 알려지면 나중에 추궁을 당할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차동철의 눈썹이 꿈틀했다. "누가 누구를 추궁한다는 거야?

"

"김성규 장군님이지 누구겠습니까?"

"김성규는 내 고등학교 후배일세. 내가 후배에게 추궁을 당한단 말인가?

김성도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차동철을 쳐다봤다. "사단장님, 이제 김

성규 장군님은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실 분입니다. 말씀을 조심하십시오."

차동철이 움찔했다. 그걸 보고 있던 김성도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

사단장님, 명령을 내리시지요. 녹색군대가 중국군을 맞아 싸우는 동안 우리

는 후방을 치는 것입니다. 벌써 압록강 유역의 수비대는 철수한 상태이니 부

대를 출동시키겠습니다."

"기다리게."

"예?"

"일단 중국의 요청대로 기다리고 신의주 도심 외곽에 방어선을 구축하게. 그

곳에서 만약 녹색군대가 후퇴해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한다. 우리까

지 전선으로 침투하였다가 녹색군대가 게릴라식으로 도심에 잠입하게 되면

여러 가지로 곤란하다. 사람들 사이로 숨어들면 찾아내기도 곤란하고, 신의

주 시민들까지 포섭되거나 동조하게 되면 신의주도 혼란 상태가 될 수 있다

. 그건 막아야되지 않갔어."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사단장님. 전 대대에 명령을 내려 쥐새끼 한 마

리도 들어오지 못하게 봉쇄하겠습니다."

참모장이 경례를 하고 나가자 차동철은 자리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신세를 보니 딱했다. 이대로 이 땅에 중국놈들이 들어오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답답했다. 자신이 방어하는 국경을 통해 외국 군

대가 들어오는 것을 막지는 못할망정 길을 내주어한다니. 차동철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같은 시각, 신의주 국경감시소 40집단군 직

할 수색대대의 후안 소위는 자신이 이끄는 소대원들과 함께 가장 먼저 국경

감시소 초소를 통과했다. 다리를 막고 있던 철책은 수색대대원이 쏜 무반동

총 한 발에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대원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아스팔트를 따

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초소 주변은 감시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나무들이 많

이 베어진 상태였다. 이윽고 차량들이 대원들의 뒤를 따랐다. 뒤쪽에서 헬기

들이 점점 커지는 소음과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이윽고 헬기는 수색대대원

들의 머리 위를 지나쳐 남쪽의 둔덕 너머로 사라졌다가 다시 수색대대의 행

군과 보조를 맞추듯이 되돌아 왔다. 전방의 둔덕까지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방금 다리를 완전히 건넜다. 아직 특별한 낌새가 보

이지 않는다. 길은 조용하다."

후안은 통신병을 통해 후방의 사령부에 상황을 보고했다. 그 때 공중에

떠있던 헬기 한대가 갑자기 폭발했다. 그와 동시에 쓩하는 길고 강한 소음

이 뒤따랐다. 뒤이어 강한 포성과 총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수색대대원들이

길 바깥으로 그리고 차량 뒤쪽으로 엄폐물을 찾아 황급히 몸을 피했다. 수

없이 많은 총알이 아스팔트에 내려꽂히고 있었다. 순식간에 사상자들이 발생

했다. "적이다. 응전하라."

엄폐물 뒤에 몸을 숨긴 채 후안이 외쳤다. 수색대대원들이 총을 내밀어 전방

을 향해 총을 쏘았다. 그러나 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적군이 쏜 총은 쉴 새 없이 부대원들의 주변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적의 위

치를 살피기 위해 고개를 내밀다가 머리에 총을 맞는 병사들이 속출했다.

"어디냐? 적의 위치가?"

"위치는 열두시 방향인데 거리는 알 수 없습니다."

"헬기들은 도대체 무얼한거야 적이 숨어있는 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후안이 짜증을 내었다. "참호를 파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헬기들이 급하게 전방으로 돌진했다. 그러나 돌진하던 헬기들은 얼마가지 못

하고 공중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그러나 아무도 헬기들을 폭파시킨 것이 무

엇인지 보지 못했다. 많은 훈련을 받기는 했지만 중국군 대부분은 전쟁

에 직접 참가한 병사들은 없었다. 그래서 흔히 총알이 비 오듯 한다는 표현

은 알지만 실제로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총알은 정말 비 오듯 날아오

고 있었다. 총알을 온몸으로 막고 있는 트럭의 앞부분이 너덜너덜해졌다. 엄

폐물 밖으로 나갔다가는 말 그대로 벌집이 될 상황이었다. "포병의 지원

을 요청한다. 거리는 3km로 추정. 방향은 열두시"

후안이 무전기에 대고 악을 썼다. 엄폐물에 등을 기대 채 뒤를 보고 있는

후안의 눈에 자신들의 병사들이 하나둘씩 총탄에 쓰러지는 모습이 들어왔다

. '이런 게 전쟁이었던가'

비정규군을 상대할 것이라고 놀러 가는 기분으로 나선 전쟁이었다. 후안은

불과 10분전만 하더라도 전쟁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

달았다. 후방에서 포병이 포를 쏘는 소리가 들렸다. 포는 수색대대의 머리

위를 지나 전방으로 날아가 떨어졌다. 그러나 적들의 총탄은 전혀 줄지 않았

다. 이윽고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곳곳에 반대편에서 날아온 게 분명한

포탄이 떨어졌다. 그냥 폭탄이 아니었다. 폭탄이 떨어진 곳 주변으로 십수미

터씩 화염이 일었다. 불이 붙은 몸이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가 떨어졌다.

이미 죽은 게 분명한 시체는 땅에 떨어진 후에도 계속 불이 붙어 있는 상태

였다. 민간인들이 봉기해서 만든 군대가 가진 화력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

"이럴 수는 없는 거야. 이럴 수는...."

후안은 이를 딱딱 부딪히며 말했다. 온몸이 떨려왔다. 1월이기는 해도 날씨

는 따뜻했다. 추워서 몸이 떨리는 건 아니었다. "끔찍하군"

모니터를 보던 준영이 말했다. 그러나 표정은 무표정했다. "준영님, 전쟁

터는 오랜만이죠?"

양기호 소령이 준영에게 말했다. 실전은 처음인 중국군과는 달리 배달군들은

이미 여러 번의 전쟁을 경험한 베테랑들이었다. 준영이 끔찍하다는 말을 하

자 양기호가 싱긋이 웃었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끔찍하다는 것의 개념이 조

금 달랐다. 먹던 음식에서 벌레가 나온다면 양기호는 끔찍하다고 말할 것이

다. 하지만 사람이 죽는 모습은 끔찍하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그에게 죽음은 사

지가 터져 죽든 침대에 누워서 죽든 죽는다는 것은 똑같은 의미를 지닐 뿐이

었다. 오랜 전쟁의 와중에 자신도 언젠가는 죽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다스려온 탓이었다. "그렇군요. 23세기에 있을 때도 제대한지 2년이 넘

었으니까. 전쟁터에 있어 본 건 이미 3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TV로 전쟁을

본 것도 1년이 다 되어가고요."

준영도 전쟁에 참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전쟁터의 처참함에 대해서는 무감

각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와서 21세기의 사람들과 직접

접하면서 감성이 많이 풍부해졌다. 거기에 23세기에는 거의 명맥만 남아있

던 문화와 예술적 경험을 하면서 준영의 감성체계가 훨씬 풍부해진 탓도 있

을 것이다. 양기호 소령과 준영은 배달군 소속의 비행선에 타고 있었다.

누가 본다면 UFO라고 할만한 외형을 지닌 비행물체지만 쉴드로 위장한 채로

떠있어 레이다는 물론 육안으로도 볼 수가 없었다. "산탄포 사격 중지

"

양기호 소령이 짧게 명령했다. 사격이 멈췄다. 지금껏 중국군을 공격한 것은

산탄포로 한발에 수천 개의 총탄을 한꺼번에 발사하는 것으로 사정거리가

3km 이상 되는 일종의 미사일이다. 주로 공중에서 멀리 있는 적을 향해 발사

하는데 멀리서 발사할수록 명중범위가 넓어져 2km 앞에서 발사할 경우 한 발

이 가지는 명중범위는 약 6500평방미터(2000평)이다. "중국놈들, 이제 정

말 기가 막힐 거다. S 포인트로 이동한다."

양기호 소령의 명령에 비행선이 빠른 속도로 S포인트로 이동했다. "산탄포

발사"

양기호 소령이 짧게 명령하자 준영은 차마 눈뜨고 못 보겠다는 듯이 모니터

를 외면했다. 총탄이 멈추자 후안 소위는 고개를 들었다. 방금 전까지

빗발치던 총탄이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주위가 조용해졌다. 그러나 뒤

이어 부상당한 병사들의 신음소리가 주위를 메우기 시작했다. 곳곳에 시체들

이 즐비했다. 후안은 이제 어떻게 하나 잠시 생각했다. 아무런 생각이 떠오

르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후안에게는 별로 시간이 없었다. 뒤이어 쏟아

지는 총탄은 한 지역의 병사들을 거의 몰살시키기에 충분했다. 총탄은 세시

방향에서 날아왔고 12시 방향에 대해 엄폐하고 있던 병사들은 제대로 피하

지도 못하고 총탄을 고스란히 맞았다. 게다가 총탄은 약간 위에서 밑으로 내

려꽂히듯 떨어졌다. 운좋게 총탄지역에서 벗어난 후안은 총알이 날아오는 곳

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맑고 깨끗한 겨울하늘만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후안 소위가 본 마지막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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