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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는 명전이다-93화 (93/209)

93화

메이저리그 올스타 브레이크의 이벤트 중 하나인 올스타들의 홈런더비는 1차(예선), 2차(리그 결선), 3차(양대 리그 결선 우승자 대결)로 치러졌다.

대호는 아메리칸리그 소속으로 출전해 1차에서 체프 벤에게 말했던 것처럼 무려 서른 개의 홈런을 쳐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사실 오클랜드 슬랙스 팬이나 대호를 좋아하는 개인 팬들은 홈런 레이스가 스무 개가 넘어가면서 결선을 대비하기 위해 더 이상 홈런을 치지 않고 힘을 비축하길 원했다.

하지만 대호는 그러지 않고 계속해서 일곱 개의 아웃 카운트가 모두 소비될 때까지 계속해서 홈런을 이어 가 결국 서른 개를 달성하고야 말았다.

그러나 대호의 파격적인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리그 결선인 2차 홈런 레이스에서는 1차 예선에서 친 것보다 두 개 더 많은 서른두 개의 홈런을 치면서 올스타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와아… 오클랜드는 좋겠구먼. 저런 타자를 보유하고 있다니.”

“그러게… 아니, 잠깐. 정대호 저 선수 분명 리드오프 아니었나? 대체 타선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길래 저런 타자가 1번을 맡고 있는 거지?”

팬들은 대호와 오클랜드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들을 단순한 놀람이 아니라, 경악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무려 예순두 개의 홈런을 친 대호가 내셔널리그 대표로 나온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의 프랜차이즈 스타 베리 브라운을 상대로 무려 서른여덟 개의 홈런을 친 것이었다.

베리 브라운 역시 예선 1차 스물두 개, 2차 스물다섯 개로 적지 않은 홈런을 쳤는데, 마지막 3차에서 서른 개를 치며 이번 홈런더비의 승자를 내셔널리그가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호는 서른여덟 개라는 기록으로 가뿐히 베리 브라운을 제압하고 우승을 거뒀다.

대호가 푸드뱅크에 기부하게 될 금액은 총 1만 5천 달러.

정확히 100개의 홈런을 치고, 10개당 500달러라는 보너스까지 더해진 금액이었다.

그러나 푸드뱅크에서 기부금을 받아들자, 거기엔 101만 5천 달러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대호가 홈런더비 우승 상금으로 주어지는 100만 달러도 함께 기부했기 때문이었는데, 이 소식이 퍼지자 대호의 인성에 대해서도 칭찬이 매우 늘어나게 되었다.

1만 5천 달러야 홈런 개수에 따라 기부하기로 한 것이니 당연한 거지만, 우승 상금까지 기부하는 건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푼돈이 아니라 100만 달러라는 거금이니 만큼 더더욱.

* * *

올스타 브레이크로 인해 메이저리그가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이에 대호는 잠시 시간을 내서 연인인 한나와 계획했던 가족 만남을 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현재 두 사람은 LA 산타모니카 해변이 보이는 호텔, 샹그릴라를 찾은 상태였다.

“와우! 한나를 통해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직접 인크레더블을 보게 되다니 정말로 반갑군!”

한나 포커스의 아버지인 한스 포커스는 야구광이다 보니, 예비 사위인 대호를 보자마자 별명을 언급하며 격한 포옹을 했다.

“아니 이이가…….”

예비 사위의 별칭을 부르며 끌어안는 남편의 모습에 한나의 어머니 이자벨라 포커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작게 타박하였다.

야구광인 한스 포커스는 좋아하는 야구 선수를 봤다는 기쁨에 곧바로 끌어안았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이미 한나에게서 오늘 무엇 때문에 이 자리에서 만나게 된 것인지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인데도 잘생겼네!’

이자벨라의 대호에 대한 첫인상은 그것이었다.

뙤약볕 아래서 운동을 하는 운동선수이면서 대호의 피부는 트러블 없이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동양인임에도 이목구비의 선이 뚜렷해서 쾌남형으로 생겼고, 사람에 따라 잘생겼다는 소리도 많이 하는 편이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기고 깨끗한 피부를 가진 미남.

그러다 보니 이런 예비 사위의 모습에 자신의 딸이 좀 고생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흐음… 한나가 이 얼굴에 반한 건가?’

더욱이 전해 듣기로는 자신의 딸보다 무려 일곱 살이나 어리다고 했었다.

‘어머!’

그 생각이 스쳐 지나가자, 이제 겨우 스무 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너무 어린 거 아냐?’

그런 생각을 하던 이자벨라는 대호를 돌아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스무 살이라고 하기에는 그에게서 풍겨 오는 분위기가 결코 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얼굴을 보면 스무 살… 아니, 아직 학생 같은 느낌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전체적인 분위기는 훨씬 능숙한 베테랑 같았다.

더군다나 지금 자신의 남편과 나누는 모습만 해도 그랬다.

50대 초반인 남편과 대화를 하는데 전혀 긴장하지 않고 대화를 잘 이끌어 나가는 모습에서는 안정감이 물씬 풍겼다.

참으로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사내가 아닐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동생 같고, 또 어떻게 보면 든든한 보호자와도 같은 대호의 모습에 어느 순간 이자벨라도 동화되기 시작했다.

“벌써 팀의 중심이 되었다니 놀랍군요.”

야구광인 남편과는 다르게 스포츠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이자벨라였지만, 남편과 딸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놀라움을 느꼈다.

아무리 스포츠를 잘 모르고 관심 없는 이자벨라라고는 하지만, 뉴스는 종종 볼 수밖에 없었다.

또한 남편 옆에 있으면서 알게 되는 것들도 있었고.

게다가 딸의 직업이 리포터 아니겠는가.

이런저런 이야기가 계속되고 어느 순간, 본격적인 내용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듣기로 이번 시즌이 끝나면 바로 결혼을 하고 싶다고요?”

이자벨라는 딸에게서 전해 들은 내용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런 이자벨라의 질문에 대호는 한스 포커스와 하던 대화를 멈추고 얼른 고개를 돌려 대답하였다.

“예. 제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빠르게 가정을 이루고 안정된 환경을 이루는 게 앞으로의 미래에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또 한나를 이대로 두면 다른 놈들이 채 갈 것 같아서 불안하더군요. 하하하!”

대호는 진심을 담아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그저 야구 선수라는 직업에서 안정감을 찾기 위해 아무나와 결혼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한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런 대호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나는 물론이고 이자벨라와 한스까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한나의 아버지인 한스 포커스는 오늘 이 자리에 나와 결혼을 하겠다는 딸의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 궁금했다.

뛰어난 야구 선수라고 해서 결혼 생활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딸이 사랑하는 사람이고, 또 결혼을 하고 싶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가 생각하기에 상대의 나이가 너무 어렸다.

그는 야구팬으로서의 마음과 딸의 결혼 상대를 평가하는 아버지로서의 마음을 구분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런지 결혼 이야기를 딸이 먼저 꺼내는 게 아니라, 상대인 대호가 먼저 말한 것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식당에 들어서서 본 첫 이미지는 합격이었다.

어리다고 했는데, 확실히 딸에 비해 젊어 보이기도 했다.

다만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어리기만 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생각도 깊고 말도 잘 통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상대와 자신이 나이를 떠나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음을 깨닫고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딸의 남자친구는 예비 사위가 되었고, 또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와 같이 가깝게 느껴졌다.

“그런 마음이라면 난 찬성이네!”

한스 포커스는 대호의 이야기에서 진실성을 느끼고 딸과의 결혼에 찬성의 표시를 하였다.

그리고 그건 엄마인 이자벨라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의 결혼 승낙이 떨어지자, 한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부끄럽다는 생각과 계속해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창피해져 이야기 주제를 돌리기로 하고는 말을 하였다.

“자기, 이번 올스타 이벤트로 홈런더비에 나간다고 했는데 순위는 몇 위나 할 것 같아요?”

올스타 이벤트인 홈런더비는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1, 2, 3차로 나눠 각 리그 예선과 결선, 그리고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를 뽑아 최종 우승자를 뽑는 방식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그럼에도 전통적으로 홈런을 친 개수로 순위를 논의하기도 했기에 물어본 것이다.

“흐음… 한나, 저 못 믿어요? 당연히 제가 1위죠.”

대호는 씨익 웃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기가 현재 양대 리그 통틀어 홈런 순위 1위인 건 맞지만, 그래도 단기간인 홈런더비는 또 다른 얘기 아녜요?”

“그렇긴 하죠. 하지만 이번 홈런더비는 걸린 것이 있어서 집중력이 더 올라 자신 있어요.”

대답을 하면서 대호는 눈빛을 반짝였다.

구단 프런트와 에이전트에서 며칠 전,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일을 하나 같이 하자고 하였다.

구단 프런트에서는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여러 사업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굶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돕기 위한 기부였다.

다만 무턱대고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 스포츠 구단이란 점을 이용해 야구팬을 늘릴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는 올스타 브레이크에 초청된 대호에게 제안을 한 것이다.

홈런더비에 나가는 그에게 홈런을 친 개수만큼 기부금을 대호의 이름으로 푸드뱅크에 기부를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홈런을 치는 만큼 푸드뱅크에 기부를 한다니까, 전 무조건 많은 홈런을 쳐서 기부금을 많이 낼 겁니다!”

“와!”

“와우!”

“푸드뱅크에 기부를 한다고?”

한나나 한스의 경우 대호가 올스타 이벤트에서 1위를 하려는 이유에 감탄해 탄성을 질렀다.

그런데 한나의 엄마인 이자벨라가 놀란 것은 바로 그녀가 일하는 푸드뱅크에 기부를 한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대호, 정말로 푸드뱅크에 상금을 기부할 건가요?”

홈런 개수만큼 구단에서 주는 상금을 기부한다는 말이 순간 와전되어 상금을 기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응? 상금 기부?’

말이 좀 와전된 것 같기는 하지만 대호가 곰곰이 생각하니 뭐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어차피 홈런더비 상금이 아니더라도 이미 투자해 놓은 것도 있고, 또 조만간 있을 스폰서 계약 덕에 이벤트 상금 정도는 없어도 생활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또한 앞으로 메이저리거로 활동하면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을 테지만, 한나의 어머니에게 점수를 따는 건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대호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홈런더비 우승 상금도 모두 기부를 할 계획입니다.”

기부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구단과 에이전트가 계획한 것은 오클랜드 내에 한정된 기부였다면, 이제는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이벤트인 홈런더비 상금은 상당히 많은 액수였다.

우승 상금이 무려 1백만 달러나 되고 준우승만 해도 대호의 연봉보다 많은 75만 달러나 되었다.

그러니 그중 하나라도 기부를 하게 된다면 오클랜드의 굶주린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정말로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있군요.”

이자벨라는 예비 사위가 될 대호가 자신이 추구하는 사회봉사 활동에 긍정적인 것을 느끼고는, 처음 만났을 때 가졌던 관찰자와 같던 포지션에서 벗어나 마음을 열고 딸의 남자가 아닌 동지로써 동질감을 느꼈다.

사랑하는 남편도 종종 자신의 이상에 반대하기도 하는데, 예비 사위는 그렇지 않고 적극적으로 동의를 해 주니 그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너무 많은 것 아니에요?”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 같은 모습에 한나는 너무 많은 금액을 기부하는 게 아닌지 물어보았다.

“한나, 그 정도는 괜찮아요! 상금 기부하는 건 좋은 일이고, 또 당장 급한 돈도 아니잖아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대호는 한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자기가 그렇다면 그렇게 해요!”

대호의 대답에 한나는 대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엄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즉흥적으로 한 말이 아니었구나!’

전에 데이트 중 자신의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사회적 공헌에 관심이 많은 자신의 엄마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본 것인데, 그게 아니란 것을 듣자 안심이 되었다.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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