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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는 명전이다-46화 (46/209)

46화

미들랜드 락하운즈는 더블A리그 중 중남부에 있는 텍사스 리그에 속한다.

그리고 텍사스 리그는 미들랜드 락하운즈를 비롯한 프리스코 러프라이더즈, 아마릴로 소드푸들, 코퍼스크리스티 훅스, 샌안토니오 미션스와 함께하는 사우스 디비전과 아칸소 트레블러스, 노스웨스트 안칸소 내추럴스, 스프링필드 카디널스, 위치타 윈드서지, 털사 드릴러스가 있는 노스 디비전까지 총 열 개의 구단과 두 개 디비전으로 운영된다.

현재 4월, 리그가 시작되면서 총 스물네 번의 경기가 치러졌는데, 미들랜드 락하운즈는 16승 8패로 사우스 디비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어 분위기가 무척이나 좋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하이 싱글A에서 콜업 된 대호가 있었다.

대호는 미들랜드 락하운즈가 열세번 째 경기를 치를 때 처음 출전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이때만 해도 락하운즈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6승 6패.

겨우겨우 승률 50%를 유지하던 시기였다.

그 원인은 바로 주전으로 뛰던 선수 중 무려 세 명이 불법 약물, 즉 도핑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퇴출되었기 때문이다.

주전이 좋지 않은 일로 사라지는 바람에 팀 내 분위기도 좋지 못했고, 또 빠진 세 자리를 채우는데 급급했기에 사실 승률 50%를 유지한 것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락하운즈의 팬들도 점점 지쳐서 마음이 떠나려던 때, 하이 싱글A를 폭격한 대호가 콜업 된 것이다.

오클랜드 프런트의 관심을 받고 있던 대호는 바로 시합에 투입되었고, 그 활약으로 시합에서 승리를 가져왔다.

오클랜드의 하이 싱글A팀인 랜싱 러그너츠가 대호의 넓은 수비 범위와 강력한 타격 능력에 힘입어 창단 이래 처음으로 10연승을 했던 것처럼, 락하운즈 역시 대호가 선발로 시합에 나가는 날에는 무조건 승리를 거두었다.

비록 랜싱 러그너츠에서처럼 9할이라는 믿을 수 없는 공격력까지는 아니었지만, 지금도 6할이라는 타율을 보여 주고 있었다.

더군다나 스탯을 세탁하기 위해 치는 안타도 아니었고, 대부분 2루타 이상의 영양가 넘치는 장타였다.

그걸 지켜보던 한 팬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 리그가 시작되고 열두 경기나 늦게 합류했는데 벌써 아홉 개나 되는 홈런을 친 빅 타이거는 대체 뭐 하는 선수야?

지금 페이스대로라면 한 해에 142경기를 치르는 더블A에서 이론상 100개의 홈런도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대호의 폼이나 타격이 분석되고 나면 100개는 당연히 불가능한 수치이고 상상의 영역이지만, 지금의 대호를 보는 야구팬들의 머릿속에는 달콤한 생각이 떠돌곤 했다.

그만큼 대호의 타격 재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다.

다만 믿기 힘든 수준의 활약을 보였기 때문인지, 대호는 열두 경기에 출전하면서 무려 세 번이나 되는 도핑 테스트를 받아야만 했다.

보통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임의로 선수를 선발해 불법 약물을 사용한 것이 아닌지 테스트를 하는데,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가리지 않고 불시에 표본을 채취해 검사를 한다.

운이 좋으면 한 시즌에 한두 차례 검사 받는 것으로 끝나지만, 재수가 없거나 대호처럼 엄청난 활약을 한 선수가 나온다면 의심이 사라질 때까지 수시로 검사를 하게 된다.

‘젠장, 물론 6할이 넘는 타율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건 맞지만… 더블A잖아. 대체 언제까지 할 생각이지?’

하지만 대호의 성적은 불법 약물로 도핑했다고 가정해도 믿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의심은 끝이 없었다.

세 번이나 되는 도핑 테스트에서 모두 음성을 받아 내추럴이란 판정을 받았음에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발표를 믿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그들은 대부분 미들랜드 락하운즈와 라이벌 관계에 속한 팀들의 팬들이었다.

* * *

“이대로 그냥 둬도 될까요?”

크리스 마틴은 휴식 시간에 태블릿으로 뉴스를 보다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느닷없이 커피 한 잔을 들고 찾아온 비서의 말에 조엘 헌트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지?”

평소에는 자신의 물어보기 전까지 잘 이야기를 하지 않는 크리스가 휴식 시간에 자신을 찾아와 이상한 말을 하자 긍금해진 것이다.

“여기 좀 보십시오.”

크리스는 자신의 태블릿을 조엘의 앞으로 가져다 밀며 말했다.

“흐음…….”

조용히 크리스 마틴이 내민 태블릿에 올라온 기사를 읽던 조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곳에는 작은 칼럼이 하나 올라와 있었는데, 더블A 리그 중 하나인 텍사스 리그에서 선수 한 명이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자, 제목과 다르게 그 선수의 활약에 불법 약물의 도움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쓰여 있었다.

또한 선수 개인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조금만 내용을 읽어 보면 그 선수가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 것인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특징들을 적어 놓은 상태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특정 구단의 동양인 외야수, 열두 경기에 출전해 아홉 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으며, OPS가 3.00을 훨씬 넘긴다는 내용들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그 정도 성적을 보이고 있는 선수는 더블A 미들랜드 락하운즈에 있는 대호뿐이다.

프로야구가 개막된 지도 어느새 한 달이 되었다.

그중 홈런을 아홉 개나 친 선수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통 틀어서도 몇 명 되지 않았다.

그러니 열두 경기, 9홈런 같은 키워드만 쳐도 그 대상으로 대호가 검색될 텐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소송을 피하기 위해 교묘하게 언급을 피워 기사를 낸 것이다.

물론 이 기사가 올라온 곳이 황색 언론으로 유명한 3류 인터넷 신문사라고는 하지만, 자칫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었다.

애초에 이런 곳들이 말도 안 되는 루머를 만들어 먹고사는 곳이기도 하고.

“대호에 관해선 확실히 관리하고 있지?”

조엘 헌트는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물론입니다. 20일 전 그 일이 있은 뒤로 빈틈없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크리스 마틴은 20일 전 단장인 조엘을 찾아와 오클랜드 슬랙스에 허리케인을 안겨 주고 갔던 스카우트 팀장 데이비드의 일을 떠올리며 대답하였다.

당시 더블A에 있는 유망주 세 명이 불법 도핑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생겨 찾아온 데이비드.

이 때문에 조엘은 부랴부랴 불법 약물을 사용한 유망주 세 명에 대한 정밀 검사가 끝나고 도핑이 확인되자마자 곧바로 퇴출시켰다.

사실 그 때문에 하이 싱글A에 있던 대호와 브렛이 10경기 만에 더블A로 콜업 된 것이기도 하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대호가 아무리 대단한 기록을 새우고 있었다고 하지만, 적어도 한 달은 하이 싱글A에 머물러 있어야 했으리라.

원래 계획에서도 그랬으니까.

“이거 좀 더 조사해 봐!”

“어디까지 할까요?”

“어디까지라니? 탈탈 털어!”

“알겠습니다.”

현재 오클랜드 슬랙스는 리빌딩에 들어간 상태다.

비싼 선수는 최대한 트레이드를 통해 다른 구단에 넘기고, 가성비 좋은 유망주로 자리를 채워 그들에게 경험치를 먹이고 있다.

그리고 이 리빌딩이 끝나는 시점이 바로 내년인 2032시즌.

그때쯤이면 더블A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대호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한 시즌을 경험했을 때이니, 그 다음 해인 2033시즌이 되면 모든 계획이 완성이 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 조엘은 700만 달러+a를 약속하며 대호와 계약했다.

그런데 지금 누군가 자신의 계획에 똥을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었다.

쾅!

조엘은 비서인 크리스 마틴이 사무실을 나간 뒤에도 화가 가라앉지 않아 책상을 내리쳤다.

* * *

웅성웅성!

새벽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한 뒤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온 대호는 평소보다 시끄러운 식당 안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호는 평소처럼 자신의 아침을 책임지고 있는 브렛의 앞에 앉으며 물었다.

“오늘따라 식당 안이 소란스럽네?”

그러면서 브렛의 앞에 놓인 스테이크가 쌓인 접시에서 고기를 한 장 가져왔는데, 어쩐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어? 왔어?”

심각한 표정으로 고기를 자르고 있던 브렛은 느닷없이 들린 대호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고 물었다.

“응, 오늘 식당 분위기도 그렇고, 네 반응도 그렇고… 무슨 일 생겼냐?”

자신의 물음에 흠칫 놀라며 이상한 반응을 하는 브렛의 모습에 대호는 뭔가 문제가 발생했음을 직감했다.

“무슨 일이야? 이야기 좀 해 봐. 혹시 구단에 문제가 생긴 거야?”

대호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브렛의 대답을 재촉했다.

그런 대호의 질문에 브렛은 마지못해 대답을 해 주었다.

“넌 아직 못 본거야?”

“뭘 못 봤다는 거야?”

대호는 지금 브렛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곧바로 되물었다.

“그게…….”

그러자 브렛은 지금 락하운즈 선수들이 무엇 때문에 식당에서 이렇게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는 것인지 조심스럽게 말해 주었다.

“뭐? 내가 불법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을 들은 대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 나 참! 아니, 세 번이나 검사관이 나와서 소변 가져가고, 피도 뽑아 가서 아무 이상 없다고 발표했잖아! 그런데 뭐?”

막 아침을 먹기 위해 고기 조각을 입으로 가져가던 대호는 너무나 기가 막혀 큰 소리를 질렀다.

그 때문에 식당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대호에게로 쏠렸다.

“너도 봤잖아! 내가 검사관 앞에서 바지 내리고 소변 샘플 넘기는 걸!”

“봤지.”

“내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보름 전인가? 여기서 도핑하다 퇴출된 세 명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모르지?”

대호는 기사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는 지금, 억울한 감정이 북받쳐 올라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냈다.

“뭐라고? 뭘 모른다는 거야?”

브렛은 평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대호가 느닷없이 퇴출된 세 명에 대한 언급을 하자 놀라서 물었다.

또한 브렛 뿐만이 아니라 식당에 있던 락하운즈의 다른 선수들도 모두 놀란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리그 개막 직후에 어떤 일이 있었던가.

주전 세 명이 단체로 불법 약물을 사용하다 걸려 큰 홍역을 치렀다.

처음에는 그저 의심이었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오클랜드 슬랙스의 프런트에서 직접 나와 조사를 하고 갔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도핑 의심을 받던 세 명은 락하운즈에서 사라졌다.

“그놈들 때문에 지금 도핑 검사만 몇 번째인지는 브렛, 너도 잘 알잖아?”

“…….”

락하운즈의 선수들은 세 명이 퇴출된 이후에야 도핑 의심이 사실이었고, 양성 반응이 떴다는 걸 듣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너무나 뛰어난 대호의 성적에 도핑 의혹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살짝 이기적인 생각도 존재했다.

팀이 승리하는 것은 기뻤지만, 어떻게 보면 대호는 포지션 경쟁을 하는 경쟁자.

― 혹시라도 잘 디자인된 약물을 사용하는 건 아닐까?

조금씩 수군대는 이들까지 전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들은 이것이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호가 오클랜드와 무려 700만 달러짜리 계약을 했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 엄청난 금액을 들여 계약한 유망주를 오클랜드 프런트가 그냥 놔뒀을 것이란 생각은 너무나 순진하고, 또 메이저리그 구단을 얕보고 있는 것이었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선수의 관계는 철저한 비즈니스.

조금이라도 구단에 불이익이 되는 요소가 생긴다면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

“대호, 얼마나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3류 황색 언론에서 제기한 거야.”

브렛은 어떻게든 대호를 북돋워 주려고 애썼다.

그도 이제는 자신들이 어떻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그 배경의 사건을 알고 있었다.

“…나, 오클랜드 슬랙스하고 얼마에 계약했는지 알아?”

“음…….”

콰악!

대호는 스테이크에 나이프를 찔러 넣으며 말했다.

“700만 달러+a.”

“허억!”

브렛은 대호와 친해진 이후, 오클랜드 역사상 최고 금액으로 계약한 유망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정확한 금액은 알지 못했는데, 무려 700만 달러+a라는 이야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실 이러한 자세한 계약 내용은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인데, 너무 흥분한 대호가 발설한 것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페이 롤이 작은 것으로 유명한 구단 중 하나인 오클랜드에서 그 정도 금액을 들여 계약한 나를 그냥 방목하고 놔두었을까?”

“……!”

브렛은 지금 대호가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그제야 깨달았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선수들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난 더블A로 올라오고 난 뒤부터 매주 오클랜드 프런트가 보낸 사람들에게 소변 시료는 물론이고 피와 모근이 살아 있는 모발까지 주고 있어.”

“아…….”

“뿐만 아니라 콧속 점막까지 검사받고 있어. 혹시나 마약류를 몰래 사용하는지 검사하고 있다고. 이런 내가 불법 약물을 사용한다니?”

대호는 말하면 할수록 점점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껴 조금 진정하기 위해서 입을 닫았다.

그러고 나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주변 선수들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했음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이들이 몇 있었다.

‘하, 젠장!’

이런 기분으로 오늘 일정을 소화했다가는 사고가 날 것만 같았다.

아무리 자신의 목표가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 하지만, 오늘만큼은 정신적으로 너무도 피곤해 쉬고 싶어졌다.

“에이, 안 되겠다. 에이전트에 연락해서 어떤 놈이 이런 황당한 기사를 썼는지 알아봐야겠어.”

그 말을 남기고 대호는 밥도 먹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간다.”

그렇게 의자에 앉아 있는 브렛에게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가 버렸다.

웅성웅성!

그렇게 대호가 한차례 격정적인 언사를 쏟아내고 식당을 나가자, 식당 안은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대호의 과격한 반응에 범인이 제발이 저려 저러는 것이라는 사람과, 저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는데 아니겠지, 두 편으로 갈려서 떠들었기 때문이다.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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