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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는 명전이다-30화 (30/209)

30화

오클랜드 슬랙스, 메이저리그 중 아메리칸 리그 서부 지구에 속한 프로야구단으로써 연고지는 오클랜드다.

처음 팀명은 필라델피아 슬랙스였지만, 연고지를 오클랜드로 옮기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데 처음 경기장을 세운 곳이 별로 질이 안 좋은 슬럼가였거든. 그것 때문에 다시 한번 연고지가 바뀔 뻔하기도 했는데, 워낙 팬들이 성화를 부려서… 하핫!”

조나단은 오클랜드의 역사를 이야기해 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야구팬들의 열렬한 응원 덕에 구단과 시는 적극적인 협상을 벌였고, 구장을 기존의 우범지대에서 새로 조 성된 신시가지로 이전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죠?”

대호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으쓱.

어깨를 한번 올리며 제스처를 취한 조나단이 말을 이었다.

“그 뒤로는 시도 우리도 해피하지. 안전이 확보되고 나니까 예전에 구장을 찾지 않고 그냥 TV로만 경기를 보던 슬랙스 팬들까지 야구장을 찾아 줬거든. 티켓 판매랑 기타 수익도 꽤 많이 늘었고.”

그 말을 듣자 대호의 머릿속에서 한 가지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오클랜드가 스몰 마켓이죠……?”

“…구단주님이 조금 인색하시거든.”

그 말을 하는 조나단의 얼굴은 조금 찜찜한 듯했다.

‘확실히. 전생에서도 오클랜드는 그렇게 강팀은 아니었어. 이런저런 소문이 많긴 했는데, 구단주가 짠돌이였다는 게 진짜였구나.’

“솔직히 새 구장도 한국처럼 치안이 좋은 국가만큼 안전한 지역은 아니야.”

조나단은 그렇게 말하며 살짝 대호의 눈치를 봤다.

오클랜드의 스카우터로 일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속한 구단의 선수 안전에 신경을 써 줘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클랜드의 범죄율은 미국 내 범죄의 도시라 불리는 디트로이트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범죄 발생률이 심각하게 높은 도시였다.

괜히 조나단이 이런 말을 꺼낸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새 구장도 그나마 범죄 발생률이 낮은 지역임에도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이 위치한 지역보다 높은 범죄율을 자랑했다.

“음, 하지만 설마 구단에서 그 정도도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다 고려하고 자리를 옮긴 거지. 어쨌든 예전보다는 낫긴 하니까. 그래도 대호, 너도 꼭 명심해야 할 게 있어.”

“그게 뭔데요?”

“어딜 가든 경호원이나 동료와 함께 다닐 것. 그리고 해가 떨어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것. 이것만 명심하면 돼.”

조나단은 이야기를 하면서 별것 아니란 듯 몇 가지 당부를 하였다.

하지만 이를 들은 대호는 달랐다.

‘진짜 여기가 좀 심각하긴 하네.’

대호가 3회차에서 포스팅 제도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처음 계약한 구단은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활약으로 유명해진 LA다윈스였다.

많은 한국 출신 프로야구 선수들이 거쳐 갔고, 또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만든 커뮤니티가 가장 활발한 지역이기도 했기에 가장 선호하는 구단이기도 했다.

당연히 대호 역시 첫 외국 생활의 시작을 어떤 고민 없이 LA다윈스로 정했다.

그러고 나서 두 번째로 뛰게 된 구단은 텍사스 레이더스.

LA다윈스와의 계약이 종료되기 직전 트레이드 되었다.

두 번째로 팀을 선택하게 되었을 때는 뉴욕 킹덤즈에서 뛰다가 은퇴하게 되었다.

다만 대호가 활동했던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범죄에 대한 걱정은 그리 크지 않은 곳들이었다.

‘스카우터인 조나단이 이렇게 대놓고 말할 정도면, 진짜 치안이 안 좋긴 한가 보다. 하긴, 스포츠 선수라고 칼 안 들어가고 총알 안 박히는 건 아니니까.’

소문으로만 듣던 오클랜드의 현실을 관계자에게서 직접 듣게 되니, 아무리 인생 4회차인 대호라도 조금은 섬뜩하기도 했다.

인생 경험이 많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목숨의 위기에 놓인 적은 없었으니까.

‘조금 쫄리긴 한데… 난 회귀자야.’

대호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내가 왜 회귀하는지도 대강은 알겠어. 이루지 못한 꿈이 있을 때마다 회귀하는 거겠지. 처음 회귀했을 때 야구 선수에 대한 미련이 있어서 그렇게 됐지. 두 번째는 메이저리그 진출, 지금은 명예의 전당.’

대호도 언제까지 회귀가 계속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때 소원을 빌었던 것이 맞다면 자신이 야구에 대한 모든 미련을 놓게 되는 순간 회귀도 끝나게 되리라.

‘그 말은 내가 여기서 갑자기 죽으면 또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야.’

무한 컨티뉴를 할 수 있는 상황에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안전 불감증에 걸려 조심성 없는 행동을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겁에 질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새 다시 평온해진 대호를 보며 조나단은 살짝 놀랐다.

‘허어, 겁을 좀 줬는데… 강심장이군.’

아무래도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을 자랑하던 대한민국에서 살던 대호이다 보니, 조나단은 조금 과장된 이야기를 늘어놓아 이곳의 위험성을 주지시키고자 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살짝 흔들리는 듯하더니 곧바로 평정심을 되찾은 대호를 보며 그는 대호에 대한 평가를 한 단계 더 위로 올렸다.

‘이런 강심장을 가졌다면, 하위 리그는 금방 통과하겠군.’

다른 스카우터는 어떨지 모르지만, 조나단은 자신이 계약한 선수들에게 종종 방금 전과 같은 테스트를 했다.

그가 겁먹은 선수들을 보며 우월감을 갖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 그런 것은 아니었고, 그저 상대방이 얼마나 빨리 평정심을 되찾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누군가는 그것도 비난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나단이 생각했을 때,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선수들은 모두 이런 얘기에도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부동심.

스포츠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 혹은 중남미 출신이 아닌 정대호가 이 정도로 빨리 안정을 되찾을 줄은 몰랐군. 한국에서는 군대를 필수적으로 가야한다고 들었지만, 아직 미성년자라고 들었는데 치안의 위협에 저토록 멀쩡할 줄이야.’

똑똑!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프런트 직원이 들어왔다.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이 쪽으로 오시죠.”

대호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해 텅 빈 오클랜드의 구장을 보면서 조나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찰칵! 찰칵!

촤좌좌좌!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와 연속 촬영으로 사진 찍는 소리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사우스 코리아의 정대호 선수와 우리 오클랜드 슬랙스 클럽이 정식으로 국제 유망주 계약을 체결합니다.”

사회자의 설명이 있고, 기념 촬영을 위해 계약금 700만 달러가 써진 수표를 크게 확대한 보드를 든 대호와 조엘 헌트가 기자들을 보며 포즈를 취했다.

찰칵! 찰칵!

웅성웅성!

기념 촬영을 하면서 기자들 속에서 작은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메이저리그에서 짠돌이 혹은 구두쇠 구단으로 이름난 오클랜드가 국제 유망주에게 메이저리그 평균을 상회하는 700만 달러의 계약금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출신이 아시아였기 때문에 기자들은 더욱 소란을 떨었다.

“와… 오클랜드가 진짜 크게 썼구나.”

“정대호 선수? 분명 2030 세계청소년야구대회에서 MVP와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였지… 그런데 플루크는 아닐까?”

“자네, 그때 기록은 봤나? 플루크라고 해도 그 정도면 잡아야 해. 그리고 오클랜드가 스몰 구단이니 만큼 7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쓰는데 더 철저하게 조사했겠지.”

오래 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회자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백인과 흑인들과 다르게 황인종은 내구력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몇몇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그 얼마 안 되는 예외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시아계 유망주는 체력 문제를 많이 지적받았다.

데뷔 초기에 빛나는 활약을 보여 줘도, 여름이 되고 장기 레이스가 시작되면 탈이 난 것이다.

정말 초창기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다 보니 소위 말하는 가을 야구, 즉 포스트시즌이나 월드 시리즈에서도 제대로 된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시즌 중의 성적 때문에 기대한 팬들을 배신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국 전체적으로 아시아계 선수들의 평판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물론 아시아계 선수들 역시 할 말이 없는 건 아닌 게, 어찌 됐건 시즌 중에는 충분히 활약을 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런 활약이 없었다면 가을에 올라가지도 못했을 텐데, 자꾸 후반기와 가을 야구만 보며 폄하하는 걸 기분 나빠했다.

“과연 저 선수는 얼마 안 되는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아, 그러고 보니 사우스 코리아 출신 중에서 국제 유망주 계약으로 500만 달러 이상 받은 선수는 처음이지?”

“흠, 500만 달러를 바로 뚫고 700만 달러라… 진짜 뭐가 있긴 한가 보군.”

“물론 작년에 계약한 보스턴의 히데오 소이치로가 있긴 했지만 2년 연속으로 그런 선수가 나오긴 힘들지 않을까?”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 그리고 그 뒤를 바짝 따르는 일본도 아닌 대한민국의 선수.

아직은 의구심이 더 큰 눈빛이었다.

기자들이 이러쿵저러쿵 떠들었지만, 사실 대호의 진짜 계약금은 700만 달러 +α였다.

바로 메이저리그 승격 시, 보너스로 50만 달러를 더 받게 되어 있던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를 받게 됐네. 내가 자꾸 히데오랑 비교를 해서 그런가? 뭐, 어찌 됐건 나야 좋지. 자존심도 세우고, 돈도 받고. 꿩 먹고 알 먹기네.’

대호는 수표를 들고 카메라 촬영을 하는 내내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이 메이저리그에 승급하는 것은 확정된 것이니까.

다만, 언제 승급을 하는지 시기를 가늠하고 있을 뿐이었다.

운이 좋다면 내년 시즌 중에 콜업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마이너리그에서 1년 정도만 있으면 내후년에는 충분히 메이저리그 입성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마이너리그에서 성적이 잘 나오면 곧바로 메이저리그로 콜업 하기도 했지만, 요즘 추세는 그렇지 않았다.

정말 자원이 급하지 않은 이상은 말이다.

아무리 마이너에서 우수한 기록을 만들어 내도, 한 시즌 정도는 하위 리그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다는 데이터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이 흐름에 각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편승하게 된 것이다.

유망주들 또한 적어도 한 시즌 정도 담금질을 하며 적응하기도 하였고.

그리고 미국 야구에서 메이저와 마이너의 대우 차이가 크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열악한 환경에서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 선수들의 실력들도 자연스레 올라가기 마련이었다.

이는 작년 최고의 국제 유망주라 불리던 히데오 소이치로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즌 초 마이너리그를 초토화 시켰던 그도 싱글A를 거쳐 싱글A+에 승급을 하고, 다시 더블A와 트리플A를 거쳐 40인으로 늘어나는 9월 확장 로스터에 메이저리그로 올라왔다.

히데오 소이치로는 40인 확장 로스터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그가 속한 보스턴 블루삭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대타와 대주자, 그리고 대수비 등 백업으로 10경기에 출전을 하여, 32타수 13안타 3홈런이라는 호성적을 만들어 냈다.

이에 보스턴의 팬들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에 환호했다.

아시아계 유망주에게 7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며 계약했을 때만 해도 많은 질타가 있었고, 보스턴 프런트의 필사적인 홍보에도 바이럴 마케팅이라며 냉소를 보내던 팬들이었다.

그러나 40인 확장 로스터에 포함된 히데오 소이치로는 그 비웃음을 깨고 안티들도 팬으로 만들 활약을 보여 주었다.

이런 기대는 지금 오클랜드에서도 진행이 되고 있었다.

작년의 히데오 소이치로와 비슷한 행보를 걷고, 또한 같은 계약금(실제로는 플러스알파가 있지만)을 받고 입단한 정대호에게 오클랜드 슬랙스의 팬들 또한 많은 기대를 갖게 된 것이다.

‘오클랜드 팬들의 기대를 좋은 방향으로 뒤집어 줘야겠네.’

대호의 성적은 히데오 소이치로와 비슷하지만 또 달랐다.

우선 히데오는 고교 3년 동안 꾸준히 특급 유망주로서 기대를 받고 세운 성적이지만, 자신은 고작 1년 간 세운 기록이었다.

즉, 급성장을 한 만큼 아직 성장할 여지가 더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또한 히데오 소이치로는 높은 OPS에 비해 비교적 장타율이 적었는데, 반면 대호는 홈런과 장타가 매우 많은 홈런 타자형이었다.

득점 찬스에서 대호가 더 유리하다는 하나의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뭐, 그래도 히데오가 작년에 활약을 해 준 덕분에 나한테 쏠리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이 옅어지긴 했네.’

대호는 자신을 향한 큰 기대를 알고 있었기에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 이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 * *

메이저리그 계약을 끝내고 대호와 조나단은 호텔로 향했다.

“혼자 갈 수 있는데…….”

대호는 자신을 호텔까지 데려다주는 조나단을 향해 그리 이야기를 하였다.

“아니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조나단은 미안해하는 대호에게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하며 차를 몰았다.

“그런데 조나단, 혹시 알고 있는 에이전트 있어요?”

“응? 아는 에이전트?”

질문을 받은 조나단은 의아한 표정이 되어 대호에게 되물었다.

“네, 에이전트요.”

“에이전트는 왜? 계약도 끝났는데?”

자신들과 이미 계약을 마친 상태인데 에이전트를 찾는 대호의 모습에 의아한 생각이 든 조나단이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그러자 대호는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오클랜드와 계약한 거랑 별개로 필요할 것 같아서요. 어차피 유망주 계약이야 처음부터 오클랜드와 하려고 했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에이전트의 도움이 필수적일 것 같아서요.”

“앞으로의 일?”

“네. 내년 시즌 준비를 하기 위해선 이번 겨울부터 미리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대호는 아무리 자신이 시스템이란 치트키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메이저리그… 아니, 프로가 되기 위해선 그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철저한 준비를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실했다.

이 이상 영광고 야구부는 자신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보다 프로다운 준비가 필요한 시기가 온 셈이었다.

“하하하!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연결해 줄 수 있지.”

메이저리그를 준비하기 위해 에이전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리에 조나단은 기쁜 목소리로 수긍했다.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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