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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 (13) 제 1차 태평양대첩 ⑤[D-1] 2007년 11월 1일 청와대
"아니, 대통령님 무슨 일이십니까?"
대통령의 호출로 집무실에 들어온 비서실장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창 밖
을 보며 담배를 피우던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돌아보았다. "담배를 다시 피
우시다뇨?"
"갑자기 담배 생각이 나서 그랬소."
"그래도 끊으신 지 2년이 넘었잖습니까?"
"꼭 내 마누라 같구만. 당분간만 봐 주시오"
대통령은 다시 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창 밖으로 펼쳐진 청와대 정원에는
완연한 가을 색이 묻어나고 있었다. 비서실장은 요즘 대통령의 복잡한 심
기를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2년 전 대통령이 담배를 끊기 위해 대통령
이 비서실장에게 담배를 피는 걸 들킬 때마다 10만원씩 벌금을 내기로 했었
는데, 대통령이 벌금을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통령은 강한 의지로 단
번에 담배를 끊었고, 한 번도 담배 피는 현장을 들킨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과 배달국의 전쟁이 임박한 현재 대통령의 깊은 사색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었다.
"비서실장!"
"예, 말씀하십시오."
"국정원에서 보고가 올라왔소. 아마 오늘밤이나 내일밤 정도에 일본이 움직
일 것 같다는 예측이 나왔소, 위성관측에서 일본해군 함정의 움직임을 보고
분석한 거랍니다."
국정원 핫라인을 통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되는 정보보고에 올라온 내용이
라 비서실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미 일본의 배달국을 공격시
기가 임박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일본신문들은 벌써 빠르면 내일
늦어도 4일 안에 일본해군이 배달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었
다. 안정세로 접어들던 석유가격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증시는
연일 하락세가 이어졌다. 국내 여론은 벌써 대통령의 섣부른 유엔제소를 비
판하고 있었고, 야당은 노골적으로 일본과 적대관계를 해소하라는 요구를 하
고 있었다. 비록 일본과의 전쟁에 참전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의사표명만으
로 선전포고를 한 셈이고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기 때문에 배달국을
친 일본이 그 다음 목표로 한국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과의 전쟁은 그 시기가 조금 늦춰졌을 뿐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언론에서는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일본
의 배달국 공격이후 한일관계와 경제전망 등의 분석을 연일 기사화하고 있었
다. 그러나 배달국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사람들의 관심은
과연 배달국이 며칠을 버틸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비서실장은 이
번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예? 무슨 말씀이신지?"
비서실장이 반문했다. 대통령의 정확한 질문의 뜻을 알 수가 없었다. 승패가
어떠할 것인지를 묻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럴리는 없고, 그 이후의 변화를
묻는 것치고는 애매모호한 질문이었다. "배달국이 일본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아, 그건.....아마 힘들 것이라 봅니다."
"그래요? 전 배달국이 이길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 비서실장이 어이없다는 듯이 대통령을 쳐다봤다. 대통령은 비서실
장의 넋빠진 얼굴을 뒤로 하고 다시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강민우 대통령은
이미 배달국과 사전 의논이 끝난 상태였다. 시나리오대로 한국군의 참전을
천명했고, 시나리오대로 배달국은 감사의 마음만 받았다. 동북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내몰지 않으면서 한국과 배달국의 연합체제를 구축하고 미국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는 군 지휘권을 되찾아오기 위한 포석이었다. "비서
실장, 내 책상 위에 있는 내용을 대변인을 통해 발표하도록 하세요."
"예."
책상 위의 발표문을 본 비서실장을 깜짝 놀랐다. 거기에는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간에 맺었던 각종 협약과 조약 등을 모두 이 시간 이후로 무효화한다는
선언이었다. 거기에는 각종 무역협정, EEZ구역협정, 한일어업협정 등 그동
안 양국이 맺었던 협정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한일어업협정은 19
98년 일본이 일방적으로 기존의 협정을 무효화 선언하고 재협정을 하면서 한
국에 불리하게 체결되었다는 비판이 있던 협정이었다. 비서실장은 놀라긴
했지만 이미 일본과의 적대적 관계 하에서 이러한 조치는 어쩌면 당연한 것
이라고 생각했다. [D-1] 2007년 11월 1일 백악관"아마 일본은
내일 새벽을 기해서 공격을 감행할 것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CIA국장인 샤드니크 하렐이었다. "출동병력은 중앙함대와
이지스함 4척을 포함한 구축함대 24척과 구레지방대의 구축함대 8척, 잠수함
대의 잠수함 4척 정도의 규모로 5개 함대군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 중
9개 함에는 토마호크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그 외 P-3C 초계기 1대가 며칠
전부터 배달국 상공에 있고 오늘 추가로 E-2C 호크아이가 포함된 정찰편대까
지 추가 배치되었습니다."
"뭐야? 단체로 소풍가나?"
"언제 일본이 토마호크를 이렇게 많이 보유한 거요?"
맥컬리 국방장관이 이렇게 말하고 서바인 사장을 흘깃 노려봤다. 서바인 사
장이 순간 흠칫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서바인은 일본이 보유한 미사일
이 소진되면 다시 팔 생각에 벌써 머리 속 한 군데에서는 열심히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었다.
"토요토미가 근해에 있었으면 그것도 출동시킬 뻔했군."
"그러게 말입니다."
토요토미는 2005년 일본이 취역한 항공모함이다. 일본은 항공모함을 가지기
를 몇 년 전부터 희망했다. 침략형 부대를 가지지 않는다는 일본 헌법에
따라 항공모함과 같은 공격형 부기는 당연히 보유가 제한되는 것임에도 불구
하고 일본은 항공모함을 건조했고, 중동에서 미군과 합동작전을 펼치는 것을
조건으로 미국의 허가를 받아 토요토미 항모를 취역했고, 현재 중동에서 활
약 중이었다. "장로회에서는 의견이 어떻소?"
대통령이 비서실장에게 말했다. 어느 순간부터 지르킨 아미트는 시온파의 마
스터와 함께 직접 장로회의 지시를 받는 창구가 되었다. 지르킨은 한껏 목소
리를 가다듬어 말을 시작했다. "일단 일본이 배달국을 치고 난 후 한국을
치는 것은 기정사실일 것입니다. 장로회에서는 일본이 배달국을 완전히 항
복시키기 전에 배달국을 지원해서 배달국이 일본의 공격에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요?" 대통령과 CIA국장, 국방장관이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이 반문했다.
그동안 미국은 아니 미국이라는 이름으로 권력을 쥔 시온파들은 지금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말로는 전쟁에 끼어들 명분을 찾고 있는 것
이었다. 배달국이 가진 막대한 석유는 이들이 군침을 흘리기에 충분한 것이
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명분이 필요했다. 이미 이라크에서 명분을 잃어버리
고 있는 미국이 또다시 명분 없는 전쟁을 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
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국이 스스로를 "세계의 지도자"라고 주장하기 위해서
도 억지를 부릴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들은 한일 간에 전쟁이 난다면
미국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양국이 국가경제력를
소모하면서 전쟁을 벌이다 한쪽이 기울면 개입하는 것이다. "세계평화를 위
해서"라는 명분을 가지고 전쟁을 말리는 척 하면서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
이다. 그런 데 장로회에서는 배달국을 도와주라는 지령이 나온 것이다.
"장로회에서는 배달국이 일본에 의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바라지 않습
니다."
지르킨이 말을 계속했다. "사실 배달국의 석유는 한국이든 일본이든 아니
면 배달국이든 누가 가지든 우리 미국은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석유를 가진
국가가 우리의 뜻에 따라 공동개발이나 다른 방법을 통해 이권분할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750억 배럴의 유전이라면 국내 에너지 가격 안정이나 국
가산업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전의 소유
지분에 미국회사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초 협상시 미국의 압력이 강
하게 작용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보다는 배달국이 우리의 입맛
에 맞습니다. 장로회에서 준비한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여기가지 말하고 지르킨은 약간 뜸을 들였다. CIA국장이 뭔가 알겠다는 표정
이 되는 것을 보고 지르킨은 다음 말을 계속 이었다. "배달국이 일본의
공격으로 적당히 폐허가 되어 가는 시점에서 미국이 배달국을 돕는 것입니
다. 국제사회에 더 이상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일본에게 전
쟁중단을 강요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폐허가 된 배달국에 식량과 의료장비,
인력을 파견해서 인도적인 차원의 복구사업을 실시합니다. 자연히 치안은
우리 미군이 맡습니다. 그러면서 배달국 인사들의 성향에 따라 친미인사들을
지원해서 행정부를 재건시킵니다. 미국은 자연히 배달국의 혈맹이 될 것이
고 배달국은 한국이 6.25때 그러했던 것처럼 미국을 우방국으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배달국이 가진 지정학적 위치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유전뿐만
아니라 배달국의 남서쪽에 있다고 밝힌 또 다른 유전을 이용하는 데도 상당
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르킨은 장로회의 결정을 마치 자신의 의견인양 자랑스레 밝혔다. 지르
킨의 말을 듣고 있던 대통령은 장로회의 결정이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들었
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은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는 국가"로서의 이미지 쇄
신과 더불어 실익도 챙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맥컬리 장관!"
"예, 미스터 프레지던트!"
"즉시 괌과 오끼나와에 대기중인 항모를 배달국 쪽으로 전진 배치시키시오.
"
"알겠습니다."
"그리고 유엔대사에게 연락하시오. 한국이 제소한 안건에 대한 심의를 위해
안보리를 소집합니다. 일본이 거부권을 행사하겠지만 우리의 입장을 국제사
회에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요. 그리고 적당한 시기에 일본 해경에 대한 공
격이 일본 해군의 자작극이라는 것을 폭로할 준비도 해놓으시오."
그렇게 된다면 국제경제전쟁에서도 일본상품들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이렇게 말하고 혼자말로 중얼거렸
다. "문제는 타이밍이군. 타이밍이 중요해."
미국의 개입은 너무 빨라도 안되고 너무 늦어도 안되었다. 배달국이 적당한
선까지 상당한 피해를 입어야 하면서 동시에 완전히 몰락하거나 항복을 해
서도 안 된다. 대통령은 일본함대가 공격을 시작하면 배달국이 몇 시간이나
버틸 수 있을 지가 궁금했다. 아니 어쩌면 불과 몇 십 분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