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배달민족사-67화 (74/83)
  • (16) 통일의 꽃 역시나 세연의 첫 번째 통일대통령이라는

    설정을 바꾸는 것에 대해 반대하시는 분이 많군요.....

    문제를 아래와 같이 해결할까 합니다. 첫째, 첫 번째는 아니어도 대통령

    은 됩니다. 첫 번째의 영광은 강민우에게 양보합니다. 둘째, 당장 대통령

    이 아니어도 남북통일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고 그로 인해 충분히 세

    연은 노튼의 명단에 오를 대상이 될 만큼 중요한 인물이 되게 설정하겠습니

    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지켜봐 주시길 사실은 저도 세연이 '첫번째'

    라는 타이틀을 뺏긴 것을 무척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미래역사소설] 21世紀 地球史 (16) 통일의 꽃 ③2008년 1월 7일,

    새벽 2시 40분, 평양 인근 룡악산 중앙방송 연주소"무사히 2부까지 방송

    할 수 있갔습네까?"

    "문제없지요."

    귀홍의 물음에 리순천 감독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한쪽 구석에는 연주소

    직원 세 명이 세상 모르고 잠에 빠져있었다. "이 밑에 청소년 수련원까

    지는 차로 올 수 있겠지만 거기서 여기까지는 차도가 없으니까 아무리 빠른

    걸음으로 올라와도 방송 끝날 때까지는 끄떡없지 안갔습메."

    길이 험한 것은 귀홍도 올라온 길이라 충분히 알고 있었다. 수련원에서 연주

    소까지 나와있는 등산로는 차는 다니기 힘든 길로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길인데 지금은 새벽이라 길이 안보여 올라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오늘은 그믐 아닌가? 룡악산은 평양시내에서 약 13킬로 정도 떨어진 산이

    다. 292m 높이의 산. 바위봉우리 모습이 용같다 하여 룡악산, 봄이 오면 진

    달래 꽃이 온통 덮혀 꽃산이라고도 불리었고, 그러면서도 사시사철 소나무숲

    이 우거져 '평양8경'의 하나로 이름난 곳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이 산을

    '평양의 금강산'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그만큼 산세가 험하기도 한데 여기에

    는 법운암, 룡곡서원을 비롯한 조선시대 유적이 아직 남아있어 평양시민들의

    공원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애초에 연주소 건설과 이동을 위해 도로가 놓여

    있었으나 만경대소년단 야영소가 기슭에 들어서면서 정상부의 연주소까지는

    길을 등산로와 소년단의 구보코스로 다시 조성해 차가 올라오지 못하는 곳

    이 되었다. 석귀홍과 리순천은 어제 낮에 룡악산에 올라 법운암에서 시

    간을 보내다가 저녁때 연주소로 올라왔다. 리순천이 동료직원인 연주소 직원

    들에게 가져온 커피를 마시게 해 잠을 재운 것이 저녁 10시경, 아침까지 세

    상모르고 잠들 것이다. 문제는 방송국이나 보위국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연

    주소에 올라올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사인오프가 될 때 행하는 주조정실과

    의 연락을 리순천이 받았지만 주조 근무자는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한 것 같

    았다. 방송이 일단 나간 후 연주소로 온다면 약 1시간 30분에서 약 두시간

    정도 헬기를 동원한다면 10분이겠지만 이 새벽에 준비가 안되어 있는 헬기를

    출동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두 사람은 방송을 내보내면서 앞

    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기쁨 반 두려운 반이 묘한 심정이었다. 두사람은 지

    금 이 시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이 프로그램을 봐줄지가 가장 궁금했다.

    프로그램을 보던 리순천이 고개를 들어 귀홍에게 말했다. "동무는 이

    제 내려가 보기요."

    결국 자신은 보위국에 끌려갈 것이다. 방송국에서는 당연히 리순천을 의심할

    것이다. 그러나 귀홍은 여기서 충분히 빼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귀홍

    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같이 있어야지요. 방송이 모두

    나가는 것을 확인할 겁니다."

    "내가 있으면 되는 거요. 2부 테이프를 걸고 나면 나도 내려갈 것이니 동무

    가 먼저 내려가기요. 보위국 동무들과 마주치지 않게 조심해서 빨리 가시라

    요."

    "그럼 2부 테이프를 걸고 같이 내려가시지요."

    귀홍이 고집을 부렸다. 어차피 테이프는 복사해 둔 것이 여럿 있었다. 오늘

    이후로는 가정용 테이프로 복사한 것을 학생회 중심으로 돌릴 계획을 가지

    고 있었다. "말귀를 못 알아듣소? 어차피 나는 내려가도 체포당할 것이 분

    명합네다.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는 귀홍 동무가 할 일이 있지 않소? 나랑 같

    이 있는 것을 들키면 앞으로의 일은 누가 할 것이요?"

    리순천의 말이 맞았다. 여기서 무사히 빠져나간다고 해도 리순천은 바로 수

    배될 것이다. 반면 귀홍은 조용히 집에 돌아가면 수사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

    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활동도 가능할 것이다. 리순천이 재촉하며 말

    했다. "그러니까 애초에 나 혼자 올라오겠다고 하지 않았소? 지금이라도

    내려가시오. 우리 인민들에게 이만한 교육자료는 없을 것이요. 달라지는 평

    양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시오?"

    귀홍이 그 말을 듣고 결심했다. "꼭 약속해요. 2부 테이프를 걸면 미련 없

    이 산을 내려가겠다고. 그리고 어디든 꼭 숨어 있어야 합니다. 제발 잡히지

    마세요."

    귀홍의 눈에 눈물이 어리기 시작했다. "알갔습니다. 내 걱정은 마시기요.

    어서 내려가시오. 별로 시간이 없는 것 같으니. 어서"

    리순천이 등을 떠밀어 귀홍은 연주소를 나섰다. 우러러 본 하늘을 향해 송신

    탑이 우뚝 선 채 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귀홍 동무!"

    발걸음을 옮기는 귀홍을 리순천이 불러세웠다.

    "혹시 세연 동무를 만나면 전해주시겠오? 프로그램에 내 이름을 넣어줘서 정

    말 고맙다고."

    귀홍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겼다. 어쩌면 두 번 다시 리감독을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해도 좋지만

    제발 리감독이 살아남기를 귀홍은 바랬다. 귀홍을 내려보내고 연주소로

    돌아온 리순천은 1부가 끝날 때까지 꼼짝 않고 방송을 봤다. 방송은 북조선

    주민들에게 보여주기에 너무 위험한 것이었다. 북한 주민들에게 이념을 강

    요하던 당이 그 뒤에서 얼마나 반동적이고 반인민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주민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왜 변화가 필요한지 방송은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1부가 끝나고 리순천은 2부 테이프를 넣었다

    . 잠시 화면이 끊겼겠지만 잠시 후 2부가 방송된다는 자막이 나갔으니 시청

    자들은 계속 이 방송을 볼 것이다. 2부는 남조선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

    다. 남조선의 좋은 모습만을 담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국회에서의 난장판

    모습과 시위모습, 갈등의 모습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그러나 리순천은

    알고 있었다. 저런 모습들이 오히려 남조선의 힘이라는 것을.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그것을 느낄 것이다.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 그것이 다

    소 혼란하게 보이더라도 그것 자체가 인민들에게는 충격일 것이었다. "

    세연 동무, 아무리 생각해도 동무는 역시 반동이야."

    리순천이 키키 웃었다. 화면은 다시 북조선의 경직된 사회를 보여주고 있었

    다. 북조선을 탈출하려는 수많은 젊은이들, 그 과정에서 떨어지는 그들의 생

    명, 어느새 프로그램은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다.

    세연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듯한 자세로 평양

    곳곳을 따뜻함이 넘치는 눈으로 바라다보던 여학생이 어느새 북조선 주민의

    한 사람이 되어 분노하고 슬퍼하던 모습, 북조선의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모든 권위를 가벼운 코웃음으로 비웃던 모습이 생각났다. 리순천은 세연과

    동행하면서 미치도록 그녀를 닮고 싶었다. 그녀처럼 세상을 보고 싶었고 그

    녀처럼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그녀가 찍었던 화면을 검열하면서 초기에

    는 검열이었지만 도중에 그것은 질투로 바뀌었고 나중에는 존경으로 바뀌었

    던 것이다. 리순천은 자신이 세연을 만나게 됨으로서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

    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후회는 되지 않았다. 프로그램 첫부

    분에 등장했던 할머니가 다시 나타났다. "우리 같이 못 배우고 무식한 할

    망구가 뭘 알갔습메. 그냥 우리 아들 같은 젊은이들이 왜 자꾸 지도자 동지

    의 뜻을 모르고 외국으로 나가려고 하는지.... 다 늙어서 뭐 더 바라는 게

    있겠나. 다 우리 고향에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게 이 늙은이의 꿈이요. 그

    런데 그게 잘 안되고 있고...."

    화면 속에 할머니가 말하고 있었다. 리순천은 저 장면을 찍을 때의 모습을

    회상했다. 느닷없는 인터뷰에 당황한 자신이 할머니를 따로 불러 주의를 주

    었던 기억이 났다. 말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좋을 것이라고 협박도 했던 기

    억이 났다. 화면 속에서 세연이 묻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아드님

    이 배반자로 낙인찍히고 할머니를 부양할 가족이 없어지면 이제 평양 근교에

    서도 살지 못하고 먼 곳으로 이주명령을 받을텐데 그래도 당에 불만이 없으

    신가요?"

    그러자 이미 리순천에게 주의를 받은 할머니가 굳은 얼굴로 대답을 하기 시

    작했다. "우리는 영명하신 당과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의 가르침을 받아 조

    국통일과 산업부흥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 됩니다. 어느 곳에 사는 것이 중요

    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당과 인민을 위해 올바른 일인지 생각하면

    서 열심히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입네다." 할머니는 이전의 인터뷰와는 달

    리 단 한 마디로 더듬지 않고 단숨에 말했다. "할머니가 당과 인민을 위해

    일하는 만큼 당도 인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당연한 말입네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할머니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들

    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보이지 않았던 눈물이었다. "우리 지도자 동지

    는 자나깨나 우리 인민들의 행복한 삶과 남조선 인민들의 해방을 위해 위대

    한 역사를 창조하고 계십니다. 당은 그러한 지도자 동지의 가르침을 행동으

    로 실천함으로써 우리 인민들을 이끄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입네다. 우리는

    항상 지도자 동지와 당의 은혜를 입어....."

    할머니의 얘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이미 북조선의 대다수 인민들도 저 정도

    의 예찬론을 펼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평생 살아온 인생의 반이 넘

    는 세월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화면

    은 할머니의 눈에 흐르고 있는 눈물을 잡고 있다가 어느새 유유히 흐르는 대

    동강의 물결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화면에는 제작에 참가한 사람과 협조

    를 해준 단체들의 이름이 스크롤되고 있었다. 2부 테이프를 걸어놓고 산

    을 내려가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리순천은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보고 있었다

    . 어느새 연주소로 들이닥친 보위국 직원들에게 붙잡힌 순간에도 리순천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스크롤 마지막에 연출자 이름이 올라가고 있었

    다.

    연출 한세연 리순천2008년 1월 7일 12시, 서울 여의도"별 일

    없어야 할텐데."

    세연은 오늘 새벽 북한 전역에 "대동강의 눈물"이 방송되었다는 말을 듣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준영은 해물탕의 매운 국물을 조금씩 떠먹으며

    말했다. "별 일 없을 수가 없지. 그건 일종의 해적 방송이라고. 북한 당국

    이 발칵 뒤집어 졌지. 우리가 집계한 시청율이..... 우와! 8.7%이다. 북한의

    TV 보급율을 따지더라도 북한 주민 약 20명 중에 한 명이 봤다는 계산이 나

    오는 데?"

    "어떻게 되었어?"

    세연은 시청율보다는 두사람의 안위가 더 걱정이었다. 준영은 세연을 보더

    니 말했다. "성공적이야. 방송도 끝까지 다 송출했고, 두 사람 다 무사해

    . 귀홍에게 메일 보내봐."

    다행이라는 듯이 세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잘됐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우리 방송국에서는 왜 모르고 있는 거지?"

    "방송국에서만 모르는 게 아니라 남한 전체가 모르고 있을 걸? 북한이 공식

    적으로는 아무 발표도 안하고 있고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

    고 있거든."

    "그런데 준영인 어떻게 아는 거야?"

    "난 배달 사람이잖아. 그것도 정보계통에서 일하고 있다고. 내가 모르는 게

    있을 수 없지."

    준영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세연이 입을 열었다. "내가 다음 프로그램

    을 무엇으로 하는 지 알어?"

    "뭔데?"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배달 - 그 베일을 벗긴다"

    그 말을 듣고 준영이 너무 놀라 입으로 가져가던 숟가락을 놓칠 뻔했다.

    "아니 갑자기 왜? 미군부대 주둔 역사는 어쩌고?"

    이번에는 세연이 갑자기 멈칫 하더니 숟가락을 식탁 위에 탁 소리나게 놓았

    다. "배달의 생성과정과 힘의 배경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고, 한국

    인 아니 전 세계인들이 누구나 궁금해하는 일이야. 당연히 파헤쳐 볼만한 가

    치가 있는 소재지. 그런데 내가 미군부대의 주둔역사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는 것은 어떻게 알았어?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데."

    세연이 미군부대를 소재로 방송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개성행 통

    근열차에서 미군에게 임의동행형식으로 체포당했을 때였다. 그러나 그런 계

    획은 머리 속에나 두었지 구체적으로는 물론 지나가는 말로도 아무에게도 하

    지 않은 말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준영의 입에서 나오자 준영에 대한 의혹은

    점점 더해갔다. 이와 유사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닌 것이다. "어찌되었

    든 준영이 배달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건 잘 아니까, 지금

    정식으로 요청할게,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배달을 취재하려고 하니 협조

    바랍니다."

    준영이 멍한 표정으로 세연을 보았다. 세연이 싱글거리며 말했다.

    "비자 발급을 위한 서류는 모두 준비가 끝났어."

    원래 역사대로 한다면 세연은 앞으로 4개월간 주한미군의 역사에 대한 4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다. 이것 또한 역사에 있어서는 중요한 일이었다

    . 그런데 갑자기 세연이 미군은 놔두고 배달을 취재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배달의 등장으로 역사에 변화를 가져올 변수 중의 하나인 것

    이다.

    준영은 이 일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쉽게 예측이 떠오르지 않

    았다. 다음 글은 금요일 오전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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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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