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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배달민족사-36화 (36/83)

[email protected])=+=                  (13) 제 1차 태평양대첩

(13) 제 1차 태평양대첩 ④2007년 10월 31일 아침 9시 평양직할시

보통강구역 내 중앙방송세연은 눈 주위가 퉁퉁 부어서 나타났다. 밤사

이 실컷 울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표정과 눈빛은 예전에 처음 만났을 때 그

당찬 의지로 빛나던 모습을 가지고 나타났다.

"자 구성을 하죠."

세연은 의자를 박력 있게 빼내더니 의자에 털썩 앉으며 도전적인 투로 말했

다.

"여기 제가 찍은 영상 중에 살아남은 영상들의 리스트가 있어요. 이걸로 구

성하는 거예요."

세연이 볼펜으로 꼬박꼬박 적은 노트를 보여주며 말했다.

"리스트? 우린 목록이라고 합네다."

"아 그렇지 목록! 좋은 지적이예요."

어젯밤 세연은 숙소인 보통강 려관에 들어가서 꼼짝 않고 한참을 울었다. 처

음에는 모든 걸 포기하고 자신이 찍은 테이프를 모두 리감독에게 던져주고

알아서 후반작업을 하라고 하고 서울로 가버릴까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러

기에는 남아있는 영상이 너무 아까웠다. 세연이 찍은 영상은 크게 두 종

류였다. 활기차게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현재, 남북한의 주민들이 하나의 민

족임을 보여주는 모습들, 그리고 막연히 남한의 국민들이나 다른 나라사람들

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깰 수 있는 자료들이 한 테마였고, 다른

하나는 북한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부조리와 경직성, 빈민들의 힘겨운 삶,

실패한 정책들의 피해, 호화로운 삶의 누리고 있는 당 간부들의 모습, 김일

성과 김정일 부자에 대한 비정상적인 우상화 등이 두 번째 테마였다.

세연은 두 번째 테마를 깨끗하게 포기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두 번째 테

마는 검열이 시작되면서 포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 단지 세연이 촬영을 통해 진행하던 무언의 시위가 아누 소용이 없다는 것

을 알게되어 힘이 빠졌을 뿐이다. 세연은 지금의 북한은 이러한 비판을 받

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경직된 사회지만 변화가 계속되면 언젠가는 그것을 허

용하는 시기가 올 것이고, 그러면 이 사회의 변화는 한층 더 가속될 것이라

는 희망을 가졌다. 그레서 세연은 북한의 활기찬 모습과 변화에 초점을 맞추

고 고이지 않고 변화를 향해 흘러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메시지로 담

기로 했다. 세연과 리감독의 작업은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편집은 중

앙방송사의 편집기사들에게 큐시트와 함께 넘겨졌고, 편집이 끝난 영상은 다

시 세연과 리감독이 검토를하고 수정 보완하면서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렇게

작업된 영상은 씬 별로 세연이 나레이션 할 원고를 작성하면서 발빠르게 진

행되었다. 원고에 사용할 용어와 내용에서 다소간의 이견이 생기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큰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점심식사도 건너뛰고 진행된 작업에

오후 늦은 시간이 되자 편집과 거의 동시에 원고작업까지 종료되었다. 리

감독은 세연과 작업을 하면서 방송일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북한의 주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아! 좋습니다. 세연동무. 정말 좋은 작품입네다."

원고를 쭉 읽어보던 리순천이 말했다.

"내친 김에 오늘, 녹음까지 끝낼까요? 저 지금 한참 탄력 받았는데..."

세연도 내심 만족스러운 마음에 웃으며 말했다. 웃던 리순천의 얼굴에서

웃음이 멎었다. 그리고는 묘한 표정을 만들어 냈는데 아차 깜박했군 하는 표

정이었다. 남한의 경우 같으면 이제 나레이션 녹음을 하고 음악과 자막

작업을 하고 방송을 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북한의 경우는 좀 달랐다. 성우

녹음이 있기 전에 원고와 영상에 대한 당의 검열이 있어야 했다. "이거

당의 검열을 받아야 작업을 더 진행할 수 있으니 좀 기다려야 합네다."

리순천 감독의 말에 세연이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러면 그렇지 어쩐지 잘 굴러간다 했지. 할 수 없죠 뭐, 얼마나 걸릴까요

?"

"보통 정규방송물은 방송 전날 검열이 떨어지는 데, 이런 건 방송시간이 안

정해져 있는 것이니 한 일주일은 걸릴 거 같습네다."

세연의 놀라든지 기가 막힌다든지 하는 반응을 기대했던 리감독은 세연이 자

신의 얘기를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세연은 방송국 사무실에 틀어놓

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CNN과 NHK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일본과 배달국의 전쟁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었던 것이

다. "저거 언제부터 저랬죠?"

"한 1주일됩네다. 일본이 배달국에 선전포고한거이."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모를 수가 있었죠?"

"공화국에서는 아직 배달국에 대한 공식입장이 없습네다. 그리고 저런 뉴스

는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전달이 잘 안되지요. 공화국 국민들 대부분은 아직

배달국이 있는지도 잘 모릅네다."

세연은 생각했다. 준영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저 미지의 섬 배달

국 안 어느 곳에서 일본의 공격을 막을 준비하고 있을까? 무사할 수 있을까

? 그러면서 세연은 그동안 자신이 준영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 준영은 자신이 그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는 자리를 비워주다가 자신이 그

를 필요로 하면 항상 곁에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세연은 준영이 보고 싶

어졌다. 세연은 지금 준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오늘 일

은 끝났으니 식사합시다. 배 안고픕니까?"

TV를 보느라 정신이 없는 세연에게 리감독이 말을 걸었다. "당연히 고프죠

, 뭐 먹으러 갈까요?"

세연이 TV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요기 앞에 단고기 집이 있

는 데, 단고기 먹을 줄 압네까?"

"개고기 말씀이죠?"

"예, 남조선에서는 단고기가 불법유통이 많이 된다고 들었는데, 우리 공화국

에서는 아주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아주 깨끗하고 맛있습네다."

세연은 너무 배가 고파 개고기 아니라 말고기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요? 한 번 먹어보죠." TV에서는 CNN의 로빈 애너스트 기자가 배달

국이 한국의 참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D-2]

2007년 10월 31일 일본 요코스카 기지 해군막료부 작전상황실요코스카

기지는 일본 해군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다. 해군본부에 해당하는 해군막료

부와 중앙함대사령부, 요코스카지방대 사령부가 있었고, 주일미군의 함대사

령부도 요코스카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번 작전은 토마호크 미사일과

함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군막료부의 작전참모

부 전략장교인 유시오 가츠히로 2등해좌는 상황판에 고정된 해도 위에 자석

으로 만든 함정의 표식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표식은 함정의 소속에 따라 각

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어 각 함대의 운용전략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

다. 중앙함대를 나타내는 연분홍색 표식들이 배달섬의 서쪽 바다를 온통 벚

꽃이 만발한 듯 하얗게 메우고 있었다. 구레 지방함대의 청색표식이 남서쪽

바다에서 배달섬을 향해 배치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검은색의 중앙함대 제

1잠수대군이 포진하고 있었다. "만약 배달군이 바다에서 응전을 한다면

이 정도 위치에서 응전을 해야 하지만 바다에서 배달국의 함대를 만날 가능

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아까 위성검색결과보고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배달국 주변에 떠 있는 선박은 유진호 5척이 모두입니다. 그리고 유진호의

경우 어느 정도 수준의 무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기본적으

로 여객용입니다."

"잠수함은?"

"이미 배달국 상공에 대잠초계기 오라이언을 배치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아

직 단 한 척의 잠수함도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배달국은 잠수함을 보유하

고 있지 않은 게 거의 확실합니다. 그리고 오라이언의 경우 배달국 상공에

위치한 지 24시간이 넘었습니다만 아직 전투기나 대공미사일의 조짐은 나타

나지 않고 있습니다. 저들은 오라이언의 존재조차 모르는 듯 했습니다."

각 함대 사령관들은 배달국에 잠수함이 없다면 일본 해경을 공격한 어뢰는

과연 어디서 발사된 건지 궁금해졌지만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 이미 군 내부에서는 일본 해경의 공격한 어뢰의 정체는 알 만한 위치에 있

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 되어 있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

고 있는 일이었다. 어쨌든 위성탐지와 오라이언의 초계를 통해 확인한 내용

에 따르면 배달국의 방위 태세는 거의 전무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위성검색이 모든 곳을 다 뒤질 수는 없지 않은가? 다른 곳에 숨겨둔 군함

이나 잠수함이 있을 확률은 없나?"

"없습니다. 모든 곳을 뒤질 수 없다는 것은 적어도 제주도나, 하다 못해 거

제도 정도 면적이 되어야 할 수 있는 말입니다. 배달섬은 워낙 작아 벌써 여

러 번 검색했습니다. 게다가 배달섬의 경우 중앙에 있는 만(灣)을 제외하면

배를 숨길 장소도 없습니다. 섬 주변 300km이내에는 유진호 외에 어떤 선박

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배달국을 상대하면서 해상에서는 적을 만나기 어렵다는 말에 함대사령관들은

다소 맥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유시오 2등해좌의 설명이 이어졌다. "함

대가 주의해야 할 것은 여기 지도에 보이는 이것들입니다. 아마 해변을 따라

설치된 것으로 보아 지대함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사일의 사정거

리나 성능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모델인지 밝혀지지 않습니다. 다만 한국

의 미사일과 같은 수준이라고 인정한다면 사정거리는 거의 150km 정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사일이 아니라 포 아닐까? 그냥 해안포.! 어떤 모델인지 확인 안 된다며

?"

누가 그렇게 말하자 제독들이 웃었다. "그런데 배달국을 상대하는 데 너

무 많은 함대가 출동하는 것 아닙니까?"

누군가가 이렇게 질문을 하자 고바야시 막료장이 말했다.

"물론 이렇게 많은 병력이 필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일본은

이제 군으로 개편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 해군 단독으로 첫 전투를 치

러내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해군의 위용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또 그를 통해 보다 빨리 배달국의 전의를 상실하게 하고 우리의 목

적한 바를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승리는 우리 조국과 천황폐하의

영광을 위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배달국이 대함 미사일

을 가지고 있다 해도 결코 단 한 척의 전함도 잃는 일은 없어야 하고 최대한

아군 피해 없이 완승을 거두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알겠는가?"

"옛! 신명을 다하겠습니다."

막료장의 입에서 천황이 거론되자 모든 해군 제독들이 일순 긴장하며 승리를

다짐했다. 아무리의 군이 위계를 중시하는 조직이라지만 지금 일본 해군은

고바야시 막료장을 보스로 하는 거대한 폭력조직과 다름이 없었다. "우

리 군의 작전은 지금 표시된 위치까지 전진한다. 전진 도중 앞을 막는 적함

은 잠수함대와 초계기에서 처리한다. 이 곳까지 전진한 함대들은 우선 토마

호크로 이 해안포인지 대함미사일인지 이것부터 박살내고 그 후에 본격적으

로 토마호크와 함포로 철저하게 배달국의 영토를 공략한다. 그 후에 헬기로

청소를 한다. 공격은 배달섬이 무인도로 변할 때까지 계속된다."

원래 일본의 자위대는 토마호크와 같은 함대지 미사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자위대라는 특성 상 다른 나라의 영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비들 즉,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나, 함대지 미사일, 폭격을 목적으로 하는 전투기 등은 그 수

량과 종류 등이 제한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묵인 하에 일본 해군은 이미 군

으로 재창설되기 오래 전부터 토마호크 등 함대지 미사일과 상륙작전을 위한

장비들을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토마호크를 90발까지 장착할 수 있

는 곤고급 구축함을 대량 보유하고 있었다. 더불어 이번 전쟁에서는 다른 구

축함에 장착된 127m 함포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 배달국 정도의 면적이라면 함포만으로도 섬 구석구석까지 거의 모두 사정

거리에 이를 것이다. 거기다 배달국이 잠수함이 없다는 것이 확실시되는 이

상 구축함에 기본 탑재되는 대잠헬기도 상당수 지상공격용 전투헬기로 교체

했다. "그런데 공격 도중 그들이 항복을 하면 어떡합니까?"

"항복을 하면 즉각 공격을 멈춰야지"

고바야시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는 곧이어 잔인하게 웃으며 말했

다.

"그런데 그들의 항복의사가 상부에 접수되고 막료부에 전달되어서 제독여러

분들께 전달되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리면, 생존자가 남을 수 있을지 그게 걱

정이군."

회의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그보다 선제공격에 통신수단들이

모두 박살나면 어떻게 하나 그게 더 걱정입니다."

다카노 중앙함대사령관이 옆에서 거들자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고바야시 막료장은 큰소리로 웃으며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달국에 대한 학살에 가까운 공격은 세계 각 국의 지탄을 받을 것이다. 이

것은 현 총리인 고미즈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고, 거기

에 고바야시는 모두 총리의 지시였다고 양심 선언한 후 군복을 벗을 생각이

었다. 그리고 2년 후 중의원 선거에 나설 것이고, 그 후에는 천황폐하와 황

태자 전하를 위한 본격적인 대역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도달하자 고바야시는 배달국의 등장이 너무나 고마운 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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