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회차는 명전이다-64화 (64/209)
  • 64화

    따악!

    배트에 맞은 타구가 허공을 가르며 쭉쭉 뻗어 나갔다.

    이에 장타를 의식한 외야수들이 펜스를 향해 달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 달리던 것을 멈추고 타구가 담장을 넘는 것을 서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공은 담장을 넘어 홈런이 되었기에 더 이상 쫓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홈런! 빅 타이거! 어제에 이어 오늘도 투런 홈런을 만들어 냅니다.”

    솔트레이크 비스와의 홈 2차전인 오늘.

    대호는 어제에 이어 또다시 홈런을 쳤다.

    4타석 3타수 2안타, 1홈런에 볼넷 하나를 얻은 대호는 투런 홈런을 포함해 4타점을 기록했다.

    “정말 대단한 선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트리플A에 올라와 불과 2경기 만에 홈런만 다섯 개입니다!”

    “그렇네요. 정말 무서운 장타력입니다.”

    “이렇게 되면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는 완벽한 마스터 피스를 갖추게 되었군요.”

    장내 아나운서인 아담은 흥분해 소리쳤다.

    아나운서인 아담이 이렇게 흥분을 하는 이유는 그가 바로 진성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의 팬이기 때문이었다.

    상위 구단인 오클랜드도 아닌 오로지 에비에이터스의 팬, 그렇기에 아담은 그 동안 에비에이터스의 경기력에 많이 안타까워하였다.

    투수진의 수준은 트리플A에서 정점은 아니더라도 중상 정도는 되었다.

    또 타자들의 타율도 나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경기력도 나쁘지 않은 상태였지만 결과적으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정도였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에비에이터스가 더욱 잘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많이 안타까웠다.

    결정적 득점을 내줄 장타력이 부족해 매번 공격에서 잔루를 남김으로써 패들로 하여금 아쉬움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에비에이터스의 팬들은 계속해서 강력한 타자를 요구했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아니다.

    자신들이 원한다고 해서 선수를 아무 때나 수급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팬으로서 안타까운 기분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젠 아니다.

    시원하게 해결해 줄 해결사가 어제부터 에비에이터스에서 활약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HO! HO! HO!”

    조금 전 대호의 투런 홈런으로 스코어는 7:3, 이제 점수 차는 다시 4점 차가 되었다.

    어제는 데뷔하는 날이라 9번에 들어가서 쳤지만, 오늘은 어제 4홈런이라는 결과에 힘입어 3번 타자로 경기에 나와 홈런 하나와 2루타를 치면서 4득점이나 냈다.

    현재 경기는 6회 말로 4점의 점수 차가 뒤집히지 않는 이상 잘해야 한 번 정도 더 타선에 들어설 것이다.

    “5번 타자 맷 데이비슨, 유격수 앞 땅볼로 아웃 되면서 공수 교대합니다.”

    대호의 투런 홈런에 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4번 타자 오스틴 알렌에 이어 5번 타자인 맷 데이비슨도 유격수 앞 땅볼로 아웃이 되면서 쓰리 아웃으로 공수 교대를 하였다.

    “오늘도 무난하게 이기겠군.”

    아론은 수비를 하기 위해 나가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당연하지. 솔트레이크 비스 정도는 가볍게 이겨 줘야지 않겠어?”

    함께 그라운드로 뛰어나가던 대호가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그런 두 사람의 뒤로 달튼이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소리쳤다.

    “야! 비스가 우리가 속한 서부 지구 1위 팀인 건 잊었냐?”

    “그래? 그런데 1위 팀이 너무 못하는데?”

    달튼의 말에 수비 위치에 도착한 아론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런 아론의 말에 중견수 자리로 뛰어가던 대호가 마지막 말을 남기고 달려갔다.

    “메이저리그도 아니고 고작 트리플A 리그에서 지구 1위라고 해 봐야 무슨 소용이야?”

    물론 정말로 아무 소용없는 건 아니지만, 대호는 별것 아니란 듯 말을 하였다.

    “하여튼…….”

    황당한 대호의 말에 달튼은 고개를 흔들었다.

    메이저건 마이너건 1위라는 것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팬들도 흥분하게 만든다.

    그런 사실을 부정하는 듯한 대호의 말에 기가 막힌 달튼이었다.

    ‘나 참, 저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뭐, 실력을 보면 할 말은 없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은 언제나 달튼 자신이었다.

    그런데 알게 된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호는 그 동안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을 벗어난 사람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웃!”

    불펜진이 조금은 약한 편에 속하는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였지만, 오늘은 겨우 1점만 내주고 잘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불펜이 이렇게나 안정적이게 된 것도 전적으로 안정된 수비의 영향이 컸다.

    그리고 그 안정된 수비는 선수 한 명이 바뀐 것에서 기인했다.

    어제 좌익수로 나와 안정된 수비와 위기 상황에서 결정적 수비를 보여 줌으로써, 투수들에게 수비에 대해 안심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줬으니까.

    원래 좌익수가 본 포지션은 아니지만, 대호의 외야 수비는 어느 포지션에서도 1인분 이상이 가능했기에 에러 하나 보이지 않고 훌륭히 커버해 보였다.

    그에 힘입어 오늘은 본 포지션인 중견수 자리와 3번 타자란 중요한 자리를 맡게 되었다.

    이런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선발로 출전을 하였는데, 역시나 기대에 훌륭하게 이바지하는 중이었다.

    “브라이언, 자네가 보기에 어때?”

    프란 감독은 수석 코치이자 타격 코치를 겸하는 브라이언 맥언을 불러 물었다.

    “누구 말씀이십니까?”

    브라이언은 자신을 불러 질문을 하는 프란 감독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그런 브라이언 코치의 질문에 감독은 저 멀리 외야에 있는 대호를 보며 말했다.

    “저기 괴물 말이야!”

    “괴물… 아, 대호 말씀이시군요.”

    주어를 빼고 말했음에도 금방 누구를 가리킨 것인지 깨달은 브라이언 맥언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어볼 필요도 없죠. 그냥 그 별명처럼 인크레더블 하죠.”

    “하하하, 그렇지. 인크레더블 하지!”

    브라이언의 대답을 들은 프란 감독은 호탕하게 웃으며 방금 브라이언이 언급한 대호의 별명 인크레더블을 읊조렸다.

    프란 감독은 정말이지 인크레더블이란 대호의 별명이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인크레더블, 이보다 대호에게 잘 어울리는 별명이 없었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더블A에서 갓 콜업 된 뉴비가 데뷔 경기에서 솔로 홈런도 아니고, 멀티 홈런도 아닌 홈런 사이클을 만들었다.

    세계에서 야구란 스포츠가 만들어지고 그 역사가 200년이 되어 간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단 세 명만이 그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기록 보유자 중 한 명이 바로 대호였다.

    더군다나 더블A에서 그 기록을 세우고 바로 일주일 만에 트리플A로 콜업 되어, 데뷔 경기에서 또다시 기록하였으니까.

    그러니 이 인크레더블이란 별명이 대호를 지칭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를 위한 단어란 말인가?

    솔직히 프란 감독은 정말로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슈퍼 히어로는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호가 센터에 자리를 잡으니 수비가 정말 안정적으로 변했습니다.”

    “맞아. 외야 좌우는 물론이고, 내야도 영향을 받아서 단단해졌지.”

    아닌 게 아니라, 보통 중견수의 수비 범위를 1.5배 이상 커버하는 대호로 인해 에비에이터스의 수비는 전체적으로 안정되었다.

    중견수인 대호가 자신들이 수비해야 할 범위 너머까지 커버를 해 주자, 좌익수와 우익수의 부담이 덜어졌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의 앞인 2루와 3루 쪽으로 수비 범위를 조금 넓힐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2루수와 유격수, 그리고 3루수까지 뒤쪽으로 빠지는 타구에 대한 수비 부담이 연쇄적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그들 역시 비교적 뒤로 빠지는 볼에 신경을 덜 쓰게 되었고, 반대로 내야 수비가 탄탄해졌다.

    이렇게 되며 에비에이터스의 수비는 그 어느 때보다 철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일례로 대호의 등장 이후 실책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게 증거가 되었다.

    “수비가 든든해지면 투수의 어깨가 가벼워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

    “네, 감독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리고 수비 부담이 덜어져서 그런지 공격에서도 더 적극적이면서도 성과를 내고 있으니까요.”

    “하하하! 예전과 다르게 하위 타순이든, 1, 2번 타자든 3번에서 득점을 내줄 타자가 있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나?”

    감독으로서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타격, 수비, 주루, 심지어 작전 수행 능력까지 톱에 가까운 타자.

    그야말로 꿈에서나 그리는 인재가 아닐 수 없었다.

    ‘하하하, 내가 야구를 시작하고 언제 이런 선수를 본 적이 있었나?’

    프란은 순간적으로 옛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처음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았을 때부터, 야구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일찍 선수를 포기하고 지도자로 전향을 한 뒤 보았던 많은 선수들을 말이다.

    하지만 그 어떤 선수도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정대호를 능가하는… 아니, 비슷한 선수조차 없었다.

    동부에 비슷한 선수가 있다고 하지만, 프란 자신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기도 하고, 그의 생각에는 홈런 사이클이란 대기록을 두 번이나 기록한 대호가 더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 물론 그 동부 보스턴에 있는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이고, 정대호는 아직 트리플A 리그에서 활동중이기는 하지. 하지만… 누군가 둘 중 하나만 자신의 팀에서 써야 한다고 말하면, 난 당당히 정대호를 고르겠어.’

    “게임 셋!”

    9회 초, 솔트레이크 비스의 공격이 끝나고 주심으로부터 경기 끝을 알리는 선언이 들렸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조용히 지켜보던 프란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후보 선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라운드로 나갔다.

    솔트레이크 비스와의 2차전도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의 낙승으로 끝났다.

    스코어는 23:4로 끝난 어제와 다르게 겨우 4점차인 7:3에 불과했지만, 경기 내용적으로 그리 어려운 고비 없이 승리하였기에 낙승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3차전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

    * * *

    따악!

    “넘어가나요? 넘어가나요?”

    쭉쭉 뻗어 나가는 타구를 보며 아담은 마이크에 입을 가져가며 소리를 질렀다.

    어제에 이어 세 경기 연속해서 대호가 홈런을 때렸기 때문이다.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솔로 홈런이었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고작 세 경기 만에 여섯 개의 홈런을 쳐낸 대호 정 선수,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보십시오.”

    해설을 하고 있던 폴 뉴먼도 맞장구를 쳤다

    그가 보기에도 대호는 엄청난 장타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쇼맨십도 대단했다.

    그러니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의 팬들은 물론이고 자신까지 흥분을 시키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세 경기 연속 홈런을 치는 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간간이 나왔다.

    그런 선수들은 메이저로 콜업 된 이후, 모두 훌륭한 선수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하지만 등장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을 이렇게 흥분시키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은 단순히 훌륭한 선수에서 끝나지 않고,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되기 마련이었다.

    ‘거 참! 방금 전 솔로 홈런은 솔트레이크를 상대로 너희가 감히 우리에게 덤비려 하냐… 그렇게 윽박지르는 것 같았군.’

    야구선수가 친 공에서 그러한 느낌을 받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폴 뉴먼이 야구장에서 야구 경기 해설을 한 경력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해설 초반에는 마이너리그 경기 해설을 맡았지만, 이름이 알려지면서 전성기에는 메이저리그 경기도 10년 넘게 해설했다.

    그리고 많은 슈퍼스타들의 경기를 보았다.

    그런데 그 어떤 선수도 방금 전 상대의 기를 꺾어 놓는 야구를 하는 이를 보지 못했다.

    그 이름 높았던 뉴욕 킹덤스의 전설 데릭 진터나 알렉스 로드, 해리드 포사드도 그렇지 못했고, 통산 홈런 438개를 쳤던 휴스턴 미티어스의 오르단 알바스도 그런 타구를 쳐 내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이제 겨우 19살의 마이너리그 선수에게서 그러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대호는 전설이 될 거야!’

    대호의 경기를 직접 눈으로 본 것은 겨우 세 경기에 불과하지만, 폴은 느낄 수 있었다.

    전설을 써 나가는 레전드의 행보라는 것을 말이다.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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